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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드디어 10년 전, 국보소녀의 해체 원인이 밝혀졌습니다. 많은 사람의 예상대로 그 원인은 한미나(배슬기)에게 있었습니다. 미나는 옛 동료였던 제니(이희진)와 강세리(유인나)를 불러 모든 비밀을 털어놓았습니다. 국보소녀로 활동할 당시, 연예인의 삶 자체를 너무도 힘겨워했던 미나는 남자 아이돌 스타(브라이언)와 사랑에 빠졌고, 그와의 결혼을 통해 현실에서 달아나려 했습니다. 부적절한 상황이지만 그녀에게 잉태된 아기는 현실에서 도망갈 수 있게 해 줄 유일한 희망이기도 했습니다. 멤버들 중에서는 오직 리더인 구애정(공효진)만이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요. 그런데 구애정이 자기를 따돌린다고 오해한 강세리가 음료수에 약을 타는 해서는 안 될 장난을 했고, 우연히 구애정 대신 그 음료를 마신 한미나는 유산을 하고 말았..
홍자매(홍정은, 홍미란)의 드라마에는 일정한 법칙이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훤히 예상되는 것들이 있고, 각오해야 할 것들도 있지요. 우선 남주인공은 성격 까칠하고 이기적인 듯하지만 그 가슴 속에는 깊이 상처받은 어린아이가 살고 있습니다. 그 상처는 '미남이시네요'의 황태경(장근석)처럼 엄마에게서 버림받은 정신적 상처일 수도 있고, '최고의 사랑'의 독고진(차승원)처럼 몸이 병들었던 탓에 겪어야 했던 육체적 상처일 수도 있습니다. 초반에 남주인공의 까칠함을 보며 살짝 재수없다고 느끼던 시청자들은 점차로 그 가슴 속에서 아직도 웅크린 채 떨고 있는 어린아이를 발견하고 연민에 젖게 됩니다. 그에 비해 서브남, 즉 여주인공을 사이에 두고 남주인공과 삼각관계를 이루는 인물은 아주 어른스러운 남성입니다. 어린애..
참 오래 걸렸습니다. 총 20부작 드라마의 절반을 훌쩍 넘어, 무려 11회의 엔딩 장면에 가서야 제가 드디어 이 드라마의 히어로 김주원(현빈)에게 마음을 열 수 있었군요. 그렇다고 남들처럼 현빈앓이에 동참하게 된 수준은 아니지만, 이제껏 대책없는 녀석이라고만 생각했던 김주원이 심상찮은 변화의 조짐을 보이면서 제 마음을 울컥하게 만들었거든요. 그런데 이상하게 가슴이 아파 옵니다. 어쩌면 그 동안 김주원에게 빠지지 않으려고 일부러 마음을 더 닫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군요. 그는 너무 매력적인 남자인데다 모성애를 자극하는 소년처럼 외로운 자아를 지녔습니다. 못된 성질도 못된 말버릇도, 차분히 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이해 못할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일부러 김주원에게 몰입하지 않으려 하며, 철저히 여주..
싸늘한 겨울을 앞두고 시작된, 순정만화 원작의 '매리는 외박중'... 이 드라마는 현재 초반부터 가슴 시린 슬픔의 정서를 자극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차츰 따사로운 멜로의 감성으로 변해갈 것을 기대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따뜻함보다 공허감을 더 많이 느끼게 하는군요. 그런데 묘하게도 가슴이 텅 빈 듯한 공허감은 점점 더 우리를 이 사랑이야기의 묘한 매력 속으로 빠져들게 만듭니다. 그것은 바로 남자 주인공 장근석의 독특한 캐릭터 '강무결' 때문입니다. 장근석은 이제껏 일정한 틀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스펙트럼의 연기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온, 젊은 배우들 중에서는 보기 드문 경력을 지닌 연기자인데, 자기의 느낌과 꼭 닮은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 듯 합니다. 물론 이것은 저의 주관적 견해이지만, 저..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이하 '크눈올') 제목부터 멜로의 느낌을 물씬 풍기는 드라마가 12월과 함께 찾아왔습니다. 드라마에서는 아주 오랜만에 고수의 얼굴을 볼 수 있겠군요. 더불어 '환상의 커플' 이후로 이렇다할 히트작을 내지 못하고 있는 한예슬도 이번 작품에 임하는 각오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크눈올' 첫방송은 예상보다 훨씬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전형적인 멜로드라마인데다가 제목부터가 너무 소녀적인 감성을 드러내고 있기에 그저 말랑말랑한 분위기일 거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낭만적인 분위기 안쪽에 상당히 거칠면서도 어두운 감성을 품고 있는 드라마였습니다. 남주인공의 아역은 비교적 생소한 얼굴의 신예 김수현이, 여주인공의 아역은 '선덕여왕'의 어린 덕만으로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던 ..
'미남이시네요' 최종회에서 결국 제가 바라던 대로 아이들의 사랑이 이루어졌습니다. 모화란(김성령)의 이기심과 집착으로 인해 비극적 결말을 맞이해야 했던 부모 세대의 사랑은, 아이들의 세대에 와서 더없이 순수한 고미녀(박신혜)의 희생과 용기로 인해 행복한 화해로 마무리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얼마나 기쁜지 모릅니다. 비극의 씨앗은 모화란, 그녀에게서 탄생되었습니다. 자기가 사랑하기만 한다면 그 누구도 자기를 버릴 수 없을 거라고 믿은 그녀의 무모한 자신감은, 결국 그녀가 사랑한 사람과 그녀 자신을 깊은 불행에 빠뜨렸습니다. 그렇다 해도 미남과 미녀의 아버지인 작곡가 고재현의 죽음이 모화란 때문이라고까지 한다면 너무 심하게 몰아가는 것 같아서 그렇게 말하지는 않으려 합니다. 다만 모화란의 집착으로 인..
'미남이시네요' 12회에서 황태경(장근석)이 고미남(박신혜)에게 정식으로 "네가 나를 좋아하는 것을 허락해 준다" 며 기상천외하고도 거침없는 사랑고백을 하였기에 앞으로 우리 주인공들의 러브라인은 급물살을 타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모화란(김성령)이 다시 한 번 자기 입으로 분명히 밝혔듯이, 이 아이들은 결코 남매가 아닌 것도 확실하구요. 미남을 항상 뒤에서 지켜보며 가슴앓이하던 강신우(정용화)가 안타깝기는 하지만, 그것이 서브남의 정해진 운명이니 피할 수는 없겠지요. 제가 지금껏 '미남이시네요' 관련하여 몇 개의 포스팅을 하였지만, 언급하지 않았던 한 개의 중요한 소품이 있습니다. 물론 3천원짜리에서 10만원짜리로 둔갑한 머리핀도 중요한 소품이었지만, 제 생각에 그보다 더 깊은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은 ..
우리의 금발머리 깨방정 왕자님 제르미(이홍기)가 드디어 고미남(박신혜)가 여자라는 사실을 알아버렸습니다. 형들은 모두 일찌감치 알고 있던 사실을 이제서야 알게 된 제르미... 형들이 여자인 미남이에게 호감을 얻기 위해 저마다의 활약을 펼치는 동안, 홀로 자기의 성적 취향에 대한 물음표에 휩싸여 고민만 하고 있었던 불쌍한 제르미... 그의 괴로웠던 시간들을 돌이켜본다면 당연히 화가 나야 마땅한 일입니다. 사실 그 동안 저도 그렇고 많은 분들이 제르미를 보면서 떠올렸던 캐릭터는 '커프'의 공유였습니다. 남장을 하고 있는 여주인공에게 점점 빠져들어가면서 "내가 이런 놈이었나?" 하고 심각하게 고민하는 모습이었지요. 주변 사람들은 거의 다 알고 있는 사실을 그 혼자서만 모른다는 설정도 비슷했구요. 공유가 드디어..
'미남이시네요'의 남녀 주인공인 황태경(장근석)과 고미남(박신혜)는 부모 세대부터 이어진 질긴 인연의 끈으로 묶여 있는 듯 보입니다. 태경의 어머니와 미남의 아버지가 사랑하던 사이였기 때문이죠. 물론 아직까지는 추측 상태지만, 둘은 결코 남매는 아닌 듯 합니다. 그런데 그들의 부모는 과연 어떤 사랑을 했을까 조용히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 보니, 의외로 이런 부류의 이야기들이 벌써 적지 않게 있었음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기억을 샅샅이 파헤치다 보면 좀 더 나올 듯도 하지만, 우선 제 머릿속에 떠오른 영화는 두 편입니다. 손예진, 조승우, 조인성 주연의 '클래식'(2003), 그리고 여명과 서기 주연의 홍콩 영화 '유리의 성'(1999) 입니다. 먼저 '유리의 성'을 추억해 보겠습니다. (오래 전 작품이라 ..
이제서야 '미남이시네요' 8회를 끝까지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황태경(장근석)과 고미남(박신혜)가 결코 남매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의 전개로 보아 모화란(김성령)이 고미남의 아버지와 사랑하던 사이였음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황태경과 고미남은 아버지가 다른 남매사이일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떨치기 어려운 상황이었지요. 그러나 8회에서 모화란은 자기 입으로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해 주었습니다. 황태경은 호적상의 생일과 실제 생일이 다릅니다. 태경의 아버지는 아들의 실제 생일을 기억하고 미국에서 전화도 하고 선물도 보냅니다. 그리고 마침 그날 모화란에게서 만나자는 전화가 옵니다. 비록 일방적인 약속이었지만, 그래도 무심하던 엄마가 자기 생일은 기억하고 있었다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