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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9월 3일, 걸그룹 '레이디스코드'를 덮친 교통사고의 비극은 2명의 꽃다운 청춘을 하늘나라로 데려갔다. 사고 현장에서 고은비(향년 22세)가 즉시 목숨을 잃었고, 머리를 크게 다쳐 4일 동안이나 생사의 고비를 넘나들던 권리세(향년 23세)도 7일 오전 끝내 삶을 등지고 말았다. 나는 평소 아이돌 음악을 즐기지 않아 '레이디스코드'와 은비에 대해서 거의 알지 못했으나, 권리세의 모습은 2011년경 애청하던 '위대한 탄생'을 통해서 자주 보았기에 퍽이나 익숙하게 느끼고 있었다. 물론 잘 알지 못하는 고은비의 사망 소식에도 가슴이 많이 아팠고 깊이 애도하는 심정을 가졌는데, 이제 회복의 기적을 고대하던 리세마저 허망하게 세상을 떠나고 보니 너무 안타깝고 서글픈 마음에 눈물이 솟구친다. 권리세는 '우리 결혼했어..
개인적으로 올해에는 '슈퍼스타K4' 보다 '위대한 탄생3'에 거는 기대가 훨씬 더 큽니다. 이유는 지극히 단순합니다. '슈스케4'에는 다른 어느 때보다 꽃미남 참가자들이 많았던 터라 보는 눈이 즐겁기는 했지만, 안타깝게도 제 가슴을 울리는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았거든요. TOP3 진출이 확정된 정준영과 로이킴은 물론 TOP6 무대에서 아쉽게 탈락했던 군인 참가자 김정환까지, 그들의 최강 비주얼은 가수와 배우들을 통틀어 현재 활동하고 있는 그 어떤 톱스타와 견주어도 손색없을 만큼 산뜻하고 완벽하더군요. 데뷔 전의 신인들이면서도 마치 잘 다듬어져 제출된 리포트처럼 세련된 느낌을 주고, 노래도 크게 흠잡을 데 없이 잘 하고... 하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그에 비해 '위탄3'에서는 가슴을 울리는 목소리를 두 차례..
멘토 이선희의 두 제자, 일명 '배구남매'라 불리는 배수정과 구자명의 결승 진출로 인해, 한국 오디션 프로그램 역사상 최초로 결승전에서의 남녀 대결이 이루어졌습니다. 주로 남성 참가자들에게 집중되는 문자투표의 영향 때문인지, 이제껏 결승에 진출한 여성 참가자는 전무했었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배수정의 승승장구는 매우 신선하고 이색적인 풍경이었으며, 어쩌면 최초로 여성 우승자가 탄생할지 모른다는 기대감도 품게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배수정의 쾌속질주는 준우승에 머물렀고, '위탄2'의 우승은 축구선수 출신의 파워보컬 구자명에게로 돌아갔습니다. 결승전에서 두 사람에게 주어진 미션은 '그대에게' 였지요. 누군가에게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노래에 담아서 부르라는 것이었습니다. 배수정은 돌아가신 아버지의 애창곡이었..
우여곡절 끝에 TOP3까지 진출했던 '어둠의 마성' 전은진이 탈락함으로써, 이선희의 제자인 배수정과 구자명이 나란히 결승에 진출했습니다. 여러가지로 '시즌1'과 차이점을 보이고는 있지만, 결국은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과 확연히 구별되는 '위탄'만의 특징이 강하게 증명되었군요. 누가 뭐래도 '위탄' 시리즈의 특징은 '멘토제'라고 할 수 있겠지요. 5명의 심사위원들로 하여금 각자 4명씩의 제자를 선발하여, 스승과 제자의 각별한 관계를 맺고 교육시키도록 하는 그 '멘토제'는 '위탄'의 가장 큰 장점이면서 동시에 단점이기도 합니다. 장점은 멘토와 멘티가 확정되면서부터 생방송 무대가 시작되기 직전까지, 각 멘토스쿨의 훈련 과정을 엿보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것입니다. 5명의 멘토는 모두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로 ..
의외의 결과는 아니었습니다. 50kg의 무대를 보는 순간부터 매우 과감한, 또는 무리한 편곡이라는 느낌이 들었지요. 그들의 원래 스타일과도 맞지 않고 대중의 기호에도 맞지 않을 듯한, 엄청난 모험이었습니다. 어쩌면 우승이 어렵다는 것을 예감한 나머지, 그럴 바에야 전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하고 싶었던 음악적 시도나마 원없이 해보고 끝내자 하는 듯한 느낌도 약간 들더군요. 다른 참가자들도 이번 무대에서는 제 기량을 충분히 발휘 못한 느낌이 전체적으로 있었지만, 50kg의 탈락을 미리 예측하기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이번 주의 '위탄'에서는 TOP4에 진출한 멘티들이 각자 자신의 멘토와 함께 꾸미는 무대가 방송되었습니다. 모든 무대가 훌륭했지만 그 중에도 역시 압권이었던 것은 이선희 멘토와 구자명, ..
오랜만에 '남자의 자격'을 보았습니다. 언제부턴가 너무나 구태의연해진 우려먹기식의 아이템에 질리면서 눈길이 끌리지 않더군요. 그러나 이번 주에는 젊은이들로 가득찬 강당의 무대에 서서 강연을 하고 있는 김태원의 모습을 얼핏 보는 순간, 채널을 돌릴 수가 없었습니다. 무슨 말인지 내용을 듣기도 전에,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괜시리 따스해지면서 위로받는 느낌이 들었던 겁니다. 참 오랜만이었습니다. 어떤 것에서 위로를 받고 즐거움을 느끼는가는 사람마다 다르지요. 제 경우는 한동안 김태원의 '언어'가 그 역할을 담당해주고 있었습니다. 물론 그의 음악도 좋았지만, 음악 중에서도 특히 가사가 좋았습니다. '위대한 탄생'의 멘토를 맡아 백청강, 이태권 등의 제자들을 이끌면서 해주었던 말들도 모두 제 마음에 햇..
이제껏 시청하지 않고 있던 'K팝스타'를 갑자기 보게 된 이유는, 생각지도 않은 박진영의 눈물 때문이었습니다. '1박2일 시즌2'가 끝나고 나서 무심히 채널을 돌렸을 때는 마침 박진영이 한 명의 탈락자를 발표하려는 순간이었는데, 자제심을 잃은 듯 울먹거리며 떨리는 목소리를 듣고는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좀처럼 울지 않을 것 같은 박진영이 그런 태도를 보이는 것 자체가 놀라웠지만, 멘트의 내용 또한 심상치 않았습니다. "이분이 저희 심사위원 점수에서는 최하위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문자투표와 사전투표에서 너무 점수가 안 나와서, 저희 심사위원들의 생각이 어쩔 수 없이 꺾였습니다... 좀 안타깝네요... TOP9 마지막 진출자는 심사위원이 아닌, 국민들의 투표로 결정되었습니다.." 그의 입에서 마지막 합..
TOP6 생방송 경연의 주제가 '밴드' 음악임을 알았을 때, 참가자들이 과연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약간은 염려가 되었습니다. 그 동안 오디션 프로그램을 시청할 때마다, 아마추어 뮤지션들에게 있어 밴드 음악은 매우 소화하기 어려운 장르임을 느껴왔기 때문입니다. 평소 성량이 좋다고 생각했던 참가자들의 목소리도 강렬한 사운드의 밴드 연주가 시작되면 맥을 못 추고 그대로 묻혀버리는 경우를 많이 보았었죠. 아니나 다를까, 경연을 보니 저의 우려가 상당부분 적중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구자명이 선택한 노래는 버즈의 '가시'였습니다. 민경훈이 특유의 굵직한 목소리로 애절하게 부르짖던 창법이 너무 귀에 익어서였을까요? 평소와 달리 힘을 쭉 빼고 가녀린 가성 창법으로 부르는 구자명의 '가시'는 정말 당황스럽더군..
'스타 오디션 - 위대한 탄생2' 지난 주의 TOP10 경연에서 최정훈과 샘 카터가 탈락한 것은 상당한 의외였으나, 이번 주 TOP8 경연에서 푸니타와 정서경의 탈락은 방송 중반쯤에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을 만큼 비교적 자연스런 결과였습니다. 푸니타는 노래에만 집중해도 시간이 넉넉치 않았을 텐데, 왜 기타를 새로 배워갖고 나왔는지 이해할 수가 없더군요. 어설픈 기타 연주는 노래에 도움이 되기는 커녕 오히려 방해만 되었지요. 그리고 특유의 고음불가로 인해 폭넓은 음악을 소화할 수 없는 정서경은, 지금까지 탈락을 면하고 올라온 것만으로도 이미 할 수 있는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자신만의 독특한 음악을 추구하는 뮤지션은 될 수 있겠지만, 이처럼 살벌한 경연에서 고음불가의 목소리는 절대적으로 불리..
최근 '슈퍼스타K'와 '위대한 탄생' 등의 오디션 프로그램을 두고 그 공정성에 대해 이런저런 말들이 많습니다. 시청자들의 문자 투표에 의해 승패가 가름되는 시스템의 특성상, 노래 실력 자체보다 감정을 움직이는 극적 스토리를 가진 참가자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점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불공평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이와 같은 문제점은 '위탄' 시즌1의 김태원 멘토스쿨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위세를 자랑하며 승승장구할 무렵부터 대두되기 시작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나이나 외모 등에서 높은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되던 김태원의 제자들이 TOP4 안에 무려 3명이나 진출한 것은 충분히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킬만한 사건이었죠. 물론 기본적으로 실력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지만, 그 놀라운 결과에 이르기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