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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한동안 '안녕하세요'를 시청 안 하고 있었는데, 냄새를 못 맡는 사람이 등장했다기에 문득 호기심이 생겨서 보게 되었다. 왜냐하면 나도 최근 5~6년간 후각을 잃은 상태로 지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간에 한 달 정도 살짝 후각이 돌아왔던 적은 있지만 금세 날아가 버렸다. 어릴 적부터 나를 괴롭혀 온 극심한 알레르기성 비염과 축농증은 결국 비강 내부에 포도송이처럼 주렁주렁 열리는 물혹을 발생시켰고, 후각을 느끼는 위치는 비강의 가장 안쪽에 위치하기 때문에 물혹이 가로막고 있는 상태에서는 냄새를 맡을 수 없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전신마취로 물혹 제거 수술까지 받았으나 머지않아 다시 재발했고, 그 후로는 벅찬 수술을 통해 무리하게 완전 제거를 시도하기 보다는 국소적으로 떼어내며 점진적으로 체질을 바꾸어 물..
언제부턴가 자연스런 재미보다 불쾌한 느낌을 더 많이 받게 되어 자주 시청하지 않았던 프로그램이 '안녕하세요' 입니다만, 이번 주에 출연한 '멸치남'의 사연을 보고는 오랜만에 한 마디 하고 싶어졌습니다. 대다수 시청자들의 추측처럼 상금을 노리고 거짓 이야기를 꾸며내서 출연한 경우라면 차라리 다행이겠는데, 혹시라도 그 사연이 진짜라면 몹시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누구에게나 컴플렉스는 있게 마련이고, 컴플렉스를 극복하는 방식은 저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극복해 나가는 과정 중에는 타인이 절대 이해할 수 없는 본인만의 고충들이 있게 마련이고요. 그런 차원에서 아무리 먹어도 살이 안 찌는 체질 때문에 자신의 비쩍 마른 몸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며 살아가야 하는 멸치남의 고통은 충분히 이해..
최근 예능 프로그램 '안녕하세요'에 출연한 한 남자의 고민을 들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처럼 생긴 외모 때문에 어딜 가나 차별과 놀림을 받고 반말을 듣게 된다는 이야기였죠. 말하자면 한국에서 자행되는 '인종차별'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그 순간 제 머릿속에는 글감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최근 다녀온 신혼여행에서 저도 바로 그 '인종차별'을 생생히 체험했거든요. 결혼 준비하느라 글쓰기를 오래 쉬었지만, 신랑과 저의 사랑 이야기는 다음 기회로 미뤄두고(^^;;) 우선은 파리 신혼여행 이야기부터 시작해 볼까 합니다... 총평부터 말해 본다면, 저로서는 (물론 좋은 것도 있었지만) 무척이나 힘든 여행이었습니다. 원래 저는 낯선 곳에 호기심보다는 두려움을 느끼는 편이고, 익숙한 환경에 있어야 마음의 안정을 찾는 소심한..
'안녕하세요' 고민 주인공들의 특징을 보면 대략 99% 정도는 지나친 이기심에서 기인된 문제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자기 입장만 중요하고 주변 다른 사람들의 입장은 전혀 중요치 않은 거죠. 매주 아이템은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깔려 있는 베이스는 똑같았다는 겁니다. 그래서 말을 하다 보면 만날 똑같은 소리만 하게 될 것 같아서, 평소 즐겨 보는 프로그램이긴 하지만 '안녕하세요'에 관한 이야기는 되도록 안 하려고 했었지요. 그런데 이런 마음에 완전히 찬물을 끼얹는 사연이 등장했습니다. 솔직히 저는 그 남자보다도 부인이 이해되지 않았고, 그 남자의 인생을 위해서도 차라리 헤어져 주는 편이 낫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옆에서 너무 받아주니까 자기가 얼마나 잘못하고 있는 것인 줄도 깨닫지 못하고 계속 그러는 거니까..
이번 주 '안녕하세요'의 가장 큰 이슈는 학교 폭력에 시달리던 상처 때문에 2년 동안이나 엄마에게 말문을 닫고 살았던 스무 살 청년 종구의 이야기였습니다. 종구는 고등학교 1학년 때, 꼬박 1년 동안이나 한 친구에게 괴롭힘을 당하며 홀로 견뎌야 했었는데, 수능을 치른 고3 어느 날, 갑자기 엄마에게서 그 친구의 모습을 보았다는 것이었습니다. 큰누나의 말에 따르면 어머니의 성품이 그리 살가운 편은 아니시라는데, 무뚝뚝한 어조로 야단을 쳤다든가 그런 모습에서 문득 과거의 상처가 되살아났던 거겠지요. 그 날 이후 종구는 엄마와의 대화를 단절했고 엄마가 해주는 밥도 잘 먹지 않았다고 합니다. 학교 폭력은 정말 심각한 사회 문제이며, 피해자에게 평생토록 크나큰 상처로 남는 경험이죠. 현재 42세인 김경호는 자신도..
남성들도 그런 경우가 있겠지만, 저는 가끔씩 어떤 '여자'의 행동을 보며 같은 여자라는 게 창피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사실 요즘같은 시대에 '남자니까' 어떻고 '여자니까' 어떻고 하면서, 매사에 여자임을 또는 남자임을 티낸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죠. 그런 의미에서 이번 주 '안녕하세요'에 출연하신 공주병 엄마는 같은 여자들을 무척이나 창피하게 만드시는 분이었습니다. 고민의뢰자는 현재 5살, 2살의 남매를 키우고 있는 둘째딸이었습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으려는 공주병 엄마의 시중을 드는 일이 어찌나 까다로운지, 아이들을 키우는 것보다도 손이 많이 간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려서부터 남자 형제들 사이의 고명딸로 외할아버지의 귀염을 듬뿍 받으며 자라신 엄마는 지금도 항상 "어머, 나 이런 거 안해..
자취를 하면서 본가에 들를 때마다 온갖 물건들을 싹쓸이 해가는 바람에 모든 가족들의 경계대상 1호가 되어버린 큰딸, 이른바 '도둑딸'의 사연이 '안녕하세요'의 새로운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방송을 보는 내내 기막히고 불쾌했던 이유는 시종일관 너무 당당한 그녀의 태도 때문이었습니다. 사실 이것은 '도둑딸'에게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었지요. 이제껏 시청자의 공분을 일으키며 다수의 표를 얻었던 사연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그녀와 비슷했습니다. 가족 또는 친구들이 '안녕하세요'에 출연 신청을 했다기에 마지못해서 따라오긴 했지만, 본인들은 "도대체 이게 왜 고민인지"를 이해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잘못이 없다고 주장하며 그토록 당당하던 사람들도 정작 MC들이 정반대의 상황을 제시하면 대답을 못하고 조용해지..
경쟁 프로그램인 '강심장'이 신동엽과 이동욱을 새 MC로 맞이하여 야심찬 새출발을 선언함에 지나친 위기감을 느꼈던 걸까요? 가장 훈훈하고 편안한 토크쇼 중 하나였던 '승승장구'가 갑자기 상상초월할 정도의 자극적인 카드를 내놓았습니다. 이상해-김영임 부부가 게스트로 출연한 이번 주 방송은 그 어떤 공포영화보다도 더 무서운 충격 실화들의 향연이었습니다. 너무 끔찍해서 제발 농담이었다고 말해주길 바랐지만, 이상해는 모두 사실이라고 인정하며 지금은 후회하고 있노라고 말할 뿐이었습니다. 결혼 전, 이상해는 김영임에게 2년 동안 꾸준히 대쉬를 했으나 김영임은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결국 김영임을 자기 여자로 만들기 위해서 이상해가 선택한 방법은 '납치'였습니다. 영업용 택시 한 대를 대절해서 그녀가 돌아오는 시간에 ..
전국 고민 자랑 프로그램 '안녕하세요'를 보면, 세상에 참 별난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한동안 조작 논란으로 시끄럽기도 했지만, 요즘은 다시 본래의 취지에 걸맞게 자연스런 분위기로 되돌아간 것 같아요. 특히 이번 주 방송은 정말 리얼하고 재미있고 유쾌했습니다. 시청하고 나서 특별히 기분이 좋았던 이유가 있다면, 이 사람들은 그 어느 때의 출연자들보다도 이 방송을 통해 진심으로 뉘우치고 개선될 여지가 많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맨 처음에 소개된 사연은 툭하면 재미삼아 아내와 딸들에게 비비탄 총을 쏘아대는 남편의 이야기였습니다. 아무리 장난감 총이라지만 잘못 맞으면 위험할 수 있다는 사실이 벌써 수년 전부터 매스컴에 오르내리곤 했는데, 무려 45세나 된 한 집안의 가장이 그런 놀이에 맛들여서 ..
이번 주의 최종 우승은 '긴 머리 세 자매'에게 돌아갔지만, 제 생각에는 '의부증 아내'를 둔 남편의 고민이 훨씬 더 심각해 보였습니다. 물론 부부 사이의 진짜 내막을 알 수야 없는 일이지만, 이렇게 방송에까지 나와서 공개적으로 고민을 털어놓는 것을 보면 일단 남편이 결백(?)하다는 사실은 믿어도 좋지 않을까 싶군요. 조금이라도 양심에 거리낌이 있다면 설마 그렇게까지는 못할 듯 싶어서요. 아내 쪽에서 지나친 의심으로 남편을 괴롭히고 있는 게 맞다고 보여집니다. 남편이 가장 기함했던 사건은 이른바 '목동 사모님' 사건이었습니다. 휴대폰에 '목동 사모님'이라고 저장되어 있던 번호의 주인은 대략 3년쯤 전에 부동산 관련 정보를 받기 위해 연락했던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인데, 어느 날 갑자기 휴대폰을 살펴보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