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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참 기이하게도 '아이리스2'는 주인공을 비롯한 주요 인물들보다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은 조연들에게 시선이 끌리는 드라마입니다. 지금까지도 비슷한 경우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까지 주인공들의 존재감이 미약하고 조연들의 존재감만 커다랗게 부각된 케이스는 없었지 않나 싶을 정도인데요. 정유건(장혁)과 지수연(이다해)의 사랑놀음은 식상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스토리의 진행에 방해만 될 뿐으로 전혀 몰입감이 없고, 지수연을 짝사랑하며 정유건의 강력한 연적으로 떠올라야 할 서현우 역할의 윤두준은 가뜩이나 연기 경력도 짧은 데다가 너무 어린 마스크 때문에 도통 캐릭터와 어울려 보이질 않습니다. 이 세 사람 다음으로 언급되었던 주요 인물이라면 북측을 대표하는 유중원(이범수)과 김연화(임수향) 정도가 되겠는데, 아직..
"우리의 경쟁작은 동시간대의 타사 프로그램이 아니라 전작인 '아이리스1'이다!" 라고 야심차게 밝혔던 출연진들의 인터뷰가 무색할 만큼, '아이리스2'의 출발은 별로 산뜻하지 못했습니다. 몰입을 방해하는 산만한 전개, 초반부터 과도한 남녀 주인공의 러브라인, NSS 정예요원이라는 설정이 창피할 만큼 기본적인 총기 사용법도 모르는 배우들의 모습 등, 작정하고 꼬집어 내자면 정말 수없이 많은 헛점을 드러내고 있었거든요. '아이리스1'은 평소 액션이나 첩보물을 즐기지 않는 저같은 시청자도 몰입해서 볼 수 있을만큼 초반부터 강렬한 포스를 뿜어내는 작품이었는데, '아이리스2'의 초반 전개는 솔직히 실망스러웠습니다. 좀 심하게 말하면, 전작을 따라잡기는 고사하고 전작의 명성에 누를 끼치지나 않으면 다행이겠다 싶을 정..
처음부터 1~2회 연속 방송이라는 초강수를 두었을 만큼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 걸고 있는 방송사의 기대감이 큰 모양입니다. 더구나 같은 날 시작되는 '아이리스2'는 무려 170억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이니만큼 더욱 경계심을 늦출 수 없었겠지요. 다행히 첫 방송 후의 반응은 좋은 편입니다. 이른바 감성멜로 전문 콤비라 불리는 노희경 작가와 김규태 PD의 만남은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더군요. 깔끔한 짜임새와 감각적인 대사를 자랑하는 노희경 작가의 대본은 역시 명불허전이었고 '그들이 사는 세상', '빠담빠담 그와 그녀의 심장박동 소리'에 이어 그녀와 세번째 호흡을 맞추는 김규태 PD의 영상미 또한 여지없이 빛을 발했습니다. 주연부터 조연에 이르기까지 누구 한 사람 삐걱거림 없이 환상의 조화를 이루는 배..
현재 OCN에서 금요일마다 방송 중인 액션 사극 '야차'는, 만약 공중파에서 편성되었다면 작년 겨울의 '추노'에 비견할 수 있을 만큼 호평을 받으며 큰 인기를 끌었을 작품인데, 케이블의 특성상 시청률에 한계가 있으니 매우 안타깝습니다. 그러나 공중파에서는 볼 수 없었던 파격적 액션을 선보이며 독특한 매력을 살리고 있지요. 사람마다 시청 포인트는 다를 수 있겠으나, 저는 언제나처럼 등장인물의 캐릭터와 갈등구조를 중심으로 감상합니다. 특히 8회와 9회에서는 주인공들의 사랑과 원한과 복수가 본격적인 궤도에 접어들며 긴박감을 고조시켰습니다. '야차란 원래 인도 신화에 등장하는 불법을 지키는 수호신이며, 사람을 해치는 귀신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상반된 두 가지 모습을 가진 '야차'는, 이 드라마에서 사랑하는 사람..
제가 그를 처음 본 것은 2007년 8월, '아이엠 샘'이라는 드라마에서였습니다. 원래 음악 프로그램도 잘 보지 않는 데다가 아이돌은 더욱 잘 몰랐거든요. 그 드라마에서 주목받은 인물은 오랜만에 드라마에 컴백한 양동근과, 그 무렵 종영한 '거침없이 하이킥'의 신예 히로인 박민영이었지요. 터프한 학교짱 '채무신' 역할의 탑은 그저 신인 탤런트려니 하고 봤는데, 연기력이 뛰어난 것은 아니었지만 그 역할에 상당히 잘 어울려서 매우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요즘 많이 보이는 샤방한 꽃소년들과는 달리 선이 굵은 미남형의 얼굴에 목소리마저 굵고 낮아서, 아주 거칠고 남성적인 매력을 내뿜으니 새로운 멋이 느껴지더군요. 지금 생각해도 겉은 터프하고 속은 따뜻한 학교짱 역할은 탑에게 제격이었던 것 같아요. 그 다음으로 ..
이렇게 수습할 바에는 차라리 원래대로 진행하는 편이 훨씬 나았을 것입니다. NTS의 과학수사실장이라는 중책을 맡은 인물 오숙경(오윤아)이 그토록 허술하게 일급기밀을 누설한다는 설정은 확실히 어이없는 것이었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니 억지로 수습하려 하지 않아도 좋았습니다. 어차피 완벽한 드라마는 존재하지 않으니 앞으로 똑같은 구멍을 만들지 않도록 주의하면 될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무슨 생각에서였는지 '아테나 전쟁의 여신' 제작진은 오숙경의 취중망언이 사실은 윤혜인(수애)를 시험하기 위해 던진 승부수였던 것으로 설정했습니다. 혜인과의 술자리 후, 오숙경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김명국 박사가 살아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중스파이라면 곧 움직임이 있을 것입니다." 라고 보고하는 장면을 하나 집어넣음으로써 꾀한 ..
'아테나 : 전쟁의 여신'은 4회를 지나면서 조금씩 안정적 구도를 찾아가는 듯 합니다.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복잡한 상황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초반의 어수선함이 대략 정리되고 주요 인물들의 소개도 거의 마쳤습니다. 지금까지는 정신없이 이쪽 저쪽을 살피며 궁금증을 억누르고 시청해야 했다면, 이제는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힌 구도 속에서 등장인물들이 어우러져 만들어 가는 전체적 그림을 감상하면 되는 것입니다. 2회까지 밋밋한 존재감으로 우려를 자아내던 정우성은 3회를 기점으로 주인공다운 존재감을 80% 이상 회복했지요. 대통령의 딸 조수영(이보영)이 납치되던 순간, 그녀를 구하기 위해 이정우(정우성)이 보여 준 액션은 정말 멋졌습니다. 김기수(김민종)과 더불어 티격태격하면서 우정을 쌓아가는 모습..
'아테나 : 전쟁의 여신' 1~2회가 방송되었습니다. 1회까지만 보았을 때는 대박이겠다 싶었는데, 2회에서는 눈에 띄게 템포가 느려지며 실망감을 안겨 주는군요. 무엇보다 주변의 다른 인물들에 비해 턱없이 약한 존재감으로 자기를 어필하지 못하고 있는 주인공 이정우(정우성)의 캐릭터가 문제였습니다. 원래 주인공은 가능한 한 첫방송에서부터 시청자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아야 하는데, 벌써 2회가 지나갔는데도 이렇게 존재감이 희미하다면 그것은 앞으로 드라마 자체에 큰 결함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재까지로 봤을 때 가장 강하고 뚜렷한 존재감을 자랑하는 인물은 여주인공 윤혜인(수애)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동양적이고 고전적인 청순미인 수애와는 썩 어울리는 역할이 아닐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수애는 1회부터 거..
폭행 사건으로 '동이'에서 하차하게 된 최철호의 모습을 33회에서는 그대로 볼 수 있었습니다. 스스로 하차 의사를 밝혔고 제작진 측에서도 받아들였으나 이미 촬영해 놓은 분량은 편집하지 않고 방송하기로 결정했다 하더군요. 도를 넘어선 폭행과 거짓말로 걷잡을 수 없는 분노를 일으켰던 최철호이지만, 의외로 연기하는 모습에서는 큰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첫째로는 기자회견을 통해 사죄하는 모습에서 뜻밖의 진실함이 묻어났으며, 둘째로는 '음주 후 폭행'이 반복되는 그의 행동 패턴은 엄연한 질병으로 볼 수 있다는 의학계의 판단을 접했기에 분노의 일부가 동정으로 바뀌었고, 셋째로는 평소에 무척이나 좋아했던 그의 연기를 어쩌면 이제 다시는 볼 수 없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짙어졌던 것입니다. '꽃보다 경종'..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요즈음 거의 일주일 내내 이 사람의 얼굴을 브라운관에서 보게 됩니다. '제중원'의 유희서, '신데렐라 언니'의 구대성, '거상 김만덕'의 강계만... 드라마의 사각지대인 금요일을 제외하고 우리는 매일 그를 만납니다. 그리고 또 하나 주목할만한 사실이 있습니다. '아이리스'→'추노'→'신데렐라 언니'로 이어지는 KBS 수목드라마에서 김갑수는 계속하여 주요 인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의 역할은 선악을 넘나들며 카멜레온처럼 끊임없이 색이 바뀝니다. '아이리스'의 핵물리학자 유정훈 선역(善役) '추노'의 인조 임금 악역(惡役) '신데렐라 언니'의 의붓아버지 구대성 선역 '거상 김만덕' 육의전 대방 강계만 악역 '제중원'의 역관 유희서 선역 숨 돌릴 틈도 없이 어제는 착한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