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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이' 최철호 사건으로 날벼락 맞은 김혜진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동이

'동이' 최철호 사건으로 날벼락 맞은 김혜진

빛무리~ 2010. 7. 13.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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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 사건으로 '동이'에서 하차하게 된 최철호의 모습을 33회에서는 그대로 볼 수 있었습니다. 스스로 하차 의사를 밝혔고 제작진 측에서도 받아들였으나 이미 촬영해 놓은 분량은 편집하지 않고 방송하기로 결정했다 하더군요.

도를 넘어선 폭행과 거짓말로 걷잡을 수 없는 분노를 일으켰던 최철호이지만, 의외로 연기하는 모습에서는 큰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첫째로는 기자회견을 통해 사죄하는 모습에서 뜻밖의 진실함이 묻어났으며, 둘째로는 '음주 후 폭행'이 반복되는 그의 행동 패턴은 엄연한 질병으로 볼 수 있다는 의학계의 판단을 접했기에 분노의 일부가 동정으로 바뀌었고, 셋째로는 평소에 무척이나 좋아했던 그의 연기를 어쩌면 이제 다시는 볼 수 없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짙어졌던 것입니다.


'꽃보다 경종'이라는 별칭까지 얻었을 만큼, 최철호는 사극에서 독특한 존재감을 발휘하는 배우였습니다. '동이'에서도 비록 출연 분량은 적었으나, 그 묵직한 연기는 자칫 너무 가벼워질 위험을 언제나 안고 있는 이 코믹 사극의 품격을 한층 높여주고 있었음을, 이제 와 생각하니 확연히 느낄 수 있더군요.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 조금은 서글펐습니다. 


한 사람이 몰락하면, 주변의 많은 것들이 그 영향을 받고 함께 무너져 내리지요. 이번 사건으로 연기 인생은 물론 일반인으로서의 인생마저도 큰 타격을 입은 최철호 본인과 그 가족들의 고통이야 말할 것도 없겠지만, 한창 그와 함께 작업하며 드라마를 만들어 가던 '동이'의 제작진과 동료들에게도 적지 않은 충격이 되었을 것입니다. 악역의 한 축을 담당하던 오윤의 분량을 갑자기 삭제해야 할 상황이니 대본과 연출 모두 난감하겠군요. 하지만 그 중에서도 본의 아니게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사람은, 앞으로 오윤과의 러브라인이 진행될 예정이었던 '설희' 역의 김혜진이 아닐까 싶습니다.


1975년생의 김혜진은 2004년에 영화 '썸'으로 데뷔한 연기자입니다. 서른 살이라는, 여배우로서는 결코 적지 않은 나이에 데뷔한 그녀가 비로소 대중들에게 자신의 얼굴과 이름을 각인시킨 것은 그 후로도 한참이나 지나서, 2009년의 대박 드라마 '아이리스'에서였지요. 여주인공 김태희의 가장 친한 동료이자 친구인 '양실장' 역을 맡아, 언제나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김태희를 도와주던 그녀의 모습은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그녀의 차분한 연기와 기품있는 외모는 '양실장' 역할에 매우 잘 어울려서, 결코 가볍지 않은 여성들의 우정을 효과적으로 그려냈었지요. 원래 '여주인공의 친구'라는 배역은 참으로 멋없는 것이라 자기 인생은 없이 여주인공의 들러리만 서다가 끝나는 것이 보통이지만, 김혜진의 경우는 "평생 살아가면서 저런 친구를 단지 한 명만 가질 수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들게 할 만큼 인상적이었으니, 그 정도면 대성공이었습니다.


이어서 신동엽의 '달콤한 밤'에 여성MC로 등장하면서, 비록 호감어린 시선은 많이 받지 못했으나 어쨌든 대중적인 인지도를 높이는 데는 효과적인 시간들을 보냈습니다. 신인 여배우나 신인 모델, 신인 가수 등이 느닷없이 예능 프로그램의 MC 자리를 치고 들어오면 아무래도 거부감이 일게 마련이지요.

우선 본인의 타고난 예능감이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전혀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2MC 중 한 자리를 차지한다는 것은 부당하고, 그 방면에서 훨씬 뛰어난 활약을 기대할 수 있는 베테랑 개그우먼들도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하는데, 능력이 아닌 '예쁜 외모'를 내세워서 생뚱맞은 자리에 앉았다는 생각이 들며, 대놓고 인지도를 높이려는 속셈이 너무 훤히 보인다는 등의 이유로, 저도 개인적으로는 그런 케이스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김혜진의 경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녀 본인의 선택이 아니었을 수도 있지만, 그다지 훌륭한 선택은 아니다 싶었어요. 예능 MC로서 특출한 재능을 보이지도 못했기에, 오히려 '아이리스'에서 구축했던 연기자로서의 진지한 존재감만 깎아먹은 마이너스 효과를 가져왔지요.


그러나 곧이어 사극 '동이'에 등장한 김혜진은 얼핏 누구인지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평양 기생 설희'로 변신했습니다. 저는 설희를 보면서 김혜진이라는 연기자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내공을 지녔음을 느꼈습니다. 사극에서 단역 이외에 고정 배역은 처음일텐데, 안정적인 대사의 톤과, 맞춘 듯 잘 어울리는 고전 의상과, 그 역할에 녹아들어가는 싱크로율은 솔직히 주인공인 한효주보다도 나아 보였거든요. 무엇보다 그녀의 연기에서는 고아한 기품이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아이리스'에서도 그랬지만, 역할 때문인지 이번에는 그 품위가 더욱 빛났습니다.


설희가 사랑했던 사람은 동이의 친오빠인 최동주입니다. 비록 그 남자는 세상을 떠났으나 설희는 동주에 대한 사랑과 의리로써 어린 동이의 후원자가 되어 주었지요. 어떻게든 궁으로 들어가기를 원하는 동이에게 장악원 노비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 준 것도 설희였고, 수많은 세월이 지나 장희재에게 생명의 위협을 받으며 쫓기던 동이를 안전하게 품어 준 것도 설희였습니다. 이렇게 떠나간 사람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으로 살아가던 설희에게도, 드디어 '살아있는 남자'와의 러브라인이 기다리고 있었지요. 그 사람이 바로 오윤, 최철호였습니다.


김혜진으로서는 자기의 존재감을 몇 배로 높일 수 있는 천금같은 기회였는데, 최철호의 폭행 사건이 터지는 바람에 송두리째 날아갔으니 정말이지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라고 아니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십대 초반의 여배우라면 앞으로도 기회가 많으니 좀 낫겠지만, 이미 30대 후반으로 접어든 김혜진에게는 얼마나 뼈아픈 불운인지 모르겠군요. 느닷없이 오윤이 사라짐으로써 설희의 앞날 또한 어떻게 될지, 그녀의 분량을 무엇으로 확보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지경이니 답답한 상황입니다.

저의 개인적 견해로도 오윤과 설희의 멜로가 진행될 수만 있었다면, 참으로 독특하면서도 매력적인 러브라인이 그려졌을 거라고 짐작되기에 매우 아쉬운 부분입니다. 그 동안 차가운 악역으로만 그려졌던 오윤이 설희에게 사랑을 느끼면서 차츰 따뜻하게 변모해 가는 과정도 멋있었을 것 같고, 마냥 도도하던 설희가 저도 모르게 오윤의 대쉬에 흔들리는 자신을 발견하며 그 설레임에 당황하는 모습도 예뻤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모두 강 건너 저 편의 일이 되고 말았네요. 이래서 참 세상 일은 알 수 없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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