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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아무리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이라도, 아무리 좋아하는 배우가 출연한다 해도, 저는 언제나 솔직할 수밖에 없는 모양입니다. 많은 기대를 품고 기다렸던 만큼 제발 김지우 작가의 전작들 '부활', '마왕'에 필적할만한 명작으로 태어나 주기를 간절히 바랐건만, 벌써 4회까지나 방송이 되었는데도 강력한 포인트 하나조차 발견하기 어려운 것을 보면, 안타깝지만 이쯤에서 기대를 접어야 하는 걸까 싶네요. 단순한 개인적 원한 관계를 넘어 친일 역사 청산이라는 거대한 소재를 끌어들였다는 점, 그에 따라 공간적 배경이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까지 확대되었다는 점에서는 전작들보다 스케일이 커졌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저 스케일만 크다고 해서 좋은 작품이 되는 건 아니거든요. 오히려 막무가내로 키워놓은 스케일을 감당 못해 헉헉대다가..
벌써 8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제가 본 최고의 드라마로 기억하고 있는 '부활'의 콤비, 김지우 작가와 박찬홍 PD가 다시 뭉쳤다는 이유만으로도 '상어'는 기다리지 않을 수 없는 작품이었습니다. '부활'과 '마왕'에 이은 세번째 복수극이라는 점에서는 더욱 설렘을 억누를 수가 없었죠. 김지우 작가의 복수극은 치밀한 전개로 스토리 자체가 긴박감 넘치고 재미있을 뿐만 아니라, 자칫 복수라는 주제에 휘말려 등한시하기 쉬운 인간의 섬세한 감정들을 몹시도 리얼하게 표현해 주는 탓에, 언제나 극대화된 슬픔의 카타르시스를 만끽할 수 있거든요. 복수란 본질적으로 행복한 것일 수 없기에, 시청자들은 주인공의 복수를 응원하면서도 가슴 한켠으로는 복수의 당위성을 고민하기도 하고, 복수의 과정 속에 점점 망가져 가는 주..
한국 영화 중 멜로의 전설이라 할만한 작품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물론 개인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단 멜로 영화라고 하면 제 머릿속에는 '클래식'이 제일 먼저 떠오릅니다. 외국인이 좋아하는 한국영화 1위로 뽑힌 적도 있다는 '클래식'은 조승우, 손예진, 조인성이 열연했던 2003년 작품이죠. 현재 방송되고 있는 드라마 '사랑비' 역시 이 영화를 모티브로 해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영화는 두 갈래의 사랑으로 구성되는데, 손예진이 1인 2역을 맡아 과거와 현재의 사랑을 동시에 표현합니다. 1960년대, 고등학생이던 오준하(조승우)와 성주희(손예진)는 서로에게 불가항력적으로 끌리며 애틋한 감정을 나누지만, 그들의 사랑에는 큰 장애물이 있습니다. 오준하의 가장 친한 친구 윤태수(이기우)와 성주희는 오래 전..
예선을 통과한 30명의 참가자들은 '미라클 스쿨'에 입학했습니다. '미라클 스쿨'은 집중도 높은 합숙 훈련인데 각 그룹마다 정해진 스승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슈퍼스타K'의 '슈퍼위크'보다는 '위대한 탄생'의 '위대한 캠프'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5명의 마스터(곽경택, 김갑수, 김정은, 이미숙, 이범수)는 각각 6명씩의 제자를 거두어 자기만의 방식으로 한 달간 훈련시키고, 그 동안 2차례의 미션 평가를 거쳐 2명의 탈락자를 결정해야 합니다. 6명 중에 4명만이 살아남아 졸업 시험에 진출하게 되는 것입니다. 8월 5일자의 방송에서는 5개의 '미라클 스쿨' 중에서 '이미숙 클래스'의 이야기가 중점적으로 방송되었습니다. 이미숙 마스터는 예선에서 심사평을 할 때도 독설로 인해 세간의 비난을 받았을..
초반에는 기대를 좀 했었습니다. 물론 그 때도 스토리는 너무 유치하고 오글거렸으며 크게 재미있다는 느낌은 없었지만, 풋풋하고 상큼한 느낌만으로도 아련한 향수를 즐기며 볼만은 했었어요. 아직은 모든 것이 부족하고 어설프지만 각자 자신만의 꿈을 키우며 부지런히 살아가는 대학생들의 열정적인 모습들이 예뻤고, 오랜만에 보는 대학가의 초록빛 풍경들이며, 정용화 박신혜를 비롯한 젊은 배우들의 비주얼도 참 예뻤습니다. OST도 제 마음에 꼭 드는 것은 아니었지만, 어딘가 좀 어설픈 그 노래들도 오히려 풋풋해서 좋았습니다. 그 예쁜 느낌들에 한동안 젖어 있고 싶어서, 웬만하면 다 좋게 생각하고 그냥 보려 했습니다. 오래 전에 손예진이 주연했던 '여름향기'도 후반으로 갈수록 점점 스토리가 꼬여 갔지만, 초반의 상큼함과 ..
경수(이상우)의 헤어진 아내(송선미)와 그들의 딸인 수나(전민서)가 42회에 등장하면서 또 한 차례의 파란을 예고했습니다. 저는 경수가 아내와 딸을 조금도 사랑하지 않았다고, 은연중에 잘못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결혼 자체를 원하지도 않았고, 아내와 함께 살아가는 일 자체가 곤욕이었을 테니까... 생겨난 아이의 존재는 더욱 그의 어깨를 무겁게 했을 것이며, 창살없는 감옥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족쇄였을 테니까, 아무리 자식이지만 별로 사랑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들 가족의 재회 장면은 경수의 마음이 결코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 주었습니다. 비록 여자로서 사랑하지는 않았지만 경수는 아내를 인간적으로 존중하며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남편이 자기와 함께 있는 시간을 줄이..
솔직히 '개인의 취향'이라는 드라마에 특이하고도 신선한 분위기를 선사해 주던 게이 코드가 빠져버리니까 삽시간에 식상해 보였던 것이 사실입니다. 평생 여자로서 사랑받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순수한 사랑만으로 게이인 전진호(이민호)와 결혼까지 하려고 했던 박개인(손예진)의 선택은 감동 그 자체였지만, 전진호가 평범한 남자였다는 것이 밝혀지고 난 후에는 보통의 연인들과 별다를 것 없는 모습으로 돌아가더군요. 당연한 일이지만 식상함에 지친 마음으로는 적잖이 서운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꾸준히 그 커플에 대한 호감을 유지하게 만드는 것은 완벽에 가까운 순수를 보여주는 여성 캐릭터 박개인의 무공해 사랑이었습니다. 그리고 전진호는 그녀의 특성을 잘 알아보고 마치 어린아이를 다루듯 섬세하고 배려심 가득한 태도로 그녀를 ..
짝사랑 선후배라는 것만이 아니라, 두 사람은 타인을 사랑하는 방식 자체가 참으로 많이 닮았군요. 조금 다른 면이 있다면 박개인(손예진)은 아직 어린애 같은 면이 있어서 상대에게 많이 의지하고 약간 귀찮게 구는 경향이 있다면, 최관장(류승룡)은 완벽한 어른의 성숙한 내면을 지니고 있어서 무엇이든 베풀려고만 한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그들은 닮은꼴의 사랑을 하고 있습니다. 11회 엔딩에서 드디어 전진호(이민호)는 모든 타격을 각오하고 최관장에게 자기의 실체를 털어놓고 맙니다. 사랑이 그를 용감하게 하였군요. 최관장의 반응을 볼 수 있는 기회는 내일로 넘어갔지만, 예고편을 통해 그의 태도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홀로 술을 마시며 "미련한 친구... 속이려고만 들었으면 얼마든지 속아 주었을텐데..
매일은 아니지만 시간이 되는 대로 KBS의 일일드라마 '바람불어 좋은날'을 시청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20세 차이의 연상연하 커플, 김미숙과 이현진의 사랑이 어떻게 그려질지 궁금해서입니다. 드디어 아주 조심스럽게 두 사람의 사랑이 시작되고 있네요. 우선 저의 개인적인 바램을 털어놓는다면, 두 사람이 결혼으로 연결되기를 바라지는 않으나, 사랑이라는 감정 자체는 충분히 아름답게 그려졌으면 하는 것입니다. 이강희(김미숙)와 장민국(이현진)이 아름다운 바닷가에서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고, 서로의 꿈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은 그 동안 좀처럼 와닿지 않던 민국의 감정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어떻게 그가 그녀를 사랑할 수 있는지, 왜 그녀를 위해 모든 것을 해주고 싶어하는지, 그 마음이 가슴 속 깊..
오랫동안 수없이 많은 드라마를 즐겨 왔지만, 이렇게 독특한 커플은 처음입니다. 그런데 저는 감히 이들을 최고(最高)의 커플이라 말하고 싶군요. 물론 이보다 더 애틋하고 절절한 사랑의 이야기도 많이 있었으나, 제가 박개인과 전진호 커플을 최고의 자리에 올려놓은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드라마 '개인의 취향'은 우리에게, 사람과 사람이 사랑하는 여러가지 모습들을 보여줍니다. 단순한 남녀간의 사랑이야기가 아닙니다. 등장인물 중 오직 김인희(왕지혜)만이 아직도 사람을 사랑할 줄 모르고 여기저기 민폐를 끼치는 바람에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모든 사람이 예쁘기만 하면 그것도 재미없을지 모르지요. 요즈음 보면 한창렬(김지석)도 진정한 사랑을 배워가며 예뻐지고 있는 중입니다. 피도 섞이지 않은 서모(庶母)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