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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아빠 어디 가'에 나오는 아이들은 저마다 개성이 뚜렷한데, 그 중에도 따스함과 우애의 상징이라면 제일 먼저 윤민수의 아들 윤후를 떠올리곤 했었습니다. 송종국의 딸 지아는 애교 많고 똑 부러지는 성격을 지녔으며, 이종혁의 아들 준수는 타고난 장난기와 엉뚱함이 특징이죠. 책을 좋아하고 학구적인 면에서는 김성주의 아들 민국이와 성동일의 아들 준이가 비슷한데, 민국이가 눈물 많고 감성적인 스타일이라면 준이는 담담하고 어른스런 성품 때문에 일찍부터 '성선비'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특히 8살 아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철들고 성숙한 준이에게 일부 시청자들은 농담삼아 '국민 연하남'이라는 칭호까지 붙여 주었더군요. 광채가 나는 듯 고상한 얼굴에 우수어린 눈빛, 또래에 비해 말수가 적어 시크해 보이는 분위기, 게..
'아빠 어디 가'의 13번째 여행지는 서해안의 태안 갯벌이었죠. 짐작컨대 이번 여행에서 가장 행복했던 사람은 이종혁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마냥 어리고 철부지인 것처럼만 보였던 둘째아들 준수가 뜻밖의 속 깊은 효심으로 아빠를 챙겨 주었고, 게다가 홍일점으로서 모든 출연자의 주목과 사랑을 받는 지아에게 아빠들 중 최고 미남으로 선택까지 받았으니까요. '아빠 어디 가'를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자유자재로 애간장을 태우는 일곱 살 송지아의 밀당 기술은 정말 놀랍기 그지 없습니다. 가슴이 두근거리도록 애교가 넘치는 지아의 표정과 몸짓과 말씨를 보고 들을 때면, 진정한 팜므파탈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타고나는 것임을 저절로 확신하게 되더군요. 그런 지아가 쪼르르 달려와 품에 안기고 ..
조관웅(이성재)은 '구가의 서'에서 유일하고 절대적인 악역입니다. 그와 손잡고 악한 일을 꾸미는 기타 등등의 작은 악역들이 있긴 하지만 존재감이 미약해서 거의 눈에 띄지도 않죠. 그런데 드라마 자체가 지나칠 만큼 선악의 구분을 뚜렷이 정해 놓은 탓에, 가만히 살펴보면 캐릭터들이 촌스럽기 이를 데 없네요. 그 옛날 콩쥐팥쥐 식으로 착한 애 못된 애가 처음부터 구분되어 있으며, 아무 이유도 없이 착한 애는 원래 착한 애고 못된 애는 원래 못된 앱니다. 더불어 권선징악의 메시지도 거의 동화 수준으로 명백하게 제시되고 있지요. 그러나 과도한 명확함에서 비롯되는 이 촌스러움이 나쁘지는 않습니다. 현실적 리얼리티를 살린답시고 선악의 구분을 모호하게 해놓은 캐릭터들은 보면 볼수록 머리가 아파지거든요. 그런 인물들이 ..
초창기에는 또 하나의 '붕어빵' 탄생이라는 생각에 아예 볼 생각조차 없었습니다. '붕어빵'에서도 물론 아이들은 귀여웠지만, 짜여진 틀 안에서 토크가 오가는 동안 불쑥불쑥 아이들의 입으로 폭로되는 어른의 부적절한 행위라든가 그런 부분들이 편하게 다가오지는 않았거든요. 스튜디오 안에서 퀴즈와 미션수행 위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요. 요즘 한창 아역의 상품화가 문제되고 있으며 (이를테면 이제 막 중학생이 된 소녀에게 짙은 화장을 시키고 섹시컨셉의 옷을 입혀서 광고에 내보낸다든가, 순수한 아이의 동심에 잠재되어 있는 승부욕이나 자만심을 부추겨 연예인병을 앓게 하는 등) 어른들의 만행(?)은 날로 더해만 가는 실상이니까요. 아이들을 또 어떤 식으로 이용해서 돈벌이를 하려는 걸까 하는..
'1박2일-명품 조연 특집'은 모든 준비가 철저했던 '여배우 특집' 때와 달리 제작진의 준비 소홀이 너무 심하게 드러나는 바람에, 괜히 애먼 시청자 입장에서마저 모처럼 초대된 배우들에게 좀 미안한 생각이 드는 특집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멋진 형님들은 그 부족한 와중에도 충분히 아름다운 방송을 만들어 주셨군요. 덕분에 '1박2일-명품 조연 특집'은 마치 대학시절의 MT가 그대로 재현된 듯, 깊은 향수를 자극하는 방송이었습니다. MT에서는 항상 '밥 해먹는 일'이 제일 중요하지요. 모두 힘을 합쳐 열심히, 아주 열심히 밥을 지어 먹고 나서는 자유로운 시간이 펼쳐집니다. 한쪽에서는 기타 치며 노래를 부르고, 한쪽에서는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며, 아무것도 규격화되거나 강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릴랙스하게 즐기는 ..
개인적으로 여배우 특집보다는 명품 조연배우 특집을 훨씬 더 많이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배우들이 저의 기대치를 훨씬 윗도는 재미를 선사해 주는 것을 보고 나서는, 명품 조연들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커져 있었지요. 특히 성동일과 김정태의 예능감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었기에, 풍선처럼 부푼 기대감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드디어 그들이 출연하는 '1박2일-명품 조연 특집' 제1탄이 그 실체를 드러냈습니다. 간략한 소감을 말한다면, 절대 실망스럽지는 않았으나 기대만큼 재미있지도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기대가 너무 컸던 모양이에요. 조성하, 안길강, 성지루, 고창석은 아예 예능 출연 자체가 처음인 배우들이었고, 생각해 보니 성동일과 김정태도 토크쇼에서 그 입담을 뽐내는 것은 보았지만 리얼..
지나친 가벼움과 산만함에 좀처럼 몰입이 쉽지 않았던 드라마 '도망자'가 이제서야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는 느낌입니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를 들 수 있겠지만, 저는 특히 주인공 지우(비, 정지훈)의 캐릭터가 적절한 무게감을 찾은 데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죽은 친구 케빈(오지호)에 관한 이야기가 언급될 때를 제외하고는 항상 비실비실 웃고만 있던 그가, 이제야 비로소 허파에 바람 든 인형이 아니라 뜨거운 피가 흐르는 인간임을 여실히 증명했거든요. 다른 면에서의 가벼움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여주인공 진이(이나영)를 대하는 태도의 경박함은 참을 수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툭하면 허락도 없이 입을 갖다대는가 하면, 위험한 장소에 끌어들여서 미끼로 사용하고 혼자 달아나더니만 그녀가 실컷 얻어맞고 굴욕을 당한 후에야 ..
'도망자 Plan.B'의 첫방송은 전체적으로 어수선하긴 했지만 충분히 흥미로웠습니다. 특히 여주인공 이나영의 캐릭터 '진이'는 영문도 모르는 채 거대한 음모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필사적으로 운명을 개척해 나가려 한다는 점에서, 아주 미스테릭하고 역동적이더군요. 그녀의 조부모와 부모, 양부모까지 살해하고 이제는 그녀의 목숨마저 노리는 '멜기덱'이라는 인물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지 벌써부터 무척이나 궁금해졌습니다. 곽정환 감독과 천성일 작가의 전작 '추노'에서 여주인공 이다해의 배역이 '민폐언년'으로 불리울 만큼 변변치 않았기에, 오랜만에 컴백하는 이나영을 위해 약간의 염려를 했었는데, 결코 '민폐진이'가 될 것 같지는 않아서 다행이었습니다. 진이는 언년이와 달리 강인한 여전사의 체력을 지녀서 웬만한 경우라면 ..
워낙 동물을 좋아하는 터라 모처럼 영화관에 가서 '마음이2'를 보고 왔습니다. 방학을 맞이한 초등학생들이 수십명이나 재잘거리며 들어서는 것을 보고, 약간 당황했지만 다행히도 착한 어린이들이라 크게 소란을 피우지 않고 영화가 상영되는 내내 조용히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더군요..^^ 스토리라인은 매우 단순합니다. 좋은 주인에게서 사랑받으며 3마리의 강아지도 낳고 행복하게 살던 어미 개 '마음이'가, 어느 날 도둑맞은 막내 장군이를 홀로 찾아나서면서 겪는 갖가지 에피소드입니다. 전편인 '마음이1'이 어린이와 동물을 주인공으로 삼았으면서도 상당히 어둡고 슬픈 분위기였다면, '마음이2'는 따뜻하고 유쾌한 코믹영화라서 어린이들과 더불어 보기에 더욱 좋은 가족영화라고 생각됩니다. 사실 전편에서는 어린 자식들을 냉정하..
'추노'라는 드라마의 장르를 곰곰히 생각해 보면, 상당히 진중하면서도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는 정통 사극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사람으로 태어났으되 사람 대우를 받지 못하고 살던 노비와 하층민들의 삶이 처참한 삶이 적나라하게 배경으로 깔리고, 꼭대기에서부터 개혁을 시도하던 소현세자는 추악한 정쟁(政爭)의 희생양이 되어 젊은 나이에 비명횡사하였습니다. 소현세자를 따르던 충신들은 초개와 같이 죽어나가거나 가문이 몰살되고 노비로 전락했으며, 그들을 죽음으로 몰아간, 부패한 권력의 핵심들은 여전히 썩은 내음을 풍깁니다. 이에 '노비당'이라는 이름으로 기습과 쿠테타를 전담하는 반란 세력이 가장 아래쪽에서부터 치솟아 올라오는 중이며, 소현세자가 남긴 마지막 혈손 이석견을 중심으로 몰락한 양반들의 세력도 집결의 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