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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어디 가' 성빈 향한 성준의 우애, 뜻밖의 반전 매력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아빠 어디 가' 성빈 향한 성준의 우애, 뜻밖의 반전 매력

빛무리~ 2013. 8. 19.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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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어디 가'에 나오는 아이들은 저마다 개성이 뚜렷한데, 그 중에도 따스함과 우애의 상징이라면 제일 먼저 윤민수의 아들 윤후를 떠올리곤 했었습니다. 송종국의 딸 지아는 애교 많고 똑 부러지는 성격을 지녔으며, 이종혁의 아들 준수는 타고난 장난기와 엉뚱함이 특징이죠. 책을 좋아하고 학구적인 면에서는 김성주의 아들 민국이와 성동일의 아들 준이가 비슷한데, 민국이가 눈물 많고 감성적인 스타일이라면 준이는 담담하고 어른스런 성품 때문에 일찍부터 '성선비'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특히 8살 아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철들고 성숙한 준이에게 일부 시청자들은 농담삼아 '국민 연하남'이라는 칭호까지 붙여 주었더군요.

 

 

광채가 나는 듯 고상한 얼굴에 우수어린 눈빛, 또래에 비해 말수가 적어 시크해 보이는 분위기, 게다가 얼마 전 동시 짓기에서 뽐냈던 놀라운 글솜씨와 속 깊은 마음까지, 비록 어리긴 해도 준이가 여심을 뒤흔드는 온갖 매력을 두루 갖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살뜰함과 다정다감함에 있어서는 언제나 동갑내기 윤후에게 밀리곤 했었지요. 윤후는 정말이지 세상에 그런 아이들만 있다면 재고의 여지없이 인간 성선설을 믿어도 좋겠다 싶을 만큼 착하고 다감한 성품의 극치를 보여주었으니까요. 평소 준수, 지아, 민율 등의 동생들을 극진히 챙기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거니와, 형인 민국이가 불편한 집 골랐다고 울음을 터뜨리자 선뜻 자기네 집을 양보하겠다고 나설 만큼 윤후는 이타적인 성품을 타고난 아이였습니다.

 

 

그에 비해 성준은 뭐랄까 자기만의 세계를 탐닉하며 혼자만의 고민에 빠져 있는 것처럼 보일 때가 많았죠. 벌써부터 사춘기 소년의 고독한 향기를 물씬 풍기는 듯한 그 모습은 굉장히 매혹적이지만, 윤후를 '착한 남자'로 본다면 상대적으로 준이는 '나쁜 남자' 스타일에 가깝다는 생각도 들게 했습니다. 특히 홍일점 송지아를 대하는 윤후와 성준의 태도는 극과 극이었는데요. 사랑하는(?) 그녀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칠 수 있다는 듯 한없이 다정한 윤후와 달리, 소 닭 보듯 무심하고 냉랭한 준이의 모습은 두 아이의 상반된 매력을 더욱 확실히 증명해 주었습니다. 요즘 들어서는 묘한 바람이 불기 시작한 듯 세 아이의 태도가 모두 조금씩 달라졌지만, 오늘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따로 있으니까 귀여운 삼각관계(?)의 고찰은 다음 기회로 미뤄 둘게요.

 

 

그 동안 준이의 어른스런 모습을 보면, 기특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안스럽기도 했습니다. 일단은 무뚝뚝한 아빠 성동일과의 교감 부족으로 충분한 사랑을 느끼지 못하며 자랐다는 게 느껴졌고, 게다가 동생들에게 항상 들볶이고 양보해야만 했던 맏이로서의 고충까지 더해지면서, 8살 어린 준이가 살아 온 인생이 결코 녹록치 않았음을 알 수 있었거든요. 한치의 투정도 받아주지 않는 엄격한 아빠... 툭하면 오빠를 괴롭히고선 오히려 먼저 울음을 터뜨리고 엄마한테 일러바쳐 준이를 혼나게 하는 여동생들... 그 와중에 홀로 버티다 보니 저절로 인격수양(?)이 되고, 그래서 지금처럼 일찍 철이 들었나 생각하면 가엾은 마음에 울컥하기도 했습니다.

 

 

현덕사에서 템플스테이를 할 때, 준이는 현종스님 앞에서 이와 같은 고민을 솔직히 털어놓기도 했었죠. "저는 지금까지 (동생들한테) 맞으면서 살아왔어요.." 그 표정이 얼마나 진지한지, 어린애의 고민이라고 쉽게 들어 넘길 수는 없었습니다. 막내 율이보다도 2살 터울의 빈이에게는 더욱 상처와 거부감이 커 보였는데요. 첫번째 형제 특집 때 빈이가 심한 감기로 오지 못한 것을 준이는 행운이라고 생각했다는 성동일의 증언까지 겹쳐지며, 성준과 성빈 남매는 당연히 사이가 안 좋을 거라고만 생각했어요. 두번째 형제 특집에 빈이가 동참하면서, 어쩌면 여동생의 극성에 시달리다 못한 준이가 평소의 차분한 태도를 무너뜨리고 화내는 모습을 보게 될지 모른다는 예상도 했었는데...

 

 

하지만 예상과 달리 성동일의 큰 딸 빈이는 극성맞거나 포악스런 성격이 아니었습니다. 매우 적극적이고 붙임성이 좋아서 처음 만난 삼촌들에게 찰싹 붙어 기어오르기도 했지만, 그 정도는 6살 소녀의 사랑스런 애교일 뿐 심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죠. 골칫덩이 왈가닥이 아니라 성격 좋은 애교쟁이로 증명된 성빈의 정체도 반전이었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빈이를 대하는 준이의 태도였습니다. 언제나 동생 때문에 힘들다는 내색을 하고 빈이를 싫어하는 것처럼 말해 왔던 준이가, 막상 외부에 함께 나오니까 어찌나 살뜰히 동생을 챙기던지요! 귀찮다고 외면하거나 떼어 놓으려고 하기는 커녕, 준이의 일거수 일투족에서는 진심으로 빈이를 위하고 염려하는 마음이 그대로 묻어났습니다. 잘 익은 자두를 따러 다닐 때도, 민국이네 집에 놀러갈 때도, '아빠, 힘내세요' 노래부르며 공연을 할 때도, 준이와 빈이는 언제나 사이좋은 남매였어요.

 

 

그러던 중 여동생 빈이를 향한 오빠 준이의 뜨거운 우애가 제대로 폭발하며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린 것은 경북 김천 여행의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아침 식사를 준비하던 성동일은 잘 삶아진 국수 몇 가닥을 준이와 빈이의 입에 넣어 주었는데요. 갓 삶은 따끈한 국수의 맛이 좋았던지, 어린 두 남매는 양념도 되지 않은 흰 면발에 달려들어 흡입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좀 싱겁다 싶었는지 빈이는 아빠가 안 보는 사이에 소금통을 가져다가 한 웅큼을 덥석 집어 면발에 뿌리고 말았죠. 양념장을 만드느라 아이들을 살피지 못하고 있던 성동일은 빈이가 국수를 망쳤다고 생각했는지 벌컥 화를 내며 야단을 쳤습니다. "가만히 좀 있어. 구경이나 해!" 천하의 강심장, 빈므파탈 빈이도 아빠의 버럭에는 움찔하며 기가 죽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네요.

 

 

하지만 이 때, 난처해진 여동생을 위해 흑기사처럼 오빠가 나섰습니다. 준이는 방금 빈이가 소금을 뿌린 면발을 두 손 가득 집어들고 양 볼이 미어터지게 한 입 베어 물더니, 특유의 시크한 어조로 "맛있다, 빈이가 하니까!" 라고 말해주는 것이었어요. 아들의 이런 행동을 보고는 성동일도 깨달은 바 있었는지 얼른 "빈이가 하니까 맛있대. 아빠가 미안해" 하면서 부드럽게 딸의 마음을 다독여 주는군요. 그러자 머쓱한 표정으로 한 쪽에 가 있던 빈이도 다시 와서 준이와 함께 국수를 먹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회복할 수 있었죠. 음식에만 신경쓰던 아빠가 미처 배려하지 못한 빈이의 마음을 대신 살펴주는 준이의 모습은 정말 놀라운 감동이었습니다.

 

 

오빠 준이의 살뜰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곤충 채집을 나갔을 때 같은 팀의 민국이는 맏형답게 가장 먼저 여치를 잡았는데, 그 광경을 보던 빈이는 부러움을 감추지 않고 외쳤죠. "아, 좋겠다. 나는 하나도 못 잡았는데!" 그런데 잠시 후 민국이가 가르쳐 준 장소에서 금방 또 여치를 잡는 데 성공한 준이는 빈이에게 선뜻 채집망을 내밀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어요. "빈아, 오빠가 이거 줄게!" 좀전에 부러워하던 빈이의 모습이 마음에 걸렸던지, 달라고 보채지도 않았는데 곤충 채집의 첫 수확을 흔쾌히 양보하는 준이였습니다. 
오빠 덕분에 채집통에 곤충 친구를 담을 수 있게 된 빈이의 행복한 웃음... 그런 동생을 바라보는 준이의 흐뭇한 미소...

 

 

생각해 보면 언제부턴가 타인을 챙기는 준이의 살뜰함은 윤후 못지 않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꽃게를 잡으러 나갔던 어느 아침에는 아직 못 온 지아를 위해서 자기 몫으로 잡았던 꽃게 두 마리를 일부러 다시 꺼내어 남겨두는 센스까지 보여주었죠. 덕분에 늦게 일어난 지아까지도 무사히 꽃게를 만날 수 있었는데, 평소 그토록 지아를 좋아하던 윤후도 미처 생각하지 못한 일이라 준이의 섬세한 배려심이 더욱 빛났던 에피소드였습니다. 초반에는 그토록 자기만의 세계에 빠진 듯 말도 없고 약간 우울해 보이던 준이였는데, 아빠와의 여행을 거듭하며 이렇게 달라진 것은 아빠 성동일과의 관계 변화 때문이 아닐까 싶군요.

 

 

어릴 때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했던 성동일은 자기 자식들에게도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할 줄 모르는 아빠였습니다. 그런 성동일이 '아빠 어디 가'를 통해 차츰 사랑의 방식을 배우고 변화되면서, 그 긍정적 여파는 가장 먼저 준이에게 전달되었을 거예요. 스펀지처럼 흡수력이 좋은 어린아이의 마음은 아빠의 변화를 즉시 감지하고 받아들이면서, 아빠가 변화되는 만큼 아니 그보다 더 많이 스스로 변화되었겠죠. 아빠가 한 번 다정히 웃어주면 준이는 열 번 웃어주고, 아빠가 살뜰히 한 번 챙겨주면 준이는 열 번 챙겨주는 식으로... 그러다 보니 조용한 성격의 내면에 숨겨져 있던 다정함과 배려심이 점차로 깨어나고, 흘러넘치다 못해 가족뿐만 아니라 남에게까지도 베풀게 된 것 아닐까요. 

 

 

준이는 아직 스스로의 변화를 깨닫지 못한 듯하지만, 그래서 아직도 동생 때문에 힘들다고 습관처럼 하소연하는 모양이지만, 아빠의 사랑을 받아 넉넉해진 준이의 마음 속에는 이제 동생들의 기댈 자리가 충분합니다. 고고한 성선비, 시크한 차도남(?)인 줄만 알았던 준이가 사실은 누구보다 넓고 따뜻한 가슴을 지닌 훈남이었군요. 이거야말로 가장 흐뭇한 반전이 아닐 수 없는데요. 당돌하지만 귀여운 공주 빈이와 완벽한 훈남 왕자 준이의 모습을 보면서 제 머리를 스치는 생각은, 성동일이 참으로 행복한 아빠라는 것이었어요. 앞으로도 이 사랑스런 남매는 성동일을 점점 더 좋은 아빠, 훌륭한 아빠로 만들어 줄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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