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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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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씽어즈'는 평균 연령 57세의 중견, 노년 배우 15명으로 이루어진 합창단이다. 그 동안 다수의 참신한 음악 예능을 만들어 온 JTBC에서 새로 시작된 프로그램인데, 개인적으로는 그 중에서도 가장 역대급이라고 생각하는 바이다. 평생 연기만 해 왔던 배우들이, 연기가 아닌 오직 노래만을 하기 위해서 모였다는 사실 자체가 신선하거니와, 출연하는 배우들이 정말 그 이름만으로도 귀가 번쩍 뜨일 만큼 쟁쟁한 분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두 명의 원로 여배우, 86세의 김영옥과 82세의 나문희는 그 자리에 함께 하는 존재만으로도 가슴이 든든하고 따스해진다. 일단 15명의 출연진을 소개해 본다. 제작진은 한 사람마다 재치있는 별명을 붙여서 첫 만남의 어색함을 재미있게 풀어가 보려 시도한 듯하다. 김영옥(아들딸이..
'디어 마이 프렌즈' 한 회 한 회 등장인물들의 모습과 대사들을 가슴에 새기듯 깊은 마음으로 시청하면서도 의외로 할 말이 많지 않은 이유는 내가 너무 어려서일 것이다. 최근 몇 년 동안 나는 스스로 꽤 나이 많다고 생각해 왔는데, 이 드라마를 보면서 느낀 것은 아직도 내가 까마득한 어린애라는 점이었다. 평균 연령 70대의 '디마프'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는 세상을 내가 어찌 감히 이해한다거나 공감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마치 그랜드캐년과 같은 거대한 협곡을 마주한 것처럼, 도저히 가늠할 수 없는 깊이에 압도되어 숙연함과 경외심만 느낄 뿐이었다. 오히려 37세의 청춘(?) 박완(고현정)의 입장에 훨씬 공감과 몰입이 잘 되는 걸 보면, 역시 나는 아직 어린 모양이다. 물론 박완의 모든 선택과 행동에 공감하는 것..
노희경 작가의 새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의 첫 방송을 앞두고 기대가 몹시 크다. 마음 끌리는 드라마가 거의 없는 요즘, '디마프'는 메마른 가슴에 촉촉한 비를 내려주리라는 믿음이 생긴다. 김영옥, 김혜자, 나문희, 윤여정, 고두심, 박원숙, 신구, 주현... 그들의 이름만으로도 벌써 가슴이 벅차온다. 평균 연령 70여세, 평균 연기 경력 50여년... 젊은 주인공들의 뒷배경으로 물러선지도 어언 수십년인 그들이 이번에는 당당히 주인공으로 앞에 나섰다. "받아주지 않으니까, 이들은 돈이 되지 않으니까, 이들은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으니까... 실제 캐스팅을 하면서도 어른들 이야기를 보겠어? 했지만... 그런데 이제 문득, 진짜 그런가? 진짜 안 보나? 한 번 해보자, 저질러 보자 하는 생각이 첫번째였고,..
강렬하고 자극적인 에피소드의 향연, 게다가 빠르고 역동적인 전개는 제법 흥미진진한 시청을 가능하게 하지만, 드라마 '다섯 손가락'의 완성도는 별로 높지 않아 보이네요. 개연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설정이 어딘가 부자연스러워서 일부러 짜맞춘 듯한 느낌이 들고, 무엇보다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점은 그 수많은 등장인물 중에 시청자의 마음을 확 사로잡을 만큼 매력적인 인물이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입니다. 진짜 매력적인 캐릭터가 한 두 명쯤 존재하고 스토리의 개연성을 조금만 더 확보했다면, 김순옥 작가의 드라마가 늘 그렇듯이, 막장이라는 비판은 피할 수 없어도 지금보다는 훨씬 높은 인기를 얻었을텐데 말이죠. 피아노라는 중심 소재가 꽤나 신선하고 매혹적이어서 기대를 걸어 보았지만, 7회까지 시청한 현재의 ..
새로 시작된 드라마 '다섯 손가락'에서 저는 유만세(조민기) 회장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비극과 복잡한 이야기는 바로 그의 비뚤어진 사랑에서 비롯되었거든요. 그는 한 여자 채영랑(채시라)을 사랑했지만 그녀의 진실한 사랑을 얻지 못했고, 재벌회장으로서 모든 것을 가진 듯하지만 가장 원하는 것을 갖지 못한 불만은 점차 그의 인생을 파멸로 이끌었습니다. 사랑은 집착으로 변해갔고, 집착은 그 자신만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을 모두 불행하게 만들었죠.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유만세의 아들 유지호(주지훈, 아역 강이석)입니다. 누구를 닮았는지 몰라도 그는 천부적인 음악적 재능을 타고났죠. 교육이라고는 받은 적도 없건만, 그가 타고난 재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대단합니다. 아무렇게나 섞어서 눌러대는 피아..
예고도 없이 시작되었던 생뚱맞은 스페셜 방송을 거쳐 일주일만에 '하이킥3'가 다시 전개되기 시작했습니다. 오랜만에 시청자와 다시 만나는 방송일 뿐만 아니라 100회라는 숫자의 특성도 겸비한 회차였기 때문에, 뭔가 특별한 의미가 있을 거라며 잔뜩 부푼 기대감으로 시청할 수밖에 없었지요. 그런데 막상 시청한 후에는 뒤통수를 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언뜻 보기에는 아무 내용도, 의미도, 웃음도 없는 듯 했거든요. 모처럼 인생의 진지한 의미를 찾는가 싶었던 윤유선은 생뚱맞게 춤바람이 나 버렸고, '카리스마 블랙하선' 에피소드는 그저 인기 높은 박하선의 팔색조 매력에 의존해서 겨우겨우 한 회를 때우려는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일주일이나 쉬었으면서... 이쯤 되면 최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죠. 그래도 명색이 ..
노희경 작가의 신작 드라마 '빠담빠담…그와 그녀의 심장 박동 소리'는 방송 전부터 제 관심을 끄는 작품이었습니다. 그런데 하필 JTBC 월화드라마로 편성되는 바람에 단 한 차례도 본방 사수를 한 적이 없네요. 아직은 종편 4개 채널이 몇 번에 설정되어 있는지도 헛갈릴 뿐만 아니라 저녁 8시 45분이라는 방송 시간대도 매우 어정쩡하기 때문에, 어지간히 신경써서 챙겨보지 않는 이상은 앞으로도 본방 사수는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와중에 '빠담빠담' 3회는 종편 개국 이후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더군요. 그래봤자 1.6% 정도로, 공중파 드라마와는 비교도 안되는 수준이지만 말입니다. 홈페이지에서 무료 다시보기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길래 별 부담없이 1~3회를 시청했습니다. 그런데 보면 볼수록 안타까운 마..
기다리고 있던 '지붕뚫고 하이킥' 첫방송이 전파를 탔다. 이순재 옹을 제외하고는 그간 시트콤을 통해 낯익은 얼굴들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있는 터라 약간 허전한 마음을 안고 시청했는데, 의외로 1회에서 낯익은 얼굴들을 많이 볼 수 있어서 반가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었다. 물론 카메오였지만 말이다. 반가운 얼굴 첫번째는 '똑바로 살아라'에서 노주현의 머리 나쁜 아들로 나왔던 노형욱 군이었다. 그 당시 내가 알고 있던 이름은 김형욱이었는데, 워낙 노형욱이라는 이름으로 인지도가 생기다보니 아예 이름을 노형욱으로(예명) 바꾼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친구도 85년생이니까 벌써 25세의 어른인데 아직도 집안의 골칫덩이였던 막내 형욱이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다. 맨날 샐샐거리고 웃기만 하던 둘째누..
나는 시트콤을 매우 좋아한다. 일반 드라마보다도 예능 프로그램보다도 더 좋아하는 장르가 시트콤이다. 그런데 시트콤이라는 장르는 자칫 잘못 만들면 웃기지도 못하고 감동도 주지 못한 채 딱한 모양새로 주저앉기가 일쑤이다. 하지만 김병욱 PD의 작품은 한 번도 실망을 준 적이 없다. 김병욱의 시트콤은 언제나 꽉 짜여진 구성과 독특한 인물들의 확실한 캐릭터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일부러 웃기려고 하지도 않는다. 각각의 캐릭터가 성공적으로 구현되니까 자연스럽게 웃음이 발생한다. 또 김병욱 시트콤의 특징 중 하나는 웃음과 동시에 슬픔과 감동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방송 내내 유쾌하게 진행되던 시트콤을 몇 번씩이나 새드엔딩으로 마무리함으로써 충격을 주기도 했다. 1. 순풍 산부인과 (SBS 1998~20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