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김정현 (9)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역적 : 백성을 훔친 도적'의 초반 전개를 강력하게 이끌었던 아모개(김상중)가 14회에서 죽음으로 하차했다. 그의 최후가 잔잔하고 평화로웠던 것은 황진영 작가에게 참으로 고맙고도 다행스러웠던 부분이다. 아모개는 너무도 강인하고 자상하며 존경스런 아버지였다. 만약 그가 고문을 이기지 못해 옥중에서 피투성이 모양새로 비참하게 최후를 맞이했더라면, 홍길동(윤균상)의 감정에 몰입하고 있던 시청자들의 가슴에는 꽤나 깊은 생채기가 패이고 말았을 것이다. "참말로 고생하셨어라. 아부지... 다음 생에도 우리 아버지 아들 합시다. 다음엔 아부지가 제 아들로 태어나소. 내가 울 아부지 글공부도 시켜드리고, 꿀엿도 사드리고, 비단옷도 입혀드리고... 우리 식구들 뿔뿔이 헤어지지 않게 꼭 지켜드리겄어라. 참말로 고생하셨소..
한여름의 지상파 수목드라마 전쟁에서 내가 '질투의 화신'을 선택하게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는데 결국 이렇게 되고 말았다. '태양의 후예' 못지 않게 기대해 왔던 이경희 작가의 '함부로 애틋하게'는 도저히 21세기 작품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진부한 설정에다가, 아예 대놓고 "자, 슬프잖아! 펑펑 울어! 울란 말야! 이래도 안 울어?" 라고 외치는 듯한 느낌이 처음부터 너무 강하게 들어서 1회를 보고 나니 2회를 보기가 싫어졌다. 내가 아무리 애틋하고 절절한 드라마를 좋아한다지만, 너무 노골적으로 강요하면 좋던 것도 싫어지고 금세 질리는 법이다. 한 때 시트콤의 거장 김병욱 PD와 콤비를 이루어 정말 소름끼치도록 멋진 여러 작품을 선사해 주었던 송재정 작가의 '더블유(W)' 역시 엄청난 기대작이..
요즘 '1박2일' 제작진이 심기일전하여 프로그램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듯하다. '런닝맨'이 단순한 게임의 무한 반복으로 지루해져 가는 동안 '1박2일'은 매번 새로운 기획으로 흥미를 더하는 중이다. 멤버들이 각자 3명씩의 친구를 데려왔던 '친구 특집'도 나름 재미있었지만, 특히 이번 주에 방송된 '캠퍼스 24시'는 다른 예능에서 본 적 없는 신선한 기획이었다. 멤버들은 경북대(유해진, 이수근, 주원), 카이스트(엄태웅, 차태현), 전남대(김종민, 성시경)로 파견되어 자유롭게 캠퍼스 생활을 체험했다. 학교마다 특색과 분위기는 달랐지만, 젊은 대학생들이 뿜어내는 열정과 활기찬 에너지는 모두 같았다. 2008년 방송분이었나, 문득 '1박2일' 시즌1에서 이수근, 은지원, MC몽이 느닷없이 충주..
'자이언트' 58회을 지배한 감정은 미칠듯한 궁금증이었습니다. 이성모(박상민)가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의문이었죠. 조민우(주상욱)에게서 테이프를 빼앗아 결정적 증거를 확보했으나 그 때 쫓아온 고재춘(윤용현)과 마주쳐 총격전이 벌어졌고, 이성모는 방탄조끼를 입었으나 머리 뒤쪽에 박힌 총알은 어쩌지 못했습니다. 그런 줄도 모르고 증거를 확보했음에 신이 나서 차를 운전해 가던 이성모는 마침 동생 이강모(이범수)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받습니다. 드디어 조필연(정보석)을 무너뜨릴 수 있게 되었다고 의기양양하게 소식을 전하던 이성모는 갑자기 시야가 뿌옇게 흐려져 오는 것을 느끼는데, 뒤통수에서 뜨거운 피가 흘러내립니다. 정말 가슴이 철렁한 장면이었습니다.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음에도, 계속해서 조필연의 ..
황태섭(이덕화)의 아내 오남숙(문희경)이 갑작스런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굳이 선인과 악인으로 구분한다면 드라마 속에서는 악녀로 그려졌지만, 인간적으로 생각해 보면 그녀만큼 불행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중학교 졸업 학력을 지닌 오남숙은 남편 황태섭을 사랑하고 아들 황정식(김정현)을 사랑하는 것만이 삶의 전부였던, 그저 단순한 여자였습니다. 하지만 남편은 그녀를 배신하고 다른 여자에게서 아이를 낳아다가 그녀에게 맡겼습니다. 그녀가 아들을 낳은지 얼마 되지도 않았을 때의 일이었습니다. 오남숙은 명석한 두뇌도, 품위 있는 교양도 갖추지 못했습니다. 돈 잘 버는 남편 덕에 호화롭게 살기는 했지만, 그녀 본인은 아무 능력도 없었습니다. 이런 그녀가 자기 아들 황정식과 더불어 남편의 사생아인 황정연(박진희)을 함께 키..
'자이언트' 33회를 보면서 가장 섬뜩했던 장면은 전신마비가 되어 누워 있는 황태섭(이덕화)을 두고 그의 아내 오남숙(문희경)이 벌이는 범죄행각이었습니다. 이제껏 '드라마 속의 지극히 평범한 재벌 사모님'일 뿐 별다른 활약이 없던 오남숙은 최근 들어 눈부신 활약을 보여주고 있지요. 황태섭은 적자인 황정식(김정현)을 외면하고 서녀인 황정연(박진희)를 후계자로 삼았으며, 죽은 줄 알았던 이강모(이범수)가 살아 돌아오자 그에게 전재산의 반을 주겠다고 몰래 유언장을 수정했습니다. 시청자들의 눈에야 합당한 결정이었지만 오남숙의 입장에서는 남편을 증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죽이려고까지 할 줄은 몰랐는데, 충격이었습니다. 오남숙이 이처럼 부각되니, 그와 비견되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인물은..
이강모(이범수)와 이성모(박상민) 형제의 복수극은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습니다. 빠른 템포와 극적인 전개에 한시도 눈을 돌릴 수 없고 숨조차 크게 쉬어지지 않습니다. 오랫동안 고통을 참으며 준비해 온 이들은, 본격적인 복수의 궤도에 접어들자 엄청난 속도로 삽시간에 거인들을 무너뜨리는군요. 현재까지는 그야말로 유쾌 상쾌 통쾌입니다. 우선 이강모는 도로공사의 기반이 될 신기술을 거침없이 개발해 냈고, 사채업계의 대부인 백파(임혁)의 마음을 어렵지 않게 사로잡아 든든한 우군을 확보했습니다. 건대협 소속인 광명건설의 천수만 회장을 찾아가, 자신의 정체를 밝히고 신기술을 내세워 독점 계약을 맺었습니다. 그리고 서울 도시국장인 한명석(이효정)에게는 단지 몇 마디의 말을 건넴으로써 황태섭과의 오랜 우정을 깨뜨렸습니다..
드디어 이강모(이범수)가 출소하여 '한강건설'이라는 회사를 창립하고 야심찬 복수의 첫발을 내딛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이강모는 별로 운이 나쁜 편도 아니군요.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긴 했지만 형 이성모(박상민)가 정부기관 쪽에 연줄이 닿아 있어서 어느 정도 보호를 받으며 출소 시기를 앞당길 수 있었고 (아직 형기를 마친 것은 아니지만), 황태섭(이덕화)이 그의 아들 대신 누명을 써 주는 댓가로 선선히 이강모에게 넘겨 주었던 개포지구의 거대한 노른자위 땅이 모두 그의 소유로 남아 있으니, 재기의 발판은 더없이 탄탄하게 마련되어 있었던 셈입니다. 덕분에 그는 사회에 다시 발을 내딛자마자 조금도 시간을 끌지 않고 즉시 가파른 오르막길을 시원스레 오르기 시작했군요. 사채업계의 독사라 불리는 노인, 백파(임혁)를 상..
이강모(이범수)가 드디어 만보건설의 황태섭(이덕화) 회장이 조필연(정보석)과 함께 자기 아버지를 죽인 원수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린시절부터 믿고 의지하며 진심으로 모셔 온 황태섭이 원수였다는 사실은 이강모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겨 주었습니다. 원래 이성모(박상민)는 동생을 복수극에 끌어들이고 싶지 않아서 혼자 모든 것을 감당하려 했지만, 동생이 결혼해서 함께 도망치려는 여자가 바로 황태섭의 딸 황정연(박진희)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잔인한 비밀을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이강모는 살인 누명을 쓰고 밀항을 하려다가 조민우(주상욱)의 도청장치로 인해 발각되어 경찰에 붙잡히고, 그 과정에서 형이 의심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자기를 희생합니다. 이성모는 어떻게든 동생의 체포를 막으려 했지만, 이강모는 오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