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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트'와 '김탁구' 인물들의 공통점과 차이점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자이언트

'자이언트'와 '김탁구' 인물들의 공통점과 차이점

빛무리~ 2010. 9. 7.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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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트' 33회를 보면서 가장 섬뜩했던 장면은 전신마비가 되어 누워 있는 황태섭(이덕화)을 두고 그의 아내 오남숙(문희경)이 벌이는 범죄행각이었습니다. 이제껏 '드라마 속의 지극히 평범한 재벌 사모님'일 뿐 별다른 활약이 없던 오남숙은 최근 들어 눈부신 활약을 보여주고 있지요. 황태섭은 적자인 황정식(김정현)을 외면하고 서녀인 황정연(박진희)를 후계자로 삼았으며, 죽은 줄 알았던 이강모(이범수)가 살아 돌아오자 그에게 전재산의 반을 주겠다고 몰래 유언장을 수정했습니다. 시청자들의 눈에야 합당한 결정이었지만 오남숙의 입장에서는 남편을 증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죽이려고까지 할 줄은 몰랐는데, 충격이었습니다.

오남숙이 이처럼 부각되니, 그와 비견되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인물은 '제빵왕 김탁구'의 서인숙(전인화)이었습니다. 아들에 대한 비뚤어진 애정이며, 돈과 지위에 대한 욕심으로 서슴없이 범죄를 저지르는 재벌 사모님의 캐릭터가 꼭 닮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이 여인들 외에도, 두 드라마에는 닮은 인물들이 참 많이 존재하더군요. 재미삼아 황태섭과 구일중 일가를 중심으로 그들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해 보았습니다.

1. 황태섭과 구일중


두 사람 모두 중후한 재벌 회장이며 바람둥이의 이미지는 아닙니다. 그런데 묘하게도 정실부인이 아이를 낳은 것과 비슷한 시기에 다른 여자에게서도 아이를 얻었습니다. 이 인물들의 내면에는 명백히 대비되는 선악이 공존하여, 마치 아수라백작 같습니다. 두 사람 다 과거에 범죄를 저지른 적이 있지요. 황태섭은 조필연과 더불어 친구(이강모의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아갔고, 그 이후에도 조필연과 수십년간 동맹관계를 유지했습니다. 구일중(전광렬)은 서자 김탁구(윤시윤)를 온전히 자기 아들로 만들기 위해 생모 김미순(전미선)과 떼어놓으려고 납치를 사주했습니다. 그러나 어쨌든 그들의 마음속에도 뜨거운 부정이 있으며, 특히 서녀와 서자에 대한 사랑은 말할 수 없이 지극합니다.

황태섭은 틈틈이 그의 인간적인 면을 드러냈으며, 비교적 일관된 모습을 보였기에 그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데에 별 무리가 없습니다. 그런데 구일중이 어떠한 '감정'을 드러내는 순간은 오직 서자 김탁구와 관련된 몇 차례에 지나지 않았고, 대부분의 시간은 표정없이 움직이는 동상과도 같았습니다. 도무지 그 속에 무슨 꿍꿍이가 들어있는지 알 수 없는, 보기만 해도 등골이 오싹한 인간형이지요. 그러다가 갑자기 성자처럼 돌변하여 착한 사람들의 수호신이 되어주고 있으니 참으로 황당한... 이것은 실패한 캐릭터에 가깝습니다. 인간의 양면성을 드러내며 입체적인 캐릭터로 탄생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연스러움이 첫째 조건인데, 그런 의미에서 황태섭이 훨씬 성공적인 캐릭터라 하겠습니다.

2. 오남숙과 서인숙


선악의 이미지를 동시에 지니고 있는 남편들에 비해, 아내들은 처음부터 줄곧 악한 이미지를 고수해 왔습니다. 서인숙의 악행을 모두 주워섬기려면 너무 큰 지면을 낭비하게 될 테니 생략하도록 하지요. '제빵왕 김탁구'의 시청자라면 모두 알고 있듯이 서인숙은 모든 면에서 '천하에 둘도 없을 나쁜*' 입니다. 그에 비해 오남숙은 막판에 악한 면모를 드러내며 무섭게 돌변하고 있는데, 두 여자의 가장 큰 차이라면 남편에 대한 사랑이 있는가 없는가 하는 점입니다.

오남숙은 이미 황태섭에 대한 사랑을 완전히 접은지 오래입니다. 처음에는 남편을 사랑했고 그 사랑의 결실로 아들 정식을 낳았으나, 남편은 곧바로 배신했고 웬 여자에게서 딸을 얻어 집에 데려다가 그녀보고 키우라 했습니다. 아이들이 성장할수록 똑똑한 정연에 비해 점점 뒤처지는 자기 아들 정식에 대한 애틋함은 그녀를 점점 더 비뚤어지게 했지요. 아무리 그래도 적자인데 정식을 외면하고 정연에게만 애정을 쏟는 남편에 대한 분노도 커져만 갔습니다. 급기야 남편이 병석에 있는 틈을 타 그의 유언장을 마음대로 고친 후, 남편을 살해하려는 무서운 여자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에 비해 서인숙은 아직도 남편에 대한 사랑을 놓지 못했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저로서는 결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그래도 애써 이해하려고 해본다면 그녀에게도 일말의 양심이나 죄책감이 있었던 게 아닐까 싶군요. 그녀는 한승재(정성모)와의 불륜으로 아들 마준을 낳고 남편의 아들로 속여서 키워 왔으며, 남편의 친자인 김탁구를 원양어선에 팔아넘기려고 하는 등 몇 차례나 치명적인 죄를 저질렀습니다. 이제껏 남편에게 별다른 죄를 짓지 않고 살아 온 오남숙에 비해, 서인숙은 너무도 미안한 짓을 많이 저질렀지요.

죄없이 외면당한 오남숙은 점점 미움을 키워갔지만, 스스로 더 큰 죄를 지었던 서인숙은 오히려 조금씩 남편을 용서해 왔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서인숙을 '사람같은 캐릭터'로 인식하고 싶어하는 저의 생각일 뿐, 요즘 말도 안되게 망가져가는 모습을 보면 이것이 아닐 가능성도 상당히 높아 보입니다.

3. 황정식과 구마준


이 둘은 공통점보다 차이점이 훨씬 많이 보이네요. 황정식은 황태섭의 친자이지만, 구마준(주원)은 구일중에게 있어 뻐꾸기 새끼입니다. 황태섭도 오남숙도 결코 머리가 나쁜 사람 같지는 않은데, 도대체 누구를 닮았는지 황정식 이 녀석은 천하의 한량이며 골통입니다. 하지만 홍회장 살해사건과 같은 대형사고를 치기도 하니 절대 방심해서는 안될 사고뭉치인데, 왠지 현실에도 얼마든지, 꽤 많이 있을법하다고 느껴지는 캐릭터입니다.
구마준은 그 출생부터가 너무 범상치 않기 때문인지, 아니면 못된 서인숙과 한승재의 피를 받아서인지, 아니면 얼음장같은 구일중의 손에서 자랐기 때문인지, 내면이 속속들이 비뚤어져 있고 음울한 성격에 집착이 대단합니다. 그런데 이 녀석도 별로 똑똑한 인물은 아닙니다. 하는 짓마다 참으로 못돼 처먹었는데 치밀하지 못하고 구멍이 숭숭 뚫려서 곧바로 주변 사람에게 덜미를 잡히지요. 오히려 골통 황정식의 홍회장 살인사건이 더 완벽했을 지경입니다. 물론 나중에 강모와 정연에게 들키긴 했지만, 전문 수사기관에서조차 그의 흔적을 찾아내는 데는 실패했으니까요.

극 중의 비중을 놓고 본다면 단연 구마준의 압승이지만, 저는 황정식이 더 마음에 듭니다.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그 천박한 웃음이 오히려 정겹게 느껴져요. 겉으로는 자기 엄마 서인숙을 닮아 온갖 고상한 척 잘난 척은 다 하면서, 생전 웃지도 않는 음울한 얼굴로 비뚤어진 생각만 하고 있는 구마준은 볼수록 정이 안 가네요.

4. 황정연과 김탁구


돈 많은 아버지에게서 태어났으나 둘 다 지독히 불행한 아이들입니다. 황정연은 생모가 살아있는 줄도 모른 채 오남숙의 구박을 받으며 그 집안에서 성장해 어른이 되었습니다. 자기에게 언제나 든든한 흑기사가 되어 주던 이강모를 진심으로 사랑했지만, 집안의 악연으로 인해 배신당했습니다.

그런데 똑똑하던 황정연은 죽은 줄 알았던 이강모를 다시 만나고 원수가 되면서 이상한 바보로 변했습니다. 자기 아버지가 오래 전에 그의 아버지를 죽였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자기를 배신하고 자기 아버지를 죽이려 한 이강모를 용서하지 못하고 복수심을 불태우면서 다른 일에는 모두 눈이 멀어버린 느낌이에요.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이 모든 사실이 그녀의 오해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입니다. 자세한 사정을 알아보지도 않고 맹목적인 복수에만 몰입하는 황정연의 태도는 그녀의 사랑이 얼마나 깊었는지, 또한 지금의 상처가 또한 얼마나 깊은지를 말해 줍니다.

그에 비해 김탁구는 한없는 불행 속에서도 더없이 긍정적인 인간상을 보여줍니다. 무수히 해침을 당하면서도 그는 한 번도 누군가에게 복수하겠다고 다짐한 적이 없습니다. 12년 동안 바람개비 조진구를 찾아 헤맨 것도 그에게 복수하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오직 엄마를 찾겠다는 일념이었으며, 나중에 그를 만나 엄마의 죽음을 알게 되었는데도 (물론 오해이지만 탁구는 그리 알고 있으니까) 결국은 그를 용서하고 동료로 받아들였습니다.

무수히 여러 번 자기를 속이고 해치려 했던 한승재에게도 "당신, 그렇게 살지 마!" 라고 말하는 게 다였을 뿐 전혀 복수할 생각이 없었으며, 거성가로 돌아온 이유도 아버지 구일중을 지켜주기 위해서였을 뿐 아무런 복수심이나 욕심은 없었습니다. 구마준이 자기에게 독약을 먹여 후각을 잃게 하고 제빵실에 불을 지르고 스승님의 발효일지를 훔쳐 달아났지만, 때려죽여도 시원치 않을 그 녀석을 동생이랍시고 감싸안으려는 탁구입니다.

김탁구는 자기에게 닥친 불행을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최선을 다해 극복하려 노력합니다. 타인을 원망하고 주저앉아 있을 시간에 자기의 발전을 꾀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인물이지요. 그 노력은 언제나 최상의 결과를 이끌어 냅니다. 너무나 이상적인 인간형이죠. 복수심에 눈이 멀어 바보가 되어가는 황정연과 비교하면 더욱 김탁구의 진가가 뚜렷이 드러납니다. 과연 복수가 얼마나 어리석은 선택인지, 우리는 드라마 속의 주인공들을 보며 깨달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비교해 보니 '자이언트'의 인물들은 현실적이고 자연스러운데 비해, '제빵왕 김탁구'의 인물들은 개성이 너무 지나치게 뚜렷해서 오히려 현실적이지 못한, 자극적 캐릭터라는 것을 느낍니다. '자이언트'에도 재고의 여지가 없는 악마 조필연(정보석)이 존재하지만, 나머지 악역들에게는 그들의 입장에 공감하며 동정할 여지가 주어졌기에 훨씬 현실적이고 입체적입니다. 황태섭도 오남숙도 황정식도 조민우도... 이해하려고만 하면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는 인물들이에요. 주인공 이강모 역시 기본 심성은 착하지만 무조건 선역이라고 규정지을 수도 없습니다. 이런 것이 바로 현실에 존재하는 사람들이죠.

그러나 후반으로 갈수록 '김탁구'의 등장인물들은 너무 완벽하게 선악으로 갈라져 싸우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보다 입체적으로 살아날 수 있었던 캐릭터들이 우르르 망가져 버렸습니다. 도대체 누가 서인숙과 한승재와 구마준의 끝간 데 없는 미친 악행들을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심지어 주인공 김탁구도 너무 지나치게 착하고 긍정적이어서, 물론 보기에는 더없이 흐뭇하고 좋으나 솔직히 현실적인 인물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드라마 속의 캐릭터가 무조건 현실에 가까워야만 더 좋다고는 볼 수 없겠지만, 한껏 기대감을 고조시키던 중반까지의 진행에 비해 후반에 와서는 무척 실망스럽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지금의 '제빵왕 김탁구'는 드라마라기보다 만화 같아요.

그리고 '자이언트'는 부진했던 초반에 비해 만만치 않은 뒷심을 발휘하며 날마다 흥미를 더해가는 중이긴 한데, 각각의 캐릭터는 성공적이지만 최고 악역인 조필연의 포스가 워낙 강해서 다른 인물들을 잡아먹는(?) 느낌이 좀 들고 있습니다. 매력적이긴 하지만 부자연스러운 캐릭터의 한계인지도 모르겠군요. 난공불락 조필연과 싸우는 이강모의 혈투가 너무 오래 계속되면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는데, 어떻게 효과적으로 극복해 나갈지 궁금합니다. 지금까지 재미삼아 비교해 본 '자이언트'와 '제빵왕 김탁구'의 인물 분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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