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STORY 2014 우수블로그
TISTORY 2012 우수블로그
TISTORY 2011 우수블로그
TISTORY 2010 우수블로그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관리 메뉴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자이언트' 이미주, 황정음 연기 인생의 두번째 대박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자이언트

'자이언트' 이미주, 황정음 연기 인생의 두번째 대박

빛무리~ 2010. 9. 14. 14:25
반응형






걸그룹 '슈가'의 멤버로 활동할 당시, 황정음은 지금보다 약간 동그스럼한 얼굴에 아주 귀여운 가수였습니다. 저는 2003~2004년 무렵에 '도전 1000곡'을 굉장히 즐겨 보았었는데, 출연할 때마다 황정음이 보여주던 노래 실력에 무척 감탄하곤 했습니다. 아직 나이도 어린데 오래된 노래까지 두루 섭렵했을 뿐 아니라, 가사조차 한 번도 안 틀리고 끝까지 청아한 목소리로 완창하는 그 모습은 호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지요. 어떤 대선배 여가수는 귀엽다는 듯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자기는 이 조그만 머릿속에 어쩜 그렇게 많은 가사를 집어넣고 다니니?" 라고 물었던 적도 있습니다.

'슈가' 해체 이후 황정음은 연기자로 데뷔했으나 한동안 부진의 늪에서 시달렸지요. '사랑하는 사람아', '겨울새' 등의 작품에 출연했으나 시청률도 좋지 않았고 그녀의 존재감도 미미했을 뿐 아니라 항상 연기력 논란에 시달렸습니다. 통장 잔고가 487원 밖에 남지 않았을 정도로 극한 상황에 몰렸던 그녀에게 서광이 비치기 시작한 것은 2009년 5월, 실제 연인인 SG워너비의 김용준과 더불어 출연했던 '우리 결혼했어요'에서부터였습니다. 황정음은 '우결' 출연으로 대중에게 잊혀졌던 자신의 존재감을 되살리는 데 성공했으며, 인생 초대박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9월부터 방송될 '지붕뚫고 하이킥'을 한창 준비하고 있던 시트콤의 명장 김병욱 PD는 '우결'에서 나타나는 황정음의 캐릭터를 보고는, 이미 다른 사람이 그 역할에 내정되어 있는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전격 캐스팅합니다. 그 결과가 어떠했는지는 굳이 제가 언급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지붕킥'을 계기로 황정음의 몸값과 인기는 수직상승했고 각종 CF 출연이 줄을 이었으며, 연예대상에서는 2개 부문의 신인상을 거머쥐게 되었습니다. 통장 잔고 487원의 빈털터리에서 벤츠의 주인이 되었으니 그야말로 인생역전이라 할만했습니다.

'지붕킥'에서 황정음의 연기는 괜찮은 편이었습니다. 발랄한 연기와 눈물 연기가 모두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모습이었어요. 캐릭터 자체는 상당한 문제점을 지닌 인물이었으나, 황정음의 연기는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붕킥'이 논란 속에 종영된 후 그녀가 선택한 작품은 정통 드라마 '자이언트' 였습니다.

그런데 초반에는 '동이'에 밀려 부진하던 '자이언트'가 차츰 탄탄한 스토리를 기반으로 힘찬 질주를 시작하더니, 이제는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두고 '동이'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쟁하는 정도로 올라섰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드라마 전체에서 나타날 뿐만 아니라 황정음의 캐릭터 '이미주'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초반의 이미주는 양쪽으로 모두 불안했다고 볼 수 있었습니다.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었던 아역의 박하영이 하차한 후, 성인 연기자로서 황정음이 처음 등장하던 그 날의 설정부터가 상당히 부자연스러웠어요. 어렸을 때 헤어진 오빠들을 만날 수 있을까 하고 삼일빌딩 앞에서 기다리던 미주는, 갑자기 몰려든 시위대의 인파에 휩쓸려 함께 경찰서로 끌려갑니다. 어느 대학의 누구냐고 추궁하는 경찰에게, 자기는 시위대의 일원이 아니라 가정집의 식모라고 신분을 밝힌 것까지는 좋았습니다.

그런데 느닷없이 어릴 적에 작은 오빠 강모가 사 주었던 빨간색 아기 신발을 심문하던 경찰의 코앞에 들이밀며 "되게 예쁘죠? 우리 오빠가 사준 거예요"라고 의기양양하게 말하는 장면은 정말 황당했습니다. 수십명이 끌려와 시끌벅적하고 혼잡스러운 경찰서에서, 제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렇게 생뚱맞은 행동을 하지는 않았을 테니까요. 그 설정 자체가 매우 시트콤적이었습니다.

긍정적이고 밝은 성격을 나타냄과 동시에 오빠들을 생각하는 그녀의 마음을 표현하려고 한 모양이지만, 명백한 무리수였습니다. 처음부터 그렇게 황당한 캐릭터로 설정되다보니 초반에는 황정음의 연기 논란이 다시 일어날 수밖에 없었지요. 정극에서 시트콤 연기를 한다고 말이지요. 사람의 첫인상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일상 생활에서 뿐만 아니라 드라마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경찰서에서 보여준 황당한 모습 때문인지, 그 이후로도 한동안 이미주 역할을 맡은 황정음의 연기는 많이 과장되고 어색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잃어버렸던 오빠들을 만나면서 그녀의 연기에는 탄력이 붙기 시작했습니다. 보는 사람의 눈에 저절로 눈물이 글썽이게 만들었으니, 이젠 황정음을 연기 못하는 여배우라고 불러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직도 교정되지 않은 발음의 문제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오글거리는 발연기로 드라마 시청에 거부감을 일으키는 몇몇 신인들에 비하면 황정음은 이제 약간이나마 안정적인 궤도에 접어들었다고 보여집니다.

원수의 아들 조민우(주상욱)와 비련의 사랑을 시작하면서 이미주의 인기는 더욱 높아졌습니다. 냉혹한 악마 조필연의 아들로서 때때로 자기 아버지에 못지 않은 섬뜩함을 내비치던 조민우가, 따스하고 명랑한 성격의 그녀를 만나 차츰 변화해가는 모습은 더없이 흐뭇했지요. 차갑게 마음의 문을 걸어잠그고 살아온 남자를 단숨에 녹여버리는 이미주의 매력은 가히 구원의 여신이라 할만했습니다. 지금 우주커플(민우+미주)에게는 극도의 시련이 닥쳤지만,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어 보이는군요.


그런데 제가 이미주의 캐릭터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고 느낀 것은 바로 어제, 죽은 홍기표(손병호) 회장의 부인을 다시 찾아갔던 장면에서였습니다. 조민우의 아이를 가졌으나 오빠들을 통해 그의 아버지가 집안의 원수임을 알게 된 미주는 극심한 충격에 휩싸입니다. 그런데 이강모와 이성모는 어떻게든 빨리 그녀와 조민우의 관계를 끊어야 한다는 조급한 생각에 그녀의 고통을 섬세하게 헤아리지 못하고, 막무가내로 그녀를 병원에 데려가서 아이를 지우라고 재촉했습니다. 이에 미주는 수술을 거부하고 몰래 도망쳐 나와, 오빠들에게조차 행적을 알리지 않고 어디론가 숨어 버립니다.

가진 것도 없는 그녀가 과연 어디엔들 몸을 숨길 곳이 있을까요? 그런데 생각지도 않은 인물이 화면에 비쳤습니다. 한 때 그녀가 식모로 일했던 집의 여주인, 죽은 홍회장의 부인이었습니다. 그녀를 이 드라마에서 다시 볼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 못했는데, 정말 뜻밖이고 감동적이었어요.


불편한 몸으로 살아가는 홍회장 부인은 자기의 모든 스트레스를 어린 식모 미주에게 푸는 것처럼, 꽤나 못되게 굴었습니다. 그러나 헤어질 때 미주의 이름으로 들어놓았던 적금통장을 건네주는 것을 보니, 속으로는 그녀를 딸처럼 아끼고 있었더군요. 홍회장 역시 중요한 비밀장부를 미주에게 맡겨둘 정도로 그녀를 많이 신뢰하고 있었지요. 그러나 황태섭과 조필연의 계략에 빠져 사면초가에 몰리자 홍회장은 안전을 위해서 아내와 미주를 집에서 내보내며 영원한 이별을 하게 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황정식의 손에 우발적인 살해를 당했으니까요.  

그렇게 자기를 구박하던 사모님과 헤어지면서도 미주는 펑펑 울었습니다. "잊지 말고 나중에 꼭 찾아오라"고 말하는 사모님에게 "그럼요, 우리 꼭 다시 만나요!" 라고 대답하던 미주였습니다. 저는 그 약속이 이루어질 거라고 생각지 않았는데, 임신한 몸으로 사랑을 잃고 갈 곳도 잃은 미주는 그 약속을 기억하고 사모님을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남편을 잃은 채 외롭게 살아가던 사모님은 미주의 아픔을 모두 이해하고 감싸안아 주었습니다. 저절로 눈물이 핑 도는 장면이었습니다.


이미주는 본질적으로 선량한 마음을 지녔을 뿐 아니라 정이 깊고 의리가 깊은 캐릭터입니다. 그 아이는 한 번 맺은 인연을 쉽사리 저버리지 않으며, 작은 약속이라도 잊지 않고 기억합니다. 언제나 고통받는 사람의 손을 잡아주고 싶어하는 이미주의 마음은 그녀의 앞길을 비추는 커다란 등불이 될 것입니다.

'지붕킥'에서처럼 폭발적인 인기는 아니더라도, '자이언트'의 이미주 역할은 황정음의 연기 인생에 두번째 대박이라고 할만합니다. 이 역할을 충실히 수행함으로써 그녀는 발연기의 오명을 벗을 수 있었고, 더없이 진실한 캐릭터 이미주의 후광을 입어 자신의 가벼웠던 이미지도 상쇄시킬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작년 가을부터 시작된 그녀의 전성기는 아직도 진행중인 듯 합니다.


* 관련글 : 조민우의 독백

* Daum 아이디가 있으신 분은  버튼을 누르시면, 새로 올라오는 제 글을 쉽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추천에는 로그인도 필요 없으니, 글이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의 손바닥 한 번 눌러 주세요..^^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