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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트' 이강모에게 보내는 황정연의 편지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자이언트

'자이언트' 이강모에게 보내는 황정연의 편지

빛무리~ 2010. 8. 25.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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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모야, 나는 너를 진심으로 사랑했어. 대책없이 엄마를 찾아 나섰던 그 추운 겨울날, 낯선 길목에서 너를 처음 만났지. 그래서였을까? 이제 생각해 보니 나는 오랫동안 너를 엄마 대신으로 생각했던 것 같아. 아빠는 항상 회사 일로 바쁘셨고, 나는 집에서 새엄마와 정식이한테 벌레만도 못한 취급을 받으며 지내야만 했는데 강모야, 너를 만난 이후로는 숨이 막힐 것 같던 이 집에서의 생활도 별로 고통스럽지 않았어. 네가 언제나 내 곁에서 엄마처럼 지켜 주었기 때문에 나는 견딜 수 있었던 거야.

강모야, 언제부터 알고 있었어? 내 아버지가 네 아버지를 죽였다는 거 말이야. 설마 내가 갈래머리 땋고 여학교에 다니던 시절부터는 아니지? 최루탄 가스에 눈물 흘리며 함께 손 잡고 도망다니던 시절부터도 아니지? 그 때는 너도 나를 사랑했잖아. 아니, 네가 먼저 나를 사랑했잖아.


난 그렇게 믿을래. 설마 모든 것을 알면서도 모른 체하고, 너의 정체를 숨긴 채로 나에게 그토록 잘해 주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을래. 그러면 지나 온 내 삶이 너무 슬퍼지니까... 강모야, 나는 한때나마 나를 사랑했던 너의 진심을 믿을래. 네가 죽었다는 소식에 정신을 잃고 쓰러질 만큼... 깨어나서도 말을 잊어버릴 만큼 너를 사랑했던 내 마음과 똑같이, 나는 너의 마음도 진실이었다고 믿을래.

강모야, 그래서 난 너를 용서할 수가 없어. 우리는 정말 사랑했으니까... 그리고... 배신했으니까.

네가 거짓말쟁이였다면, 나를 이용한 거였다면 차라리 깨끗이 잊어 줄 수 있어. 운이 나빠서 시궁창에 빠졌었지만 이제는 지나간 일이라고 홀가분하게 생각하면 그뿐이지. 그런데 강모야, 너는 그런 시궁창이 아니었기 때문에 잊을 수도 없고, 용서할 수도 없는 거야.


그 때 우리 함께 배를 타고 떠났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네가 살인 누명을 벗지 못하게 되는 것은 안타깝지만, 어차피 사실이 아닌데 뭐 우리만 떳떳하면 그만이지. 어딘가 아주 먼 곳으로 떠나서... 내 아버지의 죄악도, 네 아버지의 억울함도, 아무것도 모른 채로 그렇게 우리 둘이 기대고 살았다면... 행복하지 않았을까? 강모야, 네 생각은 어때?

이제 와서 아무 소용 없는 생각이라는 거... 바보같다는 거 나도 알아. 하지만 이게 마지막이야. 우리 사랑이 끝나버린 그 장소와 시간을 기억하는 일 따위, 두번 다시는 없을 테니까.

나를 향한 사랑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듯이, 너는 그 새벽에 말도 없이 혼자 떠났지. 체포되어 끌려가는 너를 보고, 나는 울면서 쫓아가 차창을 두드렸지만, 너는 끝내 한 번도 돌아보지 않았어. 그 때는 이미 알고 있었던 거겠지. 내가 원수의 딸이라는 걸... 나는 바보같이 아무것도 몰랐어.


아무것도 모른 채, 나는 네가 돌아올 날만 기다리고 또 기다렸지. 면회를 가도 너는 나를 만나주지 않았지만, 네 인생을 망가뜨린 정식이와 아빠에 대한 원망이 커서 그럴 뿐이라고 생각했어. 죄 없는 너한테 살인 누명을 씌우고 옥살이까지 하게 했으니까 말야... 난 이해했지. 그래서 네가 돌아오면 몇 배로 잘해 주려고 했어. 십년이 넘는 세월이라도 네 곁에서 모든 것을 받아주고 참아내며 나는 기다리려고 했어. 그러다 보면, 너도 나를 사랑하니까 언젠가는 마음을 풀어 줄 거라고 믿었거든. 하지만 그 믿음은 헛된 거였구나.

나를 사랑하면서... 아니 그래도 한때는 나를 사랑했으면서 네 손으로 내 아버지를 죽이려고 할 만큼, 원한이 그렇게 컸던 거니? 죽은 줄 알았던 네가 살아 돌아와서 나는 너무 기뻤는데... 내 눈이 믿기지 않을 만큼 반가웠는데, 너는 내 아버지의 남은 목숨을 끊으려고 그 병실에 찾아온 거였구나. 심장 박동이 멈추던 그 소리... 내 얼굴을 똑바로 보면서도 너는 눈 한번 깜박이지 않고, 나와 적이 되어 싸우겠다고 말하는구나. 마치 우리 사랑은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것처럼.


강모야, 나는 너를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어. 너는 내 아버지를 죽이려고 했으니까... 그리고 너는... 더없이 진실했던 우리 사랑을 모욕했으니까.

이제 네가 원하는 대로 내가 너를 상대해 줄게. 아버지를 대신해서, 아버지 몫까지 너와 싸워 줄게.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사랑했던 것처럼, 나는 복수도 그만큼 최선을 다해서 할 거야. 모든 것을 버리고 네 손만 잡고 떠나려 했던 내 결심을 기억한다면... 강모야, 부디... 조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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