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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트' 믿음도 사랑도 처참히 무너져 간다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자이언트

'자이언트' 믿음도 사랑도 처참히 무너져 간다

빛무리~ 2010. 8. 24.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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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모(이범수)의 복수극이 시원스레 진행되면서 한동안 지켜보는 마음도 즐거웠는데, 너무 빨리 고통이 찾아들고 있습니다. 악마는 더없이 뻔뻔하고 비열하고 영리합니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그의 공격에 몸이 다치고 쓰러지는 것 뿐이라면 그나마 다행이겠는데, 사랑과 믿음마저 잃게 될 터이니 이 슬픔을 어찌 감당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주인공 이강모의 곁에서 든든한 우군이 되어 줄 수 있었던 사람들이, 악마 조필연(정보석)과 그 일가에 의해 어떻게 사랑과 믿음을 잃고 무너져 갈는지를 한 명씩 살펴 보도록 하겠습니다.

1. 황태섭 (이덕화)


이제껏 조필연과 더불어 악역이라고만 인식해 왔던 황태섭 회장은 사실상 악역이 아니었음이 드러났습니다. 악역 치고는 너무 인간적인 모습을 많이 보인다고 생각하긴 했으나, 원래 사람이란 다중적인 면을 지니고 있는 것이 당연하며, 때때로 비열하고 기회주의적인 성향을 드러냈으므로 여전히 제 머릿속에서 그는 악역의 진영에 남아 있었지요. 그러나 최소한 이강모의 입장에서만은 악역으로 규정지을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강모의 아버지 이대수를 죽게 만든 책임의 일부는 황태섭에게 있었지만 결코 그의 뜻이 아니었음은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자기 눈앞에서 친구를 총으로 쏴 죽인 조필연과 수십년간 친분 관계를 유지하고 나아가 사돈까지 맺으려 했던 일을 봐서는, 도저히 친구의 죽음에 대해 일말의 책임이나마 느끼는 자세가 아니었기에 혐오스러웠습니다. 이것이 바로 황태섭이 지닌 기회주의적 일면이었습니다. 권력에 야합하기 위해 양심을 저버린 행위였지요.


그러나 황태섭은 한편으로 이대수의 아이들을 애타게 찾고 있었다는 사실이 29회에서 드러났습니다. 이강모는 복수심에 활활 타는 눈빛으로 황태섭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혔으나, 그가 누구인지를 알게 된 황태섭은 오히려 진심으로 반가워했습니다. 더불어 지난날의 과오를 뉘우쳤으며, 자기의 모든 재산 중 절반을 강모에게 넘겨주려고 유언장까지 새로 작성했던 것입니다. 적어도 죽은 이대수를 향한 그의 우정은 가짜가 아니라 순도 100%의 진짜였음이 확인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이대수의 무덤을 찾아 가슴 속에 담아 두었던 말들을 중얼거리는 황태섭의 모습이 얼마나 진실해 보였는지 울컥 하고 눈물이 치솟아 올랐습니다.

이제 황태섭은 더 이상 원수가 아니라 같은 편이라고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악마 조필연의 무서움을 자각하지 못하고 섣불리 그를 자극하는 바람에 황태섭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하고 맙니다. 황태섭이 완전히 자기에게서 돌아섰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조필연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충복인 고재춘(윤용현)을 이용해 그를 살해하려 한 것입니다. 한밤중의 공원에서 이강모를 만나기로 했던 황태섭은, 한 발 먼저 도착한 고재춘에게 목을 졸리고 의식불명인 상태로 아스팔트에 머리를 부딪고 쓰러져 치명상을 입게 됩니다.


이제 그의 뜻을 영영 강모에게 전달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군요. 이강모로서는 어릴 적부터 섬겨 온 황태섭에 대한 믿음과 사랑을 회복할 수 있었던 절호의 기회가 어이없이 날아가 버린 셈입니다. 황태섭이 얼마나 자기를 아꼈는지, 얼마나 진심으로 미안해했는지, 자기에게 무엇을 주려고 했는지도 모른 채, 앞으로 언제까지나 그를 원수로 인식하게 된다면 그 또한 너무나 가슴 아픈 일이었습니다.

2. 황정연 (박진희)


황태섭은 조필연을 면회하면서 또 하나의 커다란 실수를 했습니다. 그를 자극하는 것도 모자라 그 이유까지 밝혀 버린 것이었지요. "당신이 죽인 내 친구, 이대수의 아들이 나타났소. 난 이번 기회에 모두 다 속죄할 겁니다." 조필연이 아무리 영리하다지만 황태섭이 말하지 않았다면 그가 자기를 배신하는 진짜 이유를 몰랐겠지요. 그런데 황태섭이 자기 입으로 말하는 바람에 그의 머릿속은 눈부시게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곧 그 '아들'이라는 자가 누구인지를 알게 될 것입니다.

이강모가 한강건설을 창립하여 만보건설을 무너뜨리려 하고 있으니, 그가 황태섭을 원수로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은 조필연이 아니라 누구라도 짐작할 수 있는 일이지요. 이제 조필연은 거침없이 이강모에게 자신의 죄를 뒤집어 씌울 것이며, 그 속임수의 표적이 될 사람은 바로 황정연입니다. 너희 집안에 원한을 지니고 있던 이강모가 네 아버지를 죽이려 했다는 말을 들은 황정연은, 이제 강모에 대한 모든 사랑을 버리고 적이 되겠군요.

만약 황태섭이 죽는다면 황정연에게 있어 이강모는 아버지를 죽인 원수가 되는 셈입니다. 사랑했던 만큼 배신감은 더욱 크겠지요. 그녀가 한때 이강모를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알고 있는 우리의 가슴 또한 찢어집니다. 악마의 공격 앞에 이렇게 또 하나의 깊은 사랑과 믿음이 여지없이 무너져 내립니다.

3. 이성모 (박상민)


이성모는 여전히 조필연의 최측근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습니다. 스릴이 넘치면서도 너무 불안해서 보기가 힘드네요. 그를 몰락시키고 감옥에 처넣은 것이 자기 자신이면서, 아직까지 용케도 그 악마를 속여넘기고 있으니 이성모 또한 보통 인물은 아님이 확실합니다. 그런데 더욱 더 불안한 이유는 조필연이 그에게 애정과 믿음을 주고 있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조필연은 스스로 "은혜와 원수를 확실히 갚는다"고 말하고 실천하는 인물입니다. 악마에게도 은혜를 주고받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매우 신기하지만, 감옥에 갇힌 상태에서도 흔들림 없이 그를 따르고 지지하는 쟁쟁한 인물들이 있다는 사실은 그의 놀라운 능력을 입증합니다. 그가 평소에 얼마나 철저히 인맥관리를 해 왔는지를 알 수가 있지요. 일단 자기 편이 된 사람들에게는 확실한 믿음을 심어 주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조필연이 "성모는 내 아들같은 녀석이야" 라는 말까지 했던 것을 저는 기억합니다. 지금까지 십여년간 이성모가 온갖 힘겨운 과정을 겪으며 쌓아 올린 신뢰의 탑이었습니다. 그 냉혈한이 "네가 오랫동안 면회를 오지 않아서 섭섭하던 참이었다"는 말까지 할 정도로, 조필연은 이성모에게 큰 믿음과 애정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이 모든 것이 가짜였음을 알게 되었을 때, 악마의 분노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하게 폭발할 것입니다. 그 화산 폭발의 표적이 될 이성모의 운명을 생각하면 아찔하군요. 비록 악인의 것이라 해도 믿음과 사랑의 무너짐은 역시 슬픈 결과를 가져오기는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4. 이미주 (황정음)


유일하게 이 아이를 겨누고 있는 공격수는 조필연이 아니라 그의 아들 조민우(주상욱)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화살은 '진정한 사랑'이라는 형태를 취하고 있기에, 신파적이기는 하지만 가장 슬프기도 합니다. 현재 이들은 너무 예쁜 사랑을 키워가고 있으며, 최소한 이미주를 대하는 조민우의 태도는 더없이 인간적입니다.

그러나 조민우의 신선하고 따스한 매력을 볼 수 있는 시간도 역시 얼마 남지 않은 듯 합니다. 황정연을 대하는 그의 태도를 보니 소름이 끼치더군요. 과연 조필연의 아들다웠습니다. 현재 이강모는 그와 황정식의 음모에 의해 죽은 것으로 되어 있으니, 비록 간접적이지만 그는 살인자입니다. 자기 스스로 그렇게 알고 있을 것입니다. 자기의 끔찍한 범죄를 남에게 들켰으면 놀라움과 두려움에 떨어야 정상이건만, 그는 오히려 삽시간에 냉혹한 일면을 드러냈습니다.


강모를 죽인 죗값을 치르면서 평생 고통받으며 살게 해 주겠다는 정연의 말에 슬며시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그걸 네 능력으로 과연 해낼 수 있을까? 너에 대한 미련이 털끝 만큼도 남지 않은 나를 네가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라고 말하는 순간 저는 너무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이제껏 보아 온 조민우와는 너무 다른 모습이었기 때문입니다. 자기 아버지와 달리 마음 약하고 인간적이던 그 녀석은 어디로 사라졌을까요?

그런데 생각해 보니 정말로 마음 약하고 인간적인 사람이었다면, 강모를 죽이라고 사주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자기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살인도 감행하는 무서운 인물이 바로 조민우였는데... 제가 연기자 주상욱의 매력에 빠져서 조민우의 캐릭터를 냉정히 보지 못했던 모양이에요. 아버지보다 기세가 약하기는 하지만, 그는 역시 조필연을 상당히 많이 닮은 그의 아들이었던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잘생긴 얼굴도 정보석씨와 언뜻 비슷한 느낌이 드네요. 이 드라마의 출연진 중 멋진 외모를 따지자면 이 냉혈한 악역 부자가 단연 최고입니다...ㅎㅎ


헛소리는 그만 하고... 하여튼 조민우는 이강모의 최대 적수라 할 수 있는데, 여동생 미주가 그에게 사랑이란 이름으로 사로잡혔으니 완전히 호랑이 입에 머리를 들이밀고 있는 형국입니다. 이강모의 여동생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조민우는 잠시 고통스러워하겠지만 결국은 미주를 버릴 것이고, 미주는 그의 아이를 뱃속에 품은 채 나락으로 떨어지겠군요. 이렇게 가엾은 미주의 사랑과 믿음도 애처롭게 무너져 내립니다.

복수와 승리를 위해 주인공 이강모가 잃어야 할 것이 너무도 많은데, 과연 그 이후에 얻는 부와 명예가 잃어버린 것들을 대신해 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러한 극도의 슬픔을 통해, 복수란 결코 아름답지 못하고 허무한 것임을 깨닫게 해 주려는 걸까요? 그러나 '자이언트'의 흥미로움은 날마다 더해가는 비극에도 눈을 돌리지 못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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