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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트' 황정식(김정현), 악역의 재탄생이 필요하다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자이언트

'자이언트' 황정식(김정현), 악역의 재탄생이 필요하다

빛무리~ 2010. 8. 10.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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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이강모(이범수)가 출소하여 '한강건설'이라는 회사를 창립하고 야심찬 복수의 첫발을 내딛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이강모는 별로 운이 나쁜 편도 아니군요.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긴 했지만 형 이성모(박상민)가 정부기관 쪽에 연줄이 닿아 있어서 어느 정도 보호를 받으며 출소 시기를 앞당길 수 있었고 (아직 형기를 마친 것은 아니지만), 황태섭(이덕화)이 그의 아들 대신 누명을 써 주는 댓가로 선선히 이강모에게 넘겨 주었던 개포지구의 거대한 노른자위 땅이 모두 그의 소유로 남아 있으니, 재기의 발판은 더없이 탄탄하게 마련되어 있었던 셈입니다. 덕분에 그는 사회에 다시 발을 내딛자마자 조금도 시간을 끌지 않고 즉시 가파른 오르막길을 시원스레 오르기 시작했군요.


사채업계의 독사라 불리는 노인, 백파(임혁)를 상대하던 이강모의 배포와 자신감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타고난 능력과 든든한 자본, 그리고 오랫동안 황태섭을 음지에서 보좌하며 익혀 온 갖가지 기술과 혜안 등이 그 자신감의 기초를 이루었겠지요. 이강모는 백파에게 무이자로 5억을 빌리며 두 가지의 담보를 제시하고 그 중 하나를 선택하라 요구합니다.

첫째 담보인 사업계획서를 담보로 선택하면 백파는 곧 한강건설의 투자자가 되는 셈이니, 후일 사업이 성공하게 되면 엄청난 배당금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둘째 담보인 개포지구의 땅문서를 선택한다면 "저는 더 이상 어르신이 필요 없습니다" 라고 이강모는 말합니다. 아직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백파는 물론 사업계획서를 선택하겠지요. 산전수전 다 겪은 그 노인이 될성부른 나무를 못 알아볼 리는 없으니까요. 사실 이강모는 벌써 고속도로 공사를 따내기 위한 신기술 개발에 성공한 상태입니다.


이강모의 복수가 일사천리로 진행됨과 동시에 다른 한쪽에서는, 황태섭의 딸 황정연(박진희)이 자신의 계모와 이복 오빠 황정식(김정현)을 향한 통렬한 복수를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사랑하던 이강모가 죽었다고 생각하는데, 그 죽음의 이유가 황정식과 조민우(주상욱)의 음모로 인한 것임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복수의 첫걸음은 황정식을 밀어내고 자기가 만보건설의 후계자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부분에서 상당히 아쉬운 점을 발견했으니, 바로 황정연의 맞은편에서 팽팽한 긴장감을 조성해 주어야 할 황정식의 캐릭터가 너무 어처구니 없을 만큼 '바보'로 그려진 것이었습니다.

하긴 어려서부터 보기 드물게 찌질한 녀석이기는 했습니다. 시험을 치르는 날, 이강모를 방에서 나오지 못하게 하기 위해 밖에서 문고리에다가 숟가락을 걸어놓았던 유치한 짓도 황정식의 작품이었지요. 그리고 어른이 된 후에도 엄마의 치마폭에 휩싸여서 사치와 방탕을 즐길 뿐, 도무지 발전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한량이긴 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런 야심도 없는 녀석이냐 하면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그는 항상 아버지의 인정을 받아 만보건설의 후계자가 되고 싶어했으며, 똑똑한 이복 누이 황정연을 경계하고 미워했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아버지가 원하는 비밀장부를 얻기 위해 홍회장(손병호)을 찾아갔다가 그를 우발적으로 살해하는 범행을 저질렀고, 이강모가 누명을 대신 뒤집어쓰고 옥살이를 하게 되는 빌미를 제공하지요. 결과적으로 보면 이 찌질한 인물 한 명이 현재의 모든 상황을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홍회장 살인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이강모는 누명을 쓰지 않았을 것이고, 동생을 복수극에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던 이성모는 황태섭이 원수라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면 이강모는 황태섭의 휘하에서 아직도 음지의 일을 하고 있었겠지요. 황태섭이 개포지구의 땅을 이강모에게 넘겨주는 일도 없었을 것이며, 이강모가 한강건설을 창립하여 만보건설과 대립하게 되는 일도 없었을 것입니다.

이강모가 누명을 쓰고 쫓기는 급박한 상황이 되자 비로소 그에 대한 사랑을 깨닫고 함께 도망치려 했던 황정연도, 만약 그러한 사건이 없었더라면 그냥 예정대로 조민우와 정략결혼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조민우가 이미주(황정음)를 만나서 사랑에 빠지는 일도 없었겠네요. 이렇게 생각하면 이 드라마의 모든 갈등 구조는 황정식이라는 인물에게서 비롯되었습니다. 나름대로는 상당히 중요한 인물이에요.


아무리 황태섭의 하나뿐인 아들이라 하더라도, 그리고 이복누이 황정연이 실어증에 걸려서 더 이상 경쟁상대가 될 수 없다고 착각한 상황이라 하더라도, 그렇게 아무런 준비 없이 후계자의 자리를 꿰찰 수 있다고 생각한 멍청함에는 고개를 젓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무리 세습구조가 강한 사회였다 하더라도,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주들의 질문에 아주 기초적인 답변조차 하지 못할 만큼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과연 그렇게 쉽게 회사를 물려받은 재벌2세가 있었을까요?

현재 회사의 재무 상태가 어떠한지, 주주들에게 돌아갈 배당금은 어느 정도인지, 현재 추진 중인 사업은 어떻게 진행되어 가고 있는지, 황정식은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었습니다. "현재 만보건설의 재무 상태는 아주 좋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주주들께서도 배당금을 아주 많이 받게 되실 것입니다." 후계자 투표를 하기 위해 모인 주주들 앞에 서서, 질문에 답변이라고 한다는 것이 저런 꼴입니다. 아무리 코믹한 캐릭터라지만 무슨 만화도 아닌데, 이 진지한 드라마에서 과장이 너무 심했다 싶었어요.

상대적으로 황정연의 똑 부러지는 답변이 더욱 돋보이기는 했으나, 싸워야 할 상대가 완전히 주저앉아 버렸기 때문에 긴장감이 없었습니다. 너무도 쉬웠던 그녀의 승리가 통쾌하기도 했지만 허무하기도 했어요. 황정연 쪽 라인을 잘 살리기 위해서는 누구보다 황정식 캐릭터의 역할이 중요해 보이는데, 이런 식이어서는 앞으로도 제대로 악역을 수행하기 어려울 듯 싶군요.


황정식이 만만치 않은 카리스마로 악역 쪽에 자리를 잡아 주어야 할 이유는 또 있습니다. 이제껏 그 위치에서 나름대로 서늘한 냉기를 발산하던 조민우가, 이미주를 만나면서 살살 녹아 버려서 이제는 그 포스를 잃었기 때문이에요. 이 친구도 참, 조필연(정보석)의 아들치고는 너무나 물렁하고 감성적이어서 악역을 맡기는 글렀습니다. 요즘은 가엾은 미주의 흑기사 역할을 하고 있어서 차라리 선역에 가까워요.

그런 조민우에 비해 머리는 나쁘지만, 황정식은 훨씬 더 악랄한 본성을 지녔습니다. 보통은 똑똑한 인물이 악랄하고 머리 나쁜 인물이 선량하게 그려지는데, 이 두 친구의 경우는 반대지요. 황정식은 능력도 안되면서 다른 사람을 이용하고 짓밟으며 자기의 야욕을 채우려 하는 인물입니다. 타인에 대한 애정이나 약자에 대한 배려심은 그에게 기대할 수 없어요. 차라리 이런 인물이 악역에 잘 어울립니다. 더구나 황태섭의 아들이라는 위치도, 그 사람을 구도에서 제외할 수 없게 만들기 때문에 아주 제격이고 말이지요.


황정식을 이렇게까지 바보로 그리는 이유가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마도 궁극적으로 황정연이 싸워야 할 인물은 황정식이 아니기 때문일 수 있겠다 싶더군요. 지금 그녀가 그리워하는 이강모는 죽지 않았고, 두 눈 시퍼렇게 살아 남아서 만보건설을 집어삼킬 계획을 짜고 있습니다. 아버지 황태섭을 구하기 위해 조민우와의 정략결혼까지 승낙했던 황정연인데, 아무리 사랑했던 사이지만 이제는 이강모와 적이 될 수밖에 없을 거예요. 

그렇다면 황정연이 이강모의 대척점에 서서 악역이 될까요? 하지만 황정연의 캐릭터에 들였던 공으로 보아 악역으로 변화시킬 것 같지는 않습니다. 황정연은 생모인 유경옥(김서형)을 통해 백파와 손을 잡고 사채업계의 대모가 될 듯 한데, 그 과정에서 앞으로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는 예측하기 어렵군요.

하지만 어쨌든 '자이언트'에는 악역이 좀 더 필요한 상황입니다. 따져 보면 제대로 된 악역은 조필연 한 명 밖에 없어요. 물론 조필연이라는 인물의 포스가 워낙 막강하여 일당백 일당천이기는 하지만, 한 사람만을 절대악으로 몰아가는 분위기는 뭔가 좀 유치합니다. 무슨 동화책도 아니고 말이에요. 훨씬 더 복잡하고, 선악의 구분이 모호하며, 수많은 스타일의 악인이 존재하는 것이 현실 아니겠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황정식의 캐릭터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힘과 능력을 갖춘 조필연이라는 악역이 있으니, 상대적으로 힘도 능력도 없으면서 꾸준히 주인공들의 앞날을 방해하는 악역도 한명쯤 있다면 재미있지 않을까요? 홍회장 살해 사건으로도 증명되었지만, 본인의 능력에 상관없이 한 명의 악역이 드라마 전개에 끼치는 영향은 얼마든지 막강할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지나친 멍청이가 되어서는 그런 악역조차도 수행할 수가 없지요.

김정현이라는 연기자는 어떤 역할을 맡기더라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내공을 지녔는데, 정작 그가 맡은 캐릭터는 속절없이 망가지고 있으니 그런 면에서도 안타깝습니다. 앞으로 황정식 캐릭터의 발전을 기대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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