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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트' 박상민, 드디어 복수의 서막을 올리다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자이언트

'자이언트' 박상민, 드디어 복수의 서막을 올리다

빛무리~ 2010. 8. 3.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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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필연(정보석)은 이성모(박상민)와 이강모(이범수) 형제의 가장 큰 원수입니다. 그들 아버지의 친구였던 황태섭(이덕화)도 깊은 연관이 있기는 하지만, 황태섭은 원래 친구를 죽일 생각이 없었으며, 그 위험한 자리에 나올 희생양이 바로 자기의 친구라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습니다. 친구를 발견하고 놀라서 머뭇거리는 사이에, 멀찌감치서 지켜보던 조필연이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겨, 그들의 아버지를 죽였던 것입니다. 아버지와 함께 타고 왔던 트럭 안에서, 이성모(아역 김수현)는 똑똑히 그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이성모는 당시 19세의 소년에 불과했으나, 우연히 숨어들어간 미군부대에서 조필연과 마주쳤을 때 침착함을 잃지 않았습니다. 그의 총에 맞고 피 흘리며 죽어가던 아버지를 본 것이 겨우 며칠 전인데, 원수를 눈앞에 두고도 내색하지 않는 그의 심기는 놀랍도록 깊은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복수의 결심을 뼈에 새기며 조필연의 휘하에 들어간 이성모는, 온갖 위기와 고통을 겪어내면서 신임을 얻고 최측근의 자리에 오르게 됩니다. 그러나 조필연은 워낙 의심이 많은 데다가 날카로운 매의 눈을 지녔기에, 여전히 복수는 쉽지 않았습니다.

아역에서 성인 연기자로 넘어온 이후, 제가 가장 못마땅하게 여기던 인물이 바로 이성모였습니다. 물론 복수하기 쉬운 상대가 아니라는 점은 감안하겠으나, 무려 12년 가량의 세월을 원수의 무릎 아래에 엎드려 '준비만' 하고 있는 모양새가 너무도 답답하게 느껴졌던 것입니다. 얼마나 커다란 복수를 계획하고 있는지는 모르나, 이렇게 시간을 끌 바에야 차라리 단숨에 죽여 버리고 즉시 외국으로 떠나는 편이 깨끗하겠다 싶을 정도였습니다. 물론 살인을 하면 안되지만, 이건 어차피 드라마이고, 게다가 복수극이니까요.


그렇게 하면 살인범이 되어 평생 이름을 감추고 숨어 살아야 하겠지만, 원수의 곁에서 그의 명령을 수행하며 십여년 동안 굴욕의 삶을 견디는 것보다야 낫지 않을까 싶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무리 준비를 철저히 한다고 해도 조필연이라는 인물이 워낙 무섭기 때문에 언제 덜미를 잡힐지 모른다는 점이었습니다. 최후의 한 방을 터뜨리기 직전에 들통이 나게 된다면, 그 오랜 시간을 별러 온 복수는 삽시간에 물 건너 가는 것 아니겠습니까? 저는 누명을 쓰고 쫓기는 이강모를 보는 것보다, 조필연의 곁에 있는 이성모를 보는 것이 훨씬 더 아슬아슬하고 불안했습니다.

그런데 23회에서 드디어 이성모가 그토록 오랫동안 별러 오던 복수의 서막을 올렸습니다. 조필연이 친일파의 후예라는 사실을 증언해 줄 사람을 확보해놓고 기다리던 이성모는, 다른 장소도 아닌 선거 유세장에서, 수많은 관중과 기자들 앞에서 그 증인을 내세워 시원스레 한 방을 터뜨린 것입니다. 아주 통쾌하고 시원스러운 일격이었습니다.


정계에 입문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준비해 오던 조필연은, 이 사건으로 당분간 재기하기 힘들어지겠지요. 심기가 깊어서 좀처럼 얼굴에 표정을 드러내지 않던 이성모가, 선거 유세장에 엉거주춤 선 채로 당황을 금치 못하고 있는 조필연을 멀리서 바라보며, 그 담담한 얼굴에 슬며시 떠올리는 미소는 정말 압권이었습니다.

일전에 이성모는 조필연으로부터 이강모를 살해하라는 명령을 받았지만, 삼청교육대에서 복역 중이던 동생의 신분을 죽은 사람으로 위장시킴으로써 조작에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조필연에게는 이강모가 죽었다고 보고했지요. 그 말을 믿고 득의양양한 조필연은, 황태섭이 자기 아들을 대신하여 누명을 쓰고 옥살이를 하게 된 이강모에게 보상의 의미로 넘겨 주었던 개포지구의 거대한 땅을 가로채어 자기 아들 조민우(주상욱)에게 넘겨주려 하지만, 그 또한 이성모가 사전에 해 둔 공작 때문에 가로막혔습니다. 동생이 맡긴 땅문서를 외국에 거주하는 교포의 명의로 돌려 놓았던 것입니다. 하나씩 차근차근 조필연의 정치적, 경제적 생명을 갉아먹기 시작하는 이성모의 복수는, 오래 기다려 온 만큼 더욱 긴박감이 넘치고 짜릿했습니다.


그러나 이 정도 타격을 주는 복수로 만족할 원한이 아니기에, 이성모는 계속 자기의 정체를 숨긴 채 조필연의 곁에 남아 또 다른 기회를 엿볼 것입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더욱 더 위험해질 것입니다. 상처 입은 맹수가 되어버린 조필연은 더욱 주변을 경계할 것이고, 이성모의 주변에 첩자를 심어 놓을 수도 있을 테니까요.

아무리 철저하게 숨긴다 해도 끊임없이 뒷공작을 하면서 언제까지나 덜미를 잡히지 않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저는 그래서 이성모를 볼 때마다 여전히 가슴을 졸입니다. 아무래도 그의 운명은 비극적으로 끝날 것 같거든요. 주인공은 이강모니까, 그가 형의 희생을 딛고 마지막까지 남아서 승리자가 되겠지요. 동생들을 대하는 그의 자애로운 미소도 그리 오래 볼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슬퍼집니다.


아역이었던 김수현과 외모 면에서 너무 큰 차이를 보이고, 동생인 이범수보다 확실히 젊어 보인다는 점에서, 이성모 역의 박상민은 미스캐스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하고 있었습니다. 아 물론, 박상민이 젊어 보이는 게 아니라 이범수가 극 중 나이에 비해 너무 늙어 보이는 게 더 문제긴 하지만, 어쨌든 이강모는 주인공이니까요. 그런데 갈수록 이성모의 캐릭터와 싱크로율이 높아 가며 거의 완벽한 일치를 보여주는 박상민의 연기 내공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젠 다른 사람이 그 역할을 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게 되어 버렸어요.

슬픈 운명을 예감하기에 더욱 비장미가 느껴지는 이성모의 복수를 오늘도 기대해 보려 합니다. 그의 손으로 복수를 완성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어제와 같이 통쾌한 승리를 거두는 그의 모습을 몇 차례는 더 보게 되기를 바랍니다. 아무리 낙화(落花)가 예정되어 있다 해도, 너무 빨리 떨어져 버리면 지나온 시간들이, 그 처절한 아름다움이 너무 서러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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