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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트' 의외로 흥미로운 그 신파의 정석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자이언트

'자이언트' 의외로 흥미로운 그 신파의 정석

빛무리~ 2010. 7. 20.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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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모(이범수)가 드디어 만보건설의 황태섭(이덕화) 회장이 조필연(정보석)과 함께 자기 아버지를 죽인 원수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린시절부터 믿고 의지하며 진심으로 모셔 온 황태섭이 원수였다는 사실은 이강모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겨 주었습니다. 원래 이성모(박상민)는 동생을 복수극에 끌어들이고 싶지 않아서 혼자 모든 것을 감당하려 했지만, 동생이 결혼해서 함께 도망치려는 여자가 바로 황태섭의 딸 황정연(박진희)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잔인한 비밀을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이강모는 살인 누명을 쓰고 밀항을 하려다가 조민우(주상욱)의 도청장치로 인해 발각되어 경찰에 붙잡히고, 그 과정에서 형이 의심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자기를 희생합니다. 이성모는 어떻게든 동생의 체포를 막으려 했지만, 이강모는 오히려 "형이 직접 나를 체포하라"고 애원하며 주먹을 날리지요. 형제간의 눈물겨운 위장 격투 끝에 이강모는 체포되어 끌려오지만, 조금도 기죽지 않고 형을 향해 말합니다. "내 걱정 하지 마. 오히려 복잡한 것들이 많이 정리됐어. 내가 뭘 해야 하는지 목적이 분명해졌어."


이성모는 "네가 그냥 평범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동생을 말리지만 이강모의 결심은 확고합니다. "형은 몰라. 엄마가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미주랑 내가 어떤 고생을 했는지, 내가 어떻게 막내를 입양 보냈는지, 형은 몰라. 우리 가족을 누가 박살냈는데! 나를 이렇게 살인자로 만든 게 누군데! 그런데 형, 날더러 보고만 있으라고? 그럴 수 없어. 내 방식대로 복수할 거야." 네 방식이 뭐냐고 이성모가 묻자 이강모는 대답합니다. "만보건설을 무너뜨리는 것! 아주 비참하고 철저하게 부숴버릴거야."

이강모의 말은 지난 세월의 모든 사랑과 은혜를 잊겠다는 뜻과 다름없었습니다. 저는 드라마를 처음부터 지켜보았기에, 이강모의 어린 시절 상처가 얼마나 컸는지를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결코 모른체할 수 없는 부모의 원수이기에, 그의 타오르는 복수심을 충분히 이해했습니다. 그럼에도 한편으로는 '박정한 남자'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왜냐하면 황정연과 영원한 사랑을 맹세한지 불과 며칠 후의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이강모는 사춘기 시절부터 무려 10여년간이나 황정연을 사랑해 왔고 그녀를 위해 아낌없는 희생을 베풀었지만, 황정연은 그저 고마운 친구라고만 생각할 뿐 그 사랑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강모가 살인 누명을 쓰고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쫓기게 되자 비로소 자기 안에 커다랗게 자리잡고 있던 사랑을 깨달은 것이었지요.

사실 홍회장을 살해한 범인은 황정연의 이복오빠인 황정식(김정현)이었습니다. 그리고 황태섭은 자기 아들의 죄를 덮기 위해 이강모의 무죄를 밝힐 수 있는 증거가 될 장부를 불태워 버리고 맙니다. 그 장면을 안타깝게 바라보던 황정연은 모든 것을 버리고 이강모를 찾아 떠납니다. 가족과 재산과 모든 안락함을 포기하고, 이강모와 함께 험난한 길을 걸어가기로 결심한 것입니다.


황정연의 캐릭터는 결코 전형적인 여성상은 아니었습니다. 매우 당차고 강인하며 남자 못지 않게 야심도 있는 그런 여자였습니다. 그러나 일단 사랑에 빠지게 되자 '사랑밖에 난 몰라' 하는 식으로 신파극의 여주인공이 되어 버리는군요. 그런데 의외로 이런 설정은 꽤나 공감이 가면서 흥미롭습니다. 한 인물이 급격한 변화를 보일 때, 그 과정이 억지스러우면 캐릭터가 망가지지만, 그 변화에 타당성과 현실성이 부여되면 오히려 매우 입체적인 캐릭터로 살아나거든요.

많은 연애 전문 블로거 이웃님들의 글에서도 항상 드러나는 바이지만, 남자와 여자는 특히 그 사랑하는 방식에 있어서 태생적으로 큰 차이를 보입니다. '여자가 사랑할 때'의 대표적인 특징은 '다른 모든 것에 관심을 끊은 채 사랑하는 사람에게만 집중하고 올인한다'는 것이지요. 물론 사람마다 개인차는 있겠지만 확실히 남성에 비해서 그런 면이 많다는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황정연 또한 그런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았던 것입니다. 더구나 이강모를 향한 그녀의 감정은 갑작스레 생긴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동안 조금씩 켜켜이 쌓여 왔던 것이니 만큼, 그 사랑을 깨닫자 마자 폭포수처럼 감정에 휩쓸려 버린 것도 충분히 이해할만 했습니다.


'자이언트' 19회에서 황정연은 '여자가 사랑할 때' 어떻게 되는가 하는 예시를 그 자체로 보여 주었습니다. 이강모 한 사람만 붙잡고 용감하게 떠나려 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질투에 눈 먼 조민우가 자기를 강탈하려 하자 옆에 있던 스탠드를 부수어서 뾰족한 자루를 은장도 대신 자기 목에 겨누고, 한발짝만 더 다가오면 죽어 버리겠다고 선언까지 했던 것입니다. 마치 절개가 곧은 조선시대 여인과도 같았습니다. 한때는 정략결혼까지 하려고 했던 조민우였지만, 사랑에 빠진 그녀에게는 '외간남자'일 뿐이었습니다.

이강모가 과거의 무서운 진실을 알게 되기 전까지, 두 연인의 모습은 정말 달콤하고 아름다웠지요. 원래 이강모는 자기의 불행한 처지 때문에 "너를 사랑한 적 없다"는 거짓말로 그녀를 돌려보내려 했지만, 바다로 걸어 들어가면서까지 목숨 걸고 자기에 대한 사랑을 맹세하는 황정연을 더 이상 거부할 수 없었습니다. 두 사람은 작은 시골 성당에서 단 둘이 약속의 말로써 결혼식을 올렸고, 바닷가의 허름한 민박집에서 첫날밤을 치렀습니다. 오랫동안 홀로 사랑하던 여인을 품에 안은 이강모의 떨림과, 이제 막 사랑을 깨달은 황정연의 무조건적인 행복감이 그대로 화면을 뚫고 나와 전해지는 듯 했습니다.


마주치는 눈빛만으로도 행복하고, 함께 빨래를 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던 한때가 속절없이 지나가고, 이별은 너무 빨리 닥쳐왔습니다. 형인 이성모로부터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들은 이강모는 몹시 괴로워하긴 했으나, 오래 망설이지 않고 단칼에 그녀에 대한 마음을 정리하고 이별을 결심한 것입니다. "알아. 정연이 너는 아무 잘못 없어. 내가 너를 사랑한 게... 그때부터 다 잘못된 거야. 다시는 너를 찾지 않을 거다. 행복하게 잘 살아라, 정연아." 잠든 그녀를 바라보며 이강모가 되뇌이는 독백은, 그토록 절실하게 사랑하던 여인을 향한 마지막 인사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건조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체포된 후 이강모는 황태섭의 만보건설을 비참하고 철저하게 무너뜨림으로써 복수할 결심을 했습니다. 만보건설이 무너지고 아버지가 불행해지면 당연히 황정연도 행복하게 잘 살 수 없게 되리라는 사실을 알았겠지만, 이강모의 불타는 복수심 앞에 이미 과거가 되어버린 사랑은 더 이상 걸림돌이 되지 못했습니다. 그 마음을 아주 이해 못하는 건 아니었지만, 변해버린 남자의 박정함과 비정함은 사뭇 놀라웠습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평생을 다 바쳐 사랑하겠다던 그녀였는데 말이지요.


이렇게 해서 사랑에 올인하는 여자와 박정하게 돌아선 남자의 신파극(?)은 시작되었습니다. 1970년대쯤으로 추정되는 시대적 배경조차 어쩌면 신파극에 딱 들어맞는군요. 그러나 이 새로운 신파극은 의외로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이강모와 황정연이라는 인물들이 결코 뻔하지 않게, 매우 역동적인 변화를 거쳐서 여기까지 왔기 때문입니다. 사랑에 모든 것을 바치고 희생하려던 남자는 냉혈한 복수의 화신이 되었으며, 당차고 똑똑한 커리어우먼이던 여자는 사랑에 올인하기 시작했는데, 그 커다란 변화의 과정에서 충분한 설득력이 확보되었기에, 캐릭터가 더욱 입체적으로 살아난 것입니다.

이제 주인공 이강모의 성공과 복수를 향한 여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군요. 복잡하게 얽힌 그들의 사랑과 원한이 어떻게 풀려나갈지, 날로 더해가는 궁금증과 흥미로움은 '자이언트'를 놓을 수 없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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