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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트' 박진희, 이렇게 멋진 여주인공, 오랜만이다!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자이언트

'자이언트' 박진희, 이렇게 멋진 여주인공, 오랜만이다!

빛무리~ 2010. 6. 3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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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결방이라는 시련을 거쳐 왔어도 드라마 '자이언트'의 재미는 수그러들지 않았습니다. 시청률은 어떤지 잘 모르겠으나, 점점 더 흥미로워지는 전개는 차마 눈을 뗄 수 없을 지경이군요. 정계와 재계의 거물들이 자기의 필요에 따라 연합하기도 하고 배신하기도 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그 냉혹하고도 치열한 일들이 갈수록 긴장감을 더하고 있으며, 그 사이에서 조심스레 피어나는 젊은이들의 사랑과 잃어버린 혈육에 대한 안타까움이 어우러져, 가슴 저린 그리움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다만 좀 억지스러운 것은 동생들과 헤어질 당시에 이성모(박상민)는 약 19세 정도의 청년이었는데, 그 후로 외모가 아무리 변했다고 해도 어른이 되어서 다시 만난 동생들이 형을 몰라보고 오빠를 몰라본다는 설정은 말이 안되는 듯 싶습니다. 그리고 이강모(이범수) 또한 중학생 정도의 나이였으니 어른이 되어서도 그 얼굴이 충분히 남아있을 법한데, 강모와 성모가 서로의 얼굴을 보고, 더구나 신상조사를 통해 이름까지 알았으면서도 다만 고향이 다르고 이력이 다르다는 이유로 동명이인이려니 하며, 애타게 찾던 자기의 형제가 아니라고 단정해 버리는 모습은 설득력이 없었습니다.

약간 옆으로 새는 말이기는 하지만, 이성모의 아역이었던 김수현과 성인 역할의 박상민이 외모 면에서 너무 큰 차이를 보인다는 내용의 포스팅을 제가 한 적이 있었지요. ('자이언트' 아역과 성인역의 싱크로율 비교) 도저히 동일인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외모라서 몰입에 방해가 될 정도라고 말입니다. 이제 와 생각하니 혹시 일부러 그랬나 싶기도 합니다. 연기자의 얼굴을 봐서는 "그래, 당연히 못 알아보겠다..;;" 싶으니까요. 김수현과 너무 다른 박상민의 얼굴을 계속 보여줌으로써 시청자들이 무의식적으로 그 억지스런 설정을 받아들이도록 세뇌세키려는 게 아니었나 하구요. 설마 그건 아니겠지요..;; 


그런데 최근 들어서 23세의 김수현이 두 번이나 주인공의 아역을 연기하면서 한 가지 우스운 현상이 또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 친구는 이미 다 자란 어른인데다가 신세대라서 상당히 키가 큰 편이거든요.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에서도 고수보다 약간 더 키가 컸고, 더구나 박상민보다 키가 크다는 것은 그냥 척 보면 알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러니 놀랍게도 '크눈올'의 차강진과 '자이언트'의 이성모는 소년시절보다 키가 작아진 셈입니다. 지나온 삶이 얼마나 고달팠으면 키가 줄었을까 생각하니 좀 안스럽기도 하네요..ㅎㅎ

웃자고 늘어놓은 서론이 너무 길었습니다. 하여튼 이강모와 이성모, 그리고 이미주(황정음), 이 세 남매는 그토록 그리워하던 혈육을 눈앞에 두고도 알아보지 못하며 계속 엇갈립니다. 서로 얼싸안고 울어도 모자랄 상황이건만, 오히려 형이 아우에게 총을 쏘아 죽이려고까지 하였으니 그 안타까움은 차마 말로 표현할 수조차 없습니다. 특히 갈수록 이성모의 캐릭터는 마음에 들지 않는군요. 청년시절에는 순수하면서도 강단있고 매력적이었는데, 이제는 자기의 복수를 위해 애꿎은 사람을 아무런 죄책감 없이 죽이려 할만큼 냉혈한이 되어버렸습니다. 옆에서 부하가 말리지 않았다면 그는 자기 손으로 동생을 죽이고 말았을 거예요.


그런데 제가 '자이언트' 13회에서 가장 주목한 인물은 비운의 3남매가 아니라, 여주인공 황정연(박진희)이었습니다. 황정연은 어려서부터 매우 당돌한 소녀였지요. 겨우 열 몇 살의 나이에 홀로 기차를 타고 먼 지방으로 어머니를 찾으러 갔던 그녀입니다. 그녀는 무슨 호신술을 배운 것도 없으면서, 누구 앞에서건 어떤 상황에서건 절대 겁을 먹는 일이 없습니다. 아버지의 사업을 돕겠다고 뛰어들었으나, 그 세계가 어떠한 패턴으로 움직이는지를 잡아내지 못한 채 고지식하게 정석대로만 부딪히려 하는 모습이, 대담하면서도 순진무구하여 한편으로는 귀엽던 그녀였습니다.

이렇게 영리하지만 순진했던 그녀가 드디어 이 더러운 세상에 눈을 떴습니다. 오랫동안 자기 아버지 황태섭(이덕화)과 손을 잡고 상부상조했던 중앙정보부 감찰국장 조필연(정보석)이 그 냉혹한 이빨을 드러내면서, 황태섭이 이룩해 놓은 모든 것들이 무너질 위기에 처한 데다가 그의 신변마저 위태로운 지경에 처했거든요.


조필연은 당의 공천을 받지 못하게 되자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며 황태섭에게 막대한 자금 지원을 요구했으나, 황태섭은 당선될 가능성이 없다는 이유로 완곡하게 거절했습니다. 사실상 밑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요구를 두말없이 들어 줄 사업자는 없다고 봐야겠지요. 그러나 조필연은 그것을 황태섭의 배신으로 간주했고, 자기의 정적인 민홍기(이기영) 정보국장을 제거하려는 계획에 황태섭을 비롯한 재계의 인사들을 이용합니다. 그 동안 그들이 상납했던 정치개발자금을 모두 민홍기 한 사람에게 덮어씌우려는 것이었지요. 그렇게 되면 정계에서는 민홍기 한 사람만 희생양이 되겠지만, 재계의 인사들은 무더기로 올가미에 걸리게 되는 셈이었습니다.

권력을 이용해서 돈을 내놓으라고 요구할 때는 언제고, 나중에는 그 상납했던 돈을 미끼로 삼아 오히려 사람을 잡아들여가서 위협하니 당하는 입장에서는 억울하기 짝이 없지요. 이제껏 아버지가 돈을 상납해 가며 사업을 해 왔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던 황정연은, 눈앞에 닥친 엄청난 현실에 충격을 받습니다. 하지만 충격에만 빠져 있기에는 중앙정보부로 끌려간 아버지의 안위가 우선 걱정이 됩니다.

자기가 조민우(주상욱)의 청혼을 거절한 것 또한 이 사건의 한 가지 이유가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판단한 그녀는, 무작정 겁도 없이 조필연의 집을 찾아가는데, 비록 악역이지만 '자이언트'에서 조필연이 보여주는 카리스마는 그야말로 최강입니다. ('자이언트' 정보석의 냉혈 카리스마에 푹 빠지다) 뱀처럼 차가운 눈초리와 음험한 미소는, 황정연처럼 매사에 곧이 곧대로인 애송이가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것처럼 보였어요. 그야말로 커다란 검은 고양이 앞의 조그만 하얀 쥐처럼 애처로워 보였습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황정연은 조필연과 1:1로 마주 앉아, 그와 대등한 협상을 시작했습니다. 오히려 조필연이 그녀의 대담성에 움찔하기까지 했으며, 그녀의 때묻지 않은 순수함과 고집은 조필연의 앞에서 더욱 빛났습니다.

"제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가요? 자칫하면 아버지가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고 들었어요. 제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면, 방법을 알려 주세요." 그녀는 이렇게 단도직입적으로 선공을 시작합니다. "아버지가 국장님의 제안을 거절했다는 거, 알아요. 선거 지원 문제와 결혼 문제..." 그러자 조필연이 말합니다. "듣고 있자니, 내가 아주 파렴치한처럼 들리는군" 이에 황정연은 거침없이 대답합니다. "사실이면, 파렴치한 맞아요. 제가 잘못 알았나요?"

그녀의 당돌한 태도에 조필연의 분노가 살짝 폭발합니다. "황회장은 두 가지를 잘못했소. 하나는 사욕을 채우기 위해서 썩어빠진 공직자의 스폰서를 자처한 것이고, 또 하나는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신의를 저버린 거요." 결국 황태섭에게 자기를 배신한 댓가를 치르겠다는 말이나 다름없었습니다. "그 신의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요?" 라고 황정연이 물었으나, 조필연은 "남자들 사이에서는 신의가 전부라는 것을, 정연양은 아직 어려서 모른다"고 대답할 뿐이었습니다. "아버지를 풀어주지 않겠다는 거군요" 라는 그녀의 말에는 "아니, 이번 수사를 사심없이 하겠다는 거요" 라고 답했습니다.


이에 황정연은 조필연의 속내를 꿰뚫어 보았습니다. 그 능란한 말솜씨의 뒤편에서 풍겨나오는 악취를 맡아버린 것이지요. 사심없이 하겠다는 말은 철저히 옭아매겠다는 말에 다름없었으니까요. 역겹지만 피해갈 수 없는 함정임을 깨달은 그녀는 과감히 뛰어들기로 결심합니다. 현재로서는 조필연에 대항할 힘이 없기에, 일단 모든 것을 감수하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비참하기 이를데 없는 결정이었지만, 그 순간에조차 그녀는 당당했습니다.

"아버지가 저지른 두 가지 잘못... 아니지, 국장님이 제안한 그 두 가지... 제가 수락할게요. 국회의원 선거, 당선될 때까지 지원할게요.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제가 결혼하면 되나요? ... 할게요. 못할 거 없어요. 어차피 정략적인 거니까... 대신, 아버지를 당장 풀어 주세요." 말을 조금도 돌리지 않는 그녀의 시원시원함에 오히려 조필연이 매료될 지경입니다. 축객령을 내리고 돌아서려다가 다시 그녀를 바라보던 조필연은 천천히 자리에 앉으며 말합니다. "사심없이 수사를 하려고 했는데, 정연양이 나한테 욕심을 부리게 하는구만"

가냘프고 순진한 그녀 황정연은 이렇게 아버지를 구해냈습니다. 그녀가 조민우와의 정략결혼을 승낙했으나 드라마의 전개상 그렇게 되지는 않겠지요. 오히려 이번 기회에 세상에 눈을 떴으니, 그녀의 존재는 조필연을 압박하는 대항마로 키워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더구나 황정연에게는 숨어서 그녀를 지켜보는 생모(김서형)의 존재가 있으니, 막강한 재력과 인맥을 소유한 생모는 어떤 식으로든 그녀에게 큰 배경이 되어 줄 것입니다.


이강모와의 사랑은 어떻게 진행될까요? 정략결혼을 결심했다는 말조차 편안하게 털어놓을 만큼, 그녀는 이강모를 편안히 여기고 있습니다. 이강모가 그녀를 사랑한다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그녀의 마음은 아직 분명치가 않습니다. 하지만 쿨하기만 하던 그녀가 잠 못 들고 눈물을 훔치는 이유는 "회장님은 내가 구해 낼게요. 아가씨는 나만 믿고 그냥 있어요. 난 아가씨... 결혼하는 거 싫어요" 라고 말하던 이강모의 모습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군요.

황정연은 대단히 주체적인 여성상입니다. 그 누구에게도 기대려 하지 않으며, 자기의 앞길을 항상 능동적으로 자기가 선택하고 용감하게 개척해 나갑니다. 그 겁없음이 때로는 무모해 보이지만, 아무리 큰 문제 앞에서도 기죽지 않고, 조필연과 같은 인물을 상대하면서도 한 치의 수그러듦이 없는 그녀의 태도는 더없이 멋있었습니다. 제 생각에는 '선덕여왕'의 미실 이후로 이렇게 매력적인 여주인공을 처음 보는 것 같군요. 여주인공의 캐릭터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아무리 드라마가 재미있어도 몰입하기가 힘든 법인데, 이토록 멋진 여주인공이 든든히 자리잡고 있으니 앞으로의 '자이언트' 시청은 더욱 즐거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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