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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트' 정보석의 냉혈 카리스마에 푹 빠지다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자이언트

'자이언트' 정보석의 냉혈 카리스마에 푹 빠지다

빛무리~ 2010. 6. 23.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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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자이언트'를 시청하면서 제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인물은 정보석이 열연하고 있는 조필연이라는 인물입니다. 이제껏 정보석은 참으로 많은 작품에서 수없이 다양한 역할들을 소화해 왔으나, 이렇게까지 냉혈한 악역을 맡은 것은 처음인 듯 하군요. 바로 전작인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어리버리한 순수 중년남 '주얼리 정'을 연기했기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현재 그가 보여주는 조필연의 모습은 더욱 생소하고 무섭게 느껴집니다. 어제까지는 평범한 이웃 아저씨였는데, 알고 보니 악마였다는 식의 소름끼치는 반전이라고나 할까요? 한 사람의 연기자를 통해서 우리는 참 많은 것을 봅니다.

조필연은 권력욕의 화신이며, 이 드라마에서의 절대악입니다. 눈 한 번 깜박이지 않고 무표정한 얼굴로 사람을 쏘아 죽이는 그는, 자기의 심복이라 해서 절대 무조건 믿지 않으며, 자기 자식이라 해서 결코 느슨한 인정을 베풀지 않습니다. '자이언트' 12회에서도 조필연은 몇 차례나 가슴이 서늘해질 정도의 냉혹함과 주도면밀함을 보여 주었지요.


이성모(박상민)는 자기 아버지를 죽인 원수가 바로 조필연이라는 사실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으나, 그의 곁에서 복수의 기회를 노리며 측근으로 엎드려 10년을 지내오면서도 아직까지 기회를 잡지 못했습니다. 그는 자기의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조필연을 도왔고 수차례나 위기에서 구해 주었으나, 조필연은 아직도 이성모를 충분히 믿지 않고 있습니다. 입술로는 그를 칭찬하면서도 차가운 눈빛은 뱀처럼 쏘아보고 있습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오히려 조필연에게 도움을 주면서까지 이성모가 꿈꾸는 복수가 과연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지금 같아서는 아무래도 어려워 보입니다. 아역 김수현이 연기할 때는 독기를 가득 품은 청년의 눈빛이 만만찮아 보여서, 지금은 힘이 약해도 조금만 더 성장하면 충분히 조필연의 상대가 되겠다 싶었는데, 정작 어른이 된 모습을 보니 실망스럽기 이를 데 없습니다.


세상 풍파에 찌든 중년남의 모습이 된 이성모는 충분한 시간이 흘렀는데도 아직 별다른 힘을 갖추지 못했고, 여전히 조필연의 무릎 아래 엎드린 채 그의 기세에 눌려서 숨쉬기조차 조심스레 하고 있으니까요. 뒷구멍으로 끊임없이 뭔가 일을 꾸미며 조필연과 황태섭(이덕화)을 무너뜨릴 기회를 엿보고 있기는 한데, 그것도 좀처럼 뜻대로 되질 않습니다.

이성모의 뒷공작으로 인해 조필연과 황태섭은 지하철 공사권을 낙찰받는 데 실패했으나, 조필연이 미리 준비해 두었던 회심의 카드(상대방의 비리를 뒷조사해 둔 자료)를 꺼내자 곧바로 역전이 시작된 것이지요. 이성모가 오랫동안 준비했던 것에 비해 조필연은 너무도 쉽게 그물을 빠져나왔습니다. 게다가 아직도 이성모를 완전히 믿지 못하는 조필연은, 진짜 중요한 일을 의논할 때면 이성모를 제외시키고 있는 상황입니다.


복수를 하기 위해 점점 자기 자신을 수렁에 빠뜨리고 있을 뿐, 정작 조필연에게는 조금도 타격을 주지 못하고 있는 이성모의 모습이 답답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하면 조필연이라는 인물이 그만큼 대단하다는 표시이기도 합니다. '자이언트' 1회 도입부에서는 먼 훗날 비즈니스계의 오스카상을 수상할 정도로 막강한 힘을 갖추게 된 중년의 이강모(이범수)가 정신병원에서 탈출한 노년의 조필연과 마주치는 장면이 나왔었습니다.

그런데 비록 노쇠하고 힘 없는 노인의 모습이었으나 조필연의 기세는 여전히 등등하였습니다. 이강모의 머리에 총을 겨누는 대담성이며, 총을 빼앗기고 나서도 털끝만치의 두려움도 없이 "네 아버지를 죽인 나를 쏴라!" 하며 섬뜩하게 다가서는 태도가 처음부터 무척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런 인물을 상대로 복수를 해야 했다면, 강모와 성모 형제의 인생이 무척이나 힘겹고 파란만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저는 미리 느꼈었지요.



자기 힘으로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으나, 맡은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하지 못한 아들 조민우(주상욱)를 문책하는 조필연의 태도는 그야말로 가차없었습니다. 이강모가 자기 형인 줄도 모르고 이성모를 의심하며 "그놈의 계략에 우리가 말려들고 있다."고 여러 번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무시하고 자기 방식대로만 고집하다가 조민우는 지하철 공사권을 경쟁업체에 빼앗기고 말았던 것입니다. 사태를 파악하는 능력이 이강모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조민우의 한계였습니다.

자괴감에 빠진 조민우가 술을 마시고 귀가하여 조필연에게 고개를 숙이며 "죄송합니다."라고 말하자, 조필연은 아들의 얼굴을 후려치며 말합니다. "실패한 놈은 용서해도, 고개 떨구는 놈은 용서 못해!" 뒤이어 조민우가 "면목 없습니다."라고 말하자 다시 그의 얼굴을 후려치며 "그런 거 말고! 걱정 마십시오. 다시 해낼 수 있습니다.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십시오, 이런 말을 하란 말야!" 라고 소리칩니다.


그러자 술기운 때문인지 절망 때문인지, 어디에서 용기가 솟아났는지, 조민우는 처음으로 아버지에게 미약한 반항을 해봅니다.
"누굴 위해서요? 누굴 위해서 그래야 합니까? 아버지 아들로 사는 거, 지칩니다. 능력이 안된다구요!" 그런데 생전 처음 보는 아들의 처절한 반항 앞에서도 조필연은 한치의 흔들림이 없습니다. 감정이라고는 없는 사람처럼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들은 냉정합니다. "네가 정말 죽을 만큼 지쳤다면, 내 앞에서 이렇게 대들지 못한다. 내일부터 다시 뛰어! 뛰다 뛰다 정말 지치면, 그땐 내 앞에 와서 죽어라. 그건 용서할 수 있다."

아버지의 말을 들은 조민우는 대답합니다. "네. 그러죠. 꼭 그러겠습니다." 이 말의 의미는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었지요. 강압적인 아버지에게 정말로 반항하고 싶은 마음에 자기 자신을 망가뜨림으로써 복수하겠다는 뜻일 수도 있고, 아니면 어려서부터의 습관대로 다시금 아버지의 명령에 꼼짝없이 복종하는 태도가 재현되었다고 볼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궁금증은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바로 다음 날 아침, 아버지에게서 상대 기업의 비리가 담긴 서류를 건네받자 마자 다시금 기운이 펄펄 살아나서, 지하철 공사권을 되찾아 오기 위해 계략을 짜내고 동분서주하는 모습은 결코 지쳤거나 자기를 망가뜨리려는 사람의 자세는 아니었거든요. 결국 조민우는 철저히 조필연에 의해 그의 방식대로 키워진 로봇같은 아들이었습니다.

그러나 능력도 아버지에 미치지 못하고 독한 성품도 닮지 못했기에 조민우의 앞날도 만만치 않게 파란만장할 것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조민우와 이미주(황정음)의 만남이 꽤나 기대되는군요. 조민우의 내면적 변화는 매우 짜릿하게 다가올 것 같습니다.


아무튼 한동안 '주얼리 정'과 '보사마' 등의 정겨운 이름으로 불리우던 정보석은 이제 그야말로 피도 눈물도 없는 악역을 맡아, 드라마 '자이언트'의 생명을 든든히 책임지고 있습니다. 만약 조필연의 캐릭터가 없다면 이 드라마는 '아무것도 아니다' 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조필연으로 인해서 모든 갈등이 시작되었고, 지금도 모든 내용의 긴장감 서린 전개는 조필연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 단정한 얼굴에서 뿜어져 나오는 막강 카리스마는 이 시대가 왜 '매력적인 악역의 시대'인지를 증명해 주는 것 같습니다. 그 서늘한 매력에 오래 빠지고 싶은 저는 이 드라마가 시청률을 이유로 조기종영하지 말고, 애초의 계획대로 끝까지 나아가 주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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