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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트' 이강모(이범수)의 편지 - 황정연에게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자이언트

'자이언트' 이강모(이범수)의 편지 - 황정연에게

빛무리~ 2010. 6. 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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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네가 내 옆에 없다는 건, 상상하기도 싫어. 너는 어때? 내 옆에 있어서 좋으니? 난 가끔 궁금한데..."

정연아, 네 옆에 있어서 좋으냐고 너는 물었지만 글쎄, 나는 잘 모르겠다. 열 몇 살의 소년이었을 때, 나는 너를 참 많이 좋아했었지. 그 후로 오랫동안 우리는 함께 있었다. 만약 너와 헤어져서 살아왔다면 나는 지금쯤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을까? 지금도 너를 좋아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것 하나만은 알고 있다. 네가 아니었다면 나는 이미 심장이 딱딱하게 굳어져서 죽었거나, 아니면 괴물이 되었을 거라는 사실이다. 정연아, 내 곁에 있는 너 때문에 나는 아직도 더운 피가 흐르는 사람으로 살고 있다.


조민우의 어머니와 교장선생 사이에 어떤 거래가 오갔는지, 내 눈으로 보았으나 아무도 내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 매 맞는 고통은 얼마든지 참을 수 있었지만, 억울함은 견딜 수 없었다. 그래서 내 발로 학교를 뛰쳐나오며 나는 생각했다. 힘을 얻지 못하면 사람으로 살 수 없다고, 그러니 힘을 얻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깨달음이 전부는 아니었다.


사람으로 살기 위해서 시작한 일이, 점점 나를 사람이 아닌 괴물로 만들어 간다고 느낄 때마다 나는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맨주먹으로 일어서기 위해서 나는 밑바닥 일을 자청했다. 지금 나는 네 아버지 황태섭 회장님의 '그림자'이다. 이미 힘을 얻은 사람들은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앞모습과 뒷모습이 다르다. 남들의 시선을 받는 앞모습은 환하게 빛나지만, 그 뒤편에는 어둡고 음습한 세계가 한없이 펼쳐져 있는 것이다. 지금 나는 그 거대한 어둠을 한 몸으로 감당하며, 언젠가 밝은 앞쪽으로 나아갈 기회를 엿보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어둠을 홀로 감당한다는 것은 벅찬 일이었다. 남들의 뒤를 캐고 다니며 속속들이 알게 된 시커먼 비밀들에 마음은 병들어 갔고, 수시로 접하는 주먹질과 칼부림에 몸도 만신창이가 되어 갔다. 사람이 이토록 추악한 것이라면, 대체 나는 왜 사람으로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 힘을 얻으려 하였지만, 채 힘을 얻기도 전에 나는 사람이기를 포기하게 될 것만 같았다.


그런데 정연아, 네가 있어서 나는 견뎌낼 수 있었다. 고집세고 똑똑하면서도 한없이 순진한, 너 철없는 계집애를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져 왔던 거다. 너 때문에 사람이 그렇게 추악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나를 보며 웃는 네 얼굴을 볼 때면 그래도 사람으로 살아남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가 사람이니까, 나도 사람이고 싶었다.

아무런 요령도 없이, 거친 사내들이 만들어 놓은 견고하고도 더러운 장벽에 막무가내로 부딪히는 너의 겁 없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조차 내게는 기쁨이었다. 그게 바로 너, 황정연이니까 말이다. 너는 내가 몰래 너를 도왔다고 말했지만, 나는 너를 도운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도운 거였다. 너는 그러지 말라고 했지만, 그러지 않는다면 나 자신이 살아갈 이유도 없어지게 되는 거다.


너의 저녁 초대를 받고도 나는 패싸움을 하러 나갔다. 그것이 바로 황회장님의 그림자로서 내가 할 일이었기 때문이다. 머리 한쪽이 찢어져서 피를 흘리는 나를 보며 친구 녀석은 병원부터 가자고 했지만, 나는 정연이 너와의 약속을 지키기로 했다. 그 순간 너의 얼굴을 보는 것보다 나를 더 빨리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그렇게 피 흐르는 머리를 모자로 감싼 나는, 고급스런 음악이 흐르는 호텔 레스토랑에서 눈부시게 미소짓는 너와 마주 앉았다. 그런 나에게 네가 말했다.

"난 네가 내 옆에 없다는 건, 상상하기도 싫어. 너는 어때? 내 옆에 있어서 좋으니? 난 가끔 궁금한데..."

좋다는 말을 이런 때에 써야 하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아무것도 모른 채 웃고 있는 네 앞에서, 나는 자꾸만 목덜미로 흘러내리는 뜨거운 핏물을 몰래 손으로 닦아내고 있는데... 이런 모양을 하고서 너를 향해 "네 곁에 있어서 좋다"고 말해도 되는 것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대답을 회피하는 나를 보며 곱게 눈을 흘기는 너를 그저 멍하니 바라볼 뿐이다.


정연아, 나는 그저 네가 언제까지나 그렇게 웃었으면 좋겠다.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을 굳이 알려고 덤벼들지 말고, 지금처럼 그렇게 철없이 웃었으면 좋겠다. 내가 계속 너를 보며 사람일 수 있게, 네가 지금 그대로 있어 주면 좋겠다. 그저, 그것뿐이다.


* 이 블로그에 올려진 편지 형식의 모든 리뷰는 저의 개인 창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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