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자이언트' 강모에게 보내는 미주의 편지 본문
어떻게 오빠를 몰라볼 수 있었을까? 꿈에서조차 한 번도 잊은 적 없었는데, 오빠가 주었던 빨간 털신이 언제나 내 보물 1호였는데, 오빠를 다시 만나면 첫 눈에 알아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얼굴을 마주 대하고도 다른 생각만 하고 있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아. 내 머릿속에 남아 있던 그대로 아직도 소년의 모습일 거라고, 나는 바보같은 상상을 하고 있었나봐. 세월은 어느 새 우리를 훌쩍 어른이 되게 만들었는데 말이야.
하지만 그래도 꿈은 이루어졌네. 오빠들이 오랫동안 삼일빌딩 앞에 나타나지 않아도 나는 믿었어. 언젠가는 꼭 나를 만나러 나와 줄 거라고, 무슨 일이 있었더라도 꼭 살아남아서 나를 기다려 줄 거라고, 다시 만날 것을 진심으로 믿기만 하면 헤어짐은 절대로 영원한 게 아니라고 믿었어. 그랬더니 결국은 오빠를 이렇게 다시 만났네. 내 생각은 틀리지 않았던 거야. 강모 오빠, 이제 우리 둘이 기다리자. 둘이 마음을 합쳐서 열심히 믿으면 큰오빠도 막내동생도 꼭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야.
가끔은 사는 게 힘들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럴 때면 노래를 불렀지. 작은오빠는 그 빵집에서 기다리라고 말했는데 내가 엉뚱한 사람을 큰오빠로 잘못 보고 뛰쳐나와서 쫓아갔던 일은 후회할 수밖에 없는 기억이었지만, 그래도 나는 후회하지 않으려 했어. 한 번 후회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을 테니까 말야. 아픔이 치밀어 오를 때면 노래를 불렀고, 그러면 나는 다시 행복해졌어.
세상에는 좋은 사람도 참 많았어. 나는 홍회장님 댁에서 식모로 일했지만, 회장님은 나를 딸처럼 아껴 주셨지. 몸이 불편하신 사모님에 대해 정말 사랑이 깊은 분이셨어. 내가 사모님 시중을 잘 드니까 고맙다고 하셨지만, 그거야 당연한 거 아니겠어? 걷지도 못하고 매일 앉아있거나 누워있는 그 심정이 얼마나 답답할까 싶어서, 그 투정쯤이야 얼마든지 받아드릴 수 있었어. 헤어지면서 사모님은 내 손에 통장을 쥐어 주셨지. 내 이름으로 적금을 들어 놓고 나 시집갈 때까지 부어서 주려고 하셨대. 겉으로는 구박하셨지만 속으로는 엄마처럼 나를 아끼셨던 거야.
오빠를 만나니, 잊고 살았던 생일도 다시 찾게 되었구나. 나 태어난 날이라고 이렇게 미역국까지 끓여서 축하해 주는 사람이 있으니 정말 좋다. 오빠와 서로의 꿈도 이야기하고, 넓은 서울 하늘에 마음껏 소리도 지르니까 정말 좋다. 바로 이런 날들을 기다리며 그 오랜 시간 동안 고달픔을 견뎌 왔는데...
오빠가 홍회장님을 살해했다니, 그런 말도 안되는 소리가 어디 있어? 어떻게 오빠 같은 사람을 두고 그런 끔찍한 오해와 의심을 할 수가 있어? 세상엔 참 나쁜 사람도 많다, 그렇지? 이젠 내가 오빠를 지켜 줄 거야. 아무도 오빠를 잡아가지 못하게, 건드리지도 못하게 할 거야. 우리가 어떻게 다시 만났는데 또 헤어질 수가 있겠어? 나는 오빠를 믿고, 우리가 꼭 행복해질 것을 믿어. 진심으로 믿으면 되는 거야. 꿈을 이룰 때까지 오빠, 우리 절대로 지치지 말자. 손 꼭 붙잡고 함께 달려가자. 내가 오빠를 지켜 줄 거야. 꼭 그렇게 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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