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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상속자들' 후속으로 방송될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에 대중의 관심과 기대가 크다. 단연 화제의 중심에는 '해를 품은 달' 이후 명실상부한 최고의 대세남으로 떠오른 김수현의 이름이 있다. 최근 '도둑들'과 '베를린'의 연이은 흥행에 힘입어 스크린의 여왕으로 화려하게 복귀한 전지현의 이름도 그 곁에 있다. '넝쿨째 굴러 온 당신'의 박지은 작가와 '뿌리깊은 나무'의 장태유 감독이 뭉쳤다는 사실도 기대감을 더하는데, '별에서 온 그대'라는 제목은 또 얼마나 로맨틱하고 달콤한가? 별에서 온 사람과 사랑에 빠진다는 몽환적 스토리는 어린 시절 탐닉했던 순정만화의 낭만적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온통 하얀 눈으로 뒤덮인 이 추운 겨울 날, 따뜻한 코코아 한 잔을 마시는 듯한 기분으로 볼 수 있는 드라마가..
'구가의 서'(九家의 書) 제1회에서 주인공 최강치(이승기)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지만, 그의 비극적 운명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최강치는 아직 이 세상에 첫 숨결을 내뱉기도 전이건만, 아비 구월령(최진혁)의 마음속에 어미 윤서화(이연희)에 대한 사랑이 싹트는 순간, 이미 그의 모진 운명은 잉태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어쩌면 이는 태초부터 미리 계획된 일이었는지 모릅니다. 가장 뜨거운 용기와 긍정의 힘으로 절대 금기를 넘어 사랑을 이루는 최강치의 모습을 통해, 신은 이 땅의 나약한 인간들을 깨우치려 했던 것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지요. 이 세상의 어떤 금기(禁忌)도 장벽도 사랑보다 강한 것은 없음을, 신분의 고하도 남녀의 차별도 심지어 인간과 짐승의 구별조차도 사랑보다 우선할 수는 없음을, 이 세상에 태어..
홍자매의 작품치고 이렇게 몰입도가 떨어지는 드라마는 처음인 것 같습니다. 이제까지의 다른 작품들은 비록 시청률이 최고는 아니었더라도 매번 열광적인 매니아층이 형성되면서 화제몰이를 했고, 주요 캐릭터에 대한 대중적 관심도 비교적 높은 편이었죠. 그런데 이번에는 어찌된 셈인지 드라마가 중반에 이르도록 매니아층이 형성될 기미도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차가운 무관심 속에 한자릿수 시청률의 굴욕을 맛보고 있습니다. 가끔씩 뜨는 관련기사조차도 요즘 어딜가나 핫이슈인 '수지'에 관한 내용이 대부분이고, 주인공인 공유나 이민정에 관한 내용은 찾아보기도 어렵네요. 경쟁작인 '추적자'와 '빛과 그림자'가 워낙 탄탄한 시청층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도 한 가지 이유는 되겠지만, 작품 내부에 문제가 없다면 결코 이런..
자기의 말 못하던 고민을 속시원히 전국민 앞에 털어놓음으로써 해결책을 찾거나 마음의 상처를 치유한다는 컨셉으로 방송되는 예능 프로그램 '안녕하세요'는 이제껏 연예인이 아니라 일반인이 주인공이었습니다. 어떤 톱스타가 일일 게스트로 출연한다 해도 막상 고민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순간부터는 모든 시선이 그 쪽으로 쏠리게 마련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이번 주에는 특별히 연예인들이 직접 고민의 주인공으로 나섰군요. 어떤 사람에게서 예상치 못한 의외성을 발견할 때, 그 신선한 충격은 대단한 매력으로 느껴지기 쉽습니다. 이번 주 고민의 주인공으로 등장한 연예인들도 대중이 알지 못했던 의외의 모습을 선보였는데, 그들이 고민이라며 호소한 내용들 역시 오히려 색다른 매력으로 다가오더군요. 특히 삼촌들의 로망이며 국민 여동생인 ..
엔딩을 위한 준비 작업으로 팽팽한 긴장감을 조성해야 했던 15회가 너무 실망스러웠기에, 솔직히 엔딩에 대한 기대감도 높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혹시나, 막판에 최대의 반전과 감동을 주려고 일부러 템포를 늦추는 건가 싶어서 한 가닥 희망은 놓지 않고 있었지요. 엔딩만 제대로 뽑아 낸다면 홍자매의 작품 중에서도 최고로 꼽을만한 걸작이 되리라 생각했기에, 기대를 놓아버리기는 아쉬웠던 탓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최악이라고까지 할만한 엔딩은 아니었습니다. 일단 구미호(신민아)와 차대웅(이승기)의 애달픈 사랑이 이루어졌으니까, 그리고 다른 인물들도 모두 바람직한 방향으로의 변화를 보이며 행복해졌으니까 대략 흐뭇하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뭔가 영 개운치 않아서, 걸작이라고 해주기는 힘들 것 같아요. 작가의 원래 의도..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11회에서는 이제껏 한 번도 비슷하다고 생각해 본 적 없는 두 명의 캐릭터가 의외로 상당히 닮아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박동주(노민우)와 은혜인(박수진)은 여러모로 참 많이 다른 존재들이지요. 현재 은혜인은 구미호(신민아)에게 기울어져가는 차대웅(이승기)의 마음을 되찾아 오려고 기를 쓰는 중인데, 그것은 자기 어장의 큰 물고기가 빠져나가는 것이 싫어서일 뿐 사랑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드라마에서 나름대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기는 하지만, 캐릭터 자체만 보면 은혜인은 매우 평범하면서도 얄팍한, 매력 없는 인물입니다. 굳이 파악하고 어쩌고 할 것도 없어요. 그에 비해 박동주는 아직도 그 정체를 짐작조차 하기 힘든 미스테리한 존재이지요. 구슬을 품은 상태의 멀쩡한 구미호를 단숨에 기..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10회에서는 좀처럼 알 수 없던 박동주(노민우)의 진정한 의도가 조금씩 드러났습니다. 그는 구미호(신민아)를 차대웅(이승기)에게서 떼어놓고 그녀 혼자서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려 합니다. 근본적으로 미호에게 나쁜 마음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었어요. 비록 극심한 고통을 겪어야 하겠지만 이로써 미호는 인간이 되고 싶다는 소원을, 그러니까 길달이 이루지 못한 소원을 대신 이루는 셈이지요. 대웅이가 죽건 말건 동주는 관심이 없습니다. 미호를 살리려면 그 녀석이 죽어야 하니까, 지금은 그저 배신하지 않고 잘 버틴 후에 곱게 죽어 주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그것은 나름대로 동주가 미호를 사랑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미호의 마음을 대웅에게서 떼어놓기 위해 동주는 이제 적극적으로 유혹을 시..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에 등장하는 차대웅(이승기)과 박동주(노민우)의 차이점이라면, 당연히 대웅이는 사람이고 동주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들 수 있겠네요. 하지만 그런 당연한 말을 하려는 것은 물론 아니랍니다...^^ 구미호(신민아)를 바라보는 시선에서, 그들의 내면에 커다란 차이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에 그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1. 차대웅 - "틀린 것은 서로 물어보면서 맞춰가면 돼" 비록 어려서 부모님을 잃었다는 슬픔을 간직했을 망정, 차대웅은 좋은 할아버지와 고모의 넘치는 사랑과 보호를 받으며 자라왔습니다. 밖에 나와서도 성격 좋고 귀엽고 잘 생기고 돈까지 많은 대웅이를 싫어할 사람은 거의 없었겠지요. "할아버지가 그 재산 모두 나한테 물려줄 텐데, 내가 뭣하러 일을 해?" 라고 말..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에는 듣기만 해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아름다운 OST들이 있습니다. 이승기의 '정신이 나갔었나봐'에서 풍겨나오는 싱그러운 젊음과 경쾌함도 좋고, 생각지도 못한 노래솜씨를 뽐내는 신민아의 '샤랄라'도 청순한 매력을 그대로 전해 주더군요. 그런데 제 가슴에는 특히 이선희의 목소리로 들려오는 애절한 '여우비'가 제대로 꽂히고 말았습니다. "난 당신이 자꾸만 밟혀서... 그냥 갈 수도 없네요... 이루어질 수도 없는 이 사랑에... 내 맘이 너무 아파요..." '여우비'의 가사 중 일부입니다. 그런데 "난 당신이 자꾸만 밟혀서... 그냥 갈 수도 없네요" 라는 부분이 끊임없이 저의 머리에, 가슴에, 귓가에, 입가에 맴돌며 왠지 눈물을 차오르게 합니다. 그 사람이 자꾸만 밟혀서 그냥 갈 수..
식상한 소재를 다루었으되 그 방식의 신선함으로 많은 기대감을 안겨 주며 시작했던 드라마 '구미호 여우누이뎐'이 적잖은 아쉬움을 남기고 종영했습니다. 중간까지의 전개를 보았을 때는 그 밑바탕에 깔려 있는 내용이 엄청나게 복잡하고 탄탄한 플롯을 지니고 있을 거라 예상했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힘이 빠지며 인과관계가 불확실해졌습니다. 윤두수 집안의 과거에 얽힌 수많은 비밀들은 결국 풀리지 않았고, 그토록 관심을 모으던 만신의 정체도 알고보니 단순하고 황당할 뿐, 복잡하고 흥미로운 것은 아니었습니다. 특별히 윤두수에게 원한이 있었던 사람이 아니라, 그저 어떤 개인적 사정으로 죽지 못하는 몸이 되어 수백년간이나 사람의 간을 먹으며 살아 온 요괴(?)에 불과했군요. 천우의 어머니라던 기생 매향이 어떤 존재였는지,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