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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친구' 미호는 희망을 잃지 않는다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여친구' 미호는 희망을 잃지 않는다

빛무리~ 2010. 9. 16.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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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11회에서는 이제껏 한 번도 비슷하다고 생각해 본 적 없는 두 명의 캐릭터가 의외로 상당히 닮아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박동주(노민우)와 은혜인(박수진)은 여러모로 참 많이 다른 존재들이지요. 현재 은혜인은 구미호(신민아)에게 기울어져가는 차대웅(이승기)의 마음을 되찾아 오려고 기를 쓰는 중인데, 그것은 자기 어장의 큰 물고기가 빠져나가는 것이 싫어서일 뿐 사랑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드라마에서 나름대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기는 하지만, 캐릭터 자체만 보면 은혜인은 매우 평범하면서도 얄팍한, 매력 없는 인물입니다. 굳이 파악하고 어쩌고 할 것도 없어요.


그에 비해 박동주는 아직도 그 정체를 짐작조차 하기 힘든 미스테리한 존재이지요. 구슬을 품은 상태의 멀쩡한 구미호를 단숨에 기절시킬 정도의 능력을 지녔으니, 당연히 사람이 아닌 다른 존재일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놀랍게도 그는 스스로 말하기를 '절반은 사람'이라고 하네요. 정체만 알 수 없는 것이 아니라 그의 마음 또한 아리송합니다. 지금까지 보기에 절대 선한 쪽의 캐릭터는 아니지만, 그래도 미호를 대하는 마음은 진실한 호의인 듯 싶거든요.

동주는 또 자기 자신에 대해 말하기를 '시간과 돈에 대한 제한이 없는 존재'라고 하는군요. 상상만 해도 왠지 가슴이 서늘해지는 삶입니다. 돈은 얼마든지 펑펑 쓸 수 있지만 사람들에게는 마음을 닫은 채로, 영원히 인간 세상에서 살아간다는 것... 과연 어떤 걸까요?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자꾸만 생각을 하게 만드는 박동주의 캐릭터는 상당히 깊이있고 매력적입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인물(?)이기에 저는 그가 악역으로 변질되지 않기를 바라며, 최후에 가서는 선(善) 쪽으로 돌아설 거라 믿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동주에게서 은혜인과 비슷한 점을 발견했으니, 제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어요. 


"기대하지 않으면 상처받지 않아요." 미호가 대웅에게 추한 모습을 보였다고 자책하며 "내가 사람이 아니어도 나를 좋아해주길 바랬는데... 내가 아주 많이 좋아하면 그렇게 될 거라고 기대했는데... 역시 나는 안되겠다." 하고 의기소침할 때, 박동주가 그녀에게 해 준 대답이었습니다. "기대하지 않으면 상처받지 않아요." 이것은 참으로 가슴아픈 말이었지요. 기대하지 않는다는 것은 희망을 버린다는 뜻인데, 희망 없는 삶이란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하지만 상처받기 싫어서 수천년을 아무런 희망 없이 살아왔을 박동주는, 대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아직도 모르고 있습니다.

미호의 희망을 포기시키려 한다는 점에서, 은혜인과 박동주는 닮았습니다. 은혜인이 일방적으로 차대웅에게 키스한 결과, 구슬을 다치게 된 미호는 대웅을 향해 품었던 희망을 거의 접을 뻔 했습니다. 이것은 사랑하는 남자에게 배신당한 여자가 받는 마음의 상처와 유사합니다. 은혜인의 평범한 캐릭터답게 그녀는 인간들 사이에서 흔히 이루어지는 방식을 택했지요. 그러나 이 단순한 방법은 언제나 효과만점입니다. 배신은 언제나 가장 지독한 상처를 남기는 법이거든요.


한편 동주는 미호가 인간이 되려면 대웅이 죽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기에, 대웅을 사랑하고 그의 사랑을 원하는 미호의 간절한 희망을 꺾어버리려고 합니다. 그래서 "아무리 당신이 사람인 척하고, 사람이 된다 해도, 원래 당신의 정체를 알고 있는 차대웅의 눈에 당신은 언제나 구미호일 뿐" 이라고 미호에게 말하지요. 미호는 혜인으로 인해 구슬이 다치면서 엄청난 충격을 받은 상태인데 곧바로 그런 소리를 들으니, 그녀의 순진한 믿음과 굳건한 희망도 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태로워지게 되었습니다.

미호는 죽을 힘을 다해서 희망을 접으려 합니다. 사랑을 멈출 수 없으면서도, 그 사랑으로 인해 자연스레 발생하는 희망을 억누르려 했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그녀는 대웅이가 고기를 사주겠다고 해도, 좋은 곳에 데려가겠다고 해도 거절하며, 조금씩 헤어지는 연습을 합니다. 그리고 대웅이 화를 내며 나가 버리자 홀로 펑펑 울면서 중얼거립니다. "연습하는 거, 너무 아프다. 꼬리 빠지는 것보다 더 아프다." 그녀의 꼬리가 하나씩 사라져가는 과정은 동주가 '죽음'이라고 표현할 만큼 극심한 고통을 수반하는 것인데, 그보다 더 아프다니 과연 사랑의 아픔은 지독한 것입니다.


하지만 은혜인과 박동주가 그렇게 상처를 주는데도 미호는 희망을 잃지 않았습니다. 드디어 차대웅이 자기의 마음을 인정하고, 그녀를 좋아한다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내가 너랑 달라도 괜찮아?" 라고 미호가 묻자 대웅은 대답합니다. "안 괜찮아. 말도 안 되고 어이도 없고 미쳤다고 생각될 만큼 안 괜찮은데, 너를 좋아해. 괜찮아서 좋아하는 게 아니야. 좋아하니까 다 괜찮은 거야." 대웅의 이 말은, 우리가 이 험한 세상 속에서 어떻게 하면 희망을 잃지 않고 간직할 수 있는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 주는 것이었습니다.

대웅의 단순하고 명쾌한 사랑 고백은 미호의 안에서 죽어가던 희망을 단숨에 되살려 놓았습니다. "나는 무사히 사람이 될 거고, 대웅이 곁에서 행복해질 거야." 예고편에서 들려온 미호의 목소리는 이제 희망이라기보다는 확신에 가까웠습니다. 그리고 왠지 그녀의 말이 그대로 이루어질 것 같다는, 해피엔딩의 예감을 강화시켜 주었습니다.


저의 또 한 가지 소망이 있다면, 가엾은 박동주에게도 희망이 찾아왔으면 좋겠습니다. 아무런 기대 없이, 고여 있는 물 같은 일상 속에서 영원히 살기보다는, 차라리 죽음을 맞더라도 마지막 순간까지 열렬한 희망을 불태우다 갔으면 좋겠습니다. 그의 차갑게 가라앉은 눈빛은 왠지 볼수록 너무 가슴이 아파서 견딜 수 없네요. 동주도 한번쯤은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를 알고 떠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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