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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친구' 대웅에게 보내는 미호의 편지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여친구' 대웅에게 보내는 미호의 편지

빛무리~ 2010. 9. 18.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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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아, 웅아, 대웅아... 나는 이렇게 하루종일 네 이름만 부르고 있어도 좋아. 나는 네가 너무너무 좋아서 네가 원하는 건 뭐든지 다 해주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어서 너무 속상해. 내가 평범한 사람 중의 여자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너는 여자친구가 구미호라서 남들이 안 해도 되는 고민을 해야 하고, 가족과 친구들에게 거짓말도 해야 하고... 나보다 훨씬 더 많이 힘들 거야.

너는 미안해하는 나를 위로하려고 여자친구가 구미호라서 좋은 점을 아홉 가지나 말해 주었지만, 사실 평범한 여자친구를 만났어도 가능한 일이라는 걸 나도 알아. 사람 중에도 강인하고, 솔직 당당하고, 배려심 많고, 믿음으로 가득찬 여자가 분명히 있을 테니까. 누구나 사랑하게 되면 세상에서 유일한, 특별한 존재가 되는 거고... 세상에 양다리를 용납하는 여자친구는 없어. 구미호가 아니더라도, 그건 바로 죽음인 거야.


하지만 너는 그 좋은 점들을 모두 내게만 있는 것처럼 말해 주었지. 웅아, 나는 네가 아홉 번째를 말하기 전부터 알고 있었어. 내가 너를 좋아하는 것처럼, 너도 나를 너무너무 좋아한다는 걸 말이야. 그래서 나는 너무 행복했는데... 그리고 지금도 네 곁에 있어서 행복한데... 그런데 너무 아파.

동주선생의 피를 마시기 전까지, 나는 아픔을 모르고 지내왔지. 삼신할미가 나의 꼬리를 모두 자르고 그림 속에 가두었지만, 그때도 아프지는 않았어. 갇힌 채로 500년을 있었지만, 그냥 답답하기만 했을 뿐 아프지는 않았어. 그런데 너를 만나서 인간이 되려고 동주선생의 피를 마신 후부터는 아픔이 뭔지를 알게 되었지.


꼬리가 하나씩 빠질 때마다 나는 한 번씩 죽어가고 있어. 인간들은 평생 단 한 번 죽음을 맞이하지만, 나는 아홉 번 죽어야만 인간이 될 수 있었던 거야. 죽음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아팠어. 하지만 나는 모두 참고 견딜 수 있었지. 너와 함께 행복해질 수만 있다면 아홉 번이 아니라 아흔 번 죽어야 한대도 나는 그 길을 택했을 거야. 대웅아, 난 네가 그렇게 좋아.

꼬리가 빠지는 것보다 더 아픈 것은 너와 헤어지는 연습을 하는 거였어. 그런데 지금은... 너랑 같이 있는데도 그것보다 더 많이 아프다. 왜냐하면 너는 나 때문에 아파질 테니까, 나는 너를 아프지 않게 해주고 싶은데, 오히려 그런 내가 너를 죽음보다 더 아프게 할 테니까... 미안해 대웅아, 정말 미안해.


나는 동주선생을 이길 수가 없어. 동주선생은 나보다 아는 것도 많고 힘도 세고 못하는 일이 아무것도 없거든.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내게 그 방법을 알려 주어서 나는 그가 너무 고마웠는데... 동주선생은 일부러 나에게 그 말을 하지 않았어. 꼬마 도깨비가 알려주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도 모르고 있었을 거야. 내가 사람이 되는 날, 너는 죽어야만 한다는 걸 말이야.

동주선생은 나를 살리기 위해서 너를 죽이려고 해. 그 날이 되면 억지로라도 너에게서 구슬을 꺼내겠다고 했어. 내가 원하지 않아도, 그는 그렇게 하고 말겠지. 하지만 대웅아, 내가 어떻게든 너를 지켜줄 거야. 동주선생의 칼을 훔쳐서라도, 꼭 너를 지켜줄 거야.

내가 사라지면 너는 많이 아프겠지만 대웅아, 나는 너를 죽게 내버려 둘 수가 없어. 차라리 나를 좋아하지 말지 그랬니? 그럼 조금이라도 덜 아팠을 텐데...


나는 동주선생을 미워하지 않아. 나를 붙잡았을 때, 곧바로 삼신각으로 돌려보낼 수도 있었는데 그러지 않았으니까... 동주선생이 나에게 기회를 주었던 거야. 그대로 돌아갔다면 나는 지난 500년처럼 영원히 숨쉬고만 있었겠지. 사랑도 모르고 아픔도 모른 채, 간절히 원하는 것도 없고 지켜야 할 것도 없는 채... 살아가는 게 아니라 그냥 존재하기만 했겠지.

하지만 이제 나는 모르던 것들을 알게 되었고, 간절히 원하며 지켜야 할 것도 갖게 되었어. 대웅아, 나에게 너는 그 모든 것이야. 네가 사랑이고, 네가 아픔이고... 간절히 원하는 것도 너... 꼭 지켜야 할 것도 너야. 네 곁에 있는 백일 동안, 나는 모든 것을 다 얻게 된 거야. 대웅아, 수백년 동안 너는 나에게 가장 큰 선물이었어.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지만, 이제 우리 떨어지지 말고 같이 있자. 아무리 짧은 행복이지만, 그래도 아무것도 모른 채 영원히 사는 것보다는 얼마나 좋은지 몰라. 그래서 나는 동주선생을 원망 안 해. 그는 나를 도와주었고 너를 죽여서라도 나를 살리려고 하는데, 내가 배신하고 먼저 죽어 버리면 많이 슬퍼할 거야. 

대웅아, 아파 보니까 말야... 아프다는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아. 너를 좋아해서 아픈 것이, 너를 안 좋아하면서 안 아픈 것보다 훨씬 좋거든. 인간들에게는 영혼이란 게 있어서 몸이 죽은 후에도 영원히 산다는데, 나 같은 구미호에게도 영혼이 있을까? 동주선생한테 물어보면 알려 줄까?


만약에, 만약에 있잖아... 내게도 영혼이 있다면 나는 영원히 너를 잊지 않을 거야. 손 잡고 만질 수 있는 몸으로 네 곁에 함께 있을 날은 채 50일도 안 남았지만, 내가 사라진 후에도 영혼이 남는다면 나는 영원히 너를 기억하고 좋아할 거야. 대웅아, 나중에 너도 영혼이 되면 우리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그 때는 둘 다 똑같은 영혼이니까 서로 마음껏 좋아해도 되지 않을까?

구미호인 나를... 너와 다른 나를 좋아해 준 대웅아... 고마워, 정말 고마워. 네가 나를 좋아해 줬으니까, 나는 희망을 잃지 않을 거야. 우리는 꼭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영원히 사랑하게 될 거라고 믿을래. 웅아, 웅아, 대웅아... 내가 좋아하는 대웅아. 이 영원한 약속을, 너도 믿어 줄 거지? 그렇지?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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