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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드라마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갈등'이다. 갈등 없이는 어떤 드라마도 만들어질 수 없기에, 드라마는 '갈등'의 예술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갈등은 바로 '악역'에게서 비롯된다. 현실 속 세상이 그렇듯이 드라마 속 세상에도 나쁜 인간들이 존재하고, 그 나쁜 인간들의 활약이 도드라질수록 드라마의 갈등은 심화되며, 갈등이 심화될수록 드라마의 흥미는 더해진다. 때로는 막장이라고 욕을 먹기도 하지만, 솔직히 악역의 활약을 지켜보는 재미와 더불어 최후에 그 악역이 몰락하면서 권선징악의 카타르시스를 줄 때의 쾌감을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심지어 매력적인 악역은 그 존재감으로 선한 주인공을 제압하며 해당 드라마의 최고 인기 캐릭터로 자리잡기도 한다. 대표적으로는 고현정이 열연했던 '선덕여왕'의 '미실..
'디어 마이 프렌즈' 한 회 한 회 등장인물들의 모습과 대사들을 가슴에 새기듯 깊은 마음으로 시청하면서도 의외로 할 말이 많지 않은 이유는 내가 너무 어려서일 것이다. 최근 몇 년 동안 나는 스스로 꽤 나이 많다고 생각해 왔는데, 이 드라마를 보면서 느낀 것은 아직도 내가 까마득한 어린애라는 점이었다. 평균 연령 70대의 '디마프'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는 세상을 내가 어찌 감히 이해한다거나 공감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마치 그랜드캐년과 같은 거대한 협곡을 마주한 것처럼, 도저히 가늠할 수 없는 깊이에 압도되어 숙연함과 경외심만 느낄 뿐이었다. 오히려 37세의 청춘(?) 박완(고현정)의 입장에 훨씬 공감과 몰입이 잘 되는 걸 보면, 역시 나는 아직 어린 모양이다. 물론 박완의 모든 선택과 행동에 공감하는 것..
노희경 작가의 새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의 첫 방송을 앞두고 기대가 몹시 크다. 마음 끌리는 드라마가 거의 없는 요즘, '디마프'는 메마른 가슴에 촉촉한 비를 내려주리라는 믿음이 생긴다. 김영옥, 김혜자, 나문희, 윤여정, 고두심, 박원숙, 신구, 주현... 그들의 이름만으로도 벌써 가슴이 벅차온다. 평균 연령 70여세, 평균 연기 경력 50여년... 젊은 주인공들의 뒷배경으로 물러선지도 어언 수십년인 그들이 이번에는 당당히 주인공으로 앞에 나섰다. "받아주지 않으니까, 이들은 돈이 되지 않으니까, 이들은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으니까... 실제 캐스팅을 하면서도 어른들 이야기를 보겠어? 했지만... 그런데 이제 문득, 진짜 그런가? 진짜 안 보나? 한 번 해보자, 저질러 보자 하는 생각이 첫번째였고,..
명품 아역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는 '여왕의 교실'에 또 한 명의 새로운 다크호스가 나타났습니다. 초반에 심하나(김향기)의 남자친구로 등장하여 과감한 놀이터 키스신(?)을 선보였지만, 캐나다로 유학을 떠난다는 설정 때문에 곧바로 퇴장했던 김도진(강찬희)이 다시 돌아왔거든요. '여왕의 교실' 작가들은 아마도 '신사의 품격' 팬이었던 듯 김은숙 작가의 남녀 주인공 김도진, 서이수의 이름을 그대로 차용했는데, 이건 무슨 장난인가 싶을 정도로 뜬금없는 설정이라 조금은 황당했답니다. 1회에서 심하나는 가슴 아픈 첫키스의 추억을 남기고 떠난 첫사랑 김도진이 사실은 옆 반 서이수와도 키스를 했다는 사실을 알고 배신감에 치를 떨었었죠. 그래서 6개월만에 다시 만난 김도진을 별로 반가워하지 않았지만, 김도진은 놀라운 언변..
사실은 초반부터 김서현(김새론) 캐릭터를 편애하던 터라 8~9회 방송에 많은 기대를 했습니다. 주인공 심하나(김향기) 못지 않은 의리와 정의감을 지니고도 친구들과 좀 더 격의없이 어울리거나 진심으로 가까워지지 못하게 만드는 김서현의 트라우마가 무엇일지 궁금했거든요. 알고 보니 서현이 아빠는 2년 전의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되고 말았는데, 하필 그 날은 서현이가 전국 경시대회에서 상을 타던 날이었다죠. 원래는 의사인 엄마가 시상식에 오려고 했지만 응급환자 때문에 발이 묶였고, 뒤늦게 소식을 들은 아빠는 급히 딸을 축하해 주러 가다가 사고를 당했던 겁니다. 물론 아빠의 사고가 자기 때문도 엄마 때문도 아니라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죄책감을 억누를 수 없었던 서현이는 그 날 이후 마음의 문을 닫고 살아왔습니다..
당신은 '여왕의 교실' 8회를 보고 감동을 받았나요? 도둑질과 몰카와 왕따 사건의 주동자였던 고나리(이영유)가 반 친구들과 화해하고 제자리로 돌아오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따뜻해졌나요? 친구의 잘못을 쿨하게 용서하고 다시 받아주는 아이들의 순수하고 따뜻한 동심을 보며, 그래도 이 세상이 아직은 살만한 곳이라는 생각에 흐뭇해졌나요? 그런가요, 그게 맞는 건가요? 저는 그 장면들이 몹시 불편했습니다. 너무 불편하다 못해 화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그토록 괴롭힘을 당했으면서도 나리를 용서해 주자고 앞장서서 반 아이들을 설득한 심하나(김향기)는 물론 착한 아이였죠. 하지만 저는 심하나의 착한 행동이 (이번 경우에는) 기특하기보다 오히려 짜증스럽게 느껴지더군요. 제가 이런 생각을 하는 이유는 '여왕의 교실'에서 표현..
드라마 '여왕의 교실'에 등장하는 아이들을 보면 감탄을 금할 수 없습니다. 배우들 각각의 연기도 물론 훌륭하지만, 수많은 아역 캐릭터를 이토록 개성적이며 섬세하게 그려놓은 드라마는 이제껏 본 적이 없었어요. 언제나 1등을 놓치지 않는 수재로서 어려움에 처한 친구를 보면 용감히 나서서 편을 들어 줄 줄도 아는 완벽한 김서현(김새론), 비록 공부는 꼴찌이지만 할아버지와 단 둘이 살면서도 항상 밝고 의리있는 오동구(천보근), 소심한 성격으로 학창시절 내내 은따(은근한 따돌림)를 당하며 존재감 없이 살아가는 은보미(서신애), 부잣집 외동딸의 화려함으로 주변을 사로잡는 고나리(이영유), 그리고 왕따를 당하면서도 불굴의 의지력과 긍정적 마인드로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심하나(김향기)까지, 주요 인물들의 캐릭터는 눈을 ..
드라마 '여왕의 교실'은 워낙 아역들의 비중이 크고 연기력이 필요한 작품이기에, 제작진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특히 아역 캐스팅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합니다. 연기력도 필수지만 맡은 배역과 어울리는지 여부도 중요한 문제였기 때문에, 각각의 캐릭터와 아역 연기자의 이미지를 일일이 대조하며 걸맞는 인물을 찾아야 했던 거죠. 그렇게 공들인 보람이 있어 현재 김향기(심하나 역), 천보근(오동구 역), 김새론(김서현 역) 등은 큰 기둥이라 할 수 있는 고현정(교사 마여진 역)을 중심으로 저마다의 맛갈스런 개성을 뽐내며 드라마의 재미를 더해가고 있군요. 그런데 특히 서신애의 경우는 아역들 중에서도 캐스팅 1순위였고, 제작진은 처음부터 '은보미' 역할에 서신애를 점찍어 두었기 때문에 가장 먼저 출연 제안을 받았다고 합니다..
유격 훈련을 흔히들 군대 훈련의 꽃이라고 한다죠. 이미 군대에 다녀 온 사람들은 돌이켜 보기만 해도 끔찍하다는, 아직 군대에 가지 않은 사람들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는 공포의 훈련인데, '진짜 사나이'의 연예 병사들 참 고생이 많습니다. 백마부대, 화룡대대에 이어 해룡연대에서 세번째 병영체험을 하게 된 그들은 해발 828m, 악명 높은 화산 유격장으로 끌려가(?) 꼼짝없이 지옥의 유격 훈련을 받게 되었군요. 내레이션은 원로배우 변희봉씨가 맡으셨는데, 그분의 목소리만으로도 아들을 군대에 보내신 아버님의 마음을 절절히 느끼게 했으니 그야말로 신의 한 수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지난 주에 원로 여배우 김영옥씨의 내레이션도 좋았는데, 이제 차츰 '진짜 사나이'의 제작진도 이 프로그램에 정말 필요한 게 무엇인지를 ..
올 상반기의 최고 화제작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방영 전부터 크게 이슈몰이를 하고 있는 드라마 '여왕의 교실' 1회가 방송되었습니다. 몇 가지 사전 지식을 놓고 판단했을 때 저의 개인적 취향과는 맞지 않는 작품일 거라 예상되었지만, 언젠가부터 주중 밤 10시대 드라마의 1회는 웬만하면 꼭 시청해야 할 것 같은 의무감(?) 때문에 그냥 보았습니다. 원톱에 타이틀롤을 맡고 있는 고현정은 쉬는 동안 여배우로서의 본분을 잊고 지냈던 건지, 깐깐하고 차가운 성격의 교사 마여진을 표현하기엔 둔해 보일 만큼 살이 찐 모습이더군요. 날카로운 표정과 눈빛 연기는 살아 있었고 완벽한 대사처리도 여전했지만, 너무 큼지막하고 후덕해 보이는 얼굴은 캐릭터의 이미지와 걸맞지 않는 부분이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에게 원칙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