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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노'의 호위무사 백호, 데니안의 새로운 발견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추노

'추노'의 호위무사 백호, 데니안의 새로운 발견

빛무리~ 2010. 1. 28.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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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추노'가 날이 갈수록 진화하고 있습니다. 7회는 마치 공들여 만든 한 편의 영화와도 같더군요. 감칠맛 나는 대사와 적절히 어우러지는 가무(歌舞), 게다가 옛스러운 느낌이 물씬 나도록 중간중간에 삽입된 고어(古語)들... 그 섬세한 구성은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와 더불어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황홀함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송태하(오지호)는 스승이 살해당한 참혹한 현장에서 원수 황철웅(이종혁)과 맞서 싸우다가, 위기에 처한 혜원(이다해)이 부는 호각소리를 듣고 그녀를 구하러 달려갑니다. 소현세자의 유명을 받들고 한시바삐 원손을 구하러 가는 충신인 그가, 어찌 보면 참 한가하다 싶기도 하군요. 게다가 혜원을 잡으러 온 자들은 그녀의 오라버니가 파견한 집안의 호위무사 백호(데니안) 일행이니 실상 그렇게 위급한 상황도 아니었습니다.


어쨌든 송태하를 죽이려는 원수 황철웅과 그를 잡으려는 추노 이대길(장혁)이 그의 뒤를 줄줄 따라왔고, 혜원의 서방이 될 뻔했던 최사과 양반에게 고용된 여자 살수 윤지도 지붕 위를 날아 쫓아왔으니, 그거 참 쫓고 쫓기는 관계가 복잡하기도 합니다.
혼잡한 와중에도 월등한 무예 실력을 자랑하는 송태하는 혜원을 구해서는 함께 말을 타고 달아나는데 그의 등을 노리고 대길이가 던진 칼이 혜원의 등에 꽂힙니다. 그리고 상처입은 혜원이가 말 등에서 비스듬히 쓰러질 때, 드러난 옆얼굴을 대길이가 똑똑히 보게 되지요. 10년간 그토록 찾아 헤매던 언년이가 나타난 것입니다.


언년이를 본 충격에 대길이가 잠시 멍해있는 사이에, 황철웅은 양반으로서의 염치도 없는지 뒤로 다가와서 바로 칼질을 해버리니, 아무래도 멋진 악역으로 포장되지는 않을 듯 합니다. 하긴 너무 멋진 캐릭터가 많아서 악역까지 멋있어야 할 필요는 없는지도 모르지요. 연기자 이종혁에게는 좀 안된 일이지만 황철웅은 그냥 '나쁜 놈'에 불과한 악역인가봐요. 필생의 적수인 송태하도 아니고 일개 추노를 상대로 뒤에서 칼질을 하는 치사함이라니... 너무 멋대가리 없더군요.

하지만 '추노'의 남자들은 모두 초콜릿 복근에다가 터미네이터 수준의 체력을 지녔으므로 그까짓 칼질에 다친 상처쯤이야 하루만 지나면 거뜬합니다. 대길이도 그렇고, 혼전 중에 여자 살수 윤지가 던진 단도에 가슴을 맞았던 백호 역시 잠깐 쉬고 나니 언제 다쳤었냐는 듯 일어나서 다시 추격을 시작하네요.


그나저나 최고의 완벽 캐릭터 송태하에게는 또 하나의 능력이 추가되었습니다. 막강 무예 실력에 해박한 병법 지식과 고아한 스케치 실력까지 보여 주시더니만, 이제는 의술에도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시는군요.


칼에 맞은 상처가 덧나서 기절한 혜원에게 어딘가에서 캐어 온 약초를 붙이고 잠시 간호해 주었을 뿐인데 그녀는 한숨 자고 일어나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회복되어 버렸습니다. 대체 송태하는 못 하는 일이 뭘까요?
상처를 치료하는 와중에 이미 예고되었던 이다해의 또 한 차례 노출이 있었으나, 크게 자극적인 느낌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한편에서는 양반님네들의 오래된 썩은 향기가 진동을 합니다. 실감나게 표현하기 위해서인지 대사는 고어를 사용하고, 의미 전달을 위해 자막까지 이용했더군요. 무슨 한판의 마당극을 보는 것도 같고 신선한 느낌이었습니다.


탐관오리의 기질이 다분히 엿보이는 저 푸른 옷의 부잣집 자제 박병은, 좌의정 이경식에게 줄을 대어 출세를 노리다가 오히려 집안의 재산을 모두 털렸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업복이(공형진)의 총에 맞아 살해됩니다.

박병의 그 집안에서 재물을 축적한 비법이라 함은, 일부러 노비를 면천시켜 풀어 주고는 그 노비가 열심히 어느 정도의 사유재산을 모으기를 기다렸다가, 없애지 않고 간직했던 노비문서를 들이밀며 추노를 고용하여 다시 잡아들이고 그 모든 재산을 압수하는 방식이었다 하니 그 악랄함이 가히 상상을 초월하더니만, 결국은 밑에서부터 솟구쳐 올라온 반란 세력에 의해 가장 먼저 처단되는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데니안이 맡은 호위무사 백호가 이번 7회에서는 톡톡이 한 역할을 담당하더군요. 대사도 많고 액션도 많고 표정에 감정 연기까지 있어서 쉽지 않았을 텐데, 그 정도면 크게 흠잡을만한 연기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껏 데니안이 연기하는 모습을 본 적 없는 데다가, 거의 처음 도전하는 연기가 사극이라 자칫 손발이 오그라드는 어색함으로 극의 분위기를 망치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도 기우였군요.

한 때 노비 출신이었던 언년이의 집안에서 호위무사를 하기에는, 백호라는 인물은 너무 수준이 높고 기품도 있어 보입니다. 어떻게 해서 인연이 닿았는지는 알 수 없되 그 정도의 인물이 계속 그 집안에 충성을 다하고 있었던 가장 커다란 이유는 혜원에게 남몰래 품고 있던 연정이었음을 그 태도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송태하는 역시 폼생폼사, 진중하면서도 어지간히 폼을 잡아대는 통에 피식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영웅의 귀여움을 지녔습니다. 백호가 혜원과 한 집안 식구처럼 지내던 사이임을 알게 되자, 진검을 사용하지 않겠다며 나뭇가지를 주워 들고 혜원을 돌아보며 안심시킵니다. "별 일 없을 겁니다. 사내들의 장난이려니 하고 편히 보시지요." 그리고는 호위무사들을 향해 주인처럼 명령하지요. "시작들 하게~"

겨루는 도중에도 마치 스승이 제자를 가르치듯 훈수를 두는 모습이며, 어김없이 승리를 차지한 후에도 상대방이 "주인의 명을 받았으니 추격을 멈출 수 없다"고 하자 그의 입장을 이해하고 계속 쫓으라며 허락해 주는 태도는 그야말로 최고의 자신감이며 지극히 양반다운 기질을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송태하와 통성명을 한 후 그의 신분을 알아차린 백호는 그에게 승복하며 예를 갖추었고, 두 사람 사이에는 때 아닌 선문답과 같은 대화가 오갑니다. 대충 요약해 본다면, 훌륭한 무예를 지니고도 무과에 응시하지 않는 이유는 임금을 신뢰할 수 없고 썩은 정치에 이용당하기 싫어서라고 백호가 말하자 송태하가 답하길, 벼슬이 더럽다 피한다면 평생 가도 그 더러움을 바로잡을 수 없으니, 오물 속에서 굴러야 그 역겨움을 바로 보고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뭐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백호는 일개 한 집안의 호위무사라고 하기에는 마치 초야에 은둔하는 성현처럼 고고한 모습을 보였고, 송태하는 자기의 뜨거운 피로 썩은 세상을 정화시키고자 하는 충신의 열렬함을 보여 주었습니다. 


이러한 남자들의 매력에 비해, 확실히 여주인공 혜원이의 매력은 살아나지 않고 있었습니다. 깨끗한 옷과 얼굴이야 그런대로 봐준다 해도, 어둠 속에서 더욱 짙게 드러나는 화장이 계속 몰입을 방해하더군요. 대길이의 회상씬에서 노비의 모습으로 등장할 때는 비교적 화장기가 연한 해맑은 얼굴이더니만, 그때와 달리 지금은 아씨의 신분이라서 그런 것인지, 손톱으로 긁으면 잔뜩 끼어 나올 듯한 두꺼운 화장은 정말 아니다 싶었습니다.

게다가 백호가 자기를 연모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마도 눈치채고 있었던 게지요. 추격을 멈추게 하기 위해서 뜬금없이 송태하와 혼인한 사이라고 거짓말을 합니다. 미리 양해도 구하지 않고 ... 어이가 없습니다.


그래도 송태하가 두말없이 받아주는 것을 보면 확실히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능력은 최고인 듯 합니다만, 평생 규방을 벗어난 적 없는 양가집 규수인 척, 온갖 얌전한 척은 다 하던 그녀가, 이젠 슬그머니 남자의 손을 잡아끌어 자기의 팔짱을 끼게 하는 저 모습을 보니 앞으로도 한참동안 '추노'의 여주인공은 비호감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힘들어 보입니다. 도무지 등짝을 다쳤는데 걸음조차 제대로 걷지 못하는 저 연약함은 뭐란 말입니까?


설화에 대한 대길의 마음은 무엇일까요? 이 차가운 세상에 마음 붙일 곳 하나 없는 그녀를 보며, 마치 자기를 보는 듯한 연민을 느끼는 걸까요? 첫회에서 보여주었던 그의 따뜻한 마음, 노인에게 동첩으로 팔려갔던 열 세 살 소녀를 구해주던 그 따뜻한 마음으로 설화를 저렇게 업고 가는 걸까요? 비록 아직 사랑은 아니지만, 왠지 혜원을 업고 가는 송태하보다 설화를 업고 가는 대길이의 모습이 더 아름다워 보입니다.


혜원이는 송태하의 등에 업힌 채, 대길과의 사랑의 징표였던 돌멩이를 놓쳐버리는군요. 10년 동안 만나지 못하면서도 가슴에 품어 왔던 사랑을, 이제 만날 날이 가까워지니 오히려 마음에서 놓게 되는 모양입니다. 참 이상한 일이지요.

송태하는 혜원이가 소중한 돌멩이를 떨어뜨린 줄도 모르고 그냥 걸어가는데, 대길이는 설화가 떨어뜨린 악기를 말없이 주워서 들고 가네요. 그 모습도 왠지 심상치가 않습니다. 송태하는 혜원으로 하여금 과거의 사랑을 잊게 할 거라는 암시일까요? 대길이는 설화의 아픈 과거까지도 모두 따뜻하게 감싸줄 거라는 의미일까요? ... 참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세상도 사랑도... 알 수 없는 일 투성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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