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STORY 2014 우수블로그
TISTORY 2012 우수블로그
TISTORY 2011 우수블로그
TISTORY 2010 우수블로그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관리 메뉴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추노'는 코믹 사극? 은근히 웃기던 장면들 정리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추노

'추노'는 코믹 사극? 은근히 웃기던 장면들 정리

빛무리~ 2010. 1. 29. 13:38
반응형


'추노'라는 드라마의 장르를 곰곰히 생각해 보면, 상당히 진중하면서도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는 정통 사극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사람으로 태어났으되 사람 대우를 받지 못하고 살던 노비와 하층민들의 삶이 처참한 삶이 적나라하게 배경으로 깔리고, 꼭대기에서부터 개혁을 시도하던 소현세자는 추악한 정쟁(政爭)의 희생양이 되어 젊은 나이에 비명횡사하였습니다.


소현세자를 따르던 충신들은 초개와 같이 죽어나가거나 가문이 몰살되고 노비로 전락했으며, 그들을 죽음으로 몰아간, 부패한 권력의 핵심들은 여전히 썩은 내음을 풍깁니다. 이에 '노비당'이라는 이름으로 기습과 쿠테타를 전담하는 반란 세력이 가장 아래쪽에서부터 치솟아 올라오는 중이며, 소현세자가 남긴 마지막 혈손 이석견을 중심으로 몰락한 양반들의 세력도 집결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렇게 '추노'가 그리고 있는 세계는 밝기보다는 어두우며, 주제는 결코 가볍지 않고 무겁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극의 분위기는 무척이나 밝은 터치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내용은 심각한데 등장인물들은 별로 심각하지 않습니다. 심지어는 죽음을 앞두고도, 자기를 죽이려는 자와 더불어 여유롭게 선문답을 나누거나 가벼운 칭찬을 건네는 형국입니다.
이러한 코믹 요소들은 자칫 심하게 무거워질 수 있는 분위기를 끌어올려 시청의 재미를 더해 줍니다. 얼마 전 종영한 '선덕여왕' 류의 진지한 사극에 익숙해져 있던 저는 '추노'의 코믹 요소들에 처음엔 적응 못하고 황당함을 느낄 때가 많았지만, 이젠 나름 익숙해져서 즐길 수 있게 되었군요.

더불어 배우들의 과도한 노출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논란이 일고 있는, 섹시 코미디 퓨전 사극 '추노' 8회에서 나름대로 조금씩은 웃겼다고 생각되는 몇 장면들을 모아 보았습니다.


1. 도련님의 등에 업혀 떼쓰는 언년이


"나는 꼭 과거에 장원급제 할거다" ... "그래서요?" ... "나라에서 큰 일을 하는 높은 자리에 앉아야지" ... "그러면요?" ... "세상을 바꿔야지"... " 어떻게요?" ... "양반 상놈 없이 평등한 세상을 만들 거다. 그래서, 언년이 너하고 평생 살거다."

아름다운 회상의 한 장면이었지요. 종년 언년이를 사랑하던 대길 도련님의 감동적인 사랑 고백이었습니다. 사랑에 눈먼 사내의 물불 안 가리는 용기인지는 모르되, 세상을 바꾸겠다는 젊은이의 야심찬 기개 또한 돋보이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런데 등에 업힌 언년이가 뽀얀 얼굴을 해갖고는 입술을 삐죽거리며 계속 "그래서요?" 라고 어리광을 부리듯 물어대는 통에 조금 웃겼습니다. 물론 의도는 대길의 입으로부터 저 멋진 대사를 끌어내기 위하여 그렇게 설정한 것이겠지만, 얼핏 보기에는 철없는 언년이가 마치 속으로 "장원급제하면 우선 나한테 장가부터 들어야지 무슨 나라에서 큰 일을 하겠다는 거예요? 여지껏도 목 빠지게 기다렸구만, 나라의 큰 일을 다 마칠 때까지 또 기다려야 한단 말인가요? 도대체 나를 언제 데려갈 거냐구요? 그래서요? 그러면요?" 라고 재촉하며 따지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거든요.


2. 거울공주 김혜원의 세미 누드(?) 쇼 


여주인공 이다해의 너무도 깨끗하고 뽀얗고 예쁜 얼굴에 대한 비난은 1회부터 지금까지 끊이지 않고 있건만, 제작진은 전혀 개의치 않는 듯 합니다. 게다가 그보다 더 강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노출' 부분에 대해서는 아예 노이즈 마케팅을 즐기고 있는 듯 보이기까지 합니다. '추노' 8회를 보고서 저는 확신하게 되었어요.


혜원은 급박하게 도망치던 와중에 단도를 등에 맞고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남녀가 유별하건만 송태하(오지호)의 거친 손에 몸을 맡기고 동굴 속에서 치료를 받을 수밖에 없었지요. 숨었던 동굴을 나서자마자 코앞까지 따라 온, 집안의 호위무사 백호(데니안) 때문에 또 한바탕 긴장하고 연극까지 벌였습니다.

물론 격투를 벌인 것은 송태하였지만, 옆에서 덩달아 긴장하고 마음 졸인 탓인지, 상처가 덧난 탓인지 기절해 버려서 송태하의 등에 업혀 그의 상관이었던 문노 장군(?) 댁에 잠깐 피신해 온 처지입니다. 결코 안정적인 상태가 아니며, 곧바로 다시 도망가야 하는 급박한 상황입니다. 상처는 아프고, 마음은 불안해야 정상입니다.


그런데 당황스럽게도 혜원은 송태하가 방을 나가자마자 거울을 잡아끌어 자기 얼굴을 들여다봅니다. 여전히 티 하나 없이 뽀얗고 고운 얼굴입니다. 궁궐의 공주님이라고 해도 믿을 지경입니다. 그래도 몇 올 흐트러진 머릿결이 마음에 걸리는지 곱게 쓰다듬어 봅니다.


그리고 '추노' 제작진은 노출과 관련된 파문과 논란을 즐기는 것이 거의 확실해 보입니다. 옷을 갈아입는 모습을 저렇게 앞에서 적나라하게 잡아 주어야 할 필요도 없을 뿐 아니라, 급박하게 도망을 쳐야 하는 상황인데 활동적인 남장을 하든가 하지, 기존의 옷보다 별로 나을 것도 없어 보이는 치렁치렁한 옷을 또 입히는 것은 무슨 이유이며, 무엇보다도 저고리를 안 입은 반 나체 상태로 호들갑을 떨며 여기저기를 뒤지고 다니는 황당스런 시츄에이션은 뭐란 말입니까?


옷을 갈아입다 보니, 그제서야 비로소 대길 도련님과의 정표인 소중한 돌멩이를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그래서 정신없이 찾고 있다는 설정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남의 집에서, 누구인지도 모르는 낯선 사람의 집에서, 곁에는 도와 줄 여인네 한 명도 없이 혼자 옷을 갈아입고 있는 처지에서 얌전한 규수라면, 당연히 옷부터 황급히 다 갖춰 입고 나서 물건을 찾더라도 찾는 것이 순서입니다.

언제 누가 들어올지도 모르는 불안한 상황인데 저렇게 훌떡 벗은 상태로 여기저기를 뒤진다는 것은 참... 웃기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러고도 '노출 노이즈 마케팅'을 즐긴다고 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요?


돌멩이를 잃어버렸다는 사실에 저고리를 입을 생각도 안하고 멍 때리며 앉아 있던 혜원 공주, 송태하가 저벅저벅 걸어 들어오자 그제서야 깜짝 놀라며 가슴골을 손으로 가리고 묻습니다. "나리, 어찌 이러셔요?" (-_-)

위급 상황에서는 남녀유별을 따지지 않는 대범한 장부 송태하는 아무렇지도 않게 벗고 있는 그녀의 코앞까지 다가와서는 얼굴을 쳐다보며 말합니다. "일이 급하게 되었습니다. 어서 환복하고 즉시 떠나야겠습니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방 한쪽으로 가서 자기도 옷을 갈아입기 위해 상반신 누드를 공개합니다.

송태하의 입장이야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거울공주 김혜원 덕분에 짤막하고도 황당한 섹시 코미디를 구경한 기분이었습니다.


3. 카메오 문노 장군의 억울하고 허무한 죽음

이름조차 나오지 않고 그저 송태하의 옛 상관이었다고만 나오는 '선덕여왕'의 문노 장군 정호빈은 역시 빵빵한 카메오들 중의 한 분이셨더군요. 지속적으로 역할을 맡아 주실까 했는데, 등장하자마자 황철웅(이종혁)의 손에 최후를 맞이하게 되니 좀 허무했답니다. 그리고 생각해 보면 너무나 억울한 죽음이었어요.


그는 타락한 정치에 휘말리기 싫어 벼슬을 버리고 낙향한 청렴한 관리였습니다. 청나라와의 전쟁 중에 항복하라는 명을 차마 받들 수 없었기에 군복을 벗고 일반인의 신분으로 돌아간 강직한 장군이었습니다. 그렇게 세상의 어지러움과 더러움을 피해 조용한 삶을 영위하고 있던 그의 공간에, 문득 옛 부하였던 송태하가 쫓기는 몸이 되어, 상처 입은 여인까지 데리고 찾아옵니다.


그는 워낙 강직한 성품을 지녔기에 "비록 누명을 썼더라도, 국법에 의해 누명이 벗겨지기 전까지는 죄수이며, 자네는 현재 쫓기는 노비의 신분이 맞네." 라고 오만한 송태하에게 날카로운 직언을 서슴지 않지만, 그래도 차마 내칠 수 없어 아주 잠깐 그들을 집에 숨겨 줍니다. 그리고 황철웅이 들이닥치자 그들에게 도망칠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역시 아주 잠깐 황철웅을 상대합니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쫓기던 자들을 대신하여 그가 죽어버린 것입니다.


이렇게 비감한 장면에서도 '추노'는 코믹적 요소를 잊지 않았습니다. 격투 끝에 황철웅의 검에 찔린 문노 장군이 마지막으로 내뱉은 한 마디 때문이었지요. "많이 늘었구나."

한때는 자기의 부하였던 황철웅의 실력이 일취월장한 것을 모르고 얕잡아 상대했다는 후회의 말이었던 것 같은데, 너무도 평온한 표정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바람에 치명상을 입었다는 것은 황철웅이 검을 뽑고서야 알았습니다. 마치 자기의 죽음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담담한 얼굴이더군요. 어쩌면 그에게 있어 죽음이란, 어쩔 수 없이 머물고 있던 이 더러운 세상을 떠날 수 있는, 아주 고마운 손님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4. 황철웅의 어두움을 눙쳐 주는 천지호의 능글거림

악역 황철웅이 등장하는 장면은 매우 어둡고 무겁습니다. 그 캐릭터 자체가 내면이 온통 어두움과 질투와 비뚤어진 출세욕으로 똘똘 뭉쳐 있는 데다가 행복감은 전혀 없습니다. 그에게 드리워져 있는 장인(丈人) 이경식의 그림자는 절대악의 역겨운 냄새를 풍기며, 황철웅 자신 또한 아직은 매력적인 악역으로 발돋움하지 못하고 평범한 수준의 '그냥 나쁜 놈'에서 머물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니 그가 등장하는 장면마다 어두움이 지나쳐서 불쾌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런 위험을 눙쳐주는 존재가 바로 천지호(성동일)입니다. 이대길(장혁)의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고참 추노꾼인데, 실력은 대길보다 약간 떨어지는 듯 하지만 의뢰인으로부터 돈 뜯어내는 능력은 막상막하라 할 수 있겠습니다. 대길의 실력을 더 높이 평가한 중간 브로커 오포교(이한위)가 최고 거물인 이경식의 의뢰를 대길에게 주선했으니, 대길은 통 크게 이경식으로부터 무려 5000냥의 착수금을 받고 일을 시작했지요. 그러나 천지호는 그 정도의 배짱은 없고, 조금씩 갉아먹는 것에 더 익숙합니다.

황철웅의 의뢰를 받아들여 계속 쫓아다니긴 하는데, 이것이 영 다루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온 몸에 돼지기름이라도 범벅을 해놓은 것처럼 어찌나 능글거리는지, 보면서 제가 다 약이 오를 지경이에요. 매사에 잔뜩 어두운 분위기를 잡고 다니는 황철웅에게는 그야말로 천적이라 하겠습니다. 양반의 체통이고 무엇이고를 따지지 않고 살금살금 기어오르며, 툭하면 손을 벌리고 추가금을 요구하는 천지호를 매일 상대해야 하니, 내색은 안해도 그 속이 다 뒤집힐 겁니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하는짓이 워낙 얄밉거든요.


칼솜씨 못지 않게 마음씀씀이도 매섭고 독한 황철웅에게 겁도 없이 계속 깐죽거리다가 결국은 똘마니들과 함께 제대로 걷어채여 마루에 나가떨어졌는데도, 천지호의 능글대는 웃음은 멈출 줄을 모릅니다. 제주도까지 따라가게 되면 최소 1500냥은 뜯어낼 수 있을 거라는 소박한(?) 희망 때문입니다. 그 느끼한 미소를 보면서 매일 짜증을 억누르고 있을 황철웅의 내면을 짐작해 보는 것도 간간히 웃음을 자아낼 수 있는 '추노'의 묘미입니다.
*******

이렇게 섹시 코미디 사극 '추노'는 깊이 있는 주제와 더불어 알싸한 웃음마저 전달해 줍니다. 그야말로 안 보면 손해라는 생각이 드는, 멋진 드라마군요. 흠잡을 곳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즐거움이 워낙 크기에 웬만하면 좋게 보아주고 싶은 심정이랄까요. 뭐 그렇습니다.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