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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노' 송태하 인물 탐구 - 정도(正道)를 걷는 남자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추노

'추노' 송태하 인물 탐구 - 정도(正道)를 걷는 남자

빛무리~ 2010. 1. 22.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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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추노'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그래서 가끔은 이렇게 한 명씩 뽑아 인물 탐구를 진행해 볼 생각입니다. 첫번째 주자는 웬만하면 주인공 대길이(장혁)로 선정하고 싶었으나, 6회까지 시청한 현재, 저의 마음을 가장 사로잡고 있는 캐릭터는 오히려 그의 반대편에 꿋꿋이 서 있는 송태하(오지호)입니다.

아마도 저의 타고난 성격과 생활 환경 때문일 거예요. 저는 기본적으로 정(正)과 반(反)이 존재하면 융통성 없게도 항상 정(正) 쪽으로 마음이 기울곤 합니다. 그래서 저는 아직도 '나쁜 남자' 신드롬에 물들지 않고 있어요. 물론 나쁜 남자의 매력이 상당히 치명적이라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럼에도 항상 제 눈에 더 밟히는 것은, 그 나쁜 남자 때문에 힘들어하고 괴로워하는 착한 남자의 모습이었답니다. 어찌 보면 유행에 뒤떨어진 촌스러운 취향이예요..ㅎㅎ ('그대 웃어요' 너무도 흐뭇한 착한 남자의 승리)

그러니 주인공이면서도 살짝 반(反)의 입장에 서 있는 대길이의 이야기는 좀 나중에 하도록 하고, 우선은 너무 완벽하게 정(正)의 길을 가고 있는 송태하의 이야기부터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소현세자라는 인물 자체가 사극에서 꽤 많이 다루어졌던 실존인물인지라, 그에게 충성하는 신하 송태하의 캐릭터는 좀 식상할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뚜껑을 열고 보니 결코 식상하지 않고, 꽤나 개성이 뚜렷하군요.

정도(正道)를 걷되 너무나 요령없이, 경우에 따라서는 조금쯤 굽히거나 주변을 돌아보며 심사숙고할 법도 하건만, 전혀 그럴 줄을 모르고, 매사에 그저 강하게만 밀어붙이며 고집스레 앞으로만 나아가는 그 태도는, 한편 골통같아 보이기도 하는데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워낙 탁월한 능력을 지니고 있기에, 그렇게 막무가내로 밀어붙여도 그의 험난한 앞길은 마치 탄탄대로처럼 쭉쭉 열리거든요. 보는 사람이 다 신기하고 통쾌합니다.

그를 쫓는 추노 대길이가 주인공인데도 번번히 송태하에게 한 수씩 뒤지며 그를 놓치는 모습에 별로 속상하지가 않습니다. 대길이 자신조차 시원스레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를 향해 날렸던 자기의 화살이 그의 검에 튕겨져 모두 강물 속에 빠져 버렸는데도 "낚시에 용이 걸리는 거 봤어? 이런 것에 맞아 죽을 놈이 아니지" 라고 태평스레 말했고, 계략을 짜내어 그를 관군에 포위되게 해 놓고서도 "개들이 에워싼다고 호랑이가 잡히겠어?" 하며 그가 무사히 탈출할 것을 예상합니다. 대길이도 역시 보통 인물은 아닌 게지요.

송태하는 혁혁한 양반가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열심히 무예를 연마하고 병법을 익혔으며, 성장해서는 그 능력을 인정받아 젊은 나이에 장군으로 제수되었습니다. 그러다가 비운의 소현세자를 만나 그의 인품에 감복하고 그의 사람이 되었지요. 소현세자가 청나라에 볼모로 끌려갈 때, 함께 따라가 온갖 굴욕과 설움을 함께 겪었으며, 청에 들어와 있는 서양 문물도 세자와 더불어 수없이 접하였습니다.

소현세자는 눈뜬 장님과도 같은 조선의 처지를 가엾이 여기며 개화를 꿈꾸었으나, 고국에 돌아오자마자 조정 대신들의 모함과, 그들의 감언이설 속임수에 어이없이 넘어가고 만 부왕(父王) 인조의 그릇된 판단으로 어이없이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조정 중신들의 모함에 속아 아들에게 단단히 화가 난 인조는, 세자의 서거를 등한시하며 3년장이 아니라 3일장으로 그치게 한다는 어명을 내렸고, 이에 불복하며 항거하던 송태하는 가장 먼저 역모의 누명을 쓰고 온갖 고문을 당한 후 파직되어 노비의 신분으로 강하되었습니다.

어쩌면 처음부터 정해진 일이었습니다. 조정의 실세 이경식은 당시 좌의정이던 그의 스승 임영호를 경계하여 일부러 송태하를 옭아매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던 중이었거든요. 결국 임영호는 송태하를 살리기 위해 스스로 관직을 내어놓고 고향인 충주로 낙향하고 맙니다.

관청 노비가 되어서도 후일을 기약하여 일부러 절름발이 흉내를 내며 때를 기다리던 송태하에게, 소현세자가 죽기 직전에 썼던 편지가 뒤늦게 전달됩니다. 자기의 어린 자식과 대업을 당부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송태하는 세자의 유명을 받들고 탈출하여, 마지막 살아남은 원손(元孫) 이석견을 구하기 위해 제주도로 향합니다.

그의 탈출 소식은 즉시 조정에 알려졌고, 그 누구보다도 그를 경계하는 이경식은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그를 잡으려 하는데, 그 과정 중에 주인공인 추노꾼 대길은 이경식에게 고용되어 무려 5000냥의 거액을 선금으로 받고 추격에 착수합니다.

한편 송태하는 제주도로 건너가기 전에, 먼저 스승을 찾아뵙고 후일을 논하기 위해 임영호의 고향인 충주를 찾아갔으나, 그가 도착했을 때 이미 스승은 이경식의 사주를 받고 찾아온 그의 사위 황철웅(이종혁)의 손에 살해된 후였습니다. 한때는 친구였으나 이제는 원수가 되어버린 황철웅(이종혁)과 송태하가 격투를 벌이는 찰나, 끈질기게 그를 쫓아온 이대길이 그 자리에 당도하면서 세 명의 사내는 운명적으로 조우하게 되지요.

송태하라는 인물은 거의 99% 완벽한 인간형입니다. 소신이 뚜렷하고, 용감하고, 꿋꿋하고, 잘 생겼고, 두뇌 명석하고, 각종 병법 숙지 능력 최고, 검법을 비롯한 무술 실천 능력 최고에, 주군께의 충성과 친구에의 의리도 최고이며, 여인과 함께 있을 때면 믿음직한 책임감과 부드러운 자상함까지 보여줍니다. 게다가 문무겸비한 인재라, 숯을 이용하여 치마폭에 멋지게 그림을 그릴 줄도 아는 고상한 능력까지 갖추었습니다.

아, 물론 우연히 만나 동행하던 혜원낭자(이다해)의 하얀 소복 치마에 송태하가 생뚱맞게 그림을 그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따로 있었지요. 신혼 첫날밤도 안 치르고 도망친 혜원에게 단단히 화난 최사과(안승훈) 양반이 고용하여 그녀를 쫓으라고 명령한 추격꾼이 바로 코앞까지 쫓아와서 한 판 극렬한 격투가 벌어졌고, 그 와중에 혜원의 치마폭에 많은 핏방울이 튀겼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모양으로 거리를 활보할 수는 없었으므로, 송태하는 각각의 핏방울을 붉은 꽃 모양으로 삼아서 숯으로 나무의 줄기와 잎을 그려내어 멋진 작품을 완성시켰습니다.

이렇게 완벽한 송태하에게도 단 한 가지의 약점이 있으니, 뼛속 깊숙이 박혀 있는 "내가 양반입네" 하는 권위의식입니다. 실제로 잘나기도 했지만 겸손한 인격과는 거리가 멀고, 매사에 완벽 자신감으로 충만하며 대단히 오만합니다.

분명 현재 그의 입장은 탈출한 노비의 신분으로 쫓기고 있는 처지임에 틀림없으나, 아무리 혜원이 따져 물어도 결코 "나는 노비가 아닙니다" 라고만 잘라 말할 뿐 자세한 사정을 설명해 주지도 않습니다.

길을 잘못 들어서 엉뚱한 산 위로 올라와 버렸는데도, "군관이 길을 잘못 드는 경우도 있습니까?" 라고 무심히 묻는 혜원의 말에 "지도 없이 홀로 길을 찾다 보면 그러기도 합니다. 워낙 흔한 일이라 실수라고도 할 수 없지요... 어쩌고 저쩌고..."  이렇게 변명을 하면서 조금은 귀엽고 우스꽝스럽게 자존심을 세우려 합니다. 그의 보호를 받는 처지인 혜원이 웃음을 참지 못할 정도로 말이지요.

너무 완벽해 보이는 그에게 이렇게 허당스런 약점이 있음으로 해서 오히려 인간적으로 보이는군요. 자기는 분명 쫓기는 처지이건만 곧죽어도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나를 쫓아오는 사람들은 있지만, 나는 절대 쫓겨서 도망치는 것이 아닙니다. 만나야 할 사람이 있어, 나의 갈 길을 가는 것뿐입니다." 라며 기를 쓰고 체면치레를 하는 그의 모습은 약간은 멋있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좀 웃깁니다. 그의 입장에서 보면 그의 말이 사실이겠지만, 남들의 입장에서 보면 탈출한 관청 노비로서 추노에게 쫓기고 있는 게 맞거든요. 그야말로 "그건 니 생각이고~" 이런 상황입니다.

어쨌든 양반입네 하는 자존심을 세우느라 가끔씩 코믹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 이외에, 송태하는 흠잡을 데가 단 한 군데도 없는 완벽한 인물입니다. 너무 완벽해서 현실에 존재할 것 같지 않은 인물이지요. 이런 면은 오히려 캐릭터상으로 볼 때는 약점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만, 하여튼 상당히 매력적인 인물임에는 틀림없어 보입니다. 여러분도 저처럼 송태하의 매력에 빠지셨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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