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추노' 송태하 인물 탐구 - 정도(正道)를 걷는 남자 본문
드라마 '추노'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그래서 가끔은 이렇게 한 명씩 뽑아 인물 탐구를 진행해 볼 생각입니다. 첫번째 주자는 웬만하면 주인공 대길이(장혁)로 선정하고 싶었으나, 6회까지 시청한 현재, 저의 마음을 가장 사로잡고 있는 캐릭터는 오히려 그의 반대편에 꿋꿋이 서 있는 송태하(오지호)입니다.
아마도 저의 타고난 성격과 생활 환경 때문일 거예요. 저는 기본적으로 정(正)과 반(反)이 존재하면 융통성 없게도 항상 정(正) 쪽으로 마음이 기울곤 합니다. 그래서 저는 아직도 '나쁜 남자' 신드롬에 물들지 않고 있어요. 물론 나쁜 남자의 매력이 상당히 치명적이라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럼에도 항상 제 눈에 더 밟히는 것은, 그 나쁜 남자 때문에 힘들어하고 괴로워하는 착한 남자의 모습이었답니다. 어찌 보면 유행에 뒤떨어진 촌스러운 취향이예요..ㅎㅎ ('그대 웃어요' 너무도 흐뭇한 착한 남자의 승리)
그러니 주인공이면서도 살짝 반(反)의 입장에 서 있는 대길이의 이야기는 좀 나중에 하도록 하고, 우선은 너무 완벽하게 정(正)의 길을 가고 있는 송태하의 이야기부터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소현세자라는 인물 자체가 사극에서 꽤 많이 다루어졌던 실존인물인지라, 그에게 충성하는 신하 송태하의 캐릭터는 좀 식상할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뚜껑을 열고 보니 결코 식상하지 않고, 꽤나 개성이 뚜렷하군요.
그를 쫓는 추노 대길이가 주인공인데도 번번히 송태하에게 한 수씩 뒤지며 그를 놓치는 모습에 별로 속상하지가 않습니다. 대길이 자신조차 시원스레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를 향해 날렸던 자기의 화살이 그의 검에 튕겨져 모두 강물 속에 빠져 버렸는데도 "낚시에 용이 걸리는 거 봤어? 이런 것에 맞아 죽을 놈이 아니지" 라고 태평스레 말했고, 계략을 짜내어 그를 관군에 포위되게 해 놓고서도 "개들이 에워싼다고 호랑이가 잡히겠어?" 하며 그가 무사히 탈출할 것을 예상합니다. 대길이도 역시 보통 인물은 아닌 게지요.
소현세자는 눈뜬 장님과도 같은 조선의 처지를 가엾이 여기며 개화를 꿈꾸었으나, 고국에 돌아오자마자 조정 대신들의 모함과, 그들의 감언이설 속임수에 어이없이 넘어가고 만 부왕(父王) 인조의 그릇된 판단으로 어이없이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어쩌면 처음부터 정해진 일이었습니다. 조정의 실세 이경식은 당시 좌의정이던 그의 스승 임영호를 경계하여 일부러 송태하를 옭아매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던 중이었거든요. 결국 임영호는 송태하를 살리기 위해 스스로 관직을 내어놓고 고향인 충주로 낙향하고 맙니다.
그의 탈출 소식은 즉시 조정에 알려졌고, 그 누구보다도 그를 경계하는 이경식은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그를 잡으려 하는데, 그 과정 중에 주인공인 추노꾼 대길은 이경식에게 고용되어 무려 5000냥의 거액을 선금으로 받고 추격에 착수합니다.
송태하라는 인물은 거의 99% 완벽한 인간형입니다. 소신이 뚜렷하고, 용감하고, 꿋꿋하고, 잘 생겼고, 두뇌 명석하고, 각종 병법 숙지 능력 최고, 검법을 비롯한 무술 실천 능력 최고에, 주군께의 충성과 친구에의 의리도 최고이며, 여인과 함께 있을 때면 믿음직한 책임감과 부드러운 자상함까지 보여줍니다. 게다가 문무겸비한 인재라, 숯을 이용하여 치마폭에 멋지게 그림을 그릴 줄도 아는 고상한 능력까지 갖추었습니다.
그 모양으로 거리를 활보할 수는 없었으므로, 송태하는 각각의 핏방울을 붉은 꽃 모양으로 삼아서 숯으로 나무의 줄기와 잎을 그려내어 멋진 작품을 완성시켰습니다.
이렇게 완벽한 송태하에게도 단 한 가지의 약점이 있으니, 뼛속 깊숙이 박혀 있는 "내가 양반입네" 하는 권위의식입니다. 실제로 잘나기도 했지만 겸손한 인격과는 거리가 멀고, 매사에 완벽 자신감으로 충만하며 대단히 오만합니다.
길을 잘못 들어서 엉뚱한 산 위로 올라와 버렸는데도, "군관이 길을 잘못 드는 경우도 있습니까?" 라고 무심히 묻는 혜원의 말에 "지도 없이 홀로 길을 찾다 보면 그러기도 합니다. 워낙 흔한 일이라 실수라고도 할 수 없지요... 어쩌고 저쩌고..." 이렇게 변명을 하면서 조금은 귀엽고 우스꽝스럽게 자존심을 세우려 합니다. 그의 보호를 받는 처지인 혜원이 웃음을 참지 못할 정도로 말이지요.
어쨌든 양반입네 하는 자존심을 세우느라 가끔씩 코믹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 이외에, 송태하는 흠잡을 데가 단 한 군데도 없는 완벽한 인물입니다. 너무 완벽해서 현실에 존재할 것 같지 않은 인물이지요. 이런 면은 오히려 캐릭터상으로 볼 때는 약점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만, 하여튼 상당히 매력적인 인물임에는 틀림없어 보입니다. 여러분도 저처럼 송태하의 매력에 빠지셨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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