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지붕킥 (49)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일일시트콤 '몽땅 내 사랑'은 작품성 면에서 보았을 때 크게 흥미로운 편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시트콤은 드라마보다 더욱 캐릭터가 중요시되는 장르지요. 드라마는 전체적인 스토리가 탄탄하게 짜여져 있으면 개별적 캐릭터가 매력없더라도 흥미를 유지할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시트콤은 호흡이 짧고 각 회마다 별개의 에피소드를 소화해야 하므로 작품을 이끌어가는 것은 스토리보다 캐릭터의 힘입니다. 시트콤의 캐릭터는 매력적일 뿐 아니라 설득력이 있어야 하며, 시청자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테면 '지붕뚫고 하이킥'의 황정음, 신세경, 이지훈(최다니엘), 정준혁(윤시윤) 등은 모두 제각각 다른 스타일로 뚜렷한 개성을 지녔는데, 다양한 시청자들은 저마다 자기의 취향에 맞는 캐릭터를 골라 심취할 만큼 몰입..
한때는 매일을 행복하게 해 주던 김병욱표 시트콤을, 일주일에 달랑 1번으로 만족해야 한다는 것은 차라리 고문에 가깝군요. '원스어폰어타임 인 생초리' (이하 '생초리')는 이제 겨우 3회까지 방송되었지만, 각각의 캐릭터는 거의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 중에도 단연 압도적으로 눈에 띄는 인물은 바로 조민성(하석진)입니다. 그런데 왠지 하석진을 보면, 김병욱의 전작인 하이킥 시리즈에서 보았던 최민용과 최다니엘의 캐릭터가 자꾸만 겹쳐서 떠오르는군요.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이 3명의 남자에게서는 적잖은 공통점을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우선은 차도남(차가운 도시 남자) 혹은 까도남(까칠한 도시 남자) 등의 단어로 요약할 수 있겠네요. 추억에도 잠길 겸 해서 이들의 흥미로운 캐릭터를 간단히 분석 비교해 보았습니다. ..
'솔직하다'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거짓이나 숨김이 없이 바르고 곧다"는 뜻입니다. 아주 좋은 말이지요. 그런데 언젠가부터 저는 이 말에 묘한 거부감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유는 '솔직하다'는 말의 의미를 "거짓이나 숨김이 없다"는 쪽으로만 해석할 뿐 "바르고 곧다" 쪽과는 전혀 관계 없는 듯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 단어의 잘못된 해석의 전형적인 예를 발견한 곳은 다름아닌 '채팅'에서였습니다. 한 잔의 차를 마시며 고정방에 들어가 익숙한 이름의 이웃들과 인사를 나누고 같은 음악을 들으며 가벼운 담소를 나누는... 채팅은 한동안 저에게 있어 여가 시간을 즐기는 소중한 취미생활이었습니다. 이제는 아이디조차 잊어버릴 만큼 예전의 일이지만요. 그런데 저와 제 친구들처럼 단순한 대화..
도대체 왜일까? 남들은 다 좋다는데 유독 내 마음에는 와닿지 않는 이 영화가 나는 원망스러웠다. 엄태웅, 이민정, 최다니엘, 박신혜, 네 명 모두 내가 굉장히 좋아하는 배우인데다가, 본 사람마다 좋았다고, 오랜만에 접하는 제대로 된 로맨틱코미디라고 칭찬이 자자하기에 꽤나 기대를 하고 본 영화였다. 그러나 결과는 실망이었다. 내가 보기에는 그저 그렇고 지루한 멜로물일 뿐이었다. '광식이 동생 광태'는 정말 재미있게 보았었는데, 지난 4년 동안 감독의 스타일이 변한 것일까? 아니면, 나의 감성이 달라진 것일까? 나의 취향에는 등장인물들도 그 연애의 설정도 하나같이 매력이 없었다. 연애를 도와주는 것도 정도껏이라야지, 자기 본연의 모습과 상관없이 너무 작위적으로 꾸며대면서 사랑을 시작한다는 설정부터가 별로 마..
걸그룹 '슈가'의 멤버로 활동할 당시, 황정음은 지금보다 약간 동그스럼한 얼굴에 아주 귀여운 가수였습니다. 저는 2003~2004년 무렵에 '도전 1000곡'을 굉장히 즐겨 보았었는데, 출연할 때마다 황정음이 보여주던 노래 실력에 무척 감탄하곤 했습니다. 아직 나이도 어린데 오래된 노래까지 두루 섭렵했을 뿐 아니라, 가사조차 한 번도 안 틀리고 끝까지 청아한 목소리로 완창하는 그 모습은 호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지요. 어떤 대선배 여가수는 귀엽다는 듯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자기는 이 조그만 머릿속에 어쩜 그렇게 많은 가사를 집어넣고 다니니?" 라고 물었던 적도 있습니다. '슈가' 해체 이후 황정음은 연기자로 데뷔했으나 한동안 부진의 늪에서 시달렸지요. '사랑하는 사람아', '겨울새' 등의 작품에 ..
신세경이 '지붕뚫고 하이킥'의 결말에 대해서 "돌이켜 생각하니 처참했던 결말" 이라고 입장을 밝혔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언뜻 처음에 들었던 생각은 "어린 나이답지 않게 성숙하다 했더니, 역시 어린 나이답지 않게 처세술에 능하고 영리하구나"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입장을 좀 더 이해하려는 마음으로 바라보니, 영리한 처세술이라기 보다는 "그 동안 참 많이 힘들었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바뀌었습니다. 극 중 자신의 캐릭터가 죽음으로 결말을 맞이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은 오히려 신세경이 제안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다른 모든 관계자들은 "그게 말이 되느냐?"며 기막혀 했지만, 김병욱 감독만은 진지하게 받아들였다고 했습니다. 말하자면 감독의 의견과 연기자의 의견이 일치하여 이루어낸 결말이었습니다. 저는 드..
'무릎팍 도사'에 출연한 정보석의 모습이 유난히 반가웠던 이유는, 아직도 쉽게 잊을 수 없는 '지붕뚫고 하이킥'의 여운 때문이었겠지요. 정보석은 위기에 처한 회사를 일으켜 세우는데 큰 공을 세우고, 언제나 장인으로부터 무시당하던 처지에서 벗어나 드디어 후계자로 인정을 받으면서, 누가 보더라도 행복한 결말을 맞이했었습니다. "보사마 화이팅!"을 외치던 많은 팬들이 진심으로 기뻐했으리라 짐작이 됩니다. 물론 저도 그들 중 한 사람이었구요. 그런데 어제 '무릎팍'에서 정보석이 보여준 이미지는 제가 혼자 속으로 상상하던 모습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습니다. 저는 그를 열정적인 배우, 연기 잘 하는 배우이면서도 젠틀하고 중후하며 겸손한 이미지로 인식하고 있었거든요. 이제껏 그가 맡았던 배역들의 영향도 있을테고, 그의..
아역탤런트 이영유, 참 오랜만에 보는데 그새 몰라보게 컸네요. 몇년 전 '진실게임'에 출연하여 깡충깡충 뛰면서 올챙이송을 부르던, 너무 귀엽고 깜찍하던 아기의 모습이 아직도 선한데 말이에요. 그때는 대여섯살 정도였던 것 같은데, 1998년생이니까 올해 벌써 13세의 꼬마숙녀가 되었네요. '진실게임' 출연 당시 얼마나 예쁘고 귀여웠던지 패널들의 사랑을 독차지했었지요. 심지어 송은이는 "영유 어머님께 물어보고 싶어요. 어떻게 하면 저런 딸을 낳을 수 있나요?" 라고까지 말했던 것 같습니다. 그보다 조금 더 컸을 때는 꼬마 7공주로 활약했었죠. 엘가의 '사랑의 인사' 멜로디에 예쁜 가사를 붙여서 일곱명의 여자아이가 불렀던 Love song은 한동안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흰 눈이 기쁨 되는 날~ 흰 눈이 미..
오늘... 하루종일 흐리고 어두운 하늘... 멈추어진 시간 속에 남은 그들을 추억하는 것이 아닐까? 마지막 순간에야 함께할 수 있었던... 그들의 영원한 행복을 위하여... 그들을 남겨둔 채, 시간의 흐름을 따라서 또 걸어가야 하는 우리를 위하여... 그리고... 시간을 멈추어 그녀를 행복하게 한 남자... 세상의 몰이해와 비난 속에... 고독하고 굳건하기 이를 데 없는 한 남자의 사랑을 위하여... 사진 출처 - http://cafe.naver.com/logosesang/463473
'지붕뚫고 하이킥'이 마지막회 방송만을 남겨두고 있는 시점에서, 주요 등장인물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각자 어느 정도씩 성장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특히 세경과 신애 자매의 영향으로 이순재옹을 비롯한 그 가족들의 변화가 두드려졌지요. 그러나 '지붕킥'이라는 시트콤의 가공할 위력에도 불구하고, 스쳐지나가는 단역들까지 성장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던 듯 합니다. 아주 잠깐씩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그가 어떤 행동을 할 때마다 역겨움을 참기 힘들었던, 지훈(최다니엘)의 후배 의사인 바로 저 인물입니다. 저 사람 외에 또 한 명의 동료 의사가 있었는데, 워낙 단역이다 보니 그들의 이름이나 행동을 구분할 수는 없지만, 하는 행동의 수준은 거의 비슷했습니다. 어렴풋한 기억으로 한 명은 민선생, 한 명은 안선생이라고 불렀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