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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걸그룹 '슈가'의 멤버로 활동할 당시, 황정음은 지금보다 약간 동그스럼한 얼굴에 아주 귀여운 가수였습니다. 저는 2003~2004년 무렵에 '도전 1000곡'을 굉장히 즐겨 보았었는데, 출연할 때마다 황정음이 보여주던 노래 실력에 무척 감탄하곤 했습니다. 아직 나이도 어린데 오래된 노래까지 두루 섭렵했을 뿐 아니라, 가사조차 한 번도 안 틀리고 끝까지 청아한 목소리로 완창하는 그 모습은 호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지요. 어떤 대선배 여가수는 귀엽다는 듯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자기는 이 조그만 머릿속에 어쩜 그렇게 많은 가사를 집어넣고 다니니?" 라고 물었던 적도 있습니다. '슈가' 해체 이후 황정음은 연기자로 데뷔했으나 한동안 부진의 늪에서 시달렸지요. '사랑하는 사람아', '겨울새' 등의 작품에 ..
사실은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자꾸만 되새기면 너무 아파서 그냥 모른 척하고 있었지만, 구대성이 그렇게 한 마디 유언도 남기지 못하고 허무하게 떠나갔음에, 그리고 가족들 중 아무도 그의 최후를 지키지 못하고 숨을 거둔 후에야 그 곁에 도착했음에, 이건 말도 안 된다고, 이럴 수는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처구니 없게도 그가 숨을 거두던 그 시간에, 그토록 사랑하던 두 딸은 제 안의 공허감을 술로 채워 보려다가 만취해서 연구실에 쓰러져 자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큰 일이 벌어지는데, 그들에겐 하늘같은 존재가 무너지고 있는데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언제나 꼭 잡고 있던 그의 손을, 마지막 순간에 잡아주지 못한 송강숙의 넋나간 표정도 잊을 수 없습니다. "효선아, 아빠 흔들어 봐....
'신데렐라 언니' 5회에서 은조과 기훈은 훌쩍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당당한 커리어우먼으로 보기엔 아직도 너무 어리고 약해 보이는 외모이지만, 문근영은 그 약점을 연기력으로 충분히 커버했습니다. 그리고 천정명도 한결 중후한 느낌으로 변신에 성공했더군요. 저로서는 무엇보다도 가장 염려스럽던 부분이 천정명이었는데 한시름 놓았습니다. 이제는 제법 다크 왕자님의 포스를 제대로 풍기면서 그 어두운 속셈을 궁금하게 만드는 내면 연기도 얼핏 보이니 대견하더랍니다. 오랜만에 다시 만난 그들은 서로를 차갑게 외면합니다. 일단은 오해 때문이라고 봐야겠지요. 은조의 입장에서는 기훈이 말도 없이 떠난데다가, 충분히 소식을 전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8년이라는 세월동안 한 번도 찾아오지 않은 것에 대해 배신감을 느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