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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무술감독 정두홍... 한국 액션 영화사에 큰 획을 긋고, 이미 전설이 된 그 사나이가 '놀러와'에 출연했습니다. 저는 이제껏 스턴트맨이라는 직업에 대해 잘 알지 못했었는데, 그의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많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네요. 평생토록 육체적, 정신적 통증을 숙명처럼 짊어지고 가야 할 뿐만 아니라, 함께 하는 동료 후배들에 대한 염려와 죄책감으로 한시도 마음 편할 날 없는 그의 직업은, 상상만 해도 간담이 서늘해질 만큼 고통스런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가장 아름다운 꽃은 가장 극심한 고통 속에서 피어나는 것임을, 정두홍의 삶을 통하여 느낄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 그의 어린 시절을 물어 오면, 정두홍은 항상 "나는 꿈이 없었다" 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한다고 합니다. 작은 시골 마을의 가난한 농사꾼 집..
'보스를 지켜라' 5회는 두 커플의 달달한 키스씬으로 마무리 되었었습니다. 차지헌(지성)이 노은설(최강희)에게 마음을 고백한 후 이 두 사람의 애정 전선은 거침없이 진행중이었기 때문에 당연한 수순이었지만, 서나윤(왕지혜)과 노은설 사이에서 상당히 애매해 보였던 차무원(김재중)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뜻밖의 수확이었습니다. 저는 무척이나 그 장면이 반갑더군요. 드디어 식상한 사각관계에서 벗어난, 유니크한 설정의 드라마를 보게 되나 싶었거든요. 만날 두 남자는 한 여자를 같이 좋아하면서 연적이 되고, 한쪽 옆에는 또 다른 여자가 있어서 질투심을 불태우고... 꼭 이런 식이 아니어도 되지 않을까, 왜 주인공들의 애정 전선은 항상 겹치고 꼬여야만 하는 걸까, 저는 늘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차무원이 서..
'시크릿가든 스페셜'에서는 시청자들이 주는 특별한 상이 출연진들에게 주어졌습니다. 그 중 '미친 존재감' 김비서 역의 김성오에게 돌아갔군요. 김주원(현빈)의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던 박상무(이병준), 길라임(하지원)의 액션스쿨 선배로서 재벌인 김주원을 "우리 주원이~"라고 부르던 능청꾸러기 황정환(장서원), 짧은 등장에도 성자처럼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길라임의 아버지 길익선(정인기)이 김비서와 더불어 물망에 올랐는데, 그 만만치 않은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김비서가 소박한 영예를 차지한 것입니다. 따로 시상식도 없이 그냥 개인 인터뷰 중에 트로피가 전달되었습니다. 그런데 무척이나 인상적인 것은 그 트로피를 받고 너무나 진지하게 기뻐하는 김성오의 모습이었습니다. 자기 앞으로 쑥 내밀어지는 트로피를 보더니 그는 ..
많은 사람이 열광하는 드라마 '시크릿 가든'이지만, 아무래도 저와는 코드가 잘 맞지 않는 듯합니다. 저도 그 열광에 동참하고 싶은데 그렇지 못해서 소외감을 느꼈거든요. 그러다가 지난 주 11회에서 싸가지 김주원(현빈)이 스스로 인어왕자가 될 것을 자청하며, 대놓고 길라임(하지원)에게 매달리는 모습을 보고는 "이거다!" 싶었습니다. 무조건 그녀를 자기 마음대로 휘두르려는 것이 아니라, 겸허한 마음으로 자기가 그녀에게 맞춰 변화되려는 결심이라고 판단했거든요. 드디어 저도 남들과 같이 '주원앓이'의 감미로움을 이제부터 체험할 수 있겠다 싶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더 크게 실망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13회에서는 제 눈을 의심하게 할 정도로 충격적인 장면이 등장했습니다. 이른바 '노출 ..
참 오래 걸렸습니다. 총 20부작 드라마의 절반을 훌쩍 넘어, 무려 11회의 엔딩 장면에 가서야 제가 드디어 이 드라마의 히어로 김주원(현빈)에게 마음을 열 수 있었군요. 그렇다고 남들처럼 현빈앓이에 동참하게 된 수준은 아니지만, 이제껏 대책없는 녀석이라고만 생각했던 김주원이 심상찮은 변화의 조짐을 보이면서 제 마음을 울컥하게 만들었거든요. 그런데 이상하게 가슴이 아파 옵니다. 어쩌면 그 동안 김주원에게 빠지지 않으려고 일부러 마음을 더 닫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군요. 그는 너무 매력적인 남자인데다 모성애를 자극하는 소년처럼 외로운 자아를 지녔습니다. 못된 성질도 못된 말버릇도, 차분히 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이해 못할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일부러 김주원에게 몰입하지 않으려 하며, 철저히 여주..
'시크릿 가든'의 두 남자, 김주원(현빈)과 오스카(윤상현)에게는 아주 큰 차이점이 있습니다. 김주원은 속속들이 자신만만한 사람이지요. 자신이 엄청난 재력과 더불어 스마트한 두뇌와 신이 내린 외모까지 겸비한, 완벽한 남자라는 사실을 그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누구의 앞에서든 겸손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왔습니다. 영혼이 체인지되었을 때, 툭하면 '죄송합니다'를 연발하는 길라임(하지원)을 보고 "내 머리를 어디다 숙여!" 라며 구박했던 것은 그야말로 김주원다운 행동이었지요. 그의 본질적인 자신만만함은 예상치 못한 일생의 위기 앞에서도 수그러들지 않습니다. 모든 것을 다 가진 재벌 3세 백화점 사장에서 갑자기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가난한 스턴트우먼의 삶으로 전락했는데도, 걱정하거나 슬퍼하거..
드디어 김주원(현빈)과 길라임(하지원)의 영혼이 뒤바뀌게 된 '시크릿 가든' 5회는 참으로 흥미진진했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여성들이 '현빈앓이'에 동참하고 있을 때, 그에 몰입하지 못한 저는 속으로 혼자 외로워하며 오스카(윤상현)의 줄어든 분량만을 안타까워하고 있었는데, 이제 주인공들이 일생일대의 대혼란과 변화의 시기를 겪으면서 스토리가 급물살을 타게 되니 얼마나 반가운지 모릅니다. 이제부터는 그야말로 요절복통할 로맨틱 코미디를 시청하며 한 주의 피로를 말끔히 털어버릴 수 있을 듯해요. '시크릿 가든' 5회가 특별히 제 마음에 쏙 들었던 이유는 건조한 현실과 낭만적 동화가 절묘하게 결합된 그 '신비가든'에서의 에피소드 때문이었지만, 그 이야기는 살짝 뒤로 미루고 제가 원래 좋아했던 오스카 이야기를 먼저 ..
현재 4회까지 방송된 '시크릿 가든'의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어느덧 '현빈앓이'가 시작되는 양상을 봅니다. 차갑고 까칠한 도시 남자의 전형이지만 의외로 내면에 뜨거운 사랑을 지닌 김주원(현빈)이라는 남자가, 아주 다른 세계에서 살고 있는 길라임(하지원)이라는 여자를 만나 사랑하게 되면서 차츰 변화해 가는 모습이 많은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모양이에요. 그런데 아쉽게도 저는 김주원의 캐릭터에 별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생각해 보니 저는 지금까지 김은숙 작가가 그려왔던 남자 주인공에게 언제나 그랬던 것 같아요. '파리의 연인'의 박신양을 비롯해 김은숙 작가의 남주인공은 거의 비슷한 성향을 지니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마초적이고 무뚝뚝하고 사랑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할 줄 모르지만, 속마음은 뜨겁..
싸늘한 겨울을 앞두고 시작된, 순정만화 원작의 '매리는 외박중'... 이 드라마는 현재 초반부터 가슴 시린 슬픔의 정서를 자극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차츰 따사로운 멜로의 감성으로 변해갈 것을 기대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따뜻함보다 공허감을 더 많이 느끼게 하는군요. 그런데 묘하게도 가슴이 텅 빈 듯한 공허감은 점점 더 우리를 이 사랑이야기의 묘한 매력 속으로 빠져들게 만듭니다. 그것은 바로 남자 주인공 장근석의 독특한 캐릭터 '강무결' 때문입니다. 장근석은 이제껏 일정한 틀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스펙트럼의 연기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온, 젊은 배우들 중에서는 보기 드문 경력을 지닌 연기자인데, 자기의 느낌과 꼭 닮은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 듯 합니다. 물론 이것은 저의 주관적 견해이지만, 저..
'인생은 아름다워' 후속으로 방송된 '시크릿 가든' 첫방송에서 가장 인상적으로 존재감을 어필한 사람은 누구였을까요? 까칠한 백화점 사장 역의 현빈과 터프한 스턴트우먼 역의 하지원도 나름 강렬하게 등장하긴 했으나, 한류스타인 가수 '오스카'와 혼연일체가 된 윤상현의 존재감에는 미치지 못하였습니다. 오스카의 콘서트 무대는 드라마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도 완벽한 가수의 무대였으며, 윤상현의 소름끼치는 가창력과 무대 매너 또한 탤런트가 연기를 위해 연습한 거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진짜 가수 같았습니다. 노래 역시 윤상현의 '오스카'를 위해 새로 만들어진 것인 듯 처음 들어보는 곡이었는데, 굳이 비유하자면 신승훈 급의 중견 한류스타가 콘서트장에서 신곡을 발표하는 듯한 느낌이 들더군요. 한동안 넋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