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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1~2회보다는 좀 나아졌지만 '신의 선물-14일'은 3~4회에서도 복잡하고 산만한 느낌이 적지 않았다. 게다가 곳곳에 크고 작은 옥에 티가 난무하며 몰입을 방해했다. 예전에 아무리 깡패 여고생이었다지만 지금은 여리여리한 모습의 방송작가인데, 젊은 남자들과 맞붙어도 크게 밀리지 않는 김수현(이보영)의 엄청난 몸싸움 실력에는 그저 실소만 나올 뿐이다. 또 약간은 본질에서 빗나간 이야기지만, 여주인공의 이름을 '김수현'이라고 지은 것은 실수였던 것 같다. 김수현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신의 선물' 주인공 김수현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기 때문이다. '별그대'의 청춘스타 김수현, '세결여'의 드라마 작가 김수현... 두 사람 모두 현재 열렬히 활동하고 있으니 어찌 안 그렇겠는가? '장혜성'이라..
기본 설정과 출연 배우들의 이름만으로도 가슴을 설레게 하던 '신의 선물 14일' 첫방송이 드디어 전파를 탔다. 그런데 역시 기대가 너무 컸던 걸까? 1회는 전체적으로 매우 산만하여 집중하기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의외로 템포가 느려서 지루하기까지 했다. 어차피 모든 시청자들은 어린 샛별이(김유빈)가 유괴 살해될 것임을 미리 알고 보는 중인데, 바로 그 시점에서부터 드라마의 본격적인 스토리가 시작되는 것인데, 이제나 저제나 기다려도 사건은 일어나지 않고 수많은 등장인물이 혼잡하게 쏟아져 나오며 한 시간 내내 기초 공사에만 분주했다. 이를테면 가수의 노래를 듣고 싶어서 콘서트 구경을 갔는데 객석에 앉아 무려 한 시간 동안 지켜본 것은 수십여 명의 스태프들이 들락거리며 앰프를 설치하고 무대장치를 하는 모습이었을..
신이 내린 손, 신이 내린 영특함, 신이 내린 선량함과 정의로움까지, 주인공 백광현(조승우)은 무결점의 완벽한 인간형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든 긍정적인 사고방식과 끈질긴 노력은 기본이고, 주변 사람들까지 힘내며 웃게 만들어 주는 활기와 유머감각은 대박 옵션입니다. 이처럼 완벽한 인간 창조와 더불어 아무래도 시대에 맞지 않는 듯한 고난이도의 외과수술 장면이 지나치게 많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그 동안 저는 '마의'라는 작품의 리얼리티가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왔었죠. 다리를 자르거나 머리에 구멍을 뚫는 등의 대수술이라면 현대의학으로도 만만치 않은 것이고, 수술 후에는 양질의 항생제를 다량투여해야 하는 것인데, 아무리 몇몇 문서에 외과술의 기록이 남아있다 해도 그 시절의 의학으로 모두 가능했으리라고는 좀처럼 믿..
초반의 기대는 제법 컸으나 갈수록 흥미를 잃어가고 있는 드라마입니다. 혹자는 '마의'의 시청률이 대박을 치지 못하고 어정쩡한 20% 언저리에서 머뭇거리는 이유가 이병훈 감독 특유의 클리세[사전적 의미는 Cliché(불) : 판에 박힌 듯한 문구, 진부한 표현(생각, 행동)이다. 클리세라는 단어는 드라마에서 늘 같은 이야기 또는 같은 대사 등이 반복될 때 사용된다.]에 시청자들도 이제는 지쳤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주인공('이산'의 정조는 예외)이 스스로의 놀라운 능력과 용기와 성실성으로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그 입지전적인 일대기를 그렸다는 점에서 '마의'는 벌써 수많은 전작들의 발자취를 따르고 있긴 합니다. 하지만 제가 개인적으로 이 드라마에 끌리지 않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영화에서는 감독의 역할이 절대적이지만, 상대적으로 드라마에서는 작가의 역할이 매우 큽니다. 영화 시나리오는 연출자인 감독이 직접 쓰는 경우도 많지만, 드라마 대본은 전문 드라마 작가가 아닌 이상 쓰기 어렵죠. 영화에서의 '스토리'가 영상미나 배경음악 등과 마찬가지로 작품의 여러 가지 구성 요소 중 하나에 불과하다면, 드라마에서는 '스토리'가 작품 전체의 80% 이상을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스토리의 비중이 높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것이 절대적인 원칙은 아니며 예외의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장르의 특성이 그러한지라 저는 드라마를 선택할 때 연출자보다는 작가의 이름에 더 주의를 기울이는 편입니다. '허준'과 '대장금'의 눈부신 대성공에 힘입어, 1944년생의 노익장 이병훈 감독은 이 ..
세월을 훌쩍 건너 뛴 이후로는 초반의 답답함에서 벗어나 참 좋았습니다. 서준(장근석)-정하나(윤아)의 발랄한 사랑과, 서인하(정진영)-김윤희(이미숙)의 기품있는 사랑이 조화를 이루면서, 드라마 전체의 분위기가 무척이나 아름다워졌지요. 부디 유치하거나 식상하지 않게 끝까지 설득력 있게 진행되기를 간절히 바랐건만, 안타깝게도 인하와 윤희가 절절하게 재회한지 고작 1회만에 최악의 무리수가 드러나고 말았습니다. 이제껏 영화와 드라마를 통틀어 모든 장르의 멜로에서 신물나도록 써먹었던 소재, 바로 불치병이었습니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중년커플의 사랑 코드를 없애는 편이 나았습니다. 영화 '클래식'이나 '유리의 성'에서 그랬던 것처럼, 수십 년 전에 사랑했던 두 사람 중 한 쪽을 (또는 두 사람 모두를) 이미 죽은 ..
한국 영화 중 멜로의 전설이라 할만한 작품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물론 개인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단 멜로 영화라고 하면 제 머릿속에는 '클래식'이 제일 먼저 떠오릅니다. 외국인이 좋아하는 한국영화 1위로 뽑힌 적도 있다는 '클래식'은 조승우, 손예진, 조인성이 열연했던 2003년 작품이죠. 현재 방송되고 있는 드라마 '사랑비' 역시 이 영화를 모티브로 해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영화는 두 갈래의 사랑으로 구성되는데, 손예진이 1인 2역을 맡아 과거와 현재의 사랑을 동시에 표현합니다. 1960년대, 고등학생이던 오준하(조승우)와 성주희(손예진)는 서로에게 불가항력적으로 끌리며 애틋한 감정을 나누지만, 그들의 사랑에는 큰 장애물이 있습니다. 오준하의 가장 친한 친구 윤태수(이기우)와 성주희는 오래 전..
예선을 통과한 30명의 참가자들은 '미라클 스쿨'에 입학했습니다. '미라클 스쿨'은 집중도 높은 합숙 훈련인데 각 그룹마다 정해진 스승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슈퍼스타K'의 '슈퍼위크'보다는 '위대한 탄생'의 '위대한 캠프'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5명의 마스터(곽경택, 김갑수, 김정은, 이미숙, 이범수)는 각각 6명씩의 제자를 거두어 자기만의 방식으로 한 달간 훈련시키고, 그 동안 2차례의 미션 평가를 거쳐 2명의 탈락자를 결정해야 합니다. 6명 중에 4명만이 살아남아 졸업 시험에 진출하게 되는 것입니다. 8월 5일자의 방송에서는 5개의 '미라클 스쿨' 중에서 '이미숙 클래스'의 이야기가 중점적으로 방송되었습니다. 이미숙 마스터는 예선에서 심사평을 할 때도 독설로 인해 세간의 비난을 받았을..
손예진을 처음 본 기억은 2001년 드라마 '맛있는 청혼'입니다. 당시로서는 거의 신인급의 젊은 배우들이 주연을 맡아서 매우 신선한 느낌을 주었었지요. 그 중에는 연기 경력을 좀 갖추었던 정준이 남자주인공이었고, 그때만해도 인지도가 높지 않았던 소지섭이 서브남주였습니다. 더구나 여주인공 손예진과 서브여주 소유진은 모두 생소한 얼굴이었습니다. 심지어 놀랍게도 권상우와 지성이 거의 단역에 가까운 역할로 출연했으니, 지금 그들의 명성을 생각해 보면 그야말로 세월이 무상합니다..^^ 손예진의 첫인상은 같은 여자로서 보기에도 최고였습니다. 티없이 맑고 청순하고, 영리한 느낌을 주면서도 부드러운 이미지... 시대를 불문하고 소년들의 로망이던 '긴머리 소녀'의 느낌 그대로였지요. 연초에 '맛있는 청혼'이 괜찮은 성과..
'미남이시네요'의 남녀 주인공인 황태경(장근석)과 고미남(박신혜)는 부모 세대부터 이어진 질긴 인연의 끈으로 묶여 있는 듯 보입니다. 태경의 어머니와 미남의 아버지가 사랑하던 사이였기 때문이죠. 물론 아직까지는 추측 상태지만, 둘은 결코 남매는 아닌 듯 합니다. 그런데 그들의 부모는 과연 어떤 사랑을 했을까 조용히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 보니, 의외로 이런 부류의 이야기들이 벌써 적지 않게 있었음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기억을 샅샅이 파헤치다 보면 좀 더 나올 듯도 하지만, 우선 제 머릿속에 떠오른 영화는 두 편입니다. 손예진, 조승우, 조인성 주연의 '클래식'(2003), 그리고 여명과 서기 주연의 홍콩 영화 '유리의 성'(1999) 입니다. 먼저 '유리의 성'을 추억해 보겠습니다. (오래 전 작품이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