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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의학 드라마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가끔씩은 끌리는 작품이 있습니다. 2007년의 '하얀 거탑'이 그러했고, 이제 2011년 초겨울에 새로 시작된 '브레인'이 또한 그렇습니다. 지난 주에 1~2회를 보면서도 느낌이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했는데, 특히 어제 시청했던 3회는 저의 개인적인 기억과 맞물려 상당한 호기심과 흥미를 자아냈습니다. 주인공 이강훈(신하균)의 캐릭터에 제가 몰입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좀 걸릴 듯합니다. 이 인물에게는 변화가 예정되어 있거든요. 신경외과 전임의(펠로우) 2년차인 이강훈은 개천에서 난 용이며 욕망의 화신입니다. 아직까지는 '하얀 거탑'의 주인공이었던 장준혁(김명민)과 흡사합니다. 모두가 장준혁에게 열광할 때 저는 끊임없이 고개를 저었지요. 의사도 인간이기에 출세하고 ..
나는 오늘도 홀로 지내시는 노인분들을 찾아가 영양제 주사를 놓아 드린다. 별 것도 아닌 일에 너무나 고마워하시는 어른들... 나를 보면 쇠잔한 얼굴 한가득 웃음을 띠며 맞아 주시는 어머니 아버지들... 그런데 이번에 단행된 기초생활수급자 재심사에서 많은 분들이 탈락하고 말았다. 이 노인들의 생계를 위협하면서까지 삭감된 그 복지예산은 대체 어디에 쓰여지는 걸까? 그 어디에 쓴다고 한들 이 노인들의 한 끼 밥값보다 더 가치있게 쓸 수 있다는 걸까? 참담한 마음으로 걷던 내 눈에 옆집 소녀의 모습이 들어왔다. 이름이 지원이라던가? 그 아이는 길거리에서 사람들에게 탄원서를 돌리며, 구형 휴대폰 서비스를 일방적으로 종료하려는 통신사의 결정에 항거하는 서명 운동을 벌이는 중이었다. 볼수록 참 특이한 아이다. 방과 ..
제가 만약 2007년 초에도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었다면, 저는 '하얀 거탑'의 장준혁 캐릭터에 대해서 거침없이 비판을 해댔을 것이며, 어쩌면 지금 제가 '하이킥'의 황정음 캐릭터를 비판하는 것보다 훨씬 높은 수위가 되었을 것입니다. 장준혁도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현실적이기는 하지만 옳지는 않은" 캐릭터였습니다. 당시 '장준혁 신드롬'의 선풍적 인기를 기억하십니까? 그 장준혁 신드롬에 정면으로 대항할 수만 있다면, 저는 하고 싶었습니다. 연기자 김명민에 대해서야 감탄과 존경을 금할 수 없는 마음이 저도 남들과 똑같았으나, 장준혁 캐릭터에 대해서만은 남들과 다른 의견이었습니다. 장준혁은 명의(名醫)였지만, 인의(仁醫)는 아니었습니다. 물론 의사도 사람이기에, 자기 자신의 일이 환자보다 우선일 수밖에 없음..
사실 '지붕뚫고 하이킥' 에서 황정음 캐릭터의 변화는 이미 예정되어 있던 수순입니다. 그런데 역시 시트콤은 시트콤인지라, 깜찍한 된장녀가 갑자기 현모양처형 천사로 확 둔갑해 버렸네요. 예전에는 지훈(최다니엘)의 개털 알레르기를 이용해서 골탕먹이려고 그의 방에다가 개털 폭탄을 풀어놓던 무개념 민폐녀 황정음이, 이젠 새벽부터 일어나서 그의 도시락을 싸고 있습니다. 확실히 애인일 때와 애인이 아닐 때는 무척 다르군요. 치매 환자인 할아버지를 위로하기 위해 할머니 분장까지 하고 된장국을 끓여주는 정음의 모습은, 역시 너무 과장되기는 했지만 이상하지는 않았습니다. 자기보다 가진 것 없고 약한 사람들에게는 민폐를 끼치기보다 오히려 도와주고 싶어하는 정음의 착한 마음씨가 그 동안에도 틈틈이 보였으니까요. 그 부분은 ..
'선덕여왕' 30회에서 보여준 고현정의 출중한 연기력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일까? '하얀거탑'의 장준혁을 연기하던 김명민의 흡입력은 많은 사람들의 감정을 걷잡을 수 없이 빨아들이면서 가치관의 혼란까지 초래했다. 이번에 미실의 눈물을 보며 사람들이 느낀 감정은 장준혁의 몸부림을 애처롭게 바라보던 그 마음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혹자는 미실의 야망을 꿈이라고 말한다. 남들과는 좀 다른 꿈, 남들보다 더 큰 꿈을 가졌을 뿐이라고... 그런데 충분한 능력을 가졌고 평생을 노력해 왔음에도 불공평한 태생적 한계에 부딪혀 그 꿈을 이룰 수 없게 되었으니 그녀는 불쌍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나도 다시 생각해 보았다. 불공평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나는 미실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