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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요즈음 '황금물고기'에서 가장 시선을 끄는 인물은 바로 문현진(소유진)입니다. 꽤나 흥미진진한 복수극인가 싶더니 가면 갈수록 뭘 어쩌자는 것인지 흐리멍텅해지고 있는 와중에, 서브 캐릭터에 불과했던 문현진이 섬뜩한 악녀의 모습으로 변신하여 중심으로 나서면서 조금씩 긴박감이 살아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저는 도저히 그녀를 이해할 수가 없군요. 어차피 이 드라마 속에서 제정신을 갖고 사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그 중에서는 그래도 가장 현명하고 정상적인 캐릭터였는데, 바로 그녀가 눈을 뒤집으며 이상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하니 제 마음은 더욱 어지러워집니다. 문현진은 완전히 사랑 때문에 미쳤습니다. 미쳤다고 밖에 할 수 없습니다. 남편 이태영(이태곤)의 모든 범죄를 용서할 수 있다 하더라도, 한지민(조윤희..
일일연속극 '황금물고기'가 점점 더 재미있어지고 있습니다. 이태영(이태곤)의 복수극은 이미 정점을 찍었고, 이제 한지민(조윤희)의 재복수극이 급물살을 타고 있군요. 이태영이 모든 사랑과 은혜를 저버리고 냉혹한 복수의 길을 선택한 것은, 그 이후로 이어질 한지민의 재복수에 타당성을 부여하기 위해서였나 봅니다. 시청자들은 한지민의 슬픔과 억울함에 공감하며, 그녀와 더불어 이태영에 대한 복수심을 불태우게 되었습니다. 드라마의 절대 주인공은 1명이어야 한다는 원칙을 떠올려 보면, 이 드라마의 진짜 주인공은 한지민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원래 주인공인 줄 알았던 이태영은 사실 완전한 악역이었습니다. 한지민을 대하는 이태영의 태도는 비정할 뿐만 아니라 치졸하기까지 합니다. 자기가 무너뜨린 그녀의 집안과 가족을 들먹..
요즘 드라마 중에는 유난히 복수극이 많고 배신자도 많습니다. 그리고 복수의 대상은 항상 돈과 권력을 지닌 강자입니다. 우리는 억울한 일을 당했던 주인공이 파렴치한 강자들의 것을 야금야금 빼앗으며 복수해가는 과정에서 일종의 쾌감을 느낍니다. 그런데 어떤 신문의 칼럼을 읽으니 이러한 현상은 '자기 힘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는 부정적 사회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의견이 있더군요. 자기의 힘으로는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으니, 가진 자의 것을 빼앗아서라도 이루고자 하는 욕망의 발로이며, 그 욕망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서 '복수'라는 설정이 필요했다는 것이지요. 생각해 보니 아주 틀린 말은 아닌지도 모르겠습니다. 복수극의 내면에는 자신도 나쁜 놈이지만 상대방을 '더 나쁜 놈'으로 만듦으로써 자기의 욕망을 합리..
'황금물고기'의 주인공 이태영(이태곤)이 드디어 복수의 첫 발을 내딛었습니다. 일일연속극 치고는 꽤 빠른 템포로 진행되어 가고 있군요. 지루하지 않은 점은 좋은데, 그러다 보니 캐릭터의 급격한 변화가 충분한 설득력을 확보하지 못한 부분이 있는 듯 싶습니다. 특히 두 사람의 변화가 두드러지는데, 이태영이야 원래 마음 따뜻한 캐릭터로 설정되지 않았으니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해도, 저는 한경산의 변화가 도무지 이해되지 않더군요. 말하자면 은혜와 의리, 그리고 원한과 복수의 사이에서 이 사람들은 너무나 쉽게 은혜와 의리를 저버리고 외면과 복수를 선택했던 것입니다. 어쩌면 인간 본성의 냉혹함과 추악함을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아닐까 싶을 만큼, 공감하기 어려운 그들의 변화는 섬뜩하기만 합니다. 1. 이태영(이태곤..
상대방이 확실하게 자기 입장을 표명하고 선을 그었는데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끊임없이 들이대는 캐릭터를 저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입니다. 하지만 '황금물고기'에서 표현되는 소유진의 캐릭터는 나름대로 매력적이더군요. 그녀는 상대방에게 상처를 입히면서까지 자기의 감정을 받아달라고 강요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충분히 자기의 강한 조력자가 되어줄 수 있는 부모님을 가졌으면서도 그 힘을 빌리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녀는 그냥 쿨하고 솔직하고 정당합니다. 그런데 과연 그녀가 사랑하는 남자 이태곤이 그 사랑을 받을만한 자격이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주인공 치고는 그 매력이 너무나 살아나지 않고 있거든요. 양어머니 윤여정에게 지독한 냉대를 받으며 평생 가슴에 한이 맺혔는데도 그 집을 떠나지 못한 이유는 바로 그녀의 딸 조윤..
지난 주에 종영한 '살맛납니다'의 뒤를 이어 MBC의 새 일일드라마 '황금물고기'가 첫 전파를 탔습니다. 솔직히 벌써부터 "자칫하면 막장이다" 라는 분위기를 솔솔 풍기고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 드라마의 대략적인 시놉시스를 미리 접하게 되면서, "아, 그래도 꼭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어제 일부러 기다리고 있다가 첫방송을 시청했습니다. 우선 첫 느낌이 그리 나쁘지는 않았어요. (저는 스포를 싫어하지 않고 오히려 아주 즐기는 편이다보니, 이 리뷰에도 꽤 많은 스포가 들어가 있군요. 이제 막 시작되는 드라마에 처음부터 김빠지고 싶지 않으신 분들은 여기서 접으셔도 좋습니다..^^) 1. 매혹적인 중견배우들의 유혹 한동안 브라운관에서 볼 수 없었던 박상원이 '미워도 다시한번 2009' 에 출연..
제목에서 말한 '임성한의 남자들'이란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에 등장하는 남자 주인공들을 뜻합니다. 그녀의 작품에 등장하는 남자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완벽합니다. 언뜻 보면 평범해 보이는데 드라마를 보면 볼수록 현실에 있을 것 같지 않을 만큼 나무랄데가 하나도 없는 인물들입니다. 어제 '보석비빔밥' 13회를 보면서 그런 점을 느꼈기에 기억나는대로 임성한의 남자들을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너무 오래된 작품은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므로 그래도 아직까지 많은 분들의 기억속에 뚜렷하게 각인되어 있을만한 2002년도의 '인어아가씨'부터 시작해 보겠습니다. 1. '인어아가씨'의 이주왕(김성민) 임성한의 수많은 화제작 중에서도 단연 첫번째로 손꼽힐만한 '인어아가씨'는 가슴 서늘한 복수극입니다. 여주인공 은아리영(장서희)은 ..
한혜숙은 작가 임성한의 작품에서 어머니 역으로 단골 출연하는 연기자입니다. '인어아가씨'에서는 은예영(우희진)의 어머니로, '왕꽃선녀님'에서는 주인공 윤초원(이다해)의 어머니로, '하늘이시여'에서는 역시 주인공인 이자경(윤정희)의 어머니로 나왔었지요. 이제껏 그녀가 표현해 온 어머니는 지극한 모정이 흘러넘치는 헌신적인 어머니상이었고 동시에 기품도 있는 캐릭터였습니다. 비록 '인어아가씨'에서는 젊은 시절의 불륜으로 인해 남의 인생을 망쳐버린 악역이긴 했지만, 그래도 자식인 예영(우희진)에게는 더없이 자애로운 어머니였고, '왕꽃선녀님'에서는 피도 섞이지 않은 초원(이다해)을 어려서부터 지극정성으로 길렀으며 나중에 초원이 무병에 걸려 주변의 배척을 당할 때에도 늘 자식의 편에 서서 따뜻하게 감싸주던 어머니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