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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드라마 '군주-가면의 주인'을 보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한 편의 유명한 문학 작품이 있다. 미국 소설가 마크 트웨인의 '왕자와 거지'다. 얼굴이 무척 닮은 에드워드 왕자와 거지 소년 톰의 운명이 필연처럼 뒤바뀌면서, 생생한 체험을 통해 밑바닥 서민들의 삶과 애환을 누구보다 잘 알게 된 왕자는 훗날 폭군이었던 아버지와 달리 진정한 성군이 된다는 이야기다. 물론 몇 가지 설정과 상황은 다르지만 '군주'의 주인공인 세자 이선(유승호)도 서민들의 삶을 직접 체험한 후 결국은 에드워드처럼 위대한 성군이 될 것이다. 세자 이선 역의 유승호와 한가은 역의 김소현은 아역 시절부터 수많은 작품을 통해 연기 내공을 다져 왔으며, 더욱이 사극 경험이 많은 터라 현재 8회까지 방송된 '군주'에서도 전혀 어색함 없이 탄탄한 연기..
'아빠를 부탁해'라는 예능을 나는 처음부터 전혀 보고 싶지 않았다. 표면상 기획의도는 '무뚝뚝한 아버지와 어른이 된 딸 사이의 어색함을 따스함으로 바꾸어 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거라지만, 그 내포된 의도는 '방송인이 되고 싶어하는 딸의 꿈을 이루어 주기 위한 방송인 아빠들의 팔자에도 없는 생고생 프로젝트'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특히 조재현과 조혜정 부녀는 딸이 배우의 꿈을 키우며 공부 중이라는 사실을 가감없이 밝혔기 때문에, 그와 같은 의혹의 중심에 서지 않을 수 없었다. '아빠를 부탁해' 출연은 그것과 무관하다고 모든 출연자 및 관계자들이 입을 모았지만, 현실적으로는 '그것과 무관할래야 결코 무관할수 없는' 상황이었다. '아빠를 부탁해'가 방송되기 시작할 무렵까지만 해도 조혜정은 단지 이름없는 지망생..
영화 '권법'에 캐스팅되었던 배우 여진구가 느닷없이 일방적 하차 통보를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으나 여진구를 대신하여 캐스팅 물망에 오른 인물이 바로 김수현이라는 소식을 더해 들으니 결국은 제작사측의 욕심 때문 아닐까 싶다. 김수현은 최근 '별에서 온 그대'가 중화권에서 큰 인기를 끌며 최고의 스타로 떠올랐고, 영화 '권법'은 CJ엔터테인먼트와 중국 국영 배급사 차이나필름그룹 등이 공동 투자 및 제작 배급을 맡은 작품이므로 충분히 김수현을 욕심냈을 법하다. 하지만 캐스팅되었던 배우에게 일방적 하차를 통보한 무례함은 최악의 결과를 불러왔다. 이미 김수현 측에서도 "부담스러워서 못 하겠다"며 거절 의사를 밝혔다니 어찌 낭패가 아닐소냐! '권법'은 '웰컴 투 동막골'의 박광현 감독이..
글쎄, 잘 모르겠다. 그저 사람마다 타고난 운명과 팔자가 제각각이라는 말 밖엔 할 수가 없다. 분명 머리로는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중이다. 이제 17세, 고등학교 1학년이라면 분명히 미성년자다. 만으로 15세~16세일 것이다. 나는 아무리 연예인이라도 미성년자들이 성인 컨셉으로 등장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이들의 행복한 인생을 위해서는 너무 일찍 어른이 되는 것보다 제 나이에 걸맞는 체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유승호가 고등학교 2학년의 나이로 8세 연상의 서우와 부부 연기를 선보이며 치정 멜로에 출연할 때도 나는 심한 거부감을 느꼈고, 갓 중학교에 입학한 14세 소녀 김유정이 성인 컨셉의 섹시 화보를 찍었을 때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섹시 댄스를 추는 아이돌 걸그룹을 바라볼 ..
솔직히 말하면 권순규 작가의 전작이 '무사 백동수'라고 해서, 처음부터 아예 볼 생각이 없었던 드라마입니다. 초반에는 상당히 흥미진진했으나 가면 갈수록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것인지 알 수 없던 '무사 백동수'의 그 황망한 전개를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는 까닭이죠. 전광렬 최민수 등 중견배우들의 묵직한 연기와 국민남동생 유승호의 매력적인 다크포스로도 감당할 수 없었던, 점차 산으로 가는 대본의 위력은 정말 대단했었습니다. 신뢰를 갖게 할만한 다른 작품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작가의 필모그래피가 (드라마로는) 달랑 그 '무사 백동수' 하나뿐이니, 동시간대에 다른 채널에서 '추적자 THE CHASER'로 신드롬을 일으켰던 박경수 작가의 신작 '황금의 제국'이 방송되는 이상 '불의 여신 정이' 쪽으로 시선을 ..
제 생각에 요즘 '추적자'에서 가장 매력적인 인물은 서회장(박근형)입니다. 주인공 백홍석(손현주)의 비중이 낮아지면서 상대적으로 강동윤(김상중)의 존재감이 강해지긴 했지만, 아무리 몸부림쳐 봐야 서회장이 살아있는 동안에는 절대 그를 이길 수 없을 거라는 느낌이 소록소록 전해지는군요. 거의 표정 변화 없이 냉철하고 강인한 남자의 기상을 풍기는 강동윤의 얼굴도, 늘 여유로운 미소를 잃지 않는 서회장의 능글맞은 얼굴과 마주치면 삽시간에 그 빛을 잃고 맙니다. 게다가 연륜과 통찰력이 묻어나는 서회장의 기막힌 대사들이라니, 요즘은 박근형이 입만 뗐다 하면 저절로 명언 퍼레이드가 되고 마네요. 분명히 악역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저는 회를 거듭할수록 서회장의 캐릭터에 푹 빠져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서회장에게도 부인..
학창시절, 춘원 이광수의 '단종애사(端宗哀史)'를 읽으며 눈물을 펑펑 흘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냉혈한 숙부에 의해 끝내 죽임을 당해야 했던 비운의 임금 단종과,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어린 주군을 지키려 했던 사육신을 비롯한 충신들의 애절한 이야기는 조선 역사 중 가장 슬프면서도 역동적이고 재미있는 부분이라 하겠습니다. 드라마 '공주의 남자'는 그 시대를 배경으로 하여 금계필담(金溪筆談)이라는 야사의 일부 내용과 작가의 상상을 보태어 만들어진 이야기군요. 1~2회의 느낌은 아주 괜찮은 편이었습니다. 오랫동안 제 맘에 꼭 드는 드라마가 없었는데, 이제 '공남' 덕분에 갈증이 좀 풀릴 것도 같습니다. 특히 남주인공 김승유는 '선덕여왕'의 비담 이후로 사극 속의 가장 비극적인 히어로가 될 ..
저는 남자가 아니지만 무협소설이나 무협사극을 꽤 좋아하는 편이기 때문에 '무사 백동수'에 대한 기대가 사뭇 컸습니다. 사도세자와 정조시대의 이야기는 그 팩트(fact)만으로도 우리나라 역사 중에 제일 역동적인 부분 중 하나인데, 게다가 여러가지 픽션까지 삽입하여 무인(武人)들의 기구한 삶을 그려나갈 예정이라 하니 상상만으로도 매우 재미있는 사극이 나올 것 같았지요. 그러나 정작 뚜껑을 열어 보니 참으로 실망스럽고 지루했습니다. 기본적 바탕만으로도 긴장감이 넘쳐야 마땅할 이야기를, 어쩌면 이렇게도 긴장감 없이 풀어나갈 수가 있는지 궁금할 지경이었어요. 1회 방송이 끝난 후, 갓난아기를 끓는 물에 넣어 죽이려던 '팽형' 부분에서 심각한 역사 왜곡과 잔혹성의 문제로 논란이 일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물론 역사 ..
'욕망의 불꽃' 첫방송은 어쨌든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었습니다. 원칙대로라면 드라마의 주인공은 1명이어야 하며, 첫방송에서는 그 주인공의 캐릭터가 다른 누구보다 강렬하게 소개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볼 때 이 드라마의 실질적 주인공은 윤나영(신은경)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처음으로 성인 연기에 도전하는 유승호와 그보다 8세나 연상인 서우의 커플 설정 때문에 화제가 되었으나, 그것은 언플이었을 뿐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그 둘은 주인공이 아니었어요. 윤나영의 캐릭터는 '욕망의 불꽃'이라는 제목과도 가장 잘 어울리는 인물입니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아버지의 가난을 증오했으며, 결혼을 통해 부자가 되겠다는 욕망을 키워 왔습니다. 1회에서는 그녀의 범상치 않은 성장 과정을 비롯하여, 훗날의 남편이 될 김영민(조민기)..
'제빵왕 김탁구' 2회를 보고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2003년 '대장금' 이후로 참 오랜만에 보는 아역 탤런트 조정은 양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고기를 씹을 때 입에서 홍시맛이 났는데, 어찌 홍시라 생각했느냐 물으시면, 그냥 홍시맛이 나서 홍시라 생각한 것이온데..." 그 유명한 대사를 깜찍하게 읊어대던 꼬맹이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한 폭 수채화에 담아도 좋을 듯한 사춘기의 미소녀가 되어 있더군요. 목소리도 완전히 달라져 있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세월이 이렇게 흘렀군요. 2002년 영화 '집으로'에서 보았던 꼬마 유승호 군도 지금은 어느 새 국민남동생이며 잠시 후면 국민연하남 대열에 동참할테니까요. 그런데 유승호는 여기저기에서 소식도 자주 들었고, 그 성장 과정을 쭉 지켜 본 느낌이라서 낯설다고 생각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