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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상속자들' 후속으로 방송될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에 대중의 관심과 기대가 크다. 단연 화제의 중심에는 '해를 품은 달' 이후 명실상부한 최고의 대세남으로 떠오른 김수현의 이름이 있다. 최근 '도둑들'과 '베를린'의 연이은 흥행에 힘입어 스크린의 여왕으로 화려하게 복귀한 전지현의 이름도 그 곁에 있다. '넝쿨째 굴러 온 당신'의 박지은 작가와 '뿌리깊은 나무'의 장태유 감독이 뭉쳤다는 사실도 기대감을 더하는데, '별에서 온 그대'라는 제목은 또 얼마나 로맨틱하고 달콤한가? 별에서 온 사람과 사랑에 빠진다는 몽환적 스토리는 어린 시절 탐닉했던 순정만화의 낭만적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온통 하얀 눈으로 뒤덮인 이 추운 겨울 날, 따뜻한 코코아 한 잔을 마시는 듯한 기분으로 볼 수 있는 드라마가..
유명준(노민우)은 '마이더스'가 시작될 때부터 제가 큰 관심을 가졌던 캐릭터입니다. 그런데 첫 등장이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삽시간에 관심 밖으로 밀려났었지요. 지나치게 선정적이어서 충격이었다는 의견이 많았는데, 저는 충격보다 더 큰 짜증스러움을 느꼈습니다. 자극적인 장면을 통해 일시적으로 얼마나 시청률을 올릴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그 변태스런 등장 때문에 캐릭터가 처음부터 망가지는 것은 신경쓰지도 않는 듯한 제작진의 어리석음 때문이었습니다. 재벌가의 서자는 온갖 드라마에서 지긋지긋하도록 흔한 캐릭터입니다. 외부적으로는 모든 것이 채워졌으나 내면적으로는 모성의 결핍을 비롯해 꼭 필요한 것들마저 채워지지 못한 그 언밸런스함은 언제나 사람을 심하게 망가뜨리지요. 유명준은 기본적으로 이렇게 식상한 설정을..
아무래도 천성일 작가는 '여자'를 잘 모르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어떤 여자가 매력적인 여자인지를 모르는 듯해요. 올해 초에 대박을 기록했던 드라마 '추노'에서도 장혁을 비롯한 남성 캐릭터들은 모두 인기를 얻었으나, 여주인공 이다해는 '민폐언년'이라는 별명을 들으며 악평에 시달렸지요. 아무리 미모와 연기력을 겸비한 그녀였지만, 대본상 구제불능일 정도로 매력없게 그려지고 있는 언년이를 살려내지는 못했어요. 그에 비해 '도망자 Plan.B'의 여주인공 '진이'는 초반에 좀 다른 면모를 보이기에, 오랜만에 드라마로 컴백한 이나영을 위해 무척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작가의 특이한 여성관은 '진이'를 끝까지 매력적인 여주인공으로 유지시키는 데 실패했군요. 차라리 이다해의 '언년이'는 ..
엔딩을 위한 준비 작업으로 팽팽한 긴장감을 조성해야 했던 15회가 너무 실망스러웠기에, 솔직히 엔딩에 대한 기대감도 높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혹시나, 막판에 최대의 반전과 감동을 주려고 일부러 템포를 늦추는 건가 싶어서 한 가닥 희망은 놓지 않고 있었지요. 엔딩만 제대로 뽑아 낸다면 홍자매의 작품 중에서도 최고로 꼽을만한 걸작이 되리라 생각했기에, 기대를 놓아버리기는 아쉬웠던 탓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최악이라고까지 할만한 엔딩은 아니었습니다. 일단 구미호(신민아)와 차대웅(이승기)의 애달픈 사랑이 이루어졌으니까, 그리고 다른 인물들도 모두 바람직한 방향으로의 변화를 보이며 행복해졌으니까 대략 흐뭇하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뭔가 영 개운치 않아서, 걸작이라고 해주기는 힘들 것 같아요. 작가의 원래 의도..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에서 드디어 차대웅(이승기)의 역할이 중심으로 떠올랐습니다. 지금까지는 '구미호가 사람이 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대웅이가 잘 모르고 있었기에 수동적인 역할 밖에는 할 수 없었지요. 오히려 놀라운 능력으로 모든 상황을 진두지휘하는 박동주(노민우)의 역할이 더 두드러져 보일 때도 많았습니다. 물론 차대웅은 미호(신민아)가 사람이 아닌 구미호라는 것을 알면서도 용감히 사랑을 시작했고 그녀와 더불어 모든 어려움을 헤쳐나갈 준비가 되어 있었지만, 그래도 미호 때문에 자기의 죽음이 눈앞에 다가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떤 심경의 변화를 일으킬지 몰라, 그의 마음을 완전히 확신할 수는 없었지요. 제가 보기에 대웅을 향한 미호의 사랑은 어쩌면 주인을 향한 반려견의 사랑과도 비슷합니다. ..
이제 바야흐로 수목드라마 대전(?)이 다시 시작되려 합니다. KBS에서는 '제빵왕 김탁구'의 후속으로 '도망자'가 9월 29일부터 방송될 예정이고, SBS에서는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의 후속으로 '대물'이 그보다 일주일 뒤인 10월 6일부터 방송될 예정이지요. 한쪽에는 MBC의 '장난스런 키스'가 있지만, 현재 너무 낮은 시청률로 허덕이고 있는 데다가 마땅한 해결책도 없어 보이네요. 그렇다면 '여친구'가 끝난 후로는 본격적으로 '도망자'와 '대물'의 대결이 될 텐데, 어쩐지 이 새로운 드라마들을 맞이하는 마음이 썩 즐겁지 않습니다. 우선 '도망자'는 로맨틱 코믹 탐정 액션물로 비(정지훈), 이나영, 이정진, 다니엘 헤니 등이 출연합니다. 소재도 약간은 신선하게 느껴지고, 오랜만에 브라운관으로 컴백하는 ..
웅아, 웅아, 대웅아... 나는 이렇게 하루종일 네 이름만 부르고 있어도 좋아. 나는 네가 너무너무 좋아서 네가 원하는 건 뭐든지 다 해주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어서 너무 속상해. 내가 평범한 사람 중의 여자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너는 여자친구가 구미호라서 남들이 안 해도 되는 고민을 해야 하고, 가족과 친구들에게 거짓말도 해야 하고... 나보다 훨씬 더 많이 힘들 거야. 너는 미안해하는 나를 위로하려고 여자친구가 구미호라서 좋은 점을 아홉 가지나 말해 주었지만, 사실 평범한 여자친구를 만났어도 가능한 일이라는 걸 나도 알아. 사람 중에도 강인하고, 솔직 당당하고, 배려심 많고, 믿음으로 가득찬 여자가 분명히 있을 테니까. 누구나 사랑하게 되면 세상에서 유일한, 특별한 존재가 되는 거고... 세상에 ..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11회에서는 이제껏 한 번도 비슷하다고 생각해 본 적 없는 두 명의 캐릭터가 의외로 상당히 닮아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박동주(노민우)와 은혜인(박수진)은 여러모로 참 많이 다른 존재들이지요. 현재 은혜인은 구미호(신민아)에게 기울어져가는 차대웅(이승기)의 마음을 되찾아 오려고 기를 쓰는 중인데, 그것은 자기 어장의 큰 물고기가 빠져나가는 것이 싫어서일 뿐 사랑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드라마에서 나름대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기는 하지만, 캐릭터 자체만 보면 은혜인은 매우 평범하면서도 얄팍한, 매력 없는 인물입니다. 굳이 파악하고 어쩌고 할 것도 없어요. 그에 비해 박동주는 아직도 그 정체를 짐작조차 하기 힘든 미스테리한 존재이지요. 구슬을 품은 상태의 멀쩡한 구미호를 단숨에 기..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10회에서는 좀처럼 알 수 없던 박동주(노민우)의 진정한 의도가 조금씩 드러났습니다. 그는 구미호(신민아)를 차대웅(이승기)에게서 떼어놓고 그녀 혼자서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려 합니다. 근본적으로 미호에게 나쁜 마음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었어요. 비록 극심한 고통을 겪어야 하겠지만 이로써 미호는 인간이 되고 싶다는 소원을, 그러니까 길달이 이루지 못한 소원을 대신 이루는 셈이지요. 대웅이가 죽건 말건 동주는 관심이 없습니다. 미호를 살리려면 그 녀석이 죽어야 하니까, 지금은 그저 배신하지 않고 잘 버틴 후에 곱게 죽어 주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그것은 나름대로 동주가 미호를 사랑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미호의 마음을 대웅에게서 떼어놓기 위해 동주는 이제 적극적으로 유혹을 시..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에 등장하는 차대웅(이승기)과 박동주(노민우)의 차이점이라면, 당연히 대웅이는 사람이고 동주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들 수 있겠네요. 하지만 그런 당연한 말을 하려는 것은 물론 아니랍니다...^^ 구미호(신민아)를 바라보는 시선에서, 그들의 내면에 커다란 차이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에 그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1. 차대웅 - "틀린 것은 서로 물어보면서 맞춰가면 돼" 비록 어려서 부모님을 잃었다는 슬픔을 간직했을 망정, 차대웅은 좋은 할아버지와 고모의 넘치는 사랑과 보호를 받으며 자라왔습니다. 밖에 나와서도 성격 좋고 귀엽고 잘 생기고 돈까지 많은 대웅이를 싫어할 사람은 거의 없었겠지요. "할아버지가 그 재산 모두 나한테 물려줄 텐데, 내가 뭣하러 일을 해?" 라고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