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양정모 (7)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나는 가수다'의 신정수 PD가 7월쯤 해서 나름대로 야심차게(?) 기획하고 있다던 '아이돌판 나가수'는 아무래도 만들어지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6월 초에 벌써 '불후의 명곡2'라는 이름으로 다른 방송사에서 만들어졌으니까요. '불후의 명곡2'가 어떤 프로그램일지 궁금하신 분들 중 '나가수'를 한 번이라도 보신 분들은, 최소한 그 형식적인 면에서는 전혀 궁금해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다른 프로그램이라고 말하기가 참 민망할 정도로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똑같거든요. 말 그대로 '아이돌판 나가수' 이며, 전체적으로 '하향평준화된 나가수'라고 보시면 될 듯합니다. 그런데 바로 현재 타방송사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을 이렇게 똑같이 만들어도 정말 괜찮은 건지 모르겠어요..;; 특히 노래 중간에 삽입되는 아이돌 가수 6..
누군가 '위대한 탄생'의 생방송 5번째 무대에서 제가 느낀 뚜렷한 문제점은, 참가자 5명의 목소리가 하나같이 밴드 반주에 맥을 못 추고 묻혀 버린 것입니다. 오직 이태권의 '슬픈 그림같은 사랑'만이 밴드의 막강 파워에 반항이라도 해보려는 듯 선전했지만, 역시 간신히 따라가는 정도일 뿐 밴드를 제압하여 이끌고 가지는 못했습니다. 기대했던 백청강은 멘토 김윤아가 지적한 대로 지난 주에 이어서 좀 기운이 없는 듯했고, 스승 김태원마저도 그가 약간 지쳐 보인다고 인정할 정도였습니다. 꿈을 향해 날마다 승승장구하고 있으니 기운이 펄펄 솟아도 모자랄 법한데 무슨 안 좋은 일이 있는 건 아닌지 염려도 됩니다. 혹시 일시적인 음향 시스템의 문제였을까요? 지난 주에도 조용필 노래부르기 미션 때문에 '위대한 탄생' 밴드가..
처음 등장하던 순간부터 손진영의 앞에 놓인 길은 순탄치 않아 보였습니다. 시원스런 목청은 좋았지만 전혀 다듬어지지 않아 거칠기만 하던 노래 실력이 일단 걸림돌이었지요. 아슬아슬하게 예선을 통과했지만, 아무래도 그쯤에서 멈추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였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미끄러졌고, 다음 단계에서 또 미끄러졌습니다. 보통은 한 번 미끄러지면 그것으로 뚝 떨어져 끝이 나는데, 손진영은 미끄러질 때마다 김태원이 손을 잡아 끌어올려 주었기에 탈락과 부활을 거듭하는 특이한 이력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그의 스승이 된 김태원은, 진영이가 왜 비장함부터 먼저 배웠는지 그것이 너무 가슴아프다고 말했습니다. 손진영의 거친 노래 속에서 흘러넘치는 처절함을 보고, 김태원은 오래 전의 자기 자신을 느꼈기에 그의 손을 놓..
때로는 무언가를 보고 들은 감동만으로 충분할 때가 있습니다. 완벽에 가깝게 아름다운 것을 보거나 들었을 때에 그렇습니다. 그것에 대해 무슨 말을 하거나,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사진을 찍는 일 등이 무의미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어차피 그 실체에서 느끼는 감동을 그대로 담을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나의 턱없이 모자란 표현으로 그 날카로운 감동이 오히려 무디어질까봐 두렵기도 합니다. 윤형주는 평생 수천 곡의 노래를 작곡했으나 오직 육촌형인 윤동주의 시만은 건드리지 못했다고 합니다. 멜로디를 입혀보고 싶은 마음은 간절했지만 "시 다칠라~" 하시는 아버님의 말씀에 번번이 포기했다고 합니다. 아마도 그와 같은 마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나 망설이고 또 망설이다가 그래도 부족한 글이나마 지금 남..
오늘 포스팅의 제목을 정할 때 약간의 망설임이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것 같아서 말이지요. 김태원이 제자들을 선택하는 데에도 분명한 기준이 있을 것이며, 그들의 재능을 인정했고 충분한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에 선택했을 것입니다. 재능과 실력도 없어 보이는데 단지 불쌍해 보여서 뽑았다는 식으로 제가 생각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그런 오해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망설였지만, 그래도 '측은지심'이라는 단어를 고집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제가 드라마 '찬란한 유산'을 보면서 엄청나게 꽂혀버린 단어가 바로 '측은지심(惻隱之心)'입니다. 고은성(한효주)은 자기 혼자 버텨내기도 힘든 상황에 처해 있었지만, 정신을 잃고 길에 쓰러진 장숙자(반효정) 할머니를 보고 차마 그냥 지나치지 못했으며, ..
회차를 거듭하면서 '위대한 탄생' 참가자들의 면면도 많이 정겨워지고 익숙해졌습니다. 아직은 인원이 많아서 개개인의 모습을 집중적으로 비추지 못하니,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오디션 무대에서 노래하는 장면과 짧은 순간에 스쳐 지나가는 캠프의 생활 자세뿐입니다. 그것만으로 사람을 파악하는 것은 무리가 있고 옳지도 않기에, 지금은 되도록 부정적인 생각을 하지 않고 좋은 모습만 담으려 하고 있습니다. 미소년 데이비드 오는 여러가지로 스타성을 갖춘 인물임이 분명해 보입니다. 어느 사회에서나 마찬가지지만, 실력에 못지 않은 것이 대인관계입니다. 연습에 여념없는 팀원들에게 일일이 음료수를 배달하듯 나누어 주며 "제가 목이 마르니까, 다른 분들도 목이 마르실 것 같아서요" 라고 말하는 오세훈의 해맑은 미소는 매우 인상..
'위대한 탄생' 5회는 3~4회에 비해 인상깊은 참가자의 수가 적었고, 기대했던 태국 오디션도 예상보다 싱겁고 밋밋해서 약간은 실망스러웠습니다. 그러나 저는 '슈퍼스타K'에 이어 '위대한 탄생'을 시청하면서 이제껏 몰랐던 오디션 프로그램의 몇 가지 긍정적 효과를 느끼고 있습니다. 숨겨진 보물을 발견하고, 신선한 노래를 마음껏 감상하기 참가자들의 입장에서는 자기의 꿈을 이룰 기회가 주어진 셈이니 그런 의미에서 고마운 프로그램이겠지만, 우리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들의 멋진 노래 솜씨를 감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서 좋습니다. 평소 우리가 들을 수 있는 노래들이란 수년간의 철저한 훈련을 거치고 반듯하게 다듬어진 후 데뷔한 가수들의 노래가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