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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대장금'과 '서동요' 이후 김영현 작가의 사극에 매료된 나는 '선덕여왕'과 '뿌리깊은 나무'를 시청하며 그녀의 필력을 극도로 존경하기에 이르렀다. 역사적 사실과는 다른 부분이 적지 않았으나,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엄연한 창작물이기에 그 정도는 충분히 용인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사람마다 의견이 다르겠지만 요즘 시대에 영화나 드라마의 내용을 철석같이 믿는 사람이 있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고, 작품을 감상하다가 실제 역사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다면 다른 경로를 통해서 공부하면 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외국에 수출될 경우는 좀 더 오해의 소지가 많겠으나, 방영 전에 자막으로 '이 작품은 허구와 상상력이 가미된 창작물로서 역사적 사실과는 차이가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면 큰 문제는 되지 ..
명품 아역들이 활약이 한창이던 드라마 초반, 문근(이민호)의 캐릭터는 그야말로 찌질하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계백(이현우)과 의자왕자(노영학)가 저마다의 색다른 매력을 뽐내며 영웅의 어린 시절을 폼나게 연기하고 있을 때, 문근은 그저 못난 술집 종업원으로서 걸핏하면 술이나 약을 바꿔치기하며 손님들에게 어설픈 사기를 치다가 발각되어 경을 치기 일쑤였고, 동네 불량배들이라도 나타나면 대적 한 번 하지 못하고 엎드려 벌벌 떠는 겁쟁이였습니다. 독개(윤다훈) 일당이 외팔이 무진(차인표)을 찾는다는 소리를 듣고 대뜸 그들에게 다가가 "우리 아버지를 왜 찾는데요?" 라고 물었던 녀석도 바로 문근이었습니다. 그에게도 뇌가 있다면, 저 험악하게 생긴 놈들이 자기 아버지를 왜 찾는 걸까 잠시라도 고민해 보아야 마땅하련만..
부모 세대의 피맺힌 비하인드 스토리가 일단락되고, 드디어 주인공들의 아역들이 등장했습니다. 사실 아역을 맡기에는 이제 꽤 나이가 많은 친구들이죠. 계백 역할의 이현우와 의자왕 역할의 노영학은 1993년생으로 올해 19세이니 몇 개월만 지나면 스무살의 성인이고, 특히 여주인공 은고의 어린 시절을 맡은 박은빈은 그들보다 한 살 많은 1992년생으로 현재 대학생입니다. 은고 역할의 성인 연기자 송지효와 박은빈의 나이차는 겨우 11세에 불과한 데다가, 설상가상 스무살에 접어든 박은빈의 외모가 급격히 성숙해짐으로써 송지효와 별 차이가 없어 보일 지경이니 아역이라고 하기는 좀 민망하더군요. 그래도 계백 역할의 이서진과 의자왕 역할의 조재현은 40대의 장년이라서 아역들과 뚜렷한 차별화가 이루어지니 훨씬 자연스럽게 느..
'1박2일-명품 조연 특집'은 모든 준비가 철저했던 '여배우 특집' 때와 달리 제작진의 준비 소홀이 너무 심하게 드러나는 바람에, 괜히 애먼 시청자 입장에서마저 모처럼 초대된 배우들에게 좀 미안한 생각이 드는 특집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멋진 형님들은 그 부족한 와중에도 충분히 아름다운 방송을 만들어 주셨군요. 덕분에 '1박2일-명품 조연 특집'은 마치 대학시절의 MT가 그대로 재현된 듯, 깊은 향수를 자극하는 방송이었습니다. MT에서는 항상 '밥 해먹는 일'이 제일 중요하지요. 모두 힘을 합쳐 열심히, 아주 열심히 밥을 지어 먹고 나서는 자유로운 시간이 펼쳐집니다. 한쪽에서는 기타 치며 노래를 부르고, 한쪽에서는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며, 아무것도 규격화되거나 강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릴랙스하게 즐기는 ..
개인적으로 여배우 특집보다는 명품 조연배우 특집을 훨씬 더 많이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배우들이 저의 기대치를 훨씬 윗도는 재미를 선사해 주는 것을 보고 나서는, 명품 조연들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커져 있었지요. 특히 성동일과 김정태의 예능감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었기에, 풍선처럼 부푼 기대감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드디어 그들이 출연하는 '1박2일-명품 조연 특집' 제1탄이 그 실체를 드러냈습니다. 간략한 소감을 말한다면, 절대 실망스럽지는 않았으나 기대만큼 재미있지도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기대가 너무 컸던 모양이에요. 조성하, 안길강, 성지루, 고창석은 아예 예능 출연 자체가 처음인 배우들이었고, 생각해 보니 성동일과 김정태도 토크쇼에서 그 입담을 뽐내는 것은 보았지만 리얼..
못된 어른들로 인해 갖가지 시련을 겪으면서도, 기린예고의 꿈나무들은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윤백희(함은정)를 구하기 위해 소속사 사장을 폭행한 진국(택연)은 잠시 나락에 떨어졌지만, 결과적으로 아버지와의 사이에 가로막혀 있던 벽을 허물어뜨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백희의 말처럼, 자신의 것을 남기지 않고 모두 주었기 때문에, 오히려 가장 큰 기쁨을 얻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제이슨(장우영)과 김필숙(아이유)의 러브라인은 가장 예쁘고 상큼하게 진행중입니다. 서로의 마음을 확신하지 못해서 애태우던 시간이 지나고, 이제 눈만 마주쳐도 행복감에 짜릿해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니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군요. 한편 고혜미(수지)는 송삼동(김수현)과 진국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자기의 마음이 ..
처음부터 아이돌 연기 실습의 장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기에 '드림하이'에 대한 기대감은 별로 없었습니다. 과연 1~2회를 본 소감은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더군요. 드라마는 온통 황당한 스토리와 어색한 연기의 향연으로 뒤덮였고, 그나마 볼거리가 될 거라고 예상했던 출연자들의 노래 실력조차 모두 립싱크로 처리하는 바람에 쓴웃음만 나왔습니다. 본업이 가수가 아닌 배우들도 연기를 위해 불철주야 노래 연습을 해서 라이브를 선보이는 시대인데, 실제 가수들이 주인공을 맡고서도 노래는 립싱크로 처리하다니 도통 이해할 수가 없더군요. 특히 여주인공을 맡은 수지의 연기력에 대해서는 엄청난 악평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단순히 연기를 못하는 수준이면 짜증이 날텐데, 수준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바닥을 보여주니 저는 오히려 신기..
'밤이면 밤마다' 6회에는 미남배우 주상욱과 신성록이 게스트로 출연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압도적인 예능감을 뽐낸 사람은 생각지도 않은 주상욱이었네요. 저는 그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을 처음 보았는데,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고 무척 놀랐습니다. 신성록 또한 노래실력을 비롯해서 여러가지의 매력을 지닌 인물이었으나, 최소한 이번 방송에서는 주상욱의 존재감에 확연히 밀린 것으로 보이더군요. 게다가 주상욱의 절친이라는 이종수까지 특별위원으로 초청되어 힘을 실어 주니, '밤밤' 6회는 거의 주상욱을 위한 방송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초반의 토크는 곱상한 외모에 어울리지 않게 '구타당한' 기억에서 출발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주상욱은 7살 되던 해에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홀어머니 ..
'선덕여왕' 33회는 비담(김남길)을 위한 챕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생각보다 좀 빠르고 쉽게 비담은 자기 출생의 비밀을 알아차리게 되고, 그놈의 출생 때문에 몇달간을 부들부들 떨며 삽질하던 덕만공주(이요원)와는 달리 눈부신 속도로 자기 자리를 찾아가기 위해 거친 날개짓을 시작합니다. 그 와중에 살포시 피어나는 멜로 라인들이 눈에 보이는데, 현재로 봐서는 양쪽 다 비극으로 치달을 듯 싶어서 안타깝기만 하네요. 첫번째 멜로라인은, 유쾌하기는 하지만 몹시 생뚱맞은 죽방(이문식)의 소화(서영희)를 향한 연정(戀情)입니다. 죽방과 고도(류담)는 이미 소화와 더불어 좁아터진 헛간에 함께 갇힌 상태로 몇달간(?)의 세월을 보냈습니다. 물론 그때는 제정신도 아니었고 이루 말할 수 없이 꾀죄죄한 몰골이긴 했지요..
오늘 밤이면 '선덕여왕'을 볼 수 있겠네요. 그 생각을 하니까 기다리는 시간조차 왜 이리 지루할까요? 기다림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지극히 주관적 기준으로 매겨진 인기순위 캐릭터 열전이나 끄적거려 볼까 합니다. 제가 여성이다보니 아무래도 남성 캐릭터 쪽에 훠얼씬 눈길이 가는지라 (-_-;;) 여성 캐릭터는 난중에 난중에 생각해 보기로 쭈욱 밀어놓고 우선 귀염둥이(?) 남성 캐릭터들 먼저 한 명씩 찰칵찰칵 떠올립니다. 1. 매혹(魅惑) 비담 (김남길) 대한민국 여성 중에서 현재 비담의 매력에 푹 빠져 있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요? ㅋㅋ 저는 남들이 다 좋아하는 것은 오히려 안 좋아하고, 나 혼자서만 좋아하는 누군가를 마음속에 간직하고 싶어하는 독특한 성격이지만 유독 이 비담이라는 인물의 매혹은 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