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아가씨를 부탁해 (9)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지붕뚫고 하이킥' 35회에 특별출연한 정일우를 보았습니다. 황정음의 첫사랑이며, 정음이 그토록 애지중지하는 반려견 '히릿'의 옛주인으로 말이지요. 새 봄처럼 젊은 나이에, 눈물겹도록 화창한 날에 아련한 추억만을 남기고 불치병으로 스러져간 첫사랑... 그야말로 더 이상 식상할 수 없을 정도로 식상함의 전형이지만, 아무리 뻔한 스토리라도 순정만화는 영원히 소녀들에게 사랑받는 것처럼 '우유빛깔 정일우'가 표현해내는 첫사랑의 이미지는 자못 매혹적이었습니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혜성처럼 등장했던 정일우는 삽시간에 톱스타의 위치로 올라서며 최고의 인기를 누렸습니다. 저도 그 때 담임선생님 서민정을 향해 순수한 열정을 불태우던 학교짱 윤호를 무척이나 사랑하던 누나(?)였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이후에 정일..
요즘 저는 '아이리스'보다도 '미남이시네요'의 매력에 빠져 있습니다. 물론 오버스럽고 황당한 부분이 많기는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의 드라마를 기피하고 있는 저로서는 차라리 살짝 유치하다 싶어도 이렇게 밝고 통통 튀는 드라마가 좋더군요. 같은 여자가 보아도 너무 상큼하고 귀여워서 호감 모드인 고미남(박신혜)과 더불어 그럴듯한 앙상블을 이루는 세 꽃미남 황태경(장근석), 강신우(정용화), 제르미(이홍기)의 고운 모습들을 감상하는 즐거움도 역시 빼놓을 수 없겠지요. '미남이시네요' 에서도 역시 어디선가 낯익은 듯한, 데자뷰 현상을 불러 일으키는 장면들이 있는데 의외로 거부감이 별로 없습니다. 얼마 전에 종영한 '아가씨를 부탁해' 초반부에서는 그런 데자뷰 현상들이 너무나 구태의연한 방식으로,..
당분간 '수목드라마의 난'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진심으로 '맨땅에 헤딩'에 대해서만큼은 실망했다는 리뷰를 쓰고 싶지 않았다. '태양을 삼켜라'(태삼)와 '아가씨를 부탁해'(아부해)가 개연성 없는 스토리와 도를 넘어선 유치함으로 끊임없이 손발을 오그라들게 만드는 와중에 '맨땅에 헤딩'(이하 '맨딩')은 정말 '재미있게 보고 싶은' 드라마였다. 그래서 초반에 이미 유치함으로 흐를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음에도 애써 관록있는 조연배우들에게 집중하며 ("맨땅에 헤딩, 명품 조연들은 수호천사다") 부디 좋은 드라마로 탄생해 주기를 바랬던 것이다 그러나 '맨딩' 4회의 엔딩은 이러한 나의 간절한 기대를 여지없이 무너뜨렸다. 악질 변호사 장승우(이상윤)의 애인으로 오해받은 강해빈(아라)이 납치되고, 그..
동방신기의 리더 유노윤호로서 활동해 온 정윤호의 드라마 데뷔작이라는 것만으로도 방영 전부터 엄청난 이슈를 몰고 왔던 '맨땅에 헤딩' 1,2회가 방송되며 베일을 벗었다. 시청자들의 의견은 희망적인 쪽과 부정적인 쪽으로 나뉘는 듯하다. 그 중에 나는 희망적인 쪽이다. 내가 '맨땅에 헤딩'이라는 드라마의 미래를 그래도 희망적이라고 보는 이유는 첫째, 경쟁작인 '태양을 삼켜라'와 '아가씨를 부탁해'가 초반의 엉성한 전개로 인해 이미 많은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으며 둘째, 은근히 염려했던 정윤호의 연기가 예상외로 시원스럽고 괜찮아 보이는 것이며, 가장 중요한 셋째로는 매우 감칠맛나는 조연들이 포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1. 박철민 (배역 : 스포츠 에이전시 대표 홍상만) 무조건 차봉군이 데려 와~ '베토벤 바이..
혀짧은 서민 아가씨를 금실은실로 휘감아 놓은 듯한 윤은혜(강혜나)의 모습을 보며 드라마에 몰입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아가씨를 부탁해'도 이제 5회에 이르렀는데 왜 아직도 저렇게나 어울리지 않는 걸까? 매회 입고 나오는 의상은 매일 남의 옷을 빌려입는 듯 부자연스럽고, 여전히 있는 힘을 다해서 오버하는 연기는 부잣집의 외로운 공주님과는 거리가 삼만리쯤 멀어 보인다. 그에 비해 꽃집 딸네미 문채원(여의주)의 자연스러움은 이미 그녀가 캐릭터와 일치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엄마로 나오시는 관록의 권기선씨와 비교해도 거의 밀리지 않을 정도였다. 내가 예전에 '배우 윤상현을 주목하는 이유' 라는 포스팅에서 윤상현을 가리켜 '끼를 타고난 연기자 같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문채원에게도 그 말이 적용되지..
아무리 운(運)이 중요하다지만 노력(努力)을 이길 수 있을까? '아가씨를 부탁해' 2회에 등장한 정일우의 모습을 보며 나는 감탄과 동시에 애잔함을 느꼈다. '돌아온 일지매'의 방송을 앞두고 황인뢰 감독은 인터뷰 중에 이런 말을 했다. "카리스마는 본래 갖고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이 무수한 시련과 고통의 관문을 하나씩 넘어가면서 얻어지는 것이다. 천성이 착하고 순한 정일우가 일지매 역을 맡고부터 시련과 고통의 문턱을 무수히 넘나들었다. 이제 그가 얻게 된 카리스마를 기대해도 좋다." (MBC드라마 '돌아온 일지매' 홈페이지 참조) 정일우의 나이는 이제 스물 세 살... 남자로서는 젊다는 말보다 오히려 어리다는 말이 더 어울릴 수도 있는 나이인데, 벌써 만만치 않은 눈빛의 깊이와 배우의 향기가 느껴..
어디까지나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의견이다. 나는 예전에도 그렇게 생각했었고 지금은 더욱 그렇게 생각한다. 연기자로만 보았을 때는 성유리가 윤은혜보다 훨씬 낫다. 연기자가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자질은 무엇일까? 나는 그것을 '변신의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임금을 연기할 때는 정말 임금같고, 깡패를 연기할 때는 정말 깡패같아야 하는 것이 연기자라는 말이다. 성유리는 '눈의 여왕'과 '쾌도 홍길동' 두 작품을 통해서 '변신이 가능한' 연기자임을 보여주었다. '눈의 여왕'의 주인공 김보라는 부호의 딸로서 돈이야 충분하지만, 내면적 기쁨이라고는 거의 느끼지 못하고 살아온 지극히 슬픈 캐릭터였다. 그녀는 평생을 지독한 병마에 시달렸고, 의지하던 오빠는 사춘기 때 자살하고 말았다. 간신히 사랑을 만났으나 결국 그의..
내가 배우 윤상현을 처음 본 것은 SBS드라마 '백만장자와 결혼하기'에서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드라마가 윤상현의 데뷔작이었다고 한다. 그는 어떤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서 스스로 말하기를, 평소 팬이던 여배우 김현주 앞에서 너무 긴장한 나머지 NG를 수십차례나 냈으며 자기 때문에 촬영에 애로사항이 많았다고 했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오히려 너무 자연스러웠기 때문에 신인이라는 생각은 못했었다. 연극 무대에서 오래 활동하다가 브라운관에 데뷔하는 중고신인들이 많으니만큼 그런 비슷한 류일 거라고 생각했던 거다. 연륜도 좀 있어 보이고 연기도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기에 당연히 그런 줄만 알았다. 그런데 예전의 윤상현은 장사를 비롯하여 연기와는 전혀 상관없는 몇 가지 직종에 종사하며 일반인으로 살아왔을 뿐, 연..
'아가씨를 부탁해' 1회 방송 : KBS2TV 8월 19일 21:55 출연 : 윤은혜, 윤상현, 정일우, 문채원, 이정길, 권기선 등 '아가씨를 부탁해' 첫 방송을 보는 동안, 나는 끊임없이 '어디선가 본 듯 하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최근에 방송되었던 인기 드라마 몇 개의 그림자가 계속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맴돌았다. 1. 꽃보다 남자 '아가씨를 부탁해' 첫 회만 본 느낌으로는 '꽃보다 남자'와 거의 쌍둥이 드라마라고 할만하다. 방송 전부터 윤은혜의 캐릭터 강혜나가 '여자 구준표'라는 소문이 떠돌기는 했다. 그러나 이렇게까지 비슷할 줄이야! 국내 최대 그룹의 유일한 상속자(녀)에 출중한 외모, 개념 없고 제멋대로인 성격, 사람을 자기 발 아래로 보는 오만함 등... 오갈데 없는 여자 구준표다. 윤상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