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STORY 2014 우수블로그
TISTORY 2012 우수블로그
TISTORY 2011 우수블로그
TISTORY 2010 우수블로그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관리 메뉴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배우 '윤상현'을 주목하는 이유 본문

드라마를 보다

배우 '윤상현'을 주목하는 이유

빛무리~ 2009. 8. 20. 15:49
반응형


내가 배우 윤상현을 처음 본 것은 SBS드라마 '백만장자와 결혼하기'에서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드라마가 윤상현의 데뷔작이었다고 한다. 그는 어떤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서 스스로 말하기를, 평소 팬이던 여배우 김현주 앞에서 너무 긴장한 나머지 NG를 수십차례나 냈으며 자기 때문에 촬영에 애로사항이 많았다고 했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오히려 너무 자연스러웠기 때문에 신인이라는 생각은 못했었다. 연극 무대에서 오래 활동하다가 브라운관에 데뷔하는 중고신인들이 많으니만큼 그런 비슷한 류일 거라고 생각했던 거다. 연륜도 좀 있어 보이고 연기도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기에 당연히 그런 줄만 알았다. 그런데 예전의 윤상현은 장사를 비롯하여 연기와는 전혀 상관없는 몇 가지 직종에 종사하며 일반인으로 살아왔을 뿐, 연기는 '백만장자와 결혼하기'에서 처음 시도했던 것임을 나중에 알고나서 적잖이 놀랐다.
하여튼 데뷔작부터 큰 역할을 맡아 얼굴을 알릴 수 있었으니 윤상현에게는 운이 따르지 않았다고도 할 수 없을 것 같다. 그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이었던 고수의 역할이 좀 특이하게도 '머리 나쁜 남자' 캐릭터였기 때문인지, 그와 반대되는 모습을 보여주던 윤상현에게 오히려 더 눈길이 갔다. 명석하고 젠틀한데다가 재력까지 갖춘, 잘나가는 방송국 PD 역할이었는데 썩 잘 어울렸다.


두번째로 그를 보았던 것은, 시청률은 낮았지만 나는 굉장히 좋아했던 작품 '독신천하'에서였다. SBS월화드라마였는데 당시 MBC의 '주몽'에 밀리는 바람에 인지도가 매우 낮았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도 윤상현은 한껏 자연스러운 매력을 뽐냈다. 역시 데뷔작에서의 이미지와 많이 다르지는 않았다. 돈 많고 능력있고 명석하고 쿨한 매력덩어리에 약간 바람기가 있어 보이지만 일단 한 여자에게 꽂히면 숨겨두었던 애틋한 순정을 드러내는 그런 캐릭터였다. 그런데 함께 출연했던 이현우의 자상하고 진지한 캐릭터가 더 마음에 들었던 나는 특별히 윤상현을 주목하지는 않았었다.


MBC드라마 '겨울새'에서 그는 연기 변신을 시도한다. 평소에는 멀쩡한 남자가 어머니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지고 찌질해지는 독특한 마마보이의 캐릭터였다. 줏대가 좀 약하기는 하지만 나름대로 순수하고 귀여운 매력이 있었다. 작가 김수현에 의해 창조된 인물을 효과적으로 표현해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김수현의 인물들은 언뜻 단순한 것 같으면서도 복잡한 내면을 지닌 캐릭터가 많다. 윤상현이 연기했던 '경우' 역시 그랬다. 별 하자 없이 괜찮은 인물인데 어머니의 광적인 집착 아래에서 성장하다보니 그 영향으로 어머니처럼 아들도 약간 광적인 모습을 보이곤 한다. 아내를 사랑하면서도 괴롭히고, 그러다가 다시 애절하게 매달리고... 매우 짜증스러운 캐릭터였지만 그것을 소화해내는 윤상현의 연기력은 역시 나쁘지 않았다.


내가 윤상현을 본격적으로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시트콤 '크크섬의 비밀'에서였다. 데뷔 때부터 정극 드라마에서 진지한 역할을 맡아 비중있는 조연을 연기하던 그가 시트콤에 입성했을 때 나는 별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크크섬의 비밀'에서 보여준 윤상현의 시트콤 연기는 단연 최고였다. 이미 코믹 캐릭터로 자리잡은 김광규보다도 더 빛이 났다. 오버해줘야 할 때는 시원하게 망가지면서 충분한 오버 연기를 보여 주었고, 중간중간 어렴풋이 드러날 듯 말 듯한 멜로 분위기를 조성할 때는 괜히 가슴이 졸아들면서 콩닥콩닥 뛰었다. 그렇게 코믹과 진지함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것이 바로 시트콤이라는 장르의 특성이 아닌가? 생전 처음 뛰어든 시트콤에서도 그는 거의 완벽한 적응력을 보여 주었다.


윤상현의 이름을 대한민국 방방곡곡에 널리 알린 드라마 '내조의 여왕'은 안타깝게도 내가 외면한 드라마였다. 나의 성격이 워낙 고지식한지라 '유부남 유부녀의 사랑이야기'라는 것이 처음부터 너무 뻔하게 보이는 그 드라마에는 거부감이 생겨서 일부러 보지 않았다. 더구나 여주인공을 맡은 김남주는 내가 개인적으로 좀 많이 안 좋아하는 배우였다. 오지호, 최철호, 윤상현까지 그 멋진 남자들이 한결같이 김남주를 사랑하며 벌이는 그 해프닝은 솔직히 지금도 보고 싶지가 않다. 그러나 사랑하는 여인에게 '네버엔딩 스토리'를 열창하며 따뜻한 위로를 전해주는 윤상현의 멋진 모습은 여기저기에서 많이 방송된 동영상을 통해 볼 수 있었다. 꾸준히 좋은 연기를 보여주면서도 좀처럼 뜨지 못하던 윤상현이 드디어 노력의 결실을 이루었다는 점에서 '내조의 여왕'은 고마운 드라마이기도 하다.

*******
이렇게 내가 주목하는 배우 윤상현이 짧은 휴식을 마치고 '아가씨를 부탁해'의 능구렁이 집사 서동찬으로 돌아왔다. 불치병에 걸린 어머니의 병원비를 대기 위해 제비 생활을 했지만, 천성이 착하고 마음이 약해서 작업녀에게 돈 달란 소리를 못하여 작업 성공률은 99%에 수금률은 15%에 불과했던 서동찬, 그가 말괄량이 길들이기에 나선 것이다.


'아가씨를 부탁해' 첫 방송을 보고 난 느낌은 솔직히 많이 실망스러운 드라마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여주인공의 어색함과 구성의 유치함 속에서도 윤상현의 자연스러운 연기는 빛을 잃지 않았다. 내가 한편 실망하면서도 이 드라마에 대한 기대를 놓지 않는 이유는 오직 윤상현에게 있다. 2회에서 등장할 정일우의 연기 내공 역시 아직은 일천하여 윤은혜의 헤비급 어색함을 커버해 주기는 무리일 거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어떤 배우들의 연기를 보면 "지금 저 사람은 연기를 하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 반면에 어떤 배우들의 연기는 "연기가 아니라 실제 그 인물이 되어 있구나." 하는 느낌을 준다. 나는 윤상현을 아직 좀 부족하긴 하지만 후자 쪽에 가까운 연기자라고 생각한다. 늦깎이 신인으로 출발하여 처음부터 익숙한 자연스러움을 표현해낼 수 있었고, 투입되는 작품마다 무리 없이 연기 변신에도 성공했으니 그는 끼를 타고난 연기자가 아닐까 싶다.


* 본문에 삽입된 모든 사진은 오직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드라마 제작사와 방송국에 있습니다. 


* 8월 20일자 DAUM 메인에 소개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