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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 너의 방 안에 타인을 들이지 말아... 본문

드라마를 보다

'혼', 너의 방 안에 타인을 들이지 말아...

빛무리~ 2009. 8. 14.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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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 4회
방송 : MBC 8월 13일 (목) 21:55

출연 : 이서진, 김갑수, 임주은, 이진, 건일, 유연석, 김성령 등


너무 겁을 먹었던 걸까? '혼' 4회를 보고 난 심정은 차분하다.

온 힘을 다해 악(惡)에 대항하던 주인공 신류(이서진)가 악령의 강한 힘을 이기지 못해 오히려 점점 악령에 사로잡혀 가는 이른바 '엑소시스트' 류의 작품일 거라고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신류는 지극히 인간적으로, 자기 스스로의 선택으로 악의 길로 접어든다.

어쩌면 신류의 선택을 온전히 '악'이라고만 평가할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설령 그 목적이 자기의 복수를 겸한 사회정의 구현을 위해서라고 하더라도 타인을 살해하는 것, 더구나 자기를 지극히 신뢰하고 있는 한 소녀의 영혼을 조종하고 이용하여 살인을 저지른다는 행위를 선(善)이라고 볼 수는 없다.


4회가 시작될 때만 해도 신류는 온전한 이성을 지니고 있었다. 윤하나(임주은)에게 빙의된 동생 두나를 향해 "언니가 많이 힘들어 해... 언니를 이용해서 너의 복수를 하려는 건 옳지 않아." 나직한 목소리로 이렇게 타이르던 그였다.

그런 신류가 자기의 가장 취약한 부분을 사정없이 찔리자 한 순간에 무너지더니, 스스로 가장 악랄한 수단으로 윤하나를 이용하여 복수를... 악에 대한 응징을 시작하는 모습은 섬뜩하고 처절했지만 인간들의 일일 뿐이었다. 드라마 '혼'에 등장하는 귀신들은 악마가 아니라 그냥 사람들이다.

'혼'에는 전형적인 태생적 사이코패스가 너무 많이 등장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악질 변호사 백도식(김갑수), 그의 아들인 학교 살인마 백종천(유연석), 여성 연쇄살인범 서준희(이규한), 그리고 4회에 혜성처럼 등장하여 신류를 미치게 만드는 애송이 변호사...


십여년 전, 신류의 눈앞에서 어머니와 여동생을 처참하게 살해했던 그 소년은 백도식의 변호를 받아 법의 처벌을 피했고, 그 후 계속 백도식의 지도를 받으며 성장하여 현재 변호사가 되어 있다. 백종천의 변호인이기도 하다.

신류의 눈앞에 다시 나타나 손가락을 흔들어 대며 일부러 자신의 정체를 밝히고, 신류의 상처를 헤집으며 조소하는 그의 모습은 보는 사람의 마음속에 살의(殺意)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남이 보기에도 그러한 바, 피해 당사자인 신류에게야 어떠했을지 짐작되기에, 그 후 신류의 선택을 비난할 수만은 없다.

그러나 왜 윤하나를 이용해야만 했을까? 신류가 가진 능력 정도라면 얼마든지 다른 방법도 있었을텐데...


그 누구에게도 열어주지 않던 자기 마음의 방 문을 윤하나는 기꺼이 신류를 위해 열어 주었다. 추호의 의심도 없이... 그러나 그 결과는 이용당하는 것뿐이었다.

물론 신류에게 조종당하기 전부터 이미 자살한 여자 부회장과 살해당한 동생 두나의 영혼에 빙의되어 있던 윤하나는 두 차례의 살인을 저지르긴 했다(추측). 그러나 그것은 마땅히 '벗어나야 할 병적인 상태' 였다. 처음에는 신류도 윤하나를 그 상태에서 벗어나게 도와주려고 했었다.

그런데 이제와서는 '악'을 응징한다는 명분으로 그 약한 소녀를 끔찍한 수렁 속으로 더욱 깊이 밀어 넣다니... 신류는 잘못된 수단을 선택했다는 그 한 가지 만으로도, 악을 응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악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신류의 강력한 최면에 걸린 윤하나는 연쇄살인범 서준희를 살해했고 앞으로도 수없이 많은 살인을, 신류에 의해 조종당하면서 저질러 갈 것이다.


'혼' 4회를 보면서 나는 신류와 윤하나도 불쌍했지만, 그보다 더욱 불쌍하게 느낀 두 사람이 있었다. 


똑똑하면서도 답답할 정도로 순진한 법 정신의학 박사 이혜원(이진)... 그녀는 수많은 사람들의 원망과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자기의 소신을 지키려 했었다. 자기가 사랑하는 남자 신류와 끊임없이 충돌하면서도, 사람은 변화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범죄자 교화 프로그램에 앞장서 왔다. 그러나 4회에서 그녀의 소신은 절망적으로 무너지고 만다. 믿음이 무너진다는 것은 생각보다 견디기 힘든 일이다. 그녀는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

그리고... 자기가 태어남으로 인해서 어머니가 죽었다는 트라우마를 지녔기에 평생 타인과의 감정 교류도 없이 스스로를 혐오하며, 남들의 괴롭힘을 그저 감당하면서 살아오던 정시우(건일)...  처음으로 자기에게 거침없이 손을 내밀어 준 소녀 윤하나에게 그가 정신없이 빠져들고 사랑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지금 정시우의 모습은 윤하나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빙의된 윤하나가 지하철에서 살인을 저질렀을 때, 죽기 직전의 피해자가 윤하나의 팔목을 긁어서 그 손톱 밑에 윤하나의 피부조직이 남았을 것을 알고, 그 손가락 끝 마디들을 잘라내어 자기 집 거북이의 먹이로 준 것도 바로 그였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1회의 도입 부분에서 칼을 뽑아 들고 윤하나의 뒤를 쫓아가던 백발의 소년 또한 정시우였다. 그 긴박한 공포감이 지금도 생생한데... 누구보다 그녀를 사랑하던 그가 왜 그녀를 향해 칼을 휘두르게 되었을까? 눈은 처절한 슬픔으로 시뻘겋게 충혈되어서는... 혹시, 신류에게 조종당하면서 점점 더 악의 수렁 속으로 깊이 빠져들어만 가는 그녀의 고통을 없애 주기 위한 것은 아니었을까?

생애 처음으로 타인을 향해 마음의 방문을 열었으나, 그로 인해 지독한 아픔에 시달려야만 할 소년... 그냥 지금 자기 무릎에서 잠든 소녀를 가만히 내려다보듯이... 저 정도의 작은 행복만이라도 그에게 허락되면 안되는 것일까?



*사진 출처 : MBC드라마 '혼' 4회 캡처 장면 (모든 사진은 오직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드라마 제작사와 MBC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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