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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상속자들' 후속으로 방송될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에 대중의 관심과 기대가 크다. 단연 화제의 중심에는 '해를 품은 달' 이후 명실상부한 최고의 대세남으로 떠오른 김수현의 이름이 있다. 최근 '도둑들'과 '베를린'의 연이은 흥행에 힘입어 스크린의 여왕으로 화려하게 복귀한 전지현의 이름도 그 곁에 있다. '넝쿨째 굴러 온 당신'의 박지은 작가와 '뿌리깊은 나무'의 장태유 감독이 뭉쳤다는 사실도 기대감을 더하는데, '별에서 온 그대'라는 제목은 또 얼마나 로맨틱하고 달콤한가? 별에서 온 사람과 사랑에 빠진다는 몽환적 스토리는 어린 시절 탐닉했던 순정만화의 낭만적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온통 하얀 눈으로 뒤덮인 이 추운 겨울 날, 따뜻한 코코아 한 잔을 마시는 듯한 기분으로 볼 수 있는 드라마가..
홍자매의 작품치고 이렇게 몰입도가 떨어지는 드라마는 처음인 것 같습니다. 이제까지의 다른 작품들은 비록 시청률이 최고는 아니었더라도 매번 열광적인 매니아층이 형성되면서 화제몰이를 했고, 주요 캐릭터에 대한 대중적 관심도 비교적 높은 편이었죠. 그런데 이번에는 어찌된 셈인지 드라마가 중반에 이르도록 매니아층이 형성될 기미도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차가운 무관심 속에 한자릿수 시청률의 굴욕을 맛보고 있습니다. 가끔씩 뜨는 관련기사조차도 요즘 어딜가나 핫이슈인 '수지'에 관한 내용이 대부분이고, 주인공인 공유나 이민정에 관한 내용은 찾아보기도 어렵네요. 경쟁작인 '추적자'와 '빛과 그림자'가 워낙 탄탄한 시청층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도 한 가지 이유는 되겠지만, 작품 내부에 문제가 없다면 결코 이런..
SBS 연기대상은 신년벽두부터 4시간이 넘는 긴 시상식으로 시청자들을 지치게 하더니, 결국 '대물'의 고현정에게 연기대상을 수상함으로써 끝까지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 준 시청자들을 배신했습니다. 고현정의 연기만 보면 자격이 없다고 할 수 없겠으나, 연기대상이란 오직 배우의 연기력 하나만 갖고 선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무척 황당하고 씁쓸한 수상이었습니다. '자이언트'는 60부의 긴 여정을 흐트러짐 없는 호흡으로 훌륭히 마무리했고, 40% 이상의 대박 시청률을 기록했습니다. 그에 비해 '대물'은 25%의 시청률조차 어이없다 싶을 만큼 완성도가 떨어지는 작품이었지요. 중간에 감독과 작가가 교체되면서 적잖이 시끄러웠고, 그 와중에 캐릭터가 변형되면서 고현정의 연기마저 일시적으로 추락하는 현상을 보..
아무래도 천성일 작가는 '여자'를 잘 모르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어떤 여자가 매력적인 여자인지를 모르는 듯해요. 올해 초에 대박을 기록했던 드라마 '추노'에서도 장혁을 비롯한 남성 캐릭터들은 모두 인기를 얻었으나, 여주인공 이다해는 '민폐언년'이라는 별명을 들으며 악평에 시달렸지요. 아무리 미모와 연기력을 겸비한 그녀였지만, 대본상 구제불능일 정도로 매력없게 그려지고 있는 언년이를 살려내지는 못했어요. 그에 비해 '도망자 Plan.B'의 여주인공 '진이'는 초반에 좀 다른 면모를 보이기에, 오랜만에 드라마로 컴백한 이나영을 위해 무척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작가의 특이한 여성관은 '진이'를 끝까지 매력적인 여주인공으로 유지시키는 데 실패했군요. 차라리 이다해의 '언년이'는 ..
엔딩을 위한 준비 작업으로 팽팽한 긴장감을 조성해야 했던 15회가 너무 실망스러웠기에, 솔직히 엔딩에 대한 기대감도 높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혹시나, 막판에 최대의 반전과 감동을 주려고 일부러 템포를 늦추는 건가 싶어서 한 가닥 희망은 놓지 않고 있었지요. 엔딩만 제대로 뽑아 낸다면 홍자매의 작품 중에서도 최고로 꼽을만한 걸작이 되리라 생각했기에, 기대를 놓아버리기는 아쉬웠던 탓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최악이라고까지 할만한 엔딩은 아니었습니다. 일단 구미호(신민아)와 차대웅(이승기)의 애달픈 사랑이 이루어졌으니까, 그리고 다른 인물들도 모두 바람직한 방향으로의 변화를 보이며 행복해졌으니까 대략 흐뭇하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뭔가 영 개운치 않아서, 걸작이라고 해주기는 힘들 것 같아요. 작가의 원래 의도..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에서 드디어 차대웅(이승기)의 역할이 중심으로 떠올랐습니다. 지금까지는 '구미호가 사람이 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대웅이가 잘 모르고 있었기에 수동적인 역할 밖에는 할 수 없었지요. 오히려 놀라운 능력으로 모든 상황을 진두지휘하는 박동주(노민우)의 역할이 더 두드러져 보일 때도 많았습니다. 물론 차대웅은 미호(신민아)가 사람이 아닌 구미호라는 것을 알면서도 용감히 사랑을 시작했고 그녀와 더불어 모든 어려움을 헤쳐나갈 준비가 되어 있었지만, 그래도 미호 때문에 자기의 죽음이 눈앞에 다가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떤 심경의 변화를 일으킬지 몰라, 그의 마음을 완전히 확신할 수는 없었지요. 제가 보기에 대웅을 향한 미호의 사랑은 어쩌면 주인을 향한 반려견의 사랑과도 비슷합니다. ..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10회에서는 좀처럼 알 수 없던 박동주(노민우)의 진정한 의도가 조금씩 드러났습니다. 그는 구미호(신민아)를 차대웅(이승기)에게서 떼어놓고 그녀 혼자서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려 합니다. 근본적으로 미호에게 나쁜 마음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었어요. 비록 극심한 고통을 겪어야 하겠지만 이로써 미호는 인간이 되고 싶다는 소원을, 그러니까 길달이 이루지 못한 소원을 대신 이루는 셈이지요. 대웅이가 죽건 말건 동주는 관심이 없습니다. 미호를 살리려면 그 녀석이 죽어야 하니까, 지금은 그저 배신하지 않고 잘 버틴 후에 곱게 죽어 주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그것은 나름대로 동주가 미호를 사랑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미호의 마음을 대웅에게서 떼어놓기 위해 동주는 이제 적극적으로 유혹을 시..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에 등장하는 차대웅(이승기)과 박동주(노민우)의 차이점이라면, 당연히 대웅이는 사람이고 동주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들 수 있겠네요. 하지만 그런 당연한 말을 하려는 것은 물론 아니랍니다...^^ 구미호(신민아)를 바라보는 시선에서, 그들의 내면에 커다란 차이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에 그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1. 차대웅 - "틀린 것은 서로 물어보면서 맞춰가면 돼" 비록 어려서 부모님을 잃었다는 슬픔을 간직했을 망정, 차대웅은 좋은 할아버지와 고모의 넘치는 사랑과 보호를 받으며 자라왔습니다. 밖에 나와서도 성격 좋고 귀엽고 잘 생기고 돈까지 많은 대웅이를 싫어할 사람은 거의 없었겠지요. "할아버지가 그 재산 모두 나한테 물려줄 텐데, 내가 뭣하러 일을 해?" 라고 말..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에는 듣기만 해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아름다운 OST들이 있습니다. 이승기의 '정신이 나갔었나봐'에서 풍겨나오는 싱그러운 젊음과 경쾌함도 좋고, 생각지도 못한 노래솜씨를 뽐내는 신민아의 '샤랄라'도 청순한 매력을 그대로 전해 주더군요. 그런데 제 가슴에는 특히 이선희의 목소리로 들려오는 애절한 '여우비'가 제대로 꽂히고 말았습니다. "난 당신이 자꾸만 밟혀서... 그냥 갈 수도 없네요... 이루어질 수도 없는 이 사랑에... 내 맘이 너무 아파요..." '여우비'의 가사 중 일부입니다. 그런데 "난 당신이 자꾸만 밟혀서... 그냥 갈 수도 없네요" 라는 부분이 끊임없이 저의 머리에, 가슴에, 귓가에, 입가에 맴돌며 왠지 눈물을 차오르게 합니다. 그 사람이 자꾸만 밟혀서 그냥 갈 수..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가 점점 더 재미있어지고 있습니다. '제빵왕 김탁구'가 구마준을 비롯한 '악역 패밀리'를 너무 심하게 망가뜨리면서 그 작품성마저 무너뜨리는 자충수를 두고 있는 와중에, 얼핏 유치하고 만화적인 껍질을 쓰고 시작했던 '여친구'는 그 안에 숨어 있던 진주처럼, 등장인물들의 아름다운 진심을 드러내며 매력을 발산하네요. 하긴 원래 그런 것이 홍자매 드라마의 특성이지요. 사랑은 구미호(신민아) 쪽에서 먼저 시작되었습니다. 그녀의 표현대로 '귀엽게 생긴 젊은 남자' 차대웅(이승기)은 아홉개의 꼬리를 그림에 그려 넣어 줌으로써 그녀를 500년간의 감옥살이에서 해방시켜 주었고, 은혜에 보답하고 싶은 구미호는 중상을 입은 그에게 소중한 여우구슬을 넣어 주었지요. 자기의 구슬과 멀리 떨어져 있을 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