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송일국 (9)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아빠를 부탁해'라는 예능을 나는 처음부터 전혀 보고 싶지 않았다. 표면상 기획의도는 '무뚝뚝한 아버지와 어른이 된 딸 사이의 어색함을 따스함으로 바꾸어 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거라지만, 그 내포된 의도는 '방송인이 되고 싶어하는 딸의 꿈을 이루어 주기 위한 방송인 아빠들의 팔자에도 없는 생고생 프로젝트'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특히 조재현과 조혜정 부녀는 딸이 배우의 꿈을 키우며 공부 중이라는 사실을 가감없이 밝혔기 때문에, 그와 같은 의혹의 중심에 서지 않을 수 없었다. '아빠를 부탁해' 출연은 그것과 무관하다고 모든 출연자 및 관계자들이 입을 모았지만, 현실적으로는 '그것과 무관할래야 결코 무관할수 없는' 상황이었다. '아빠를 부탁해'가 방송되기 시작할 무렵까지만 해도 조혜정은 단지 이름없는 지망생..
'일밤-복면가왕'에 출연한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의 정체가 누군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따라서 100% 확신할 수는 없지만, 이미 대중의 반응은 98% 정도 김연우라고 확신하는 분위기다. 나 역시 그러한데, 이유는 가왕 진출전에서 에일리와 대결할 때 불렀던 마지막 노래 '가질 수 없는 너'의 목소리가 영락없이 김연우였기 때문이다. 배다해와 듀엣으로 '오페라의 유령'을 부를 때는 힘찬 바리톤 음색이 인상적이라 성악을 전공한 뮤지컬 배우 또는 팝페라 가수가 아닐까 싶었고, 두번째 무대에서 솔로곡 '만약에 말야'를 부를 때는 전혀 딴사람처럼 확 달라진 강렬한 탁성의 록 보이스에 놀라서 멍해진 나머지 누군지를 예측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역시 본인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발라드를 부를 때는 원래의 목소리..
'삼시세끼' 어촌편의 85% 가량은 '차줌마' 차승원의 현란한 요리솜씨 구경하기로 이루어진다. 차승원은 사람이 이렇게나 완벽해도 괜찮은 걸까? 범상찮은 가족사를 통해 밝혀진 인품부터가 성자처럼 훌륭한데다가, 배우로서는 로맨틱코미디며 액션스릴러며 사극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분야를 두루 섭렵하며 소름돋는 연기력을 보여준다. 게다가 키 크고 잘생긴 외모까지 덤으로 갖추었는데, 알고 보니 전천후 요리 실력까지 겸비했다. 평범한 반찬과 간식거리에서부터 잔칫상 수준의 고급 요리까지 온갖 종류의 음식을 못 하는 게 없다. 그 비좁고 열악한 재래식 부엌에서 펼쳐지는 차셰프의 요리 쇼는 볼수록 놀라워 감탄만 나올 뿐이다. '삼시세끼' 어촌편 3회에서만 차승원은 홍합짬뽕, 고추잡채, 꽃빵 튀김, 콩자반, 김, 깍두기, 계란..
기세(氣勢)라는 것이 참 무섭다. 일요일 저녁 예능의 치열한 접전지에서 현재 막강한 상승세를 타고 있는 쪽은 단연 KBS의 '해피선데이'다. SBS의 '일요일이 좋다'가 2위로 꾸준히 뒤를 쫓고 있으며, MBC의 '일밤'은 꼴찌로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아빠 어디 가' 시즌2가 참담한 실패로 돌아간 후 '일밤'에서 야심차게 새로 기획하여 선보이는 '애니멀즈'에 대한 기대가 제법 컸는데, 뚜껑을 열고 보니 '해피선데이'의 상승세를 뒤집기에는 여러모로 역부족일 듯하다. 단지 첫방송만 시청하고 단정짓기는 어렵지만, 일요 예능의 판도를 단숨에 뒤집어 놓았던 '나는 가수다' 시즌1이나 '아빠 어디 가' 시즌1과는 그 잠재력과 폭발력에 근본적 차이가 있어 보인다. 일단 '애니멀즈'의 3단계 구성은 너무 산..
'슈퍼맨이 돌아왔다' 촬영 중 송일국의 눈 건강이 예상외로 심각한 상태임이 드러났다. 1년 전 녹내장 초기 진단을 받았으나 일상 생활에 별 문제가 없다 보니 크게 신경쓰지 않고 지내왔는데, 그 동안 병이 진행되어 이미 시신경의 80% 가량은 손상된 상태였다. 하지만 더 이상 늦기 전에 집중 치료를 시작할 수 있게 된 것은 신비한 천운이라고 볼 수 있었다. 안과에 들른 이유는 삼둥이 대한, 민국, 만세의 눈 건강을 체크하기 위해서였는데, 정작 아빠의 눈이 얼마나 나빠져 있는지는 알지 못했던 것이다. 시신경이 20% 정도만 제 역할을 다하고 있어도 일상 생활에 지장이 없다는 것은 미처 알지 못했던 사실이다. 건강의 위협은 우리가 눈치채지 못한 사이에 매우 가까이 닥쳐와 있을 수도 있음을 새삼스레 절감했다. ..
결국 본방사수의 우선 순위를 '아빠 어디 가'에서 '슈퍼맨이 돌아왔다' 쪽으로 바꾸었다. '아빠 어디 가'의 초반에 워낙 깊은 정을 주었던지라 웬만하면 바꾸지 않으려고 했지만, 점점 더 재미와 감동의 차이가 크게 벌어지는 바람에 어쩔 수가 없었다. 시즌1에서는 아빠와 아이들이 서먹했던 관계가 차츰 가까워지는 과정을 통해 훈훈한 감동을 참 많이 받았었는데, 시즌2에서는 그런 부분이 거의 사라졌다. 김성주와 성동일과 윤민수는 시즌1의 경험을 통해 '아빠 공부'를 벌써 많이 했기 때문에 더 이상의 발전을 보여줄 부분이 없고, 류진과 정웅인은 아이와의 관계가 처음부터 꽤 좋아 보였으며, 초반에 약간 서툴러 보였던 안정환도 예상외의 코믹 기질을 선보이며 매우 빠르게 적응했다. 아이들 역시 이젠 어느 정도 방송을 ..
새로운 드라마가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는 요즈음, 괜찮은 작품도 많지만 기대 이하의 작품도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현재 3회까지 방송된 '부자의 탄생' 역시 예외라고는 할 수 없겠네요. 일찌감치 '남자 금잔디'라는 별칭을 얻었던 최석봉(지현우)과 재벌가의 까칠한 상속녀 이신미(이보영)의 캐릭터가 주인공으로서 매력을 어필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흔하고 식상한 설정들에 대해서는 굳이 언급하지 않으려 합니다. 어차피 소재와 구성면에서 참신한 드라마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고,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는 말도 있으니 재미있게 잘 만들어만 준다면 고마울 뿐이에요. 그런데 기본적으로 작품을 이끌어가는 주인공들이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면 작품의 전망은 결코 밝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주연인 ..
제가 조진웅이라는 연기자를 알게 된 것은 최근입니다. '추노'에서 송태하(오지호)의 충직한 부하 곽한섬 역할을 맡은 것을 보고는 꽤나 인상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오랫동안 연극 무대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더군요. 어쩐지 낯선 얼굴에 비해 연기력은 심상치 않다 싶었지요. 조진웅은 코믹배우가 아니라 정극배우임에도 특이할 만큼 뚱뚱한 체격을 지녔습니다. 그 체격 때문에 더 눈에 띄고 인상적인 면이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지요. 뚱뚱한 연예인이라고 하면 대부분 강호동을 떠올릴 것이나, 제가 보기에 강호동은 상당한 근육질이어서 뚱뚱하다는 느낌보다는 그냥 우람하고 커다란 체구라는 느낌이 더 강합니다. 악역이나 단역 또는 코믹한 역할을 주로 맡는 배우들 중에는 가끔 뚱뚱한 사람을 찾아볼 수도 있지요. 예를 ..
송일국의 컴백 작품으로 미리부터 화제를 모았던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 (약칭, 신불사)의 첫방송이 전파를 탔습니다. 그러나 기대감이 너무 컸던 탓일까요? 액션 장면에서 너무 티나는 CG며, 억지스럽고 과장된 구성 등, 곳곳에 보이는 허술함에 저절로 민망해지더군요. 저는 원작을 읽지 않았는데도 이렇게 느꼈으니, 고(故) 박봉성 화백의 원작 만화를 사랑하시는 분들이라면 상당한 충격을 금치 못하셨을 것 같습니다. 주인공 최강타(송일국)의 인물 설정 자체는 충분히 흥미로웠습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살해되는 장면을 목격한 트라우마를 간직한 채, 평생 복수를 꿈꾸며 살아온 남자... 얼음처럼 차가운 가슴과 완벽한 능력을 지닌 그가 아버지의 원수인 4적(敵)을 향해 차츰 올가미를 죄어가는 과정은, 긴박하게 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