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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라 불리운 사나이' 기대 이하의 허술함에 실망하다 본문

드라마를 보다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 기대 이하의 허술함에 실망하다

빛무리~ 2010. 3. 7.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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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일국의 컴백 작품으로 미리부터 화제를 모았던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 (약칭, 신불사)의 첫방송이 전파를 탔습니다. 그러나 기대감이 너무 컸던 탓일까요? 액션 장면에서 너무 티나는 CG며, 억지스럽고 과장된 구성 등, 곳곳에 보이는 허술함에 저절로 민망해지더군요. 저는 원작을 읽지 않았는데도 이렇게 느꼈으니, 고(故) 박봉성 화백의 원작 만화를 사랑하시는 분들이라면 상당한 충격을 금치 못하셨을 것 같습니다.


주인공 최강타(송일국)의 인물 설정 자체는 충분히 흥미로웠습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살해되는 장면을 목격한 트라우마를 간직한 채, 평생 복수를 꿈꾸며 살아온 남자... 얼음처럼 차가운 가슴과 완벽한 능력을 지닌 그가 아버지의 원수인 4적(敵)을 향해 차츰 올가미를 죄어가는 과정은, 긴박하게 잘 표현하기만 한다면 정말 괜찮은 복수극 한 편이 탄생할 수도 있을 것 같았는데...

1회에서 이미 4적 중의 한 명인 강태호(김용건)는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그러나 별다른 임팩트 없이, 참으로 단순하고 허무한 죽음이었습니다. 최강타는 강태호가 하와이에서 만나려던 아랍 왕자를 억류하고, 자기가 아랍 왕자로 변장하여 강태호와 마주합니다. 그러나 만나서 제대로 한 일이 없습니다. "나는 25년 전에 네가 죽였던 최해룡의 아들 최강타이다." 이렇게 자기의 정체를 밝히고 엄포를 놓은 후, 강태호가 발악하며 휘두르는 칼날을 몇 번 휙휙 피한 것이 전부입니다.


정작 강태호가 죽은 것은 보트를 타고 혼자 도망치다가 보트가 폭발하는 바람에 그렇게 된 것입니다. 물론 폭발물을 설치해 둔 것은 최강타가 한 일이겠지만... 그렇게 쉽고 단순하게 죽일 거라면 뭣하러 번거롭게 아랍 왕자로 변신하면서 온갖 쇼를 벌였는지 모를 일이에요. 오랫동안 별러 온 것에 비한다면 정말 어처구니 없을 만큼 싱거운 복수였습니다. 강태호는 가족을 잃지도, 재산을 잃지도 않았고, 긴 시간 고통받지도 않았습니다.

송일국의 연기도 '해신' 때보다 오히려 퇴보한 듯 싶더군요. 캐릭터 자체가 차가운 복수의 화신이라서 약간은 일부러 그렇게 표현하는 부분이 있겠으나, 전체적으로 너무 경직된 느낌이었습니다. 김용건과 둘이서 벌이던 액션 장면에서는, 마지막 발악을 하면서 독기를 품고 미친 듯 칼을 휘두르던 김용건의 희번덕거리는 눈빛이 오히려 훨씬 인상적이었지요. 시종일관 딱딱한 무표정으로 대응하는 송일국의 모습에서는 아무런 감흥을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그냥 기계적으로 임무 수행을 하는 것처럼 보였을 뿐이에요.


감정이라고는 없는 사람처럼, 그렇게 차갑던 최강타가 여주인공 진보배(한채영)를 사랑하게 됨으로써 점차 변해가겠지요. 그런데 진보배의 캐릭터 역시 너무나 전형적인 캔디 스타일이라 식상하기가 이를 데 없습니다. 가난하지만 따뜻한 심성을 지녔고, 오지랖은 넓고, 대책없이 밝고 긍정적이며, 자기의 일에 대해서는 주책맞을 정도로 열정이 넘치는 여자... 캔디 이후 정말이지 마르고 닳도록 보아 왔던, 틀에 박힌 여주인공이지요.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그녀 주변의 멋진 남자들은 별다른 이유도 없이 그녀에게 빠져들고 사랑하게 됩니다. 최강타와 황우현(김민종), 두 남자는 능력이나 외모 등 모든 면에서 거의 완벽한 캐릭터로 설정되어 있는데 어김없이 둘 다 진보배의 해바라기가 될 것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진보배에게서 그럴 정도의 매력이 느껴지지 않으니 얼마나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네요.


차라리 비비안 캐슬 역의 한고은 캐릭터가 훨씬 매력적이더군요. 팜므파탈의 뇌쇄적 매력에 따뜻한 부드러움마저 겸비한 비비안이 최강타의 곁에서 그를 깊이 사랑하고 있는데 최강타는 그녀를 마다하고 진보배를 사랑하게 된다는 내용이 쉽게 받아들여질는지 모르겠어요.

대기업의 회장인 강태호를 몰래카메라로 취재하고 있던 르포기자 진보배가 수행원들에게 발각되었을 때, 정상적인 경우라면 협박과 함께 당장 쫓겨났어야 마땅할 것 같은데, 오히려 강태호는 자기와 아랍 왕자의 계약 체결을 단독으로 취재할 수 있게 해주겠다며 그녀를 데리고 다닙니다. 자기 앞에서 겁도 없이 무기 밀거래가 어쩌고 찔러대는 한 명의 여기자를 강태호 회장이 그렇게나 대접해 주는 이유를 알 수 없더군요. 하긴 드라마의 진행상 여주인공은 그 자리에 함께 있어야 했겠지요. 강태호의 최후를 목격한 증인이 되고, 물에 빠져서 최강타의 구원을 받으며 수중 키스신도 찍어야 했을 테니까요. 하지만 정말 그렇게 억지스런 방법 밖에 없었을까요?


송일국과 한채영, 두 남녀 주인공은 비주얼 면에서는 훌륭하지만 속빈강정처럼 느껴졌습니다. 딱딱한 송일국에게서는 너무 사람 냄새가 안 나고, 한채영의 존재감은 지나치게 가볍습니다. 어린아이 같은 목소리와 살짝 혀짧은 듯한 빠른 말투며... 아무래도 한채영은 '쾌걸춘향' 같은 청춘 멜로물에 훨씬 더 잘 어울리는데 말이죠.

게다가 드라마 자체의 구성과 전개가 어색하다보니 연기자들의 연기도 따라서 어색해 보이는 부분도 존재하지요. 하지만 약간 좋은 방향으로 해석해 본다면, 1회에서는 하와이를 배경으로 멋진 풍광을 보여줌과 동시에 여배우들의 비키니 패션을 선보이는 등, 볼거리에만 너무 치중한 나머지 스토리나 구성에 내실을 기하지 못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이제 최강타가 25년만에 한국으로 돌아와 본격적인 복수를 시작하니, 앞으로는 좀 더 실속있는 전개를 보여주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기대를 가져 봅니다.

첫방송에서 보여준 허술함의 정도가 심해서, 애써 발전한다 해도 엄태웅의 '부활'과 같은 복수극의 명작으로 탄생할 가능성은 별로 보이지 않으나, 그래도 조금이나마 탄탄한 구성이 뒷받침해 준다면 소재 자체는 포기하기 아까울 만큼 괜찮아 보이거든요.


그리고 최강타의 4적 중 이미 사망한 강태호(김용건)를 제외하고 남아있는 3적의 등장도 저는 매우 기대하고 있습니다. 정한용, 이재용, 정동환... 이 중견배우들의 묵직한 연기는 드라마의 흥미와 긴박감을 한껏 높여줄 테니 말입니다. 다만 강태호처럼 어이없고 싱거운 죽음을 맞이해서 우리를 김새게 한다면 정말 안타까운 일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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