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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타' 1회보다 더 유치해진 2회 본문

드라마를 보다

'파스타' 1회보다 더 유치해진 2회

빛무리~ 2010. 1. 10.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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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의 새 월화드라마 '파스타'는 아무래도 전작인 '선덕여왕'의 후광을 입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1회는 좀 유치하긴 해도 신선하고 상큼한 느낌이 있었는데, 2회는 유치함만 더해지고 산뜻함은 퇴색되었네요. 
공효진과 이선균, 둘 다 제가 무척 좋아하는 배우입니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는 현재까지 별로 매력을 못 느끼고 있습니다.


억척스러운 캔디 공효진의 캐릭터 '주방보조 서유경'은 그저 어디선가 많이 본 듯 식상할 뿐 특별한 점을 찾아볼 수 없고, 그나마 약간의 신선미를 띠고 있는 이선균의 캐릭터 '셰프 최현욱'은 어설픈 마초로서, 이선균의 매혹적인 목소리 톤에 어울리지도 않게 버럭질만 해대느라 정신 없습니다. 원작이 있는 드라마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여러가지 설정 자체가 참으로 유치합니다.

'선덕여왕'이 종영할 무렵, 틈틈이 방송되던 예고편에서 이선균이 단호한 어조로 "내 주방에 여자는 없어" 라고 말할 때부터,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꼈지만 설마 농담이겠지 했었습니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농담이 아니라 진담이었군요. 무슨 초등학생도 아니고...;;

아무리 첫사랑 오세영(이하늬)에게 배신당하고 이용당한 기억 때문에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을지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지극히 개인적인 체험일 뿐입니다. 단지 그런 이유로 사회 생활에서조차 공명정대함과는 담쌓은 채, 자기가 담당한 주방에서 여자 요리사만 골라 모조리 해고시키는 이 정도의 유치함은 정말 감당이 안 되더군요.


그건 뭐 일단 참아주고, 좀더 두고 보기로 했습니다. 가만히 살펴보니 최현욱은 나름 매력이 있더군요. 1회에서 보여준 전문가로서의 모습과 공사를 확실히 구분하는 척(?) 하는 모습은 아주 잠시나마 멋있었습니다. 물론 그 속마음은 "여자들, 나가!" 이런 유치함이었지만 말입니다.

넘버2의 자리에 오른 여자 요리사 이희주가 손님으로 가장한 레스토랑 평가단과 대판 싸우고 돌아왔을 때만 해도 그녀는 당당했었습니다. 하지만 랍스터가 싱싱하지 않다고 퇴짜를 놓은 평가단의 안목과 입맛은 사실 정확한 것이었습니다.

"식재료를 냉동보관할 때는 스티로폼 박스에 넣으면 안된다는 걸 모르나? 단열재인 스티로폼으로 인해서 냉동실 안에 있어도 냉동효과가 전혀 없다는 기본을 내가 알려줘야 하느냔 말이야!" 최현욱 셰프의 단호한 일갈 앞에 이희주는 할 말을 잃었습니다. 넘버2의 요리사가 해고될 만큼의 큰 실수였는지는 모르되, 하여튼 만만치 않은 실수임은 확실해 보였습니다. 방귀 뀐 놈이 성낸 꼴이 됨으로써 체면은 구길 대로 구기고, 평가단에게는 레스토랑 자체가 벌점을 받게 되었으니까요. 너무하다 싶긴 했으나 최현욱 셰프의 말에 틀린 것은 없었습니다.


근무시간 중에 근무장소인 식자재 창고 안에서 둘 다 입술에 립스틱을 범벅한 채로 끌어안고 있던 정호남과 박미희를 뒤에서 나직히 부르던 최현욱의 목소리도 매혹적이었습니다. "두 사람 바쁜 건 알겠는데, 한쪽으로 좀 비켜주면 안될까? 저 박스를 꺼내야 해서 말이야..." 역시 이선균은 저렇게 나직한 톤으로 말하는 것이 어울립니다. 속으로는 냉기를 가득 품고 있으면서,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는 그 부드러운 목소리에서 더욱 섬찟함이 느껴지거든요.

그런데 바로 그 다음 장면에서는 다시 어울리지도 않는 버럭질로 돌아가더랍니다. 이건 당최 시끄러워서 견딜 수가 없어요. 무슨 셰프가 하루 온종일 주방 안에서 버럭버럭 소리만 질러대는지... "이젠 내 주방이니까, 나 같은 개** 보기 싫으면 여자들아, 모두 나가라"... 이런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여자 요리사들이 나가기 전에 시청자들이 채널 돌려 버리겠어요.

하여튼 부적절한 애정 행각을 벌인 이유로 정호남과 박미희도 잘리고, 언니의 부당해고에 "사랑이 죄인가요? 차라리 저도 잘라주세요!" 하고 어설프게 반항하던 박찬희도 덩달아 잘리고, 언제나 손에 실수를 매달고 사는 주방보조 서유경도 잘리고... 이렇게 해서 최현욱의 남성천하는 이룩되었나 싶었습니다. 아, 애인인 박미희가 제발 호남씨만은 자르지 말아달라고 눈물로 애원하니 그 냉정한 셰프가 못이기는 척 들어주더군요. 사실 남자인 정호남은 해고 대상이 아니었으니까요.


집에도 안 가고 최현욱의 라커에 들어가 쭈그리고 밤을 새는 서유경의 억척스러움에서는 별다른 감흥을 못 느꼈습니다. 그래, 네가 그렇게 나올 줄 알았다 싶었거든요. 다른 분들은 어떻게 느끼시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보기에 서유경의 캐릭터는 '식상함' 그 자체입니다. 삼순이 필이 나는 거야 말할 것도 없고, 그 외에도 이루 주워섬기기도 귀찮을 만큼 어디서 본 듯한 많은 인물들이 떠오릅니다. 공효진의 연기는 언제나처럼 훌륭한 편이지만, 캐릭터가 신선함을 띠지 못하고 있으니 안타깝군요.

한편으로는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났던 서유경에게 이성으로서의 감정을 조금이나마 느꼈던 것인지, 다짜고짜 자기랑 연애하자고 그녀에게 제안했던 최현욱의 생뚱맞음을, 저는 1회가 끝났을 때까지만 해도 좋게 해석하고 있었습니다. 직장에서는 어설픈 유치함으로 실망을 주었지만, 그래도 연애할 때만큼은 확 달라진 매력을 보여주겠거니 하는 기대가 있었거든요. 낮에 자기 손으로 잘라 놓고는 저녁에 그 여자에게 연애하자는 뻔뻔함조차도 그때는 약간 멋있어 보였습니다.

그런데 2회에서도 별로 개인적인 에피소드를 보여준 것은 없고... 질기게 버티는 서유경을 기어코 잘라내기 위해, 셰프인 자기가 직접, 주방보조인 유경에게 대놓고 요리대결을 하자고 제안하는 유치찬란한 모습은 또 한 번 지독한 실망을 안겨 주었습니다. 이건 여덟 살짜리 1학년 초딩에게 1:1로 씨름대결을 하자고 결투신청을 하는 6학년 초딩과 다를바가 없습니다.


유치함을 일단 참고, 나아갈수록 변화된 모습과 매력을 보여주겠지 했는데, 2회에서는 그 유치함이 점점 강도를 높여가고, 매력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네요. 시끄러운 버럭질은 여전히 계속되고... 여자의 식상함과 남자의 유치함... 이 깊은 구덩이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메인 커플을 위해, 아직까지는 활약이 미미했던 오세영(이하늬)과 알렉스(김산)이 3회부터는 좀 구원자 역할을 해 줄 수 있을까요?

오세영은 최현욱의 첫사랑으로서, 그를 파렴치하게 배신하고 이용하는 바람에 여자에 대한 악감정을 심어주어 결국 유치한 마초로 길러낸 장본인이라 하겠으며, 김산은 어느 작품에나 존재하는 캔디의 해바라기로서 억척스런 유경의 모습에 살짝 반하여 그녀 주위를 맴도는 앤소니(?)라 하겠습니다. 오세영 캐릭터는 아주 약간 신선하고, 김산 캐릭터는 역시 식상함의 늪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보이는군요.

사실 어느 드라마에나 식상함은 있는 법인데, 제가 유독 '파스타'의 캐릭터들에만 이토록 심하게 불만을 표시하는 이유는, 아마도 참기 어려운 남주인공의 유치함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선균의 입장에서는 나름대로는 '나쁜 남자'로의 연기 변신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제가 보기에는 정말 너무 아니거든요. 이건 나쁜 남자가 아니라 그야말로 초딩 수준입니다. 이런 유치함의 옷은 연기자 이선균에게도 안 어울리고, 극중 캐릭터인 전문직 셰프에게도 안 어울립니다.


나쁜 남자의 모습이었다면 천천히 변해가는 과정 자체가 매력일 수 있지만, 이런 초딩스런 유치함은 천천히 변해가는 것조차도 민망할 뿐입니다. 그냥 단번에 버리고 확 변하는 게 낫습니다. 원래 캐릭터가 갑자기 변하는 것은 드라마의 죽음을 의미한다고도 볼 수 있을 만큼 치명적이지만, 이런 수준의 유치함은 그보다 더 치명적입니다. 한 번 지독하게 화끈한 에피소드를 설정함으로써, 그것을 계기로 최현욱이 하루아침에 확 달라지게 만들어버려야 합니다. 부자연스럽더라도 지금 이것보다는 그게 낫습니다.

다 써놓고 보니 너무 혹평만 한 것 같아서 좀 그렇네요. 그러나 아주 가망성이 없어 보이는 드라마는 아니었습니다. 최현욱 캐릭터에 변화를 주어, 그 말도 안되는 유치한 신조를 하루빨리 버리고 정상적인 어른으로 돌아오기만 한다면, 나름 가볍고 상쾌한 기분으로 즐길 수 있는 드라마가 될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공부의 신'은 학원물의 특성상 시청자들의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것이며, '제중원'은 비교적 무겁고 심각한 메시지를 다룬 드라마이니, 가벼운 로맨틱코미디를 즐기는 어른들을 타겟으로 삼아 차별성을 확보한다면 '파스타'도 충분히 밝은 미래를 엿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 늦기 전에 버려야 할 것은 버리고, 새로운 마음으로 재정비하여 좋은 작품으로 거듭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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