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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불사' 조진웅의 악역 변신, 놀랍고 새롭다 본문

드라마를 보다

'신불사' 조진웅의 악역 변신, 놀랍고 새롭다

빛무리~ 2010. 3. 8.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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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조진웅이라는 연기자를 알게 된 것은 최근입니다. '추노'에서 송태하(오지호)의 충직한 부하 곽한섬 역할을 맡은 것을 보고는 꽤나 인상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오랫동안 연극 무대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더군요. 어쩐지 낯선 얼굴에 비해 연기력은 심상치 않다 싶었지요.


조진웅은 코믹배우가 아니라 정극배우임에도 특이할 만큼 뚱뚱한 체격을 지녔습니다. 그 체격 때문에 더 눈에 띄고 인상적인 면이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지요. 뚱뚱한 연예인이라고 하면 대부분 강호동을 떠올릴 것이나, 제가 보기에 강호동은 상당한 근육질이어서 뚱뚱하다는 느낌보다는 그냥 우람하고 커다란 체구라는 느낌이 더 강합니다.

악역이나 단역 또는 코믹한 역할을 주로 맡는 배우들 중에는 가끔 뚱뚱한 사람을 찾아볼 수도 있지요. 예를 들면 얼마 전 종영한 '보석비빔밥'에서 비취(고나은)를 괴롭히던 방송국 동료 피디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엄연히 진지한 러브라인까지 존재하는 정극배우로서 뚱뚱한 체격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뚱뚱한 체격을 지닌 배우가 만약에 발연기를 선보인다면 그 타격은 몇 배로 강할 것입니다. 단지 연기를 못한다는 소리만 듣고 넘어가는 정도가 아니라, 정극을 코미디로 만들었다는 비난까지 감수해야 할 테니까요.


일전에 '지붕뚫고 하이킥' 관련 포스트에서도 언급했었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누군가가 자기와 다르고 평범하지 않다 싶으면 놀려대거나 따돌리는 습성을 지녔는데, 그런 경향은 생각이나 행동보다도 외모에서 더욱 두드러집니다.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뚱뚱한 사람들은 본인의 성격이나 의지와 관계없이 저절로 코믹한 캐릭터 취급을 받게 마련이지요. 마른 체격의 사람들은 그 정도로 심하지는 않지만, 한민관 정도의 몸집을 지니면 역시 웃음거리가 되고 맙니다.

그래서인지 여배우들 중에도 박준면이나 고수희처럼 뚱뚱한 연기자들은 모두 대단히 출중한 연기력을 자랑합니다. 특히 저는 그녀들이 표현해 내는 슬픔이나 공포의 감정이 매우 실감나게 와닿더군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외모이기에 그들만이 가장 잘 소화해낼 수 있는 포지션이 존재하고, 어쩌면 그들은 영화 및 드라마 계에 없어서는 안될 귀한 존재들입니다. 그리고 이제 남자배우 중에도 그러한 인물이 등장했습니다.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에서 악역으로 변신한 조진웅의 연기력이 정말 예사롭지 않기 때문입니다.


'추노'의 곽한섬 역할도 인상적이기는 했으나, 저는 개인적으로 곽한섬과 궁녀의 사랑이야기에 그닥 공감하지 못했기에 제법 괜찮았던 그들의 연기 또한 별다른 감흥 없이 넘겼던 것 같습니다.
둘 다 원손을 지켜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띠고 있으며, 자기들의 목숨마저 위태로운 위급 상황이며, 둘이 함께 했던 시간도 길지 않았던 듯 한데... 별 이유도 없이 그들이 서로를 향해 애끓는 사랑의 감정을 품게 되었다는 것이, 제가 느끼기에는 참 한가롭고 생뚱맞아 보였거든요. 그래도 조진웅의 연기 자체는 체격 만큼이나 묵직한 무게감으로 다가와서 매우 안정적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신불사'에서 최강타(송일국)의 4적 중 하나인 장용 회장(정한용)의 아들 장호로 등장한 조진웅의 모습에서는 곽한섬의 우직하고 충직한 그림자를 조금도 찾아볼 수 없더군요. 악하고 폭력적이고 비열하며 느끼하기까지 한, 전형적인 악역의 포스가 물씬 풍겼습니다.


아버지인 장회장에게서 제대로 일처리를 하지 못했다고 혼쭐이 나게 되자, 자기 아랫사람을 불러다가 초죽음이 되도록 몽둥이 찜질을 퍼부어대고,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아 손가락까지 잘라버리는 가혹한 모습은 사람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짐승과도 같았습니다. 그리고 파티에 참석해서는 비비안(한고은)을 향해 노골적으로 추파를 날리는데, 능글맞은 그 태도가 남자로서의 관심이라기보다는 순수하지 못한 다른 의도가 있음을 짐작하게 했습니다.

장호라는 인물은 매력적인 악역보다는 그냥 순수한(?) 악역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캐릭터가 어필하기 위해서는 비호감의 이미지를 확실히 심어주어야 하는데, 조진웅은 등장하자마자 자기 포지션을 제대로 찾아간 것 같습니다. 게다가 아들의 그런 모습을 보고 껄껄 웃으며 "여자 보는 눈은 있군" 하고 흐뭇해하는 장회장의 야비한 모습까지 겹쳐지니, 악역 부자(父子)는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며 드라마의 맛을 살렸습니다.


2회까지 시청했어도 '신불사'에는 솔직히 큰 희망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주인공인 송일국과 한채영의 캐릭터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강타와 진보배의 행동 패턴은 아직도 너무나 정형적입니다. 최강타는 진보배에게 꾸준하면서도 꽤나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예쁜 외모에 한눈에 반한 것이 아니라면 도저히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아무런 이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복수의 화신 최강타가 얼굴만 보고 여자에게 반해서 대책없이 가까이 한다는 설정은 공감하기 힘듭니다. 그리고 뉴페이스로 등장한 장미(유인영)가 최강타에게 반해 버리는 과정도 너무 짧고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그냥 얼기설기 끼워맞춰서 대충 만드는 느낌이에요.

그래서 안 볼 거라면 몰라도 심심해서, 또는 다른 이유 때문에 앞으로 계속 시청을 하게 된다면, 저는 악역 쪽에 초점을 두고 볼 생각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황달수 역을 맡으신 이재용씨의 연기를 매우 좋아하거든요. 그와 더불어 젊은 악역 조진웅이 신선하고도 리얼한 연기를 보여주니 다행입니다. 현재 상황으로 봐서는 무엇 하나라도 건질 수만 있다면 다행이니까요.


그런데 어쩌면 조진웅의 캐릭터 장호는 평생 아버지의 그늘에서, 아버지의 인정을 받고 싶어했지만 그게 좀처럼 뜻대로 안된다는 측면에서는 슬픔을 지닌 악역이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사실 조진웅의 본명은 조원준이며, 지금 사용하는 이름 조진웅은 그의 아버지 이름이라고 합니다. 아버지에 대한 사랑이 너무 깊어서, 언제나 아버지와 함께 하는 마음으로 연기하고 싶어서 그리 정했다고 하네요. 아버지의 이름으로 활동하다보니 매사에 더욱 신중하고 열심히 할 수 있어서 좋다고 합니다. 아버지를 향한 그의 짙은 감정을 극중에서 표현한다면, 장호는 악역이면서도 단조롭지 않게 될 것이고 점점 시청자들의 공감마저 얻어가는 캐릭터로 발전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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