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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원래 연예인에게 깊이 빠지는 스타일도 아니었던 데다가, 이젠 나이도 꽤 들어서 모두 그렇고 그런 경지에 이르기는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별히 좋아하는 몇몇 연예인이 있었는데, 많지도 않은 그들 중 두세 명이 최근 불미스런 사건에 연루되어 내 마음을 무척이나 아프게 했다. 특히 '부활'의 주인공이었던 그 사람의 경우는 나름 치명적이었다. 물론 드라마 속 캐릭터와 배우의 인생 자체를 동일시할 만큼 어린 마음은 아니지만, 워낙 내가 깊이 깊이 좋아했던 작품이기에 주연 배우의 삶조차도 그만큼 고고한 퀄리티를 유지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어차피 연예인을 좋아한다는 건 꿈 속의 일과 같은 것을, 화면에 비친 모습 외에 더 이상 무엇을 바랄 것인가? 하지만 나의 고집스런 마음은 여전히 티..
거센 눈보라가 몰아치던 지난 겨울에도 만재도의 세끼집은 따뜻했다. 참바다 유해진의 아궁이에서 활활 타오르는 불길과, 차줌마 차승원의 손끝에서 기적처럼 만들어지던 맛깔스런 음식들은 모진 추위에 웅크렸던 마음들을 편히 쉴 수 있게 해 주었던 것이다. '삼시세끼 어촌편'이 다시 시작된다는 소식에 수많은 사람들이 환호성을 올렸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계절은 겨울이 아니지만 당최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퍽퍽한 세상살이에 여전히 마음들은 잔뜩 웅크린 채 떨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여름이다. 화사한 에메랄드빛으로 일렁이는 만재도의 바다에는 형형색색의 물고기가 한가득 헤엄친다. 오랜만에 다시 만나서 반가웠던지 차승원과 유해진이 도착하던 날은 격한 환영 인사처럼 비바람이 몰아쳤지만, 다음 날부터는 언제..
'삼시세끼' 어촌편의 85% 가량은 '차줌마' 차승원의 현란한 요리솜씨 구경하기로 이루어진다. 차승원은 사람이 이렇게나 완벽해도 괜찮은 걸까? 범상찮은 가족사를 통해 밝혀진 인품부터가 성자처럼 훌륭한데다가, 배우로서는 로맨틱코미디며 액션스릴러며 사극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분야를 두루 섭렵하며 소름돋는 연기력을 보여준다. 게다가 키 크고 잘생긴 외모까지 덤으로 갖추었는데, 알고 보니 전천후 요리 실력까지 겸비했다. 평범한 반찬과 간식거리에서부터 잔칫상 수준의 고급 요리까지 온갖 종류의 음식을 못 하는 게 없다. 그 비좁고 열악한 재래식 부엌에서 펼쳐지는 차셰프의 요리 쇼는 볼수록 놀라워 감탄만 나올 뿐이다. '삼시세끼' 어촌편 3회에서만 차승원은 홍합짬뽕, 고추잡채, 꽃빵 튀김, 콩자반, 김, 깍두기, 계란..
'꽃보다' 시리즈에 이어 방송중인 나영석 PD의 예능 '삼시세끼' 열풍이 식을 줄 모르고 있다. '꽃보다' 시리즈의 경우는 낯선 외국을 여행하는 내용이라 자체적으로 볼거리와 이야깃거리가 풍성했던 반면, 고정된 한 장소에서 세 끼 밥을 차려먹는 과정으로 구성되는 '삼시세끼'는 그 단조로움 때문에 쉽게 지루해질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어떤 마법이 작용했는지 '삼시세끼'의 시청률은 '꽃보다' 시리즈를 넘어 공중파의 아성까지 넘보고 있는 중이다. 개인적으로는 '삼시세끼'가 무난히 볼만한 예능이라고 생각될 뿐 꿀재미는 느끼지 못하는 터라 이토록 뜨거운 열풍이 좀 의아하지만, 대략 현대인의 내면에 잠재된 일종의 향수를 일깨웠기 때문이라고 짐작한다. 하긴 바쁘고 삭막한 생활 속에서 매끼를 인스턴트 음식으로 때워가는 ..
'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 '꽃보다 청춘' 시리즈에 이어 최근 '삼시세끼' 마저 성공시키며 나영석 PD는 명실상부한 이 시대 최고의 예능 크리에이터로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KBS 재직 당시 연출했던 '1박2일'의 명성이 대단하기는 했으나 그 때는 강호동, 이수근 등의 예능 베테랑 MC들을 주축으로 구성된 출연진들로부터 적잖은 힘을 받았을 거라는 추측이 가능했다. 하지만 예능인이 아닌 배우들(또는 가수들)만을 출연시키고도 예능으로서 충분한 재미를 뽑아낸 '꽃보다~' 시리즈의 성공 이후에는 그 누구도 나PD의 역량을 의심할 수 없게 되었고, 차츰 그에게만 있는 특별한 무언가를 궁금해하도록 만들었다. 그러던 차에 나영석 PD의 인터뷰를 접했고, 그의 예능 프로그램이 항상 마음 속 깊은 곳을 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