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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자이언트' 58회을 지배한 감정은 미칠듯한 궁금증이었습니다. 이성모(박상민)가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의문이었죠. 조민우(주상욱)에게서 테이프를 빼앗아 결정적 증거를 확보했으나 그 때 쫓아온 고재춘(윤용현)과 마주쳐 총격전이 벌어졌고, 이성모는 방탄조끼를 입었으나 머리 뒤쪽에 박힌 총알은 어쩌지 못했습니다. 그런 줄도 모르고 증거를 확보했음에 신이 나서 차를 운전해 가던 이성모는 마침 동생 이강모(이범수)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받습니다. 드디어 조필연(정보석)을 무너뜨릴 수 있게 되었다고 의기양양하게 소식을 전하던 이성모는 갑자기 시야가 뿌옇게 흐려져 오는 것을 느끼는데, 뒤통수에서 뜨거운 피가 흘러내립니다. 정말 가슴이 철렁한 장면이었습니다.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음에도, 계속해서 조필연의 ..
'자이언트'는 정말 대단한 드라마입니다.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고 드라마는 작가의 예술이라는데, '자이언트'를 보면 볼수록 느끼는 것은 끝까지 뒷심을 잃지 않는 작가의 놀라운 뚝심입니다. 이제 드디어 악마 조필연(정보석)의 몰락이 눈앞에 다가왔군요. 그 동안 '자이언트'에 대한 기사가 나면 그 밑에 주루룩 달린 댓글들의 내용은 "대체 복수는 언제 하냐? 조필연 늙어 죽겠다..ㅜㅜ" 이런 것들이 많았지요. 그런데 이제 드디어 모두가 그토록 기다리던 복수의 끝이 다가온 것입니다. 그런데 작가는 끝까지 긴장을 풀 수 없게 합니다. 계속해서 이성모(박상민)를 의심하던 조필연 쪽에서도 드디어 그의 정체를 확신할 실마리를 잡았거든요. 황태섭(이덕화)과 은밀히 만나는 장면을 찍힌 사진에 이성모의 얼굴은 나오지 않았으나..
'자이언트'라는 드라마 속에서 조민우(주상욱)라는 인물은 마치 전신마비 환자와도 같습니다. 정신은 살아 있으나 형체없는 쇠사슬에 몸이 묶여 있기에 자기 뜻대로 움직일 수 없는 사람... 그래서 조민우를 보면 굉장히 마음이 불편해집니다. 이미주(황정음)를 대할 때 외에는 하는 짓이 꼭 제 아비를 닮아서 새끼악마처럼 나쁜 놈인데, 차마 미워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가엾어만 하자니, 점점 더 냉혹해지는 그의 모습은 소름이 끼칠 지경이라서 중간중간 혐오감이 치밀기도 합니다. 절대악 조필연(정보석)의 아들로 태어났다는 것은 조민우에게 있어 천형(天刑)입니다. 엄마 뱃속에 잉태되는 순간부터 정해진 벌... 대체 그 어린 생명이 무슨 죄를 지었던 걸까요? 간악한 아비에게 모든 것을 통제당하며, 조민..
그들의 줄다리기는 이미 너무 오래 끌어 온 경향이 있었습니다. 총 60부작의 긴 호흡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는지도 모르겠군요. 그러나 매번 비슷비슷한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언제부턴가 긴장감도 살짝 떨어지고 지루한 느낌마저 들기 시작했습니다. 이성모(박상민)를 대략 20년 동안이나 최측근으로 데리고 있었지만 그를 진심으로 믿지 않는 조필연(정보석)은 바늘 끝만큼의 꼬투리라도 있으면 언제나 의심의 눈초리를 번뜩이며 이성모의 목을 조여 왔고, 그럴 때마다 이성모는 극도의 영민함으로 빠져나갔습니다. 조필연이 단 한 번, 이성을 잃고 흔들린 적이 있었지요. 이성모가 자기의 정적인 민홍기(이기영)와 결탁한 것을 눈치채고, 그 현장을 덮치기 위해 차를 몰아 달려갈 때 조필연은 마치 다른 사람 같았습..
황태섭(이덕화)의 아내 오남숙(문희경)이 갑작스런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굳이 선인과 악인으로 구분한다면 드라마 속에서는 악녀로 그려졌지만, 인간적으로 생각해 보면 그녀만큼 불행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중학교 졸업 학력을 지닌 오남숙은 남편 황태섭을 사랑하고 아들 황정식(김정현)을 사랑하는 것만이 삶의 전부였던, 그저 단순한 여자였습니다. 하지만 남편은 그녀를 배신하고 다른 여자에게서 아이를 낳아다가 그녀에게 맡겼습니다. 그녀가 아들을 낳은지 얼마 되지도 않았을 때의 일이었습니다. 오남숙은 명석한 두뇌도, 품위 있는 교양도 갖추지 못했습니다. 돈 잘 버는 남편 덕에 호화롭게 살기는 했지만, 그녀 본인은 아무 능력도 없었습니다. 이런 그녀가 자기 아들 황정식과 더불어 남편의 사생아인 황정연(박진희)을 함께 키..
'자이언트' 44회에서 이강모(이범수)는 '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라는 제목으로 영화를 만들어도 좋을만큼 감동적인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어려서부터 한 번도 변함없이 지속되어 온 이강모의 황정연(박진희)을 향한 사랑은 거의 신앙이라 해도 좋을 만큼 숭고합니다. 백파의 사후, 유경옥(김서형)은 그의 유언에 따라 사채업자들에게서 원금을 회수하여 사회에 환원하려 하지만, 사채업자들의 반발은 예상대로 거칠기 짝이 없습니다. 급기야 차부철(김성오)은 사채업자들과 결탁하여 황정연을 납치했지요. 황정연이 유경옥의 친딸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녀의 목숨을 담보로 유경옥에게서 차용증서들을 빼앗으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비상사태를 맞아 황태섭(이덕화)과 유경옥, 이강모는 대책을 강구하지만 황정연이 있는 장소를 찾아내는 ..
사채업계의 대부 백파(임혁)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가 살아 온 방식을 옳다고 할 수야 없겠지만, 최소한 드라마 상에서는 절대악 조필연(정보석)과 맞서 싸우는 인물이었기에 우리는 마음 속으로 그를 응원해 왔지요. 백파와 조필연의 싸움은 말 그대로 돈과 권력의 싸움이었습니다.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상대적으로 조필연의 힘이 더 막강해 보였는데, 결과는 백파의 승리였습니다. 그 동안 대부업은 어둠의 시장으로 불렸습니다. 사채업자들은 정당한 세금을 내는 대신 정권의 실세들과 야합하여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댓가로 모든 편익을 제공받으며 사업을 해 왔지요. 악어와 악어새 같은 그들의 관계는 너무 단단하고 역사가 길어서 결코 깨뜨려질 수 없을 것처럼 보였습니다. 조필연 뿐만 아니라 다른 누구도 그들의 공생관계가..
'자이언트' 33회를 보면서 가장 섬뜩했던 장면은 전신마비가 되어 누워 있는 황태섭(이덕화)을 두고 그의 아내 오남숙(문희경)이 벌이는 범죄행각이었습니다. 이제껏 '드라마 속의 지극히 평범한 재벌 사모님'일 뿐 별다른 활약이 없던 오남숙은 최근 들어 눈부신 활약을 보여주고 있지요. 황태섭은 적자인 황정식(김정현)을 외면하고 서녀인 황정연(박진희)를 후계자로 삼았으며, 죽은 줄 알았던 이강모(이범수)가 살아 돌아오자 그에게 전재산의 반을 주겠다고 몰래 유언장을 수정했습니다. 시청자들의 눈에야 합당한 결정이었지만 오남숙의 입장에서는 남편을 증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죽이려고까지 할 줄은 몰랐는데, 충격이었습니다. 오남숙이 이처럼 부각되니, 그와 비견되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인물은..
이강모(이범수)와 황정연(박진희)은 사실상 원수가 아닌데, 지금은 철천지 원수가 되어 싸우고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원했던 속시원한 복수극과는 너무 차이가 있군요. 아직도 이강모의 앞날에 많은 고난이 남아 있을 것을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지금의 상황은 볼수록 기막히고 안타깝습니다. 자기가 가진 힘을 총동원하여 강모를 쓰러뜨리려고 안달하는 정연의 모습을 보며 정말 답답했어요. 도대체 왜 이렇게 되어 버렸을까요? 악마 조필연(정보석)이 두 사람 사이에 '오해'라는 매개체를 삽입시켰기 때문입니다. 강모의 아버지를 죽인 것도 조필연이고, 정연의 아버지를 전신마비 상태로 만든 것도 조필연인데, 지금 젊은 두 남녀는 서로를 아버지의 원수라 여기고 있습니다. 오해란 언제나 무서운 것이지만, 이들 사이에 끼어든 오..
이강모(이범수)의 복수극이 시원스레 진행되면서 한동안 지켜보는 마음도 즐거웠는데, 너무 빨리 고통이 찾아들고 있습니다. 악마는 더없이 뻔뻔하고 비열하고 영리합니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그의 공격에 몸이 다치고 쓰러지는 것 뿐이라면 그나마 다행이겠는데, 사랑과 믿음마저 잃게 될 터이니 이 슬픔을 어찌 감당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주인공 이강모의 곁에서 든든한 우군이 되어 줄 수 있었던 사람들이, 악마 조필연(정보석)과 그 일가에 의해 어떻게 사랑과 믿음을 잃고 무너져 갈는지를 한 명씩 살펴 보도록 하겠습니다. 1. 황태섭 (이덕화) 이제껏 조필연과 더불어 악역이라고만 인식해 왔던 황태섭 회장은 사실상 악역이 아니었음이 드러났습니다. 악역 치고는 너무 인간적인 모습을 많이 보인다고 생각하긴 했으나, 원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