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STORY 2014 우수블로그
TISTORY 2012 우수블로그
TISTORY 2011 우수블로그
TISTORY 2010 우수블로그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관리 메뉴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자이언트' 조민우에게 걸어보는 마지막 기대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자이언트

'자이언트' 조민우에게 걸어보는 마지막 기대

빛무리~ 2010. 11. 3. 09:23
반응형






'자이언트'라는 드라마 속에서 조민우(주상욱)라는 인물은 마치 전신마비 환자와도 같습니다. 정신은 살아 있으나 형체없는 쇠사슬에 몸이 묶여 있기에 자기 뜻대로 움직일 수 없는 사람... 그래서 조민우를 보면 굉장히 마음이 불편해집니다. 이미주(황정음)를 대할 때 외에는 하는 짓이 꼭 제 아비를 닮아서 새끼악마처럼 나쁜 놈인데, 차마 미워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가엾어만 하자니, 점점 더 냉혹해지는 그의 모습은 소름이 끼칠 지경이라서 중간중간 혐오감이 치밀기도 합니다.

절대악 조필연(정보석)의 아들로 태어났다는 것은 조민우에게 있어 천형(天刑)입니다. 엄마 뱃속에 잉태되는 순간부터 정해진 벌... 대체 그 어린 생명이 무슨 죄를 지었던 걸까요? 간악한 아비에게 모든 것을 통제당하며, 조민우는 단 한 번도 자기 뜻대로 살아 본 적이 없습니다. 조필연이야 천성적으로 마비된 양심과 독한 성정을 지녔기에 그 수많은 악행을 하면서도 가책 따위는 느끼지 않지요. 그러나 조민우는 불행히도 아비의 많은 점을 닮았으되 그만큼 독하지 못하고 무른 성정을 지녔습니다. 미주를 대하는 조민우의 태도를 보면 그의 속마음이 사실은 무척이나 여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여린 심성을 가진 사람이 지금의 냉혹한 새끼악마가 될 때까지, 그가 겪어야 했던 남모를 고통은 엄청났을 것입니다. 어려서부터 그의 부모는 학교에 돈과 압력을 넣으면서까지 그를 줄곧 반장 겸 1등으로 만들어 왔지요. 아들이 항상 최고이기를 바라는 조필연의 욕심 때문이었으나, 조민우는 사실 그런 기대에 부응할만한 아이가 아니었습니다. 최근 보일러의 문제를 가장 먼저 알아내는 영민함을 보면 타고난 능력은 아비에 못지 않은 듯도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의 관심사가 아비와 달랐다는 것입니다. 최고 권력에 대한 욕심으로 똘똘 뭉친 조필연과 달리, 그 아들의 꿈은 감성적인 영화감독이었습니다. 물론 그 청춘의 꿈은 아비에 의해 여지없이 짓밟혔습니다.

조필연이 남들에게는 악마일 뿐이지만 오직 조민우에게는 자기 생명의 근원인 아비입니다. 그를 사랑했던 마음으로 미주는 그의 입장을 이해했지요. "나에게 오빠들이 소중한 것처럼, 민우씨에게도 자기 가족은 소중할 테니까... 내가 그 사람 가족이 되어 줄 수 없으면서, 그의 가족을 잃게 하고 싶지 않았어." 자기를 놓아주지 않는 조민우 때문에 마음의 고통에 시달리면서도 끝내 가족의 비밀만은 밝히지 않으려 했던 그녀의 마지막 배려였습니다. 결국 어쩔 수 없이 모든 사실이 밝혀지게 되자 그녀는 말했지요. "미안해요. 민우씨 잘못 아닌데 이렇게 밖에 못 해서... 이제 그만 나를 놓아 버려요. 더 이상 아파하지 말아요."


조민우에게 주어진 길은 항상 두 가지로 압축되어 있었습니다. 무조건 아비에게 순종하며 살든가, 아니면 아주 멀리 도망치든가... 그러나 아비처럼 독하지 못한 조민우는 도망칠 결심을 하지 못하고 매번 그 무릎 아래에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어쩌면 미주를 만나기 전에는 반드시 도망쳐야 할 만큼 절실한 이유를 찾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아비에게 시달리면서 이미 청춘의 패기와 꿈은 잃어버렸고, 한때는 황정연(박진희)을 사랑했지만 그녀에게서 사랑으로 보답받지 못했으니까요. 그래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그는 아비를 따라 살고 있었습니다.

누군가를 따른다는 것, 누군가에게 순종한다는 것은 대단한 의미입니다. 왜냐하면 점점 더 그 대상과 닮아가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을 인생의 멘토로 삼느냐에 따라 그의 인생은 달라지게 되지요. 스스로 원한 것은 아니었지만 어쩔 수 없이 조필연을 따라 살면서, 아들은 점점 더 아비를 닮아갔습니다. 조금씩 더 독해지고 냉혹해지면서 말입니다. 그러던 중에 미주를 만났습니다.


처음으로 그의 내면에서 인간 조민우를 발견해 준 여자... 미주는 그의 마음 속 깊이 숨겨져 있던,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던 진심과 오래된 꿈을 일깨웠습니다. 그녀로 인해 민우는 포기했던 행복을 다시 꿈꾸게 되었지요. 자기 마음을 알아주는 그녀만 곁에 있다면 다른 아무것도 필요 없었고, 얼마든지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사랑에 빠진 남자는 자기 아버지가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를 잠시 잊었습니다. 그러나 순진한 행복에 도취된 순간은 너무 짧았고, 목숨같던 미주는 떠나 버렸습니다. 여전히 무형의 사슬에 묶인 채 발버둥치는 잔인한 현실만이 조민우에게 남아 있었습니다.

고통은 그를 더욱 나쁜 놈으로 만들었습니다. 미주가 떠난 후에 조민우가 이강모(이범수)에 맞서서 벌이는 사업 수단을 보면 점점 더 간악하고 비열해지는 것을 알 수 있었지요. 특히 한때나마 사랑했던 여자 황정연을 대하면서, 입가를 비스듬히 올리고 차갑게 비웃던 표정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이미 그에게 있어 온 세상은 분노의 발길로 짓밟고 올라서야 할 대상이었을 뿐입니다. 한편으로는 미친듯이 미주를 찾아 헤매면서, 그는 돌이킬 수 없을 것처럼 깊은 블랙홀로 빠져들고 있었습니다.

겨우겨우 미주를 찾아냈건만, 자기 아버지가 그녀의 아버지를 죽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옴짝달싹도 할 수 없는 조민우의 운명은 참으로 비극적입니다. 마지막으로 "내 아버지도 네 오빠도 없는 곳으로 멀리 도망치자."고 애원했으나 미주에게 끝내 거절당했지요.


그런데 "내가 죽어도 안 되는 거냐?" 면서 피를 토하듯 절규하더니, 그 밤이 지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예전의 조민우로 돌아가버린 것을 보고는 좀 당혹스러웠습니다. 하다못해 자살시도라도 했다면 모를까, 어차피 죽을 것도 아니면서 그냥 해 본 소리였나요? 이강모와 사업 문제로 다투다가 우연히 미주와 마주쳤을 때, 그녀를 단호히 외면하고 스쳐지나가던 조민우의 태도는 그야말로 "한 순간 뿐이더라. 밥만 잘 먹더라~"의 한 예시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그의 사랑 만큼은 진실했다는 것을 알기에, 너무 쉽게 단념한 듯한 그 모습이 조금은 실망스러웠는데...

드디어 최후의 뇌관이 터졌습니다. 미주가 자신의 아이를 낳아 키우고 있었다는 사실을 조민우가 알게 된 것입니다. 그가 사랑하는 미주와 헤어진 것은 거부할 수 없는 핏줄 때문이었습니다. 조필연이 이대수를 죽였으니, 조필연의 아들과 이대수의 딸은 함께 할 수 없었던 것이지요. 그러나 여기에 또 하나의 핏줄이 있습니다. 아비가 핏줄이라면 자식도 핏줄 아니겠습니까? 이제 조민우의 마음 속에서는 결코 쉽지 않은 줄다리기가 시작되겠군요.


아들이 있다는 것을 모를 때도 그의 저울추는 미주에게로 기울어져 있었습니다. 아비를 버리고, 모든 것을 버리고 그녀와 도망치려 했었으니까요. 그런데 이제 그녀와 자기 사이에 공유하는 핏줄까지 생겼습니다. 저는 그래서 조민우에게 마지막 기대를 걸어 보려 합니다. 어린 우주가 자기 아버지의 구세주가 되어 주기를, 조민우가 더 이상 운명에 질질 끌려다니며 악마로 살지 않기를 기대해 보려 합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자기의 친손자가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저절로 감격하고 기뻐하며 마음을 누그러뜨리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겠으나, 조필연이라는 인물의 반응은 예상하기 어렵습니다. 예고편을 보니 분명 소스라치게 놀라기는 했는데 또 뭔가 악랄한 계책을 꾸미는 듯 싶더군요. 미주에게서 강제로 아이를 빼앗아 오려 한다면 조필연치고는 오히려 순한 방법이라 하겠고, 어쩌면 천한 계집에게서 난 손자 따위는 필요 없다면서 민우의 앞길에 걸림돌만 될 테니 미주와 우주를 둘 다 없애버리려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조민우는 방패가 되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래도 조필연은 그의 아버지이기 때문에, 아들이 아버지에게 활을 겨눌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가 해야 할 일은 미주와 우주의 앞을 막아서서, 자기 아버지가 쏘아대는 화살을 대신 맞아 주는 일입니다. 그것은 미주를 사랑한 남자로서, 아들이 있는 것도 몰랐던 아비로서, 그리고 지금껏 운명에 짓눌려 사람답게 살지 못했던 인간 조민우로서 해야 할 마지막 임무입니다. 설령 제 아비가 쏘는 화살에 맞아 피흘리며 쓰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말입니다.

왠지 밀려드는 슬픈 예감은 그들의 사랑이 행복한 결말을 맞이할 수 없을 거라고 속삭입니다. 그러나 최소한 지금까지의 삶을 버리고 변화된 모습을 보여줄 수만 있다면, 우주는 자랑스런 아버지를 갖게 되는 셈이지요. 평생 자기의 목을 졸랐던 나쁜 아버지의 굴레를, 조민우는 아들에게 대물림해 주지 않을 것입니다. 악연의 고리를 끊을 사람은 자신밖에 없음을 조민우는 깨달을 것이고,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아들을 위해 용기를 낼 것입니다. 이것이 조민우에게 걸어보는 저의 마지막 기대입니다.


* 관련글 : 조민우의 독백

* Daum 아이디가 있으신 분은  버튼을 누르시면, 새로 올라오는 제 글을 쉽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반응형
Comments